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챕터의 시작, 세냐(Seña) & 로카스 데 세냐(Rocas de Seña) 2020 디너

Written by: 신 윤정

세냐(Seña)에는 늘 드라마가 있다. 비냐 세냐(Viña Seña)의 설립부터 10년간의 베를린 테이스팅, 이어진 버티컬 테이스팅 투어까지. 세냐에는 늘 극적인 이야깃거리가 있었다. 작년에는 출시 25주년 기념 빈티지를 맞아 특별히 디자인된 레이블과 케이스를 선보였다. 그리고 올해, 세냐 2020 빈티지와 함께 세컨드 레이블인 로카스 데 세냐(Rocas de Seña)가 출시되었다. 국내에서는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그에 앞서 국내 와인 인플루언서들에게 신규 빈티지 와인들을 먼저 소개하기 위한 디너가 지난 8월 31일(수)에 열렸다. 비냐 세냐의 아시아 디렉터 줄리앙 푸르티에(Julien Pourtier)와 아시아 마케팅 디렉터 사브리나 투미노(Sabrina Tumino)가 화상 연결을 통해 세냐 2016, 2017, 2020 빈티지와 로카스 데 세냐 2020 빈티지를 소개했다.    

디너를 진행한 비냐 세냐의 아시아 디렉터 줄리앙 푸르티에(Julien Pourtier)와 아시아 마케팅 디렉터 사브리나 투미노(Sabrina Tumino)

지금의 세냐가 있기까지

칠레 최초의 국제 합작 와인 세냐, 그 시작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칠레를 방문한 캘리포니아의 유명 와인 생산자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는 칠레에서 1960년대의 나파 밸리를 봤다. 누구도 고급 와인 산지로서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던 시절의 나파 밸리 말이다. 그는 직접 칠레 땅을 둘러본 후 칠레에서도 나파 밸리와 같은 고급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했다. 그리고 칠레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가문 중 하나인 비냐 에라주리즈의 5대손 에두아르도 채드윅(Eduardo Chadwick)과 의기투합하여 세냐를 만들었다.  

에두아르도 채드윅(Eduardo Chadwick) 회장과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

캘리포니아 와인의 거장을 멘토로 삼아 에두아르도 채드윅은 칠레 와인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당시 칠레는 수 세기 동안 와인을 생산해왔으나 월드클래스 와인은 없었던 터. 칠레 최초의 아이콘 와인이자 칠레의 잠재력을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 에두아르도 채드윅과 로버트 몬다비는 최상급 포도밭 부지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1997년, 아콩카구아 밸리에 있는 좋은 땅을 발견했다. 태평양에서 40km 거리에 있어 시원한 기온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안데스산맥에서 뻗은 아콩카구아 산의 눈이 녹아내린 물을 관개 용수로 활용할 수 있는 곳이었다. 천혜의 자연조건 덕분에 인위적인 개입 대신 동식물의 도움을 받아 바이오다이나믹 방식으로 포도밭을 관리할 수 있었다. 상징성도 놓치지 않았다. 보르도 블렌딩에 칠레를 대표하는 까르미네르 품종을 포함해 ‘칠레의 혼을 담은 보르도 블렌딩 와인(Chilean Soul, Bordeaux Blending Wine)’을 만들어 낸 것이다.  

아콩카구아 밸리의 세냐 포도밭

칠레 와인의 수준을 어나더 클래스로 끌어올린 세냐지만, 세계무대는 녹록지 않았다. 칠레에서는 월드클래스 와인이 나올 수 없다는 와인업계의 오래된 편견에 맞서기 위해, 세냐는 당당히 자신을 내던졌다. 2004년, 에두아르도 채드윅 회장이 기획한 베를린 테이스팅에서 보르도 1등급 그랑 크뤼 및 수퍼 투스칸 와인들과 블라인드 테이스팅의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세냐는 같은 가문의 와인인 비녜도 채드윅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보르도 그랑 크뤼 1등급인 샤토 라피트 로칠드와 샤토 마고를 3~4위에 둔채로. 놀라운 결과에도 여전히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이 많았기에, 이후 10년간 서울을 포함한 전 세계 18개 도시에서 베를린 테이스팅을 이어가며 세냐는 자신의 품질을 입증했다.  

2013년 버티칼 테이스팅 서울 - (좌측부터)지니 조 리MW, 채드윅 회장, 와인인 최민아 대표

세냐의 새로운 시작, 로카스 데 세냐

지난 25년간 오직 하나의 와인만 만들어 온 비냐 세냐의 새로운 챕터가 열렸다. 세컨드 레이블인 로카스 데 세냐 2020 빈티지를 출시한 것. 로카스는 스페인어로 바위(Rocks)란 뜻이다. 포도밭 부지 위에 큰 화산 암석이 많아서 와인의 이름을 로카스 데 세냐로 정했다고 한다. 떼루아를 잘 담아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포도는 아콩카구아 밸리의 다양성을 표현하기 위해 기존 세냐 포도밭의 말벡, 까베르네 소비뇽, 쁘띠 베르도와 인근에 있는 다른 포도밭의 시라, 그르나슈를 블렌딩했다. 새로운 포도밭은 1991년에 구입한 부지다. 사브리나에 따르면 1999년경에 포도나무를 식재하고 관리해왔지만, 최근에 와서야 포도의 품질이 충분히 좋아져 세컨드 레이블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생산량은 세냐의 1/3 수준으로 3만 5천 병 정도다. 보통 세컨드 레이블은 접근성이 어려운 플래그쉽 와인을 대신하여 중저가로 많은 양을 출시하는 것과 상반된다. 세컨드 레이블이라고 쉽게 만들지 않았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숙성이 필요한 세냐와 달리 바로 마시기에 좋지만, 와인메이커에 의하면 10~15년 정도의 장기 숙성도 가능하다고 한다.  

로카스 데 세냐(Rocas de Seña)

완벽한 조화의 세냐 2020 빈티지

디너의 또 다른 주인공, 세냐 2020 빈티지는 비교적 따뜻한 해에 생산되었다. 기후적인 면에서는 따뜻했던 2017 빈티지와 비슷하다. 하지만 남반구의 중요한 포도 성숙기인 2월의 기온이 평년과 큰 차이가 없어서 포도가 천천히 완숙할 수 있었다. 또한 당분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와이너리의 평균보다 7일 앞서 수확을 시작했다. 덕분에 따뜻한 해의 특징인 농축적이고 조밀한 풍미, 그리고 균형감과 우아함을 동시에 갖춘 와인이 만들어졌다. 블렌딩 비율은 까베르네 소비뇽 53%, 말벡 25%, 까르미네르 15%, 쁘띠 베르도 7%. 지금까지의 세냐 중 말벡 비율이 가장 높다. 그 이유에 대해 사브리나는 “세냐 밭에서 말벡이 점점 더 좋은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로카스 데 세냐의 주품종으로 말벡을 사용한 것도 같은 이유다”라고 설명한다. 따뜻한 빈티지답게 세냐 블렌딩의 핵심인 까르미네르도 15%나 들어갔으며, 숙성 잠재력도 높게 평가된다.

세냐 & 로카스 데 세냐 2020 빈티지 디너 현장

디너에서 선보인 와인

로카스 데 세냐 2020 Rocas de Seña 2020 
기존 세냐 밭의 말벡, 까베르네 소비뇽, 쁘띠 베르도와 인근에 있는 다른 밭의 시라, 그르나슈를 블렌딩한 세냐의 세컨드 레이블이다. 라즈베리, 체리, 자두 등의 붉은 과일과 커피, 흙, 발사믹 등 여러 겹의 아로마가 피어난다. 선명한 붉은 과일과 허브, 흑연, 커피 등의 풍미와 길고 순수한 과즙이 많이 느껴지는 피니시, 부드러운 질감을 지녔다. 섬세하고 생명력이 있는 와인이다.  

세냐 2016 Seña 2016 
까르미네르의 비율이 이례적으로 소량 블렌딩 된 빈티지다. 최근 빈티지 중 가장 기온이 낮았기 때문에 까르미네르가 충분히 익지 않아 블렌딩 비율을 낮췄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서늘한 해의 장점을 고스란히 담아낸 와인이 만들어졌다. 굉장히 표현력이 좋으며, 블루베리, 라즈베리, 체리, 꽃, 세이지 등의 아로마와 촘촘한 탄닌, 우아하고 섬세한 미감, 좋은 산미를 보여준다. 디너에 참석한 많은 참가자가 이날의 베스트로 꼽기도 했다.  

세냐 2017 Seña 2017 
따뜻한 빈티지다. 모든 품종이 골고루 잘 익었고, 까르미네르도 15%까지 블렌딩할 수 있었다. 블랙베리, 자두, 블랙 커런트 등의 완숙한 과일 아로마와 홍차, 시가 박스, 향신료 등의 강렬한 향이 느껴진다. 입안에서는 달콤한 과일과 커피, 흙, 시더, 블랙 올리브 등의 진한 풍미가 길게 이어진다. 이날 선보인 와인 중 가장 장기 숙성형 와인이다.  

세냐 2020 Seña 2020 
비교적 따뜻한 해지만 포도 숙성기의 날씨 조건이 좋았고, 수확을 일찍 시작해 과숙하지 않고 건강하게 잘 익은 포도를 얻을 수 있었다. 체리, 라즈베리, 블랙 커런트 등의 검붉은 과일과 딜, 로즈마리와 같은 허브, 커피, 흙 등의 복합적인 아로마를 보여준다. 농축적이면서도 섬세한 풍미, 촘촘한 탄닌감과 우아한 미감, 생기 있는 산미가 잘 어우러진 와인이다. 가장 최근 빈티지임에도 접근성과 표현력이 좋아서 참가자들의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디너에서 선보인 와인들

사진/자료 제공 세냐 와이너리, 글/사진 신윤정

세냐 와이너리
▶홈페이지 sena.cl
▶인스타그램 @senawin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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