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와인노트 #2 와인의 개요와 양조

Written by: 뽀노애미

오늘은 막걸리다!! 일주일 동안 열심히 일한 나에게 맛있는 선물을 주러 마트 막걸리 코너로 가보자. 요즘은 굳이 맛있는 막걸리를 사러 그 지역에 가지 않아도 될 만큼 많은 종류의 막걸리를 한자리에서 고를 수 있다. 막걸리를 살 때 대부분은 "가* 잣 막걸리" 또는 "지* 막걸리"처럼 지역은 고려해서 선택하게 되지만, 막걸리의 "양조 방법" 그것을 만드는 주재료인 "쌀의 품종"을 모두 알고 마시는 분은 전문가를 제외하고는 많지 않다. 매일매일 먹고 있는 쌀도 각각 품종의 맛을 확인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품종을 사는 것보다, 쌀이 똑떨어질 시점에 마침 "*반장"에서 할인하는 쌀을 구입하는 것은 비단 나만은 아닐 것이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와 함께했던 "우리 술"은 특별히 여러 가지 옵션을 모르더라도 그것을 음미하는 DNA가 이미 우리의 몸속에 있어서 반만년 동안 질리지도 않고 딱히 특별한 지식 없이도 즐기는, "술이 나이고 내가 술인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서의 와인의 역사를 살펴보자. 18세기에 누룩, 밥, 포도즙으로 술을 빚은 것이 "양주방(釀酒)"이라는 문헌에 수록되어 있지만 이것은 지금의 와인이라고 하기보다는 "포도 막걸리"와 유사한 형태라고 할 수 있으며 몇몇 서방에서 온 와인을 마셨다는 기록도 있긴 있지만, 대중이 그것을 맛보고 즐기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렇듯이 와인이 우리 역사에 등장한 사실은 오래되지 않았고 더욱이 지금 형태의 와인을 즐기기 시작한 시점은 많이 잡아야 약 50년 정도로 아주 짧다. 반면 서방 세계의 와인의 역사는 와인의 시초를 모를 만큼 오래되었다. 그저 유물이나 벽화 또는 "성경"에 나오는 구절로 그 오래됨을 추측할 뿐이다. 때문에 "우리가 우리 술 DNA가 있듯이 그들도 와인 DNA가 있지 않을까?" 그렇기에 그 역사적, 시간적 갭을 메우기 위한 노력으로 와인에 대해 더 공부하면서 마셔보자. 와인과도 물아일체物我一體가 되기 위해서.

와인이란?

와인은 무엇인가? 일단 와인은 "발효주"이다. 발효를 일으켜 만든 음료, 음식이라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발효음식을 생각해 보자. 된장, 고추장 그리고 김치 등 하나같이 몸에 좋은 것들이다. 그러니까 와인은 몸에 좋은 것이라고 믿고 싶다. 물론 적당량 음용했을 때 말이다. 여기서 키워드인 "발효"는 크게는 효모가 유기화합물 등을 분해하여 알코올, 유기산, 이산화탄소가 생기는 작용이다. 이것을 와인에 대입해 보면 "공기나 포도껍질에 붙어있던 효모가 포도의 당을 먹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생성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알코올 발효라고 한다. 이때 우리나라에서 집집마다의 장맛이 다르듯이 다양한 효모로 인해 와이너리마다의 특징이 분명하고 풍미가 다른 와인이 만들어지게 된다.

와인의 양조

다시 한번 정리해 보면, 이스트 즉 효모는 당분을 먹고 에탄올(알코올)과 이산화탄소(Co2)를 생성한다. 여기서 포도의 당분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높은 도수의 알코올을 얻을 수 있다. 그러면 또 드는 생각이 하나 있다. 시중에서 볼 수 있는 적포도인 "캠벨이나 거봉 등으로 와인을 만들면 보통 레드 와인의 알코올 도수인 12~14도의 와인을 만들 수 있을까?" "식용 포도와 양조용 포도는 다를까? 다르다면 어떤 것이 더 달까?" 하는 물음이 스멀스멀 머릿속에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와인 클래스에서 이 포도의 당도에 대한 부분을 많은 수강생께 여쭈어보면 거의 80% 이상이 식용 포도가 더 달 것이고, 그중에서도 "거봉"이 최고라는 대답을 많이 듣게 된다. 하지만 사실은 양조용 포도가 더 달고 껍질도 두꺼우며 크기도 훨씬 작다. 우리가 보통 먹는 식용 포도에서 달다고 느끼는 정도로는 12~14도의 알코올을 만들어내기는 어렵다고 한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크기가 작은 포도알이 물이 많은 큰 포도알보다는 더 응축된 와인을 만들 수 있으며 껍질이 두꺼워야 색소인 안토시아닌과 탄닌을 잘 추출해 낼 수 있다.

이렇게 작고 달며 껍질이 두꺼운 양조용으로 쓰이는 유럽종 포도는 이름이 있다. 바로 비티스 비니페라(Vitis Vinifera)라고 한다. 참고로 우리가 식용으로 먹는 캠벨 얼리(Campbell Early)는 미국 출신인 비티스 라브루스카(Vitis Labrusca)다. 우리가 여름이면 먹는 달고 맛있는 캠벨이나 거봉 같은 식용 포도로는 9도 정도의 알코올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좋아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도수가 살짝 아쉬울 수 있다. 그러면 "알코올 도수를 높일 방법은 없을까?" 대답부터 말하자면 언제나 방법은 있다. 가당을 하여 알코올 발효를 하면 효모는 그 이상의 알코올을 생성해 낼 수가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사용하는 방법으로, 아무리 비티스 비니페라(Vitis Vinifera)라도 포도의 숙성에 따라 지역마다 발효 전, 발효 중 또는 발효 후 모두 당분과 알코올에 대한 조정이 가능한다. 특히나 포도에 가당을 하는 것을 찹탈리제이션(Chaptalization)이라고 한다.

이제 발효과정에서의 알코올은 만들어냈으니 이산화탄소를 처리해 봅시다. 대부분 철사로 단단하게 막아 놓은 스파클링 와인이 아닌 경우에는 잠잠한 와인인 스틸 와인이다. 여기서 스틸은 철강(Steel)이 아니라 조용하다(Still)는 뜻이다. "효모는 당분을 먹이로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면서 왜 조용한 스틸 와인이 되는 걸까?" 이것은 양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으로 날려 보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스파클링 와인은 기포를 잘 가두어서 병에 넣은 것이다. 더욱이 흔히들 알고 있는 샴페인은 2번의 발효까지 해서 이산화탄소를 꼭 잡아두고 곱고 아름다운 버블을 만들어낸다. 그러면 이제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의 양조에는 어떠한 다른 점이 있는지 알아보자. 과정을 알아야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이 색깔만 다른 와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출처 와인 오스트레일리아 (https://www.australianwine.com/)
출처 와인 오스트레일리아 (https://www.australianwine.com/)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의 양조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어느 시기에 압착(Press)을 하느냐"이다. 화이트는 포도를 수확하고 선별 후 바로 압착하고 효모를 투입하여 알코올 발효하지만, 레드는 포도의 수확 선별 후 압착하지 않고 이스트를 넣어 껍질과 함께 알코올 발효를 한다. 이것은 *침용 (Maceration)을 통해 레드 와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색과 탄닌 풍미를 추출해 내기 위해서이다. 양조의 과정을 보면 왜 화이트 와인의 품질이나 맛을 이야기할 때는 탄닌을 말하지 않는지 알게 된다. 대부분의 화이트 와인은 탄닌이라는 요소보다는 신선하고 향기로운 아로마를 짧은 시간 내에 최대한 와인에 담아두려 하지, 탄닌을 뽑아내려 오랜 시간 껍질을 포도즙에 담가두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의 양조 과정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레드) 포도 선별→파쇄→알코올 발효→압착→젖산 발효→정제 및 여과→숙성→병입
화이트) 포도 선별→파쇄→압착→알코올 발효→젖산 발효(선택적)→정제 및 여과→숙성→병입

알코올 발효가 끝나면 와인 양조 중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중 하나인 젖산 발효(MLF)를 할 수 있다. 이 젖산 발효는 포도에 있는 찌르는 듯하게 신 사과산(Malic Acid)을 요거트의 느낌 같은 젖산(Lactic Acid)으로 전환해 산미를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다. 대부분의 레드 와인은 젖산 발효가 이루어지나, 화이트는 양조자의 선택이라 알코올 발효가 끝나면 이 젖산 발효를 회피하기 위해 온도를 낮추고, 필터링을 하거나 이산화황을 첨가하기도 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많은 리뷰 중에 "연유 향이 터졌어요"란 젖산 발효의 결과이며, MLF를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와인이라고 할 수 있다.

끝으로, "왜 와인 애호가들이 양조 과정까지 알아보아야 할까?"라는 물음이 생길 것이다. 앞에 언급한 것처럼 와인의 양조 과정을 알면 와인을 마시지 않더라도 그 맛, 향과 풍미를 유추할 수가 있다. 와인메이커가 추구하는 와인의 철학 그리고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와인 스타일까지 양조를 통해 이해하게 되니, 입에서 즐길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와인 한 병에서 작가의 의도가 있는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과 같이 된다. 와인 한 병에서 이렇게 다채로움을 즐길 수 있다면 짧은 시간을 들여 와인 양조 과정을 알아보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다음에는 이 작품의 재료인 포도의 생장 과정과 포도 재배 지역, 기후가 포도에 미치는 영향까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친절한 용어 설명
침용(Maceration): 수확한 포도를 파쇄하여 생긴 포도즙에 껍질과 씨앗 또는 줄기를 일정 기간 담가 놓아 향, 색상, 풍미와 탄닌을 뽑아내는 과정. 불어로는 마세라시옹(Macération)이라고 한다.

뽀노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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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개일 : 2022년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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