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와인노트 #1. 와인 공부의 시작  

Written by: 뽀노애미

와인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한 지 벌써 여러 해다. 지금의 나는 재능기부와 같은 와인 클래스도 하며 여러 사람에게 와인을 알려주는 전문인이 되었지만, 다른 와인 애호가와 비슷한 길을 걸으며 와인을 접해왔다. 와인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소위 ‘와린이’였을 때는 집 앞 마트의 와인 코너를 기웃거리며 단지 사람들이 많이 집어 가는 와인을 1순위로 구매해 맛보기도 했고, 인터넷으로 접한 프로모션 줄서기 와인을 사기 위해 새벽부터 다른 사람과 어깨를 다투며 득템한 와인을 카트에 담아 오기도 했다. 그렇게 스스로 주도하지 않고 추천만 받아서 마셔본 와인은 물론 성공할 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실망한 적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그다음 단계로 넘어간 것이 "알고 마시자"는 것이었다. 출구 없는 매력을 가진 와인이란 장르와 친해지고 싶었던 나는 일단 인터넷 서점에서 와인 관련 서적을 뒤져보았고 또 주문해서 읽으려 노력했다. 그런데 와인 책은 예상외로 너무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계속 읽으면 쉬워질 거야" "아직 우리가 초면이라서 그래"라는 생각으로 억지로 억지로 읽다가 포기하기도 몇 번 했다. 그 책 중 몇몇 가지는 폐휴지가 되어 나의 책장에서는 모습을 감추고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기도 했다. 

왜 와인책은 어려울까? 미리 정답을 말하자면, 와인은 와인만의 언어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스토리가 있는 와인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 스토리를 아무리 재미있게 풀어 놓아도 이제 막 시작하는 와인 애호가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일도 흔하다. 그것은 바로 익숙하지 않은, 와인을 서술할 때 쓰는 용어들 때문이다. 와인을 알고 마시고 싶다면, 와인의 언어와 안면을 트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와인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을까? 방법은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책을 ‘알 때까지 읽어보는 것’이다. 가장 빠르게는 ‘와인책을 몇 권 골라서 배송받은 후 읽어보는 코스’로, 접근하기는 가장 좋지만 혼자서 그 책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으므로 가장 난코스로 생각된다. 와인의 언어를 스스로 네이버나 구글에서 찾아서, 처음 외국어를 배우듯이 한 자 한 자 알아가는 것도 진정한 재미일 수 있다. 더욱이 영어나 프랑스어를 잘한다면 스스로 발전하는 나를 엿볼 수 있는 최상의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하다 보면 반드시 ‘내가 이 와인의 언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을 때가 올 것이다. 외국어를 잘하는 것과 와인의 언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별개의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나파 밸리의 한국인 여성 최초의 와인메이커인 이노바투스(Innovatus) 세실 박(Cecil Park) 대표를 만난 적이 있다. 그분도 처음 와인을 시작할 때의 장벽으로 ‘용어의 어려움’을 언급할 정도로 와인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공통으로 느끼는 첫 번째 허들이 바로 와인의 언어인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난관이 더 있는데, 그것은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이다. 와인에 대한 책은 지금도 쏟아지고 있다. ‘와인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재미있는 그림과 같이 엮은 책도 있고 ‘와인 제품 안내서’처럼 간단히 하나하나의 와인에 대해서 구입 설명서나 제품 카탈로그처럼 주욱 나열한 책도 있다. 이뿐 아니라 유명한 와인 저널리스트나 마스터 소믈리에의 책을 번역한 양장본의 백과사전처럼 두꺼운 책도 많이 있어서 도대체 어떤 책을 골라서 읽어야 할지 2박 3일 동안 고민하게 된다.  

여기서 나는 와인을 이제 막 공부하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인문학과 연계한 에세이’로 워밍업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인문학과 연계한 에세이는 대체로 내 주변에서 일어났을 법한 와인 이야기를 역사적인 사건이나 사실과 엮어서 구성되었기 때문에 와인 잘 아는 친구와 수다 떠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 이러한 책들은 그냥 쉽게 쉽게 읽히는 동시에, 한 권을 다 읽었을 때는 어느새 와인의 언어에 어느 정도 젖어 들게 되어 다음 책을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요즘 많이 보는 유튜브에서 와인에 대한 영상을 찾아보는 것이다. 사실, 이것도 혼자 와인책을 읽는 것처럼 난관이 있다. 와인의 가장 큰 즐거운 특징 중의 하나인 Interactive, 즉 상호작용이 없는 것이다. 와인은 누군가와 같이 함으로써 더 재미있고 서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특이한 장점이 있다. 그 장점을 포기한다면 와인은 썸남썸녀 정도의 관심만 있다가 이별하게 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이것 말고도 유튜브에는 아주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마치 인터넷 가짜 뉴스와 같이 검증되지 않은 정보는 물론이거니와, 특히나 와인을 가이드 하는 유튜버들은 당연히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 논리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후원을 해주는 와인을 소개하고 예쁘게 포장한 말로 과장하여 호평하는 것을 암암리에 다들 알고는 있을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여러 유튜브 채널에서도 옥석을 가리는 것은 꽤나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와인을 여러 해 배운 필자도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주는 좋은 채널이 있다는 거다.  

마지막은 와인 클래스에 등록하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것은 홈술족의 탄생이며 와인 인구의 엄청난 증가였다. 이에 따라 많은 와인 전문가가 생겨났으며, 우리 가까이에서 클래스를 통하여 와인에 대한 지식을 전하고 있다. 이런 와인 클래스의 좋은 점은 가까이에서 와인 전문가의 검증된 강의를 들을 수 있고, 궁금증이 생기면 바로 강사에게 질문하고 이해될 때까지 답변받을 수 있다는 거다. 또한 와인 클래스는 책이나 유튜브에서는 할 수 없는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지식뿐만 아니라 와인 테이스팅 부분에서도 강사의 리딩을 중심으로 수강생들과 한자리에서 여러 가지의 와인을 맛보며 와인에 대한 감각을 독학보다는 훨씬 빠르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코가 있으나 향을 구분하지 못하는 분들이나 혀가 있으나 맛을 형용하기 어려운 분들은 함께하는 와인 공부, 같이하는 테이스팅이 와인을 공부하기에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많은 와인 모임이 곳곳에서 생기고, 우리나라에서 할 수 있는 소믈리에 자격시험을 통과한 다수의 사람도 계속해서 와인 모임을 만들어 공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와인을 이렇게 할 수는 없으므로 필자인 뽀노애미는 이제 막 와인을 시작하고 나누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와인의 지식 부분에 있어서 우리가 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쉬운 말로 ‘와인의 언어’를 통역해 드리고, 또 하나하나 와인의 기초부터 쉽게 읽힐 수 있는 친절한 와인 노트를 연재하고자 한다.

뽀노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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