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마리아 팝업: 뉴질랜드 와인의 클래식, 그리고 새로운 미래

Written by신 윤정

와인을 음악 장르에 비유한다면 빌라 마리아(Villa Maria)는 뉴질랜드 와인의 클래식과도 같은 브랜드다. 그것도 아주 정통 클래식. 뉴질랜드 와인 산업이 본격화되기 훨씬 이전인 1961년에 설립된 와이너리라는 점에서도 그렇고, 국내 수입되는 뉴질랜드 와인이 몇 없던 2001년부터 신동와인을 통해 수입되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국내에서 뉴질랜드 와인이 최근 5년 사이 5배 성장하는 동안 새로운 와인 브랜드들이 물밀듯 밀려들어 왔지만 빌라 마리아처럼 안정감을 주는 브랜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 오래된 와인 애호가에게 빌라 마리아는 향수를 자극하는 와인이자 뉴질랜드 와인의 표본이요 어떤 라인업을 선택하더라도 실패하지 않을 믿음의 아이콘이다. 지난 11월 15일(금), 이러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다시 한번 입증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이는 이벤트가 열렸다. 마켓오 압구정점에서 열린 ‘빌라 마리아 팝업 시음회’ 속으로 들어가 보자.

빌라 마리아 팝업 시음회에서 '테이블 위 작은 뉴질랜드' 컨셉으로 전시된 와인들

뉴질랜드에서 가장 존경받는 와이너리

60년 전통의 빌라 마리아는 1961년 조지 피스토니치 경(Sir George Fistonich)이 아버지로부터 임대받은 북섬 오클랜드(Auckland) 땅에 1에이커의 포도밭을 만들며 시작되었다. 뉴질랜드 와인 산업이 본격적으로 파이를 키우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 많은 와이너리가 생겨났다는 점을 비추어 볼 때, 빌라 마리아는 뉴질랜드 와인 산업에서 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와이너리라 할 수 있다. 1962년 빌라 마리아라는 이름으로 첫 빈티지 와인을 생산한 조지 피스토니치 경은 더 큰 가능성을 찾아 1970년대에 말보로(Marlborough)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뉴질랜드 와인의 해외 홍보가 본격화된 1980년대, 빌라 마리아는 그 결실로 영국 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팝업 시음회의 갤러리 코너에 전시된 조지 피스토니치 경(Sir George Fistonich)의 사진

이러한 와이너리의 역사는 빌라 마리아 팝업 시음회의 한 켠에 마련된 갤러리 코너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었다. 설립자의 이름에 ‘경(Sir)’이 붙는 이유도 비로소 알 수 있었는데 ‘와인 산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뉴질랜드 최초로 기사 작위를 받았으며 이로 인해 얻은 호칭’이라는 것. 역사가 오래되었다고 누구나 이런 인정을 받는 건 아니다. 빌라 마리아는 오랫동안 뉴질랜드 와인의 발전을 이끌어 왔는데, 그 중심에는 지속 가능성이 있었다. 1995년 뉴질랜드는 세계 와인업계 최초로 지속가능 인증 프로그램인 ‘지속가능 와인재배 뉴질랜드(Sustainable Winegrowing New Zealand)’를 시작했는데, 빌라 마리아는 창립 멤버로 활동하며 프로그램을 만들고 동료 와이너리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현재 뉴질랜드 와이너리 중 이 인증을 받은 비율은 96%. 특히 지속가능 인증을 받은 와인만 수출할 수 있어 뉴질랜드 와인의 친환경 이미지와 세계화의 시작점에 빌라 마리아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편 빌라 마리아는 스크류캡 사용에도 앞장섰다. 2001년 모든 와인에 스크류캡을 도입하며 100% 코르크 프리존(Cork Free Zone)을 선언한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와이너리 중 하나가 빌라 마리아라는 사실. 지속가능성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는 중이다. 뉴질랜드 글라스 패키징 포럼(New Zealand Glass Packaging Forum)의 멤버로서 와인병 재활용에도 앞장서는데, 평균 67%의 재활용 유리로 와인병을 만들어 에너지와 탄소 배출량을 줄였다고 한다. 또한 무게를 16% 줄인 와인병을 사용함으로써 탄소 배출량을 39% 감소시키기도 했다. 고품질 와인과 사회 참여 공로를 인정받아 빌라 마리아는 드링크 인터내셔널(Drinks International) 매거진의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와인 브랜드’에 매년 상위에 랭크되고, 와인스테이트(Winestate)로부터 최근 7년간 6번이나 ‘올해의 뉴질랜드 와이너리’로 선정되었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관리되는 빌라 마리아의 말보로 포도밭

빌라 마리아가 그리는 새로운 미래

팝업에서는 빌라 마리아의 와인 8종을 만나볼 수 있었다. 빌라 마리아가 소속된 뉴질랜드 최대 와인 그룹인 인디뱅(Indevin)의 아시아태평양 수출이사 댄 모리슨(Dan Morrison)의 설명과 함께, 국내에서 오래 사랑받아 온 대표 와인뿐만 아니라 최근 새롭게 론칭한 와인들의 테이스팅 기회도 주어졌다. 신동와인의 관계자에 의하면 이날 가장 많은 찬사를 받은 와인은 ‘빌라 마리아 셀라 셀렉션 소비뇽 블랑 2023(Villa Maria Cellar Selection Sauvignon Blanc 2023)’이었다. 말보로에서도 온화한 기후인 와이라우 밸리(Wairau Valley)와 서늘한 기후인 아와테레 밸리(Awatere Valley)에서 재배된 포도를 1:1로 블렌딩한 와인. 두 지역의 특징을 조화롭게 담아내어, 풍성한 과일과 허브 아로마에 과즙이 많은 풍미, 균형 잡힌 산도와 약간의 바디감이 더해져 자연스레 다음 잔을 부르는 와인이었다. 지난 8월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전용 상품으로 론칭하며 2만 원대의 부담 없는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하니 장 보러 갈 때 챙겨오기 좋을 듯하다. 한편 저도수(Low-Alcohol) 트렌드에 맞춘 신제품도 눈길을 끌었다. 바로 ‘빌라 마리아 프라이빗 빈 라이트 소비뇽 블랑(Villa Maria Private Bin Lighter in Alcohol Sauvignon Blanc)’. ‘라이트’에서 알 수 있듯 알코올 도수가 낮아 기존 빌라 마리아 소비뇽 블랑보다 좀 더 가벼운 바디감과 낮은 칼로리로 즐길 수 있는 와인이다. 지난 7월 가수 겸 배우 엄정화가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싱그럽고 쓴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와인 초보들이 마시기에 정말 좋은 상쾌한 와인”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선택지가 너무 많아져 버린 뉴질랜드 와인 세계에서 뭘 골라야 할지 고민이 된다면 와인 애호가로 잘 알려진 정화 언니의 픽을 믿어 보면 어떨까?

올해 론칭한 빌라 마리아 프라이빗 빈 라이트 소비뇽 블랑(좌)과 빌라 마리아 셀라 셀렉션 소비뇽 블랑(우)

이외에 미수입 와인 테이스팅도 팝업에서 진행되었다. 신동와인에서 수입을 고려 중인 빌라 마리아 와인 2종에 대한 참석자들의 피드백을 현장에서 바로 받아보고 활발하게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와인의 시장성을 판단하기 위해선 결국 소비자의 반응이 가장 중요하니까. 앞서 빌라 마리아를 ‘뉴질랜드 와인의 클래식’이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팝업에서 선보인 신규 론칭 와인들과 미수입 와인들을 통해 안주하지 않는 빌라 마리아의 도전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지난 2021년 인디뱅에 인수되며 새로운 챕터를 연 빌라 마리아의 다음 60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빌라 마리아가 소속된 뉴질랜드 최대 와인 그룹 인디뱅(Indevin)의 아시아태평양 수출이사 댄 모리슨(Dan Morrison)

쉽게 즐기는 완벽한 페어링

이번 팝업의 하이라이트는 푸드 인플루언서 ‘라깰’의 핑거푸드 쿠킹 클래스였다. 빌라 마리아 와인과 잘 어울리고 쉽게 만들 수 있는 핑거푸드들의 시연과 와인 페어링 시식이 이어진 것. 우리가 뉴질랜드 와인을 어려워하지 않고 쉽게 받아들이듯, 쉽게 만들어 곁들이기 좋은 핑거푸드 세 종이 소개되었다.

'스페인식 올리브 페타 치즈 카나페'와 '빌라 마리아 프라이빗 빈 소비뇽 블랑'

첫 번째 메뉴는 ‘스페인식 올리브 페타 치즈 카나페’였다. 올리브 오일을 두른 팬에 과육이 단단하고 큰 스페인산 페렐로(Perello) 올리브를 올리고, 훈제 파프리카 가루, 레몬 제스트, 오렌지 필링을 넣어 가볍게 열을 가한 뒤 크래커 위에 페타 치즈와 얹어 낸 핑거푸드. 페어링된 와인은 ‘빌라 마리아 프라이빗 빈 소비뇽 블랑(Villa Maria Private Bin Sauvignon Blanc)’이었는데, 그린 올리브의 싱그러움과 레몬 제스트 & 오렌지 필링의 상큼함이 소비뇽 블랑의 풀 향과 시트러스 향을 끌어 올려줬다. 여기에 소비뇽 블랑과 찰떡궁합인 페타 치즈까지 킥을 날리니 박수가 나올 수밖에.

다음으로 준비된 페어링은 ‘지중해식 튜나 포테이토 카나페’와 ‘빌라 마리아 프라이빗 빈 샤르도네(Villa Maria Private Bin Chardonnay)’, 그리고 ‘빌라 마리아 리저브 샤르도네(Villa Maria Reserve Chardonnay)’. 퀴노아까지 들어 있어 요리 시 다른 재료가 크게 필요 없는 그리스산 트라타(Trata) 훈제 참치를 활용한 간단한 카나페였다. 취향에 따라 매쉬드 포테이토 버전과 크림치즈 버전 두 가지를 맛볼 수 있었는데, 매쉬드 포테이토 버전은 감자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와인의 은은한 오크 향과 합을 맞추었고, 크림치즈 버전은 꾸덕하고 묵직한 크림치즈의 풍미가 샤르도네의 크리미함과 조화를 이루었다. 푸드 인플루언서 ‘라깰’은 시연하며 “사전 시식을 했을 때 샤르도네 와인에서 시트러스 향이 여리여리하게 나는 것을 느껴 레몬 제스트를 뿌리게 되었다”라고 설명했는데, 그의 말처럼 레몬 제스트가 샤르도네의 시트러스 향을 만나 와인의 과실미를 더욱 살려주는 느낌.

'지중해식 튜나 포테이토 카나페'와 '빌라 마리아 프라이빗 빈 샤르도네' & '빌라 마리아 리저브 샤르도네'

마지막 메뉴는 뉴질랜드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활용하여 의미를 더했다. ‘뉴질랜드 아보카도 & 육포 나초 카나페’로, ‘라깰’이 외국 유학 시절 멕시코 친구가 해주던 안주에서 영감을 받았다 한다. 나초에 뉴질랜드산 아반자(Avanza) 아보카도를 듬뿍 올리고, 뉴질랜드 청정 육포 브랜드인 잭 링크스(Jack Links)에서 나온 코리안 바베큐맛 돈육포 ‘골든 아일랜드(Golden Island)’와 스리라차 소스로 맛을 낸 카나페. ‘라깰’은 페어링된 ‘빌라 마리아 프라이빗 빈 피노 누아(Villa Maria Private Bin Pinot Noir)’가 섬세하기 때문에 육포를 최대한 베이컨 칩처럼 잘게 다져 올릴 것을 권했다. 아보카도의 부드러운 풍미 위로 스파이시한 육포와 피노 누아의 허브 향이 춤을 추며 입안을 풍성하게 만드는 페어링. 코리안 바베큐맛 돈육포이니 어찌 보면 한식과 뉴질랜드의 만남이 아닐까.

빌라 마리아 핑거푸드 쿠킹 클래스에서 시연하는 푸드 인플루언서 '라깰'

빌라 마리아 팝업 시음회에 나온 와인들

  • 빌라 마리아 프라이빗 빈 라이트 소비뇽 블랑(Villa Maria Private Bin Lighter in Alcohol Sauvignon Blanc)
  • 빌라 마리아 프라이빗 빈 소비뇽 블랑(Villa Maria Private Bin Sauvignon Blanc)
  • 빌라 마리아 프라이빗 빈 샤르도네(Villa Maria Private Bin Chardonnay)
  • 빌라 마리아 프라이빗 빈 피노 누아(Villa Maria Private Bin Pinot Noir)
  • 빌라 마리아 셀라 셀렉션 소비뇽 블랑(Villa Maria Cellar Selection Sauvignon Blanc)
  • 빌라 마리아 리저브 소비뇽 블랑(Villa Maria Reserve Sauvignon Blanc)
  • 빌라 마리아 리저브 샤르도네(Villa Maria Reserve Chardonnay)
  • 빌라 마리아 리저브 피노 누아(Villa Maria Reserve Pinot Noir)

수입사 신동와인
▶홈페이지 shindongwine.com
▶인스타그램 @shindongwine

글·사진 신윤정 사진·자료 제공 신동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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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개일 : 2024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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