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특집 1편] 2022 한국 와인시장 리뷰

Written by강 은영

2022년 한국 와인시장의 온도와 흐름은 어땠을까? 한 해의 끝자락에 늘 하곤 하는 질문을 업계 전문가들에게 던졌다. 지난해 비슷한 질문을 했을 땐 국내 와인시장의 유례없는 성장세로 들뜬 목소리가 많았다. 올해는 보다 조심스럽다. 한국 와인시장이 가파른 성장기를 지나 한층 성숙한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공감대를 형성하는 가운데, 코로나 엔데믹 시대의 도래로 폭발적인 성장세는 둔화되었다는 의견이 지배적. 온과 오프트레이드는 시소타기를 하며 상반된 표정이다. 지난해는 오프트레이드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데 반해 온트레이드가 얼어붙은 분위기였다면, 올해는 상반기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온트레이드가 회복세로 돌아선 반면 오프트레이드는 다소 주춤한 모양새였다. ‘프리미엄 와인 소비 증가’ 추세는 올해도 이어졌다. 글로벌 와인업계에서 한국이 매력적인 시장으로 인식되는 강력한 요인 하나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이야기다. 올해는 대형 와인 매장의 등장도 눈에 띄었다.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업계 전문가들의 이야기로 직접 들어보자. 2022년 와인시장에 대해 답변해준 13명의 전문가는 2023년 와인시장에 대한 전망과 기대의 말도 함께 보내왔다. 2023년에 대한 프리뷰는 다음 기사에서 이어진다.

팬데믹 이후 와인시장의 사기가 한창 높아졌는데, 올해 초반은 다소 차분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느낌이었다. 다년간 시장에서 노하우를 쌓아 온 곳은 수입사, 유통업체, 리테일 할 것 없이 지속세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그나마 유지도 쉽지 않은 곳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무분별하게 생겨난 샵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기도 했고 시장의 급성장에 따른 부작용도 더러 있었지만, ‘와인의 대중화’라는 패러다임은 연간 견고했다. 백화점 소속으로 일하다 보니 거대 유통사들의 와인 사업 경쟁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와인시장은 생태계 변화가 빠르게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와인을 기조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의 확장도 점쳐 볼 수 있을 것 같다. 고가 와인의 시장은 견고하다 못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진다. 뛰어난 생산자의 수율이 적은 와인은 유니콘이 되어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가격에도 앞다투어 선점하기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며 밸류면에서 와인 소비의 양극화가 두드러지는 것이 느껴졌다. 상당수의 마케팅도 이런 양상이 두드러지지 않았나 한다.

김민주 / 신세계㈜ 헤드소믈리에(버건디&)

크게 세 가지 트렌드가 보였다. 트렌드1은 ‘1병을 마셔도 따져보고 마시는 와인’. 2022년 10월 마감 기준 국가별 와인 수입 통관 자료를 보면 전년 대비 통관 수량은 8% 감소한 반면 금액은 6% 성장했고 특히 프랑스, 미국 와인이 금액 면에서 15% 이상 성장했다. 프리미엄 와인의 수요 증가를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트렌드2는 ‘대형 유통채널의 와인복지정책’이라고 할까.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2022년 상반기에도 홈술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대형 유통 채널의 바잉파워를 통한 ‘현지가 따라잡기’ 형식의 프로모션이 진행됐다. 롯데 시그니처 와인이나 이마트 국민와인 같은. 트렌드3은 ‘온라인에서 함께 즐기는 와인’이다. 와인 디지털 마케팅의 활성화로 와인 전문 인플루언서들의 활동이 활발해졌다. 이들은 브랜드 서포터, 테이스팅 리뷰, 와인&다인 이벤트 리뷰를 통해 와인 신규 유져 유입을 유도하고 시장 활성화에 큰 역할을 했다.

조현준 / E&J Gallo Winery 아태지역 본부장

코로나19의 재앙이 3년간 지속되고 있지만 전 세계인들은 종식되지 않은 질병 안에서 다시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고 있는 듯 보인다. 와인시장에서는 각종 시음회와 와인생산자들의 방문에 따른 이벤트 등 오프라인 행사들이 줄을 이어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 역으로 국내 와인애호가들의 해외 와인 산지 방문 또한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년간 한국 와인시장이 급성장하며 와인 전문 소매점이 다변화된 형태로 증가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현상이 줄었고 성장세가 높지 않은 곳들이 사업을 중단하는 경우도 여러 채널을 통해 많이 확인하게 되었다. 좀 더 전문화되고 성숙한 와인문화가 자리 잡는다는 긍정적인 면으로도 볼 수 있지만 세계 경제 위기와 더불어 한국도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면도 있다.

한우성 / ㈜뱅레어 대표

홈플러스의 스페인 직수입 와인 8종 단독 론칭

한국 와인시장은 이제 성장기를 넘어 성숙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 이전에는 와인 소비 기준이 가격, 레드·화이트 종류 등 단편적이었다면, 이제는 품종, 와이너리, 빈티지 등 다양한 기준을 고려하며 복합적으로 변했다. 또 이전에는 저가 와인과 고가 와인 구입 채널이 별개로 구분돼 있었다면, 지금은 한 채널에서도 저가와 고가 와인을 모두 취급해 원스톱쇼핑이 가능해졌다. 덕분에 와인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대중화로 이어졌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와인을 마시는 경험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상향된 소비 기준에 맞춰 대형마트도 저가에서 고가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을 선보이며 백화점, 와인샵과 견줄 수 있는 전문성과 구색을 갖춘 채널로 발돋움했다. 홈플러스는 와인 카테고리를 강화한 더 와인 셀러(the Wine Cellar)를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리뉴얼 14개 점포에서 운영 중인데, 고급스러운 매장에 최대 1,400여 종의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실제 올해 더 와인 셀러의 1~11월 누적 매출은 전년 대비 약 30% 성장했다. 특히 5~10만 원대 와인의 매출 신장률은 약 46%, 10만 원 이상 고가 와인은 약 280%를 기록했다. 희소성 높은 와인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는데 샴페인이 대표적인 경우다. 올해 홈플러스에서 판매된 샴페인의 1~11월 누적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28% 신장했다. 아울러 홈플러스는 희소성 높은 와인 수요 공략을 위해 지난 14일 제임스 서클링 90점 이상의 고품질 스페인 와인을 선별 공수해 대형마트 업계 단독 론칭했다.

최혜민 / 홈플러스 차주류팀 와인 바이어

전년 대비 수입량 40%, 수입액 70% 증가의 성장세를 보인 21년과는 달리 올해는 전년 대비 수입량 8% 감소, 수입액 7% 증가의 양상을 보였다. 달러 강세로 인한 유통 비용 증가와 유럽 기후 불안정, 캘리포니아 산불로 인한 생산량 감소에 따른 와인 가격 상승 등의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와인시장은 각 채널별로 완전히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주던 CVS(편의점)와 소규모 와인샵의 경우 4월 거리두기 완전 해제 이후 판매량이 30~40%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으며, 반대로 레스토랑이나 호텔 등 온 채널은 코로나 전 매출을 회복했다. 몇몇 특급호텔의 경우 13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인 곳도 있었다. 대형 와인매장의 등장도 눈에 띄었다. 춘천 세계주류, 보틀벙커 등 대형 매장의 성공에 이어 백화점 채널에서도(현대백화점의 와인리스트) 메가화에 나섰다. 한편 롯데백화점은 국가대표 소믈리에를 잇달아 영입하며 질적 성장을 추구했고, 소비자들에게 ‘나의 와인 취향 찾기’, ‘소믈리에 큐레이션’ 등 차별화된 맞춤 서비스를 제공했다.

최준선 / 롯데백화점 Wine&Liquor Chief Buyer &Sommelier

2022년은 코로나 기간 2배 이상 성장한 와인시장이 조정 시간을 갖는 해였다. 전년 대비 전체 수입량은 다소 줄었으나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시장 자체는 많이 커졌다. 주목할 만한 점은 지난 3년간 밸류 면에서 많이 성장했다는 것. 그만큼 프리미엄 와인 선호도가 높다고 볼 수 있겠다. 특히 프랑스, 미국 와인의 밸류 성장이 두드러진다. 소비자들은 인터넷 등에서 와인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고 취향도 뚜렷해졌다. 라이프 스타일이 중요해진 젊은 층이 자신을 위해 소비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 트렌드가 와인 소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마케팅의 가장 큰 화두는 ‘Better for me, Better for the planet’으로 마케팅의 방향도 점점 진정한 가치를 전달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오미경 / 아콜레이드 와인 한국 지사장

동네마다 작은 와인샵이 느는 한편 대형화된 와인 소매점도 증가했다.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와인소매 시장에 진출하면서 잠실의 보틀벙커나 남양주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의 ‘와인 리스트’ 등 대형 와인 매장들이 오픈했다. 대규모 와인샵은 소비자의 기호에 맞출 수 있는 다양성과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소규모의 동네 와인샵들은 접근성에 장점이 있다. 문제는 급작스럽게 많은 와인샵이 생기며 경쟁이 심해졌고, 유지가 어려운 업장들도 많아졌다는 것이다. 한편 SNS을 활용한 홍보 활동도 많이 눈에 띈다. 인스타그램을 통한 와인 홍보나 이벤트가 많이 이뤄지고 있고, 인플루언서나 애호가들의 와인 관련 피드가 많이 노출되면서 일반 소비자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내추럴 와인은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와인 카테고리로 자리를 잡았다. 다양한 컨셉의 소규모 와인바나 레스토랑들이 오픈하며 차별화된 와인리스트를 선보이고, 그에 따라 고객들도 BYOB 대신 업장 와인을 주문하여 즐기는 경향도 늘고 있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아직 미미하나 전통주에 대한 관심도 많이 늘고 있고 식당이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음식 페어링에 전통주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이 보인다. 품질과 패키징에서 고급화된 전통주는 경쟁력이 있어 와인과 어깨를 겨룰 듯하다.

이인순 / 이인순 와인랩 대표

GS25 DX LAB점에 설치된 스마트 쇼케이스

2021년은 강도 높은 거리두기와 홈술, 혼술 트렌드로 가정용 주류 시장이 크게 성장했고 가장 혜택을 본 카테고리가 ‘와인’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잔을 마셔도 즐겁고, 맛있게, 분위기 있게 마시고 싶어 하는 트렌드가 겹치며 와인시장이 크게 성장한 한 해였다. 2022년의 경우 5월 거리두기가 해제되기 전까지 이러한 트렌드가 이어져 오다가, 그 이후에는 회식 및 외부 활동이 많아지며 온트레이드의 매출이 두드러졌다. 온라인시장에서는 주류 스마트 오더가 확대되고 경쟁이 심화되었으며 오프라인에서는 와인· 양주의 가파른 신장에 힘입어 주류 강화 매장을 앞다투어 오픈하고 있다. 단순한 진열· 판매를 넘어 고객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과 함께 재미있는 요소가 가미된 컨셉을 가진 점포들도 늘고 있다. 또한 백화점·마트를 넘어 편의점에서도 ‘이달의 와인’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김유미 / GS리테일 주류기획팀 매니저

2022년은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전환되며 소비자들의 채널 이동이 두드러졌다. 팬데믹 시기 홈술 트렌드에 힘입은 오프 채널의 성장세가 끝나고 레스토랑, 호텔 등 다양한 온트레이드로 소비 채널 이동이 와인시장의 가장 큰 변화라 생각한다. 코로나로 멈춰 있던 대사관 주최 시음 행사, 수입사 주최 포트폴리오 행사 등 다양한 행사들이 시작되었으며, 코로나 기간 늘어난 와인시장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한국 와인시장의 성장세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LVMH 같은 글로벌 와인 회사에서도 한국에 다양한 팝업 스토어 등 행사를 진행했다. 와인시장이 커짐에 따라 셀럽들도 와인 유튜브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성공하거나 트렌드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홍진기 / 국순당 수입주류사업부 마케팅팀 팀장

올해는 전년의 코로나 특수로 인한 와인매출의 성장세가 살짝 둔화되는 해였다. 상반기는 전년의 분위기 그대로 이어졌다면 위드 코로나 인식이 전반적으로 확산된 하반기는 확실히 온트레이드 쪽이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하반기 공급사의 방한 행사 재개도 와인시장에 활기찬 기운을 가져오는 효과가 있었다.

최은정 / 에노테카코리아 마케팅팀장

2020년 코로나 이후 와인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소피텔은 근래 새롭게 오픈한 호텔이기 때문에 호텔 및 레스토랑 전용 와인들을 취급하고 있는 중소규모 수입사의 와인들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행사를 진행해 왔고, 참여하는 고객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줬다. 이제는 온·오프 와인들이 조금씩 더 명확하게 포지셔닝해 나가고 있으며 행사에 참여하는 고객들 또한 와인에 대한 지식이 많아 현장에서도 다양하고 깊이 있는 질문들과 답변이 오가고 있다.

정하봉 /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호텔 식음 총괄 디렉터

소매점의 전체 판매량은 코로나19가 유행이던 2021년에 비해 비슷한 수준이거나 조금 감소했다. 하지만 이 시기에 시장 파이가 커지면서 마트나 편의점 등 대형 리테일 공급과 소비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젊은 층을 기반으로 유행하던 내추럴 와인의 판매량은 점차 확대되어 다양한 와인을 경험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체감할 수 있는 한 해였다. 한편 마케팅적인 측면에서는 코로나19로 진행이 어려웠던 시음회 등 대면/비대면 행사가 가능해지면서 양적, 질적으로 모두 성장이 있었다고 보인다. WSET나 WSG 등 와인 교육 전문 프로그램을 수료하고자 하는 일반 소비자들의 수요도 많이 증가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최용수 / 베러댄보틀샵 대표· 와이넬 세일즈 경상 본부장

2022년은 편의점 와인시장이 지속 확대된 해였다. 2021년 이마트24 와인 판매량은 300만병을 돌파했으며, 성수기인 12월에는 한 달간 75만병이 판매됐다. 4초에 한 병 꼴로 판매된 수치다. 2022년은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10~20% 증가했다. 이처럼 편의점 와인이 인기를 끄는 것은 와인, 위스키 등을 강화한 편의점 주류특화매장이 지속 확대되는 가운데 각 편의점들이 이달의 와인 등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고객들의 구매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서 와인을 구매하는 경향은 이제 일반화됐으며, 향후 편의점 와인시장은 지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손아름 / 이마트24 일반식품팀 와인MD

글·정리 강은영

  •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기사 공개일 : 2022년 12월 28일
c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