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비스타에서 페트라까지 이탈리아식 우아함에 대하여

Written by강 은영

안목 있는 사업가에게 1ha의 포도밭이 주어졌을 때와 흙에서 노는 걸 좋아하던 사업가의 어린 딸이 아버지와 같은 꿈을 품었을 때. 전자에서 벨라비스타가 시작되었고 후자로부터 페트라는 탄생했다. 두 와인을 함께 조명하는 흥미로운 디너 행사가 지난 11월 1일 비스타 워커힐 델비노에서 있었다. 세일즈 매니저 다리오 베르가미니(Dario Bergamini)가 자리한 이날의 제 1 이슈는 벨라비스타가 출시한 신제품 ‘논도사토’였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해 첫선을 보였고 국내엔 올해 첫 출시되는 와인으로 12월에 비스타 워커힐에서 독점 공급한다. 이 소식과 더불어 이 기사는 눈부신 벨라비스타와 그에 가려지지 않을 페트라의 아름다움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이름의 힘

‘이탈리아의 샴페인’이라 불리는 프란치아코르타에는 샴페인이란 이름에 깃든 독자적인 영광과 비슷한 아우라가 있다. 그 프란치아코르타를 빛내 온 이름, 벨라비스타가 탄생한 것은 1977년이었다. 건설업에서 이름난 사업가 비토리오 모레티(Vittorio Moretti)가 가족들이 소유한 1ha의 포도밭과 양조원을 기반으로 시작했다.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 프란치아코르타 지역에 있는 아름다운 전망이라는 의미의 벨라비스타 언덕 위에서. 비토리오는 새로운 포도밭을 계속 사들였고 현재는 프란치아코르타 10곳의 마을에 약 203ha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이후 그는 작은 포도원에서 벨라비스타를 완성하는 것을 시작으로 토스카나, 샤르데냐 등지로 영역을 넓혀 이탈리아의 가장 큰 와인 생산 그룹으로 키워나갔다.) 전직 건설업계 큰손은 와이너리 건축도 유명 건축가에게 맡겼다.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삼성 미술관 리움부터 남양 성모성지가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의 손에서 완성된 벨라비스타 와이너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와이너리 중 하나로 꼽힌다. 셀러에도 최고의 전문가를 모셨다. 1981년 벨라비스타에 합류한 마티아 베졸라(Mattia Vezzola)다. 그는 2007년 감베로 로쏘와 슬로우 푸드가 공동 발간한 이탈리아 와인 가이드에서 ‘올해의 최고 와인메이커’로 선정된 바 있고, 이탈리아 스파클링 업계의 중요한 인물로 꼽힌다. 벨라비스타 스타일을 구축하는 데도 중추적 역할을 했다. 최근 은퇴한 그를 대신해 벨라비스타에서 리샤 지오프로이(Richard Geoffroy)를 영입하여 이슈가 되기도 했다. 28년간 돔 페리뇽의 와인메이커였던 지오프로이는 버블의 전설로 불리는 인물이다.

프란치아코르타에 있는 벨라비스타 포도밭

비스타 워커힐에서 독점공개하는 벨라비스타의 논도사토

벨라비스타를 대표하는 와인으로는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알마(Alma)가 있다. 샤르도네 비중이 79%로 지배적이고, 피노 누아 20%에 피노 비앙코 1%를 블렌딩하는 와인이다. 논빈티지임에도 30개월 이상 숙성한다. 이번에 출시되는 ‘알마 논도사토’의 경우 샤르도네 90%에 피노 누아를 10% 블렌딩하고 마찬가지로 30개월 이상 숙성한다. ‘논도사토(불어의 논도사주와 같은 개념)’이기 때문에 흔히 스파클링 와인 양조 마지막 단계에서 첨가하는 액당(liqueur d’expedition)은 제로다. 2017년부터 벨라비스타 알마를 시그니처 스파클링으로 사용하고 있는 비스타 워커힐 델비노의 유영진 소믈리에는 두 와인을 이렇게 비교했다. “알마가 샴페인 같은 느낌이 많이 난다면 논도사토는 산미가 더 풍부하고 프레시한 느낌이 강해서 푸드 페어링에서 더 매력적일 것 같다.” 앞서 언급했듯 이 와인은 비스타 워커힐에서 독점 판매되는데, 델비노의 연말 시즌 코스 메뉴를 시작으로 워커힐 전 업장에 리스트업 될 예정이다. 구매는 그랜드 워커힐 델리 ‘르 파사주’에서만 가능하다. ‘One of my favorite’이라고 논도사토를 소개하는 세일즈 매니저 다리오 베르가미니는 “유럽에서는 특히 논도사주 스타일이 인기가 많다”며 신제품 출시 배경을 설명하면서, “로제 와인의 인기도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라 내년에는 알마 로제도 출시 예정”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다만 생산량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 한다.

벨라비스타 알마(좌) & 논도사토(우)

벨라비스타 스타일

벨라비스타의 알라 스칼라(Alla Scala)와 넥타(Nectar)는 오너의 탁월한 미적 감각이 패키징에 잘 드러난 좋은 예시다. 세계에서 가장 웅장한 오페라하우스 스칼라 극장과 콜라보 하여 만든 스칼라는 극장에서 행사가 있을 때면 건배주로 사용되곤 한다. 4년에서 4년 반 정도 병숙성을 하며 벨라비스타의 우아함을 가장 잘 보여주는 와인이다. 포장 박스에는 붉은색을 배경으로 스칼라 극장이 그려져 있는데, 그 자체로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느낌이다. 샤르도네 100%로 만든 넥타는 이름에서 짐작 가듯 스위트 스파클링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스위트한 느낌은 아니다. 폼페이 유적에서 발견한 이시스 여신상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패키징도 아름답다.

벨라비스타 알라 스칼라

흔히 스파클링 와인들과 이탈리아 와인이 공통으로 갖는 지점으로 ‘도드라지는 산도’가 있는데, 이 이탈리아 대표급 스파클링 와인은 산도를 잘 갈무리하고 있다는 인상이 들었다. 스파클링 와인의 뼈대인 산도가 꼿꼿이 자리하고 있지만 크림 같은 버블이 이를 상쇄시킨다. 한편 벨라비스타의 양조방식에서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는 와인의 일부를 작은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발효한다는 것. 와인마다 비중은 조금씩 다른데 알라 스칼라의 경우 최대 50%를 오크 배럴에서 하고 나머지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를 쓴다. 다리오 베르가미니는 이에 대해 “벨라비스타는 전통적인 스타일을 강조하는 와인(그룹의 다른 프란치아코르타 와인은 좀 더 모던한 방식으로 접근한다고 덧붙였다)”이라며 “우아함을 좀 더 주기 위해 일부 배럴에서 발효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기획, 페트라

벨라비스타의 성공에 힘입어 모레티는 두 번째 와이너리를 계획하는데, 그와 같은 꿈을 꾸는 둘째 딸 프란체스카가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게 되었다. 아버지와 함께 보르도를 여행하면서 보르도 와인에 매료된 그녀는 이탈리아에서 보르도 스타일 와인을 생산하고자 했다. 언제나 중요한 과제는 장소 물색. 땅이다. 그러다 1997년 토스카나 서쪽 해안가 마렘마(Maremma) 지역의 수베레토(Suvereto)에 다다랐다. 해안가에 위치한 여느 마렘마 지역에 비해 육지에 가깝고 더 건조한 땅이었다. 역사적으로는 2세기 전 나폴레옹의 여동생이자 토스카나 공국의 대공비였던 엘리사 봉파르트 바치오키가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를 심었던 땅이었다. 이 땅을 발견한 당시 프란체스카는 대학생이었지만, 어떤 포도를 재배하고 어떤 와인을 생산할지 명확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녀는 토착품종인 산지오베제와 베르멘티노에 더해 보르도 품종들을 택했다. 포도재배과학과 포도나무 유전학의 대가인 아띨리오 센자(Attilio Scienza)를 초빙해 땅의 특색도 전문적으로 연구했다. 연구 결과 이 땅은 돌로 구성된 건조한 표토 아래 마그네슘과 철분이 풍부했다. 페트라 와인은 이 땅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포도로 만들어진다. 참고로 페트라는 라틴어로 ‘돌’을 의미한다.

페트라 와이너리

와이너리 건축은 이번에도 마리오 보타가 맡았다. 1996년 기획한 건축은 2003년에야 완공됐다. 기획 당시 의도한 바가 아니었음에도 거장의 손에서 탄생한 와이너리에는 요즘 와인업계 키워드인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녹아있었다. 마리오 보타는 이 건축물이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꽃처럼 보이도록 디자인 했다고 한다. 더불어 와인 양조에 인위적인 에너지 사용은 최소화하고, 포도나 와인의 이동도 중력을 활용하도록 설계했다.

디너를 진행한 세일즈 매니저 다리오 베르가미니(Dario Bergamini)

아름다움은 페트라의 힘

벨라비스타의 와인이 클래식하다면 페트라는 좀 더 모던한 인상을 준다. 이날 소개된 와인은 3종이었다. 첫 번째는 메를로 100%로 만든 퀘르체고베(Quercegobbe). 이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은 대략 ‘구부러진 오크나무’로 해석할 수 있다. 계곡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 탓에 모양이 굽은 오크나무들이 많은 지역적 특색을 담은 이름이다. 최근 2018년 빈티지부터는 이전에 비해 뉴오크 배럴 사용의 비율을 많이 줄였다고 한다. 와인 자체로 이미 충분히 강한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와인 포텐티(Potenti)는 까베르네 소비뇽 100%다. 다리오 베르가미니는 “볼게리 지역의 까베르네 소비뇽과 비교하면 좀 더 영할 때도 마시기 좋은 와인”이라고 소개했다. 포텐티는 ‘파워풀’이란 의미다. “일반적인 까베르네 소비뇽과 비교하면 좀 더 우아한 스타일인 것 같은데, 왜 이름에서 파워를 강조했을까?”라고 옆자리의 다리오에게 슬쩍 물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성급한 발언이었다. 첫 모금에 강하게 밀려오기보다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쌓이는 힘이 느껴졌다. 좀 더 정확하게는 아름답게 힘이 있다. 와이너리 이름을 그대로 쓰는 마지막 와인 페트라는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 블렌딩 와인이다. 빈티지마다 차이가 있지만 까베르네 소비뇽의 비중이 대략 60%로 더 높은 편. 최근에는 블렌딩에 변화를 줬다. 2017년까지는 두 개의 품종만 섞었지만, 2018년 이후 약 10%의 까베르네 프랑을 더했다. 지구온난화로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페트라 와인에 우아함을 지켜줄 구원투수로 까베르네 프랑을 마운드에 올린 것이다. 이 지역 까베르네 프랑의 잠재력을 발견한 것도 한몫했다. 다리오는 “미래에는 수베르토 떼루아에서 100% 까베르네 프랑을 생산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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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강은영 사진 제공 에노테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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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개일 : 2022년 1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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