콥 와인 Vs 고급 부르고뉴 와인, 블라인드 테이스팅의 전말은

Written by: 신 윤정

우리는 과연 투명하게 와인을 마주하고 있을까? 가령 와인의 종착점이라 불리는 ‘부르고뉴 와인’이라면 무조건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진 않았는지, 혹은 특정 분야에 있어 탑티어라 이름난 와인 브랜드라면 당연히 훌륭할 거라 조기에 결론 내려버린 적은 없는지 한번 생각해 보자. 지난 10월 24일(화)에 와인소셜 도산에서 열린 보틀샤크 브랜드 데이는 이러한 의문점을 시험해 볼 좋은 기회였다. 캘리포니아 프리미엄 와인 브랜드인 콥 와인(Cobb Wine)과 그에 필적할 만한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 방식으로 선보인 것이다. 심지어 상대 와인은 콥 와인보다 가격대가 높은 와인들로 구성되었다. 일반적으로 와인 수입사들이 비교를 꺼리는 데 반해, 보틀샤크는 부르고뉴 프리미에 크뤼와 그랑 크뤼 와인에 자사 와인을 비교 테이스팅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1976년 파리의 심판을 다룬 영화 ‘Bottle Shock(한국에선 ‘미라클와인’으로 개봉)’에서 이름을 따온 수입사다운, 흥미로운 기획이었다.

캘리포니아의 서늘한 바다 안개로 빚은 와인

지난 3월 열린 캘리포니아 와인 얼라이브 테이스팅 2023(California Wine Alive Tasting 2023)의 테마 지역은 ‘웨스트 소노마 코스트(West Sonoma Coast) AVA’였다. 이 지역을 대표하는 9개 와인 생산자가 직접 방한해서 참여한 이 시음회에서 콥 와인은 단연 돋보였다. 차가운 바다 안개의 영향으로 기후가 서늘하여,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섬세한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 와인이 생산되는 웨스트 소노마 코스트 AVA. 특히 캘리포니아 와인 얼라이브 테이스팅 현장에서 한 잔 받아 든 콥 와인의 피노 누아는 머리 속에 맑은 종이 울려 퍼질 정도로 순수하고 맑았으며 또 우아했다. 첫눈에 반할 만큼 사랑스러웠다고 할까.

와인메이커 로스 콥(Ross Cobb)

이번 보틀샤크 브랜드 데이의 진행을 맡은 조성곤 브랜드 매니저는 “어느 정도 레벨에 오른 와인 생산자들은 보통 미국에서 와인을 만드는 것에 대한 정체성을 강조하곤 하는데, 콥 와인의 와인메이커 로스 콥(Ross Cobb)은 부르고뉴를 지향한다고 스스로 얘기한다”라고 와인메이커를 소개했다. 또 매년 부르고뉴에 방문하여 기술과 전통을 배우고 교류한다고. 그래서일까. 그의 와인에서는 잘 익은 포도로 세심하게 만든 고급 부르고뉴 와인의 이미지가 겹쳐 보였다. 그럼에도 본인의 와인을 “부르고뉴 와인이라면 아직 그랑 크뤼는 아니다”라며 겸손하게 평가한다는 와인메이커. 포도나무의 수령이 약 37년밖에 되질 않아 그랑 크뤼에 비견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이번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만나본 와인들은 와인메이커가 조금은 덜 겸손해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했다. 부르고뉴 그랑 크뤼 와인이라고 늘 훌륭한 것은 아니니까. 그럼 콥 와인 Vs 부르고뉴 와인, 블라인드 테이스팅의 전말을 살펴보자.

보나버그 빈야드 리슬링 Vs 모젤 리슬링의 끝판왕

화이트 와인 두 잔이 주어진 첫 번째 블라인드 테이스팅. 첫 와인에 코를 대니 깨끗한 시트러스와 핵과류, 허니서클, 페트롤이 꽤 느껴지며, 입 안에서는 청사과, 시트러스, 역시나 페트롤 뉘앙스가 이어졌다. 쨍하면서도 샤프한 산미와 미네랄리티에 ‘독일 리슬링’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으나, 베일을 벗은 와인은 콥 와인의 보나버그 빈야드 리슬링 2020(Vonarburg Vineyard Riesling 2020)이었다. 비교 테이스팅의 파트너는 독일 모젤 리슬링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생산자의 기본급 리슬링 와인. 이 조합에서 보나버그 빈야드 리슬링은 집중도 있으면서도 넘치지 않는 깨끗한 풍미를 보이며 보통의 캘리포니아 리슬링 와인 같지 않은 매력을 뽐냈다. 직관적으로 맛있는 스타일이라 리슬링 러버라면 반드시 마셔봐야 할 와인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리슬링 와인이 생산된 포도밭은 캘리포니아 앤더슨 밸리의 해발고도 900미터에 자리하며, 포도나무의 수령은 약 20년이다. 샴페인 하우스 루이 로드레가 캘리포니아에 세운 와이너리 로드레 에스테이트 바로 옆이라 하니,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기에 좋은 입지라는 건 두말 안 해도 될 듯하다. 이날 나온 2020 빈티지는 0.8 헥타르 규모의 매우 작은 땅에서 총 1,956병 생산되었는데, 와인 애드보케이트 93점을 기록한 바 있다.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 후 중성 오크통에서 6개월의 숙성을 거쳤다.

콥 와인의 독스 랜치 빈야드

독스 랜치 조앤스 블락 샤르도네 Vs 샤샤뉴 몽라쉐 프리미에 크뤼

다음으로는 샤르도네 2종이 준비되었다. 콥 와인의 독스 랜치 조앤스 블락 샤르도네 2018(Doc’s Ranch Joann’s Block Chardonnay 2018)과 부르고뉴 중견 도멘의 샤샤뉴 몽라쉐 프리미에 크뤼 2020의 비교 테이스팅이었다. 캘리포니아 샤르도네다운 버터와 토스트, 신선한 핵과류, 열대과일의 향이 풍성하게 올라오고, 바닐라, 버터 쿠키, 레몬 커스터드, 복합적인 과일 풍미가 입 안에서 섬세하게 이어진 독스 랜치 조앤스 블락 샤르도네. 부드러운 텍스처와 중심을 잘 잡아주는 산도로 좋은 밸런스를 보였는데, 대부분의 블라인드 테이스팅 참가자들이 샤샤뉴 몽라쉐 프리미에 크뤼를 뒤로 하고 이 와인을 선택했다.

콥 와인의 독스 랜치 빈야드 샤르도네는 2019 빈티지로 <디캔터> 98점을 받으며 역대 캘리포니아 샤르도네 중 1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비교적 최근인 2016년에 매입한 독스 랜치 빈야드는 남동향이며 서쪽의 능선이 지나치게 차가운 바다 안개를 막아주는 곳이라 한다. 2011년 식재한 UCD 클론5 샤르도네를 유기농으로 재배했고, 와인은 17개월 동안 배럴 숙성을 거쳤는데 이 중 25%는 새 프렌치 오크통이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에 나온 콥 와인

독스 랜치 카렐라 셀렉션 피노 누아 Vs 샹볼 뮈지니 프리미에 크뤼

캘리포니아 와인의 장점인 ‘접근성’이 가장 빛났던 매치였다. 잘 익은 붉은 베리류 과일과 장미, 라일락의 아로마가 화려하게 피어오르고, 살집이 느껴지는 과일 풍미와 높은 산미, 주시함이 돋보였던 독스 랜치 카렐라 셀렉션 피노 누아(Doc’s Ranch Calera Selection Pinot Noir). 반면 2019 빈티지로 준비된 샹볼 뮈지니 프리미에 크뤼는 복합적으로 발전할 잠재력은 느껴졌으나 지금 마시기엔 너무 빳빳하고 닫혀 있었다. 시음 적기가 안 되었다 쳐도 당장 마셨을 때 즐길 요소가 너무 없는 게 아닌가 싶었던. 심지어 두 와인의 가격 차가 꽤 난다고 하니 콥 와인의 완승이라 해도 될 것 같다.

독스 랜치 카렐라 셀렉션 피노 누아는 독스 랜치 포도밭의 300미터 산비탈에 2011년 식재한 카렐라(Carela) 클론을 유기농으로 재배하여 만든 와인이다. 원래는 카렐라와 스완 클론을 블렌딩하지만, 2018년에는 기후가 좋아서 예상보다 포도가 더 잘 나왔고, 카렐라 단일 클론으로 블렌딩 없이 출시하게 되었다. 40%는 송이째 발효했고, 20개월간 배럴 숙성했는데 이 중 40%는 새 프렌치 오크통이다. 2018 빈티지는 로버트 파커 95점을 받았다.

독스 랜치 빈야드 포마르 & 114 셀렉션 피노 누아 Vs 포마르 프리미에 크뤼

이날 나온 피노 누아 중 가장 섬세한 미감을 보인 포마르 & 114 셀렉션 피노 누아(Pommard & 114 Selection Pinot Noir). 라즈베리와 블랙베리, 홍차의 아로마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며, 입 안에서는 과일과 허브, 향신료의 여리여리한 풍미와 촘촘한 타닌, 미디엄 산도가 하모니를 이룬다. 포마르 클론을 사용한 만큼 대적할 와인도 포마르 프리미에 크뤼로 준비되었는데, 복합미와 좋은 밸런스를 가진 와인이었다. 블라인드 테이스팅 후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를 했는데 결과는 막상막하. 꼭 어느 와인이 우위라기보단 취향에 따라 선호도가 갈렸음이 느껴졌다.

역시 독스 랜치 포도밭의 300미터 산비탈에 2011년 식재한 포마르와 114 클론 피노 누아를 유기농으로 재배하여 만든 와인이다. 손 수확한 포도를 발효한 후 22개월 동안 배럴 숙성했으며, 이 중 30%는 새 프렌치 오크이다. 2017 빈티지는 디캔터 94점과 로버트 파커 93점을 받았다.

콥 와인의 코스트랜드스 빈야드

다이앤 콥: 코스트랜드스 빈야드 피노 누아 Vs 코르통 최고의 그랑 크뤼

가장 기대가 컸던 테이스팅. 앞서 잠깐 언급한 캘리포니아 와인 얼라이브 테이스팅에서 한입에 반했던 와인이 바로 ‘다이앤 콥: 코스트랜드스 빈야드 피노 누아(Dianne Cobb : Coastlands Vineyard Pinot Noir’이기 때문이다. 다시 마셔도 역시나 탁월한 피노 누아였는데, 농익은 체리와 라즈베리, 자두 등 베리류 과일과 바이올렛, 드라이 허브, 이슬 맺힌 숲속의 향이 가득 차오르고, 정제된 타닌과 꼿꼿한 산미, 좋은 밸런스를 아우르는 복합적인 풍미가 긴 여운을 남겼다. 함께 나온 와인은 코르통 지역의 손꼽히는 생산자의 그랑 크뤼 와인. 우열을 가리기보다는 비교하는 재미가 컸던 매치였다.

다이앤 콥은 앞서 만나본 세 와인과 달리 코스트랜드스 빈야드에서 자란 포도로 만들어졌다. 로스 콥이 1989년 부모님과 함께 황무지를 개척하고 포도밭을 조성한 땅이다. 당시 포도밭에 적합한 클론을 찾기 위해 16개의 클론을 심었고, 이 중 가장 좋은 맛을 내는 클론을 다른 구획에 옮겨 심으며 포도밭을 확장해 나갔다. 이후 다른 포도밭의 어머니 같은 역할을 한 이 땅에 로스 콥은 어머니의 이름을 따 다이앤 콥이라고 이름 붙였다. 다이앤 콥 코스트랜드스 빈야드 피노 누아는 16개 클론을 필드 블렌딩한 와인이다. 60%는 송이째 발효한 후 22개월 동안 오크 숙성했으며, 이 중 30%는 새 프렌치 오크이다.

이번 보틀샤크 브랜드데이를 통해 체감한 진실이 있다면 브랜드나 생산지의 네임밸류가 반드시 "맛있다"라는 결론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것. 와인이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향과 맛으로 즐거움을 주는 음료라고 봤을 때, 합리적인 가격으로 좀 더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캘리포니아 와인을 저평가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일단 콥 와인을 한 잔 드셔 보길 바란다.

문의 보틀샤크
▶홈페이지 bottleshock.kr
▶인스타그램 @bottleshock.kr

글·사진 신윤정 자료 제공 보틀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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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개일 : 2023년 1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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