바롤로의 역사를 상징하는 와이너리 미라피오레

Written by: 배 준원

‘왕의 와인, 와인의 왕’이라는 세계적인 명성을 구축한 미라피오레 바롤로 와인.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에서 왕의 와인으로 널리 알려진 바롤로 와인은 11개 이상의 마을과 다양한 포도원에서 생산된 네비올로 품종을 블렌딩하여 만들어진다. 바롤로는 일반적으로 뚜렷한 탄닌, 높은 산도가 특징이며 강건하고 풀바디한 와인이다. 한 모금 마시면 왜 왕의 와인이라고 하는지 강한 존재감으로 가늠할 수 있다. 붉은 체리, 자두의 과실향과 필자가 바롤로 와인의 매력에 빠진 이유인 진한 말린 장미향이 가장 큰 특징이며, 숙성되면 감초, 송로버섯, 정향, 가죽, 담배와 같은 복합적인 향이 우아하고 섬세하게 피어난다. 입 속에선 파워풀한 탄닌, 짜릿한 산도가 조화롭고, 강렬한 긴 여운이 느껴진다. 오늘은 바롤로 와인의 핵심 마을인 세라룽가 달바(Serralunga d’Alba)에 포도원이 있으며, 바롤로 와인의 역사를 상징하는 와이너리 ‘미라피오레’를 소개하고자 한다.

엠마누엘레 알베르토 구에리에리(Emanuele Alberto Guerrieri) 백작

이탈리아 1대 국왕의 아들이 설립한 역사적인 와이너리

미라피오레는 통일 이탈리아의 1대 국왕인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Vittorio Emanuele II)의 아들인 엠마누엘레 알베르토 구에리에리(Emanuele Alberto Guerrieri) 백작과 그의 부인이었던 로자 베르첼라나(Rosa Vercellana) 백작 부인에 의해 1878년 ‘까사 에 디 미라피오레(Casa E. di Mirafiore)’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와이너리다. 이탈리아 왕가가 생산한 와인이라 하여 '왕의 와인, 와인의 왕'이라 불리게 되었다. ‘미라피오레’라는 브랜드는 의심할 여지 없이 바롤로가 국제적 명성을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유럽 최초 콘크리트 배럴 셀라 건설

와인 양조에 대한 엠마누엘레 알베르토의 사랑과 헌신은 남달랐다. 다양한 양조방식과 당시 기준으로 현대적인 접근 방식 적용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의 헌신으로 미라피오레는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와인 품평회에서 매우 높은 평점을 받았다. 엠마누엘레 알베르토는 현대적인 접근 방식과 양조에 대한 헌신으로 와인 생산에 전념하는 한편, 지역 사회와 직원 공동체를 위해 농가, 셀라, 마구간, 교회 등을 만들었으며, 직원들을 위한 최초의 레크레이션 클럽 형태인 농업협동조합을 설립했다. 그뿐만 아니라, 1887년에는 유럽 최초로 지하 셀러에 콘크리트 배럴 셀라를 건설하기도 했다. 미라피오레는 독일 쾰른에서 열린 국제 와인 품평회에서 첫 금메달을 수상하였으며, 1890년을 기점으로 미라피오레 바롤로 와인은 세계적으로 수출되기 시작했다. 브뤼셀,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열린 각종 세계박람회 및 와인 품평회에서 각종 메달을 수상하며, 이탈리아 바롤로 와인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1894년 엠마누엘레 백작이 세상을 떠나며, 그의 가장 어린 아들인 가스토네(Gastone)가 와이너리를 물려받았다. 1900년에는 포도원 규모를 300헥타르까지 확장하고, 200명의 직원을 두는 등 번영기를 누렸으며, 와인은 전 세계에 수출되었다. 하지만, 1931년의 세계 경제 공황과 필록세라 등으로 인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결국 파산하게 되었는데, 세계적인 명성과 오랜 역사를 지닌 ‘미라피오레’라는 이름의 브랜드마저 매각하게 되었다. 그 후 브랜드의 사용이 중단되면서, 안타깝게도 그 이름은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갔다.

2008년 이탈리아의 유명 식료품점인 잇탈리(Eataly)의 소유주인 오스카 파리네티(Oscar Farinetti)가 미라피오레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그 역사를 다시 잇기 시작하였다. 그는 미라피오레의 전통을 계승하고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와이너리를 복구하고 리노베이션 하였으며, 그가 소유하고 생산하는 어떠한 와인보다도 미라피오레를 좋은 포도원에서 최고급 품질의 와인으로 생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2년 이탈리아의 ‘역사적인 국익 브랜드’로 선정

2022년 미라피오레는 이탈리아 정부의 “Historic Brands of National Interst” (역사적 국익 브랜드)에 선정되었다.

유기농 와인 인증, 친환경적 와이너리

미라피오레는 바롤로 마을과 세라룽가 달바 마을에 총 25헥타르의 포도원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세라룽가 달바 마을의 최고급 크뤼 포도원인 라자리토(Lazzarito)와 바롤로 마을의 유명 포도원인 파이아갈로 (Paiagallo) 크뤼 포도원을 소유하고 와인을 생산한다. 와인 양조는 전통 방식을 고수하여, 과일의 순수한 특징을 잘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와인을 생산한다. 포도원의 토착 효모를 선택하여 발효하며, 긴 침용 과정을 통해 와인을 양조하고, 안정화나 청징은 거치지 않으며, 와인의 숙성에는 큰 배럴과 콘크리트 통만을 사용한다. 2018년부터 모두 포도밭에 유기농 인증을 받았으며, 비건 인증을 받아 생산한다. 와이너리에 사용되는 물은 정수 과정을 통해 재사용하고, 태양광 발전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여 사용한다.

미라피오레의 와인

미라피오레 랑게 나셰타 2020 Mirafiore Langhe DOC Nacetta
피에몬테 나셰타(Nascetta) 토착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으로, 8-10일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발효 이후 Lees 숙성한다. 코 안에서 폭발하는 꽃 향기와 그에 버금가는 산뜻한 산미감이 특징. 색상은 녹색 하이라이트가 있는 밀짚 노란색이다. 첫인상으로 흰 과일과 살구의 아로마가 코에서 느껴지며, 이후 아로마 허브의 향기로 발전한다. 또한, 아카시아와 같은 흰 꽃 계열의 향기가 코 안에 가득 찬다. 입 안에 산뜻한 산미감과 살짝 느껴지는 짭짤한 미네랄리티 뉘앙스가 음용하는 내내 상큼하게 느껴진다. 미라피오레 와이너리 주변의 세라룽가 달바에 딱 2헥타르의 포도원에서 나셰타를 재배하여 연간 생산량은 10,000병 밖에 되지 않는다. 포도원 고도는 300m이며, 토양은 점토와 석회질이 풍부한 이회토로 구성되어 있다.

미라피오레 돌체토 달바 2018 Mirafiore Dolcetto d’Alba DOC
돌체토 품종의 레드 와인으로 8~10일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하며, 콘크리트 탱크에서 침용 과정을 거친다. 2000-14,000리터의 다양한 규모의 중대형 오크 배럴에서 2달간 숙성하며, 이후 6개월은 병 숙성한다. 다채로운 과실향과 꽃향기. 목 넘김이 부드러운 돌체토 달바! 보랏빛이 비는 짙은 루비 레드 색의 미디엄 풀바디 드라이 레드 와인이다. 제비꽃, 블루베리, 블랙 체리, 로즈마리 향이 강렬하게 느껴진다. 아몬드의 고소함과 드라이 탄닌감, 구조감이 와인을 음용하는 내내 만족스럽게 느껴진다. 바롤로의 세라룽가 달바 마을에 위치한 고도 300-350m의 남동향과 남서향 포도원으로, 점토와 석회질 토양으로 이루어져 있다.

미라피오레 랑게 네비올로 2018 Mirafiore Langhe Nebbiolo DOC
네비올로 품종의 레드와인으로 12-15일간 온도 조절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하며, 15-20일간 침용을 거친다. 2,000-14,000리터의 다양한 규모의 중대형 오크 배럴에서 12개월간 숙성하며, 이후 6개월 병 숙성한다. 바롤로의 느낌 그대로 거의 바롤로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이는 랑게 네비올로다. 옅은 루비 레드 빛깔이 비추어지는 석류 색의 풀-바디 드라이 레드 와인이다. 육두구, 담뱃잎, 마른 잎사귀, 장미, 자두의 향이 가득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복합미가 드러난다. 부드러운 탄닌과 구조감, 긴 여운을 보여주는 고급스러운 와인이다. 세라룽가 달바 마을에 위치한 동향과 남동향의 포도원으로 300-450m 고도의 언덕 위에 있으며, 점토와 석회질 이회토가 포함된 헬베티안 토양의 포도원이다.

미라피오레 바롤로 2016 Mirafiore Barolo DOCG
12-15일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하며, 이후 30-40일간의 침용을 거친다. 2,000-14,000리터의 다양한 규모의 중대형 오크 배럴에서 2년간 숙성하며, 이후 병입하여 추가 숙성한다. 석류 빛이 섞인 루비 색상을 보여주는 풀바디 드라이 레드 와인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오렌지 색로 변화한다. 바닐라, 향신료, 후추, 붉은 과실, 장미, 젖은 잎사귀의 향이 가득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복합적인 향에 매료된다. 벨벳과 같이 부드러운 탄닌과 구조감, 긴 여운을 보여주는 고급스러운 와인이며, 입 안에서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어 행복을 가져다준다. 바롤로 세라룽가 달바 마을에 위치한 고도 300-350m의 남서향 포도원으로 석회암과 회색 이회토가 많이 포함된 헬베티안 토양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상내역
James Suckling 95 / 2016 vin
Wine Enthusiast 93 / 2016 vin
Vinous 90 / 2016 vin
Falstaff 90 / 2016 vin

미라피오레 바롤로 라자리토 2016 Mirafiore Barolo Lazzarito DOCG
세라룽가 달바 마을의 가장 중요한 크뤼 포도원 중 하나. 뛰어난 구조감과 긴 숙성 잠재력을 지닌 와인을 생산한다. 고도 300-450m, 남향과 남서향의 포도원으로 해양성 퇴적토(Helvetian)에 밝은 회색 및 석회질 이회토 성분이 다량 포함되어 있다. 양조는 온도 조절 시멘트 발효조에서 발효하며 3일간 자주 펌핑 오버를 진행, 알코올 발효 후 온도를 25도로 조절하여 25-30일간 침용시킨다. 젖산 발효 후 각기 다른 사이즈의 배럴(2,000-14,000리터)에서 24개월 숙성 뒤 병입하여 18개월 이상 더 숙성한다. 이탈리아 로열 패밀리가 즐기던 바로 미라피오레 바롤로의 최고 크뤼 라자리토! 석류 빛이 섞인 루비 색상을 보여주는 풀바디 드라이 레드 와인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오렌지 색깔로 변화한다. 잘 익은 자두, 담뱃잎, 민트, 로즈마리, 계피, 마른 버섯 향 등 다채로운 향이 풍부하게 느껴지며 복합적인 향에 매료된다. 우아하고 고급스러우며, 벨벳과 같이 부드러운 탄닌과 구조감, 그리고 긴 피니쉬에 감탄하게 된다. 최근에 출시된 2016 빈티지는 변덕스러운 네비올로 품종을 위한 거의 완벽한 기후 조건으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바롤로가 생산되었다.

*수상내역
Wine Enthusiast 96 / 2016 vin
Wine Spectator 94 / 2016 vin
Decanter WWA 94 / 2016 vin
Vinous 92 / 2016 vin
James Suckling 91 / 2016 vin
Falstaff 96 / 2016 vin

수입사 비노폴리오
▶인스타그램 @vinofolio

배준원, 사진/자료 제공 에티카 와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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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개일 : 2022년 12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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