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루지 펍 주문배 대표에게 듣는 제주 와인 이야기

Written by와인인 에디터

‘제주 와인 시대’가 열렸다. 원래 휴양지에서는 음주에 관대해지기 마련이지만, 제주살이의 바람을 탄 육지민들의 유입과 끈끈한 지역 커뮤니티 속에서 제주도는 독특한 와인 문화를 형성해가고 있는 듯하다. 이번 와인전국팔도에서는 제주에서 오래 와인바를 운영해 온 스크루지 펍 주문배 대표를 통해 제주도의 와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제주 와인업계가 궁금하여 시작한 인터뷰는 곧 제주도를 가야겠다는 사심으로 마무리되었다. 물론 이런 로망과는 무관하게 주문배 대표는 제주 와인 시장을 유쾌하고 통찰력 있게 소개했고, 와인 사업을 꿈꾸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스크루지 펍 주문배 대표

Q. 와인인 독자들에게 본인 소개와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제주에서 스크루지 펍을 운영하고 있는 주문배입니다. 부산 출신이고 제주에 온 지는 26년차, 스크루지 펍은 10년째 경영하고 있습니다.

Q. 스크루지펍은 어떤 곳인가요?

15년전 처음 와인바를 오픈했을 때만 해도 와인하면 진입장벽이 많이 높았습니다. 괜히 두렵고, 사치스럽다는 인식과 부담감이 앞섰죠. 그런 벽을 허물고 싶어서 보다 친근함과 접근성이 용이할 수 있도록 ‘펍’이라는 상호를 먼저 썼습니다. 와인의 판매가도 보다 저렴하게,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리스트로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또한, 대부분이 좋아하는 파스타와 돈까스 외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요리를 선보입니다. 물론, 와인이나 음식 신메뉴의 변화를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제주도에 업장을 오픈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1996년에 제주신라호텔에 입사하면서 제주도민이 되었죠. 자연스레 여러 업장에서의 근무 경험과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면서 와인이나 음식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특히, 와인 이름이나 레이블은 너무 어려워서 난감했죠. 그런 호기심과 궁금증은 저를 더 이상 내버려두질 않더라고요. 큰 결심을 하고 2009년도에 서울로 상경 후, 와인카데미에서 공부를 하고 2009년도에 ‘떼루아’라는 와인바를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Q. 제주도에서 업장을 운영하시는 데는 장단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관광지라는 점에서나 지리적 조건에서나 타지역과는 확실히 다른 특수성이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장단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맞습니다. 우선 장점은 아무래도 좁은 지역사회다 보니 조금 노력하면 금세 업장이 알려지고 홍보와 소개가 되죠. 상권도 그리 넓지 않습니다. 와인이라고 하면 특히, 제주는 불모지였죠. 서울과 제주에서 인연을 맺은 많은 분의 덕분으로 저나 사업장을 더 잘 알릴 수 있었던 점이 제주만의 특수성인 것 같아요.

좁은 지역사회라는 점은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한 다리만 걸쳐도 다 아는 제주만의 특수성은 서로가 가까운 듯하지만 무언가 모르게 서로 어색해지는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나만의 동선이 오픈돼서 좀 껄끄러워지기도 하죠. 마치 가깝고도 먼 나라의 일본처럼 말이에요.

관광지라는 점에서 보자면, 사실 스크루지 펍은 도심에 있는 업장이라 관광객은 거의 방문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와인 수입사의 종사자나 와인으로 인연을 맺은 분들은 제주도로 여행 올 때 많이 찾아 주시는 편입니다. 지리적인 장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Q. 최근 국내 와인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제주도에도 신규 업장이 많이 오픈하고 있습니다. 이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이와 관련해 제주도의 와인 시장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매출은 폭발적으로 차이가 납니다. 특히나 오프 시장의 성장 때문이겠죠. 작년 기준으로 제주 와인 시장의 매출이 약 200억에 육박했습니다.

제주하면 누구에게나 로망이 있듯이 복잡한 도심을 떠나고 일과 휴식을 병행하고자 제주로 오는 분도 많고, 와인의 대중화 현상으로 많은 분이 와인 관련 사업을 오픈했습니다. 어떤 업종이든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입니다. 많은 분이 도내에 정착하면서 제주의 인구가 급증했습니다. 하지만 늘 얘기되고 있는 높은 물가와 제주만의 항공 사정, 여러 운송의 어려움과 식자재 수급의 불균형이 언제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철저한 고객 관리와 부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제주의 땅은 넓으나 아무래도 섬이다 보니 아주 좁습니다. 1인 업장이나 일식 오마카세의 등장, 레스토랑과 특히 와인샵이 많이 오픈했습니다. 하지만 와인시장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여전히 대형마트들의 와인 판매는 강세이고 대형 와인샵도 생겼고요. 레스토랑 시장이나 와인샵 시장을 단지 인기 현상으로 보고 쉽게 창업해서는 안됩니다.

와인 공부는 필수입니다만 자기만의 개성과 차별화된 전략,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형마트와 기존 인기 업장 등의 사업장과의 경쟁에서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친절함은 몸에 배일 정도로 본인만의 고객응대 스킬과 철저한 고객관리로 그 누구도 쫓아올 수 없는 자신만의 숨겨진 무기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입소문이 날정도로 말이에요.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외식업장들이 지금 이순간도 폐업 또는 임대로 나와있는 실정입니다. 제주의 와인시장은 그야말로 가히 폭발적입니다. 와인의 대중화로 제주로 여행 오는 분조차도 와인샵에서 와인을 사는 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식당의 소주와 맥주 글라스 테이블 사이에 와인 글라스가 등장하는 게 너무도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죠.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외곽지에는 소규모지만 개성있는 감성카페, 내추럴 와인바와 와인샵까지 들어섰고요. 어디를 가도 와인과 글라스, 1본입 쇼핑백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특급호텔이나 대형 웨딩홀, 연회 행사에서도 와인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제주도가 정말이지 와인의 성지가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Q. 업장을 처음 오픈할 당시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제주도의 와인 문화에 있어서 가장 많이 바뀐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위에서 말했듯이 어디를 가도 와인과 와인글라스가 보인다는 것이죠. 대형마트나 와인샵에서 서성거리거나 구매를 하는 분이 많아요. 제주 와인시장의 확대로 많은 수입사가 수시로 방문하는 것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고, 아예 제주지사를 만든 수입사도 더러 있습니다. 스크루지 펍에서는 여러 수입사와의 시음회도 기본으로 하고 있지요. 저희 외에도 와인과 음식의 페어링으로 진행하는 다양한 와인 마스터 클래스가 곳곳에서 진행됩니다. 와인을 반입하는 고객들도 늘었죠. 해박한 와인 지식을 가진 고객의 등장은 저 또한 놀랄 정도입니다.

Q. 스크루지펍을 오시는 고객층은 어떤가요? 연령대나 지역민/관광객 비율이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감사하게도 저희 업장은 20대부터 60대까지 방문하십니다. 물론, 와인이 주다보니 젊은 2030의 고객도 늘고 있는 추세이지만 아무래도 4050 고객이 많습니다. 제주도민의 비율이 무척 높죠. 육지 출신의 제주도민분이 많아서 타지역과의 여러 공유나 비교를 조언해주기도 합니다. 요즈음은 SNS 로 인해 관광객도 찾아오고 있습니다.

Q. 제주도를 방문하는 와인 러버들에게, 꼭 경험해봐야 하는 제주 음식과 와인의 페어링으로 추천해주실 조합이 있을까요?

제주하면 돼지고기구이겠죠. 시내이든 외곽이든 즐비합니다. 돼지고기구이와 레드 와인은 두 말이 필요 없어요. 레드 와인이 가지고 있는 탄닌의 성분이 고기의 육질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지요. 단, 페어링 하실 때는 레드 와인의 바디감과 산도 등을 고려하여 육류의 구이 또는 소스 타입으로 알맞게 페어링을 하시면 더 좋을 것입니다.

화이트 와인과 생선회, 해산물 요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제주의 청정 음식이죠.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한치회나 다금바리, 쥐치 등을 추천합니다. 시트러스한 아로마가 물씬 느껴지고 산도가 있는 소비뇽 블랑 화인트 와인은 생선만의 특유한 향과 질감을 잡아줍니다.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고 입맛도 돋워주니 더욱 그만일 듯합니다.

Q. 와인인 독자들에게 끝인사와 함께 하시고 싶은 말씀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제주하면 스크루지 펍! 제주에 오시면 오너 소믈리에 저 주문배가 언제든 환영합니다. 와인도 들고 오셔도 돼요. 격하게 환영합니다. 저와 함께 와인의 향기에 흠뻑 빠져 보아요.
마지막으로 와인인 구독자 여러분, 너무나 반갑습니다. 여러분과 본 지면을 통해 만나 뵙게 돼 영광이며, 항상 건강하고 건승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사진 제공 주문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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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개일 : 2022년 11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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