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와인의 아이콘, 이엔제이 갤로(E & J Gallo) 한국지사의 조현준 대표를 만나다

Written by: 와인인 편집팀

최근 한국 와인 시장이 크게 성장한 중심에는 미국 와인이 있다. 그동안 이엔제이 갤로 와이너리 한국 지사에서는 활발한 마케팅 활동으로 국내 미국 와인의 성장을 견인해 왔다. 이엔제이 갤로 와이너리 한국 지사에서만 21년째, 조현준 대표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연륜이 쌓인 만큼 그의 이야기는 깊이 있었고, 오래 몸담은 만큼 이엔제이 갤로 와이너리와 와인에 대한 열정은 뜨겁게 전해졌다. 긴 호흡으로 한국 와인 시장과 미국 와인의 성장을 함께 해 온 조현준 대표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가슴이 웅장해질 준비는 필수다.

이엔제이 갤로 와이너리(E & J Gallo Winery) 한국지사 조현준 대표

Q. 미국 최대의 와인 그룹 중 하나인 이엔제이 갤로 와이너리(E & J Gallo Winery)의 한국 대표직과 다른 아시아 시장도 담당하고 계십니다. 구체적으로 하시는 일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엔제이 갤로 와이너리에서 몸담은 지 21년 차입니다. 브랜드 매니지먼트를 전공했는데 주류가 브랜딩하기 좋아서 이엔제이 갤로 와이너리를 선택했습니다. 현재는 아시아 5대 주요 시장 중 한국 & 필리핀, 그리고 오세아니아 시장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시장관리전략, 마케팅 및 영업 전략, 국내 수입사 및 포트폴리오 선정 등의 와이너리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에서 공동으로 진행 중인 주요 프로젝트 5개가 있는데, 그중 3개를 제가 주도하고 있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오린 스위프트, 루이 마티니, 아포틱, 카니버, 로케이션즈, 고스트 파인 등이 있습니다. 

Q. 국내 와인 시장의 성장과 함께해오신 대표님의 인생이 궁금합니다. 와인업계에 발을 들인 계기와 지금까지 걸어오신 길, 그 와인 여정은 어떠했나요? 

처음에는 단순히 브랜드 매니지먼트를 전공한 MBA 후보자였습니다. 와인에 대한 작은 관심에서 시작하여 남들이 안 해본 것, 시장에 없는 것을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와인 업계에 발을 들였으며, 어느 순간 20년이 지났습니다. 성장, 정체, 정리, 그리고 재도약이 있었던 기간이었지요. 아시아 내 20개 이상의 국가, 50개 이상의 수입사 및 파트너들과 일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었습니다. 이제 다음 장을 준비하면서, 더 재미있고 기억에 남을 프로젝트들을 후배들과 우리 팀원들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조금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요즘에는 와인을 마시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게 재미있습니다.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옛날 이야기하는 것도 좋고, 2030 세대를 만나는 것도 좋습니다. 나이 먹으면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가 비슷한 일상이 반복되니까 뇌파에 자극이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새로운 도전이나 자극이 없으면 인생이 지루해지는 것처럼 말이죠. 젊은 세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사회 초년생이라 새로운 환경에 계속 노출되니까 자주 긴장도 해야 하고 인생이 늘 새롭겠죠. 저도 요즘은 와인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많이 배우는 편입니다. 배우니까 인생이 즐겁습니다.   

Q. 누구보다 미국 와인을 잘 알고, 국내 와인 시장에 관한 분석도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요. 지금과 같이 국내 와인 시장에서 미국 와인이 성장할 거라 예상하셨는지요? 현재 국내에서 미국 와인의 인기가 대단한데, 이 현상에 대해서 한 말씀 듣고 싶습니다.  

사실 국내 와인 시장에서 미국 와인의 성장은 5~10년 정도 늦은 감이 있습니다. 칠레, 프랑스, 이탈리아 와인이 주도권을 잡았던 초반 이후로, 경제적 여건이나 소비자 준비, 유통 채널, 포트폴리오 등을 고려했을 때 더 빨리 미국 와인의 시대가 올 줄 알았습니다. 아마도 기존에 접했던 와인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시장이라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바로 몇 년 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비교적 쉽게 와인 정보를 접할 수 있고, 가장 많은 유학 및 비즈니스 방문 국가이고, 믿을 수 있는 와인 생산지인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럭셔리, 수퍼 프리미엄 와인부터 성과를 보여주기 시작했고, 곧 2~3년 안에 중·중저가 시장까지 미국 와인 브랜드가 주도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 트렌드가 최소 10년은 이어질 것 같습니다.  

와이너리 입장에서도 한국은 중요한 시장입니다. 와인 인텔리전스는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와인 시장’에 한국을 2년 연속 2위로 평가했죠. 이엔제이 갤로 와이너리의 아시아 큰 시장으로 일본, 한국, 중국, 홍콩, 필리핀 이렇게 5개국을 꼽는데, 성장과 잠재력, 매출을 모두 고려했을 때 요즘은 한국을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시장 규모로만 보면 아직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작긴 하지만, 한국이 제일 역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친다고들 얘기합니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이러한 성장에 정말 자부심도 많이 느끼고 재미도 있습니다. 

프레이 브라더스 와인 세미나에 앞서 인사말을 하는 조현준 대표

Q. 그렇다면 한국 와인 시장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일까요? 대표님만의 인사이트가 궁금합니다.  

장점부터 꼽자면, 우선 사이클이 짧아서 대부분 프로젝트가 3~6개월 안에 끝나기 때문에 결과를 쉽게 볼 수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프로젝트 계획을 세우고 결과가 짧으면 2달, 길어도 1년 안에는 나오는 거죠. 계획했던 일이 빠르게 실현되니까 일하는 입장에서는 재미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선 질문에서 답했듯, 성장하는 시장이라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특히 미국 와인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니 말이죠. 아직 잠재력 더 크기 때문에 더욱더 매력적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 장점으로는 젊은 인재들이 끊임없이 업계에 진입하는 것을 꼽겠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올드보이들이 많았고,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현재는 똑똑한 젊은 사람들이 업계에 계속 들어오면서 시장 자체가 젊어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아주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면 규제가 너무 많은 점은 단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해외 관계자들이 오죽하면 ‘Country of Regulation’이라고 부를 정도입니다. 시장은 무르익어가는데 소비자 트렌드를 관행, 법규, 규정이 따라오지 못하는 거죠. 이커머스 시장이 열리지 않는 점도 따지고 보면 일맥상통합니다. 중국의 경우 인구도 많지만 이커머스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으니 해외에서도 관심 있게 보는 거죠. 이커머스가 발달하면 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할 텐데 아쉽습니다. 한국은 인구도 좋고 소비도 많고 1인당 GDP도 성장하고 다 좋은데, 요즘 돌아가는 걸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와인 시장이 조금 더 성장하기를 바라는 입장에서 많이 안타깝습니다. 

Q.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한동안 발목이 묶였던 해외여행에 슬슬 시동이 걸리고 있습니다. 이엔제이 갤로 와이너리가 있는 캘리포니아는 와인 컨트리잖아요. 실제로 방문하셨던 와이너리 중 투어 명소로 딱 한군데만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나파 밸리의 루이 M 마티니(Louis. M. Martini)를 추천합니다. 저는 한 100번쯤 간 것 같아요. 코로나 직전인 2020년 1월에 마지막으로 갔고, 이번 9월에 거의 2년 만에 다시 갑니다. 원래도 좋았지만 리노베이션하면서 더 좋아졌습니다. 인생샷을 찍을 수 있는 정말 기가 막힌 포토스팟이 있기도 하고요. 와이너리 입구에는 심은 지 80년쯤 된 올리브 나무들도 있어서 인상적입니다. 부모님과 형제들, 15명의 대가족을 데려가서 점심을 먹었는데 너무 좋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마치 선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또 다른 에피소드로는, 경희대 박사 과정을 할 때 팀을 꾸려 캘리포니아 와이너리 투어를 갔던 적이 있습니다. 루이 마티니에서 점심을 먹다가 교수님께서 박사 논문에 대해서 긍정적인 신호를 주셨지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더욱 특별해진 와이너리입니다. 지금도 무언가를 기념할 때나 축하할 때는 루이 마티니 몬테 로쏘 까베르네 소비뇽(Louis M. Martini Monte Rosso Cabernet Sauvignon)을 마십니다. 6년 전 큰 수술을 한 후에도 제일 먼저 생각났던 와인입니다. 

루이 M 마티니(Louis. M. Martini) 와이너리

Q. 최근 2~3년 사이에 와인을 마시는 젊은 층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와인을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선 좋은 가이드가 필요할 텐데요. MZ세대가 좋아할 만한 이엔제이 갤로 와이너리의 와인을 추천해주신다면 어떤 것일까요?  
스타일적으로 다채로운 베리에이션이 있고 레이블도 감각적인 베어풋(Barefoot) 시리즈, 그리고 프리미엄 캘리포니아 와인의 전형적인 모습을 잘 보여주면서 누가 마셔도 맛있는 루이 마티니 소노마 카운티 까베르네 소비뇽(Louis M. Martini Sonoma County Cabernet Sauvignon)을 추천합니다. 둘 다 와인을 많이 접하지 못한 분들도 좋아할 만한 와인입니다.  

루이 마티니 와인들

Q. 지금 인터뷰를 하는 애프터나인앤와인은 어떤 공간인가요?  
와인 테이스팅과 세미나를 위한 곳으로 올해 7월에 오픈했습니다. 꼭 이엔제이 갤로 와이너리가 아니어도 와인 수입사나 기업, 와이너리 등의 테이스팅 세미나도 하고, 프라이빗 모임이나 개인 간의 테이스팅도 하기 좋은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와인 브랜딩을 하기에 아주 좋은 장소라 생각합니다. 대형 스크린도 있고 좋은 와인잔도 있고 조용한 시음 환경이 갖춰져 있죠. 평소에는 예약제로 와인 팔레트라는 테이스팅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국내 최고의 와인 교육자인 경희대 이효정 교수가 셀렉한 와인들로 테이스팅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애프터나인앤와인

Q. 와인북클럽이나 갤로엔젤스와 같은 재미있는 마케팅 활동을 활발히 하고 계시죠. 앞으로 계획 중이거나 추진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아시아 시장에서 갤로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확장하는 것입니다. 이엔제이 갤로 와이너리의 전체 포트폴리오에는 150개 정도의 브랜드가 있습니다. 그중 아시아에 유통되는 브랜드는 50개 정도인데, 절반 이상을 프리미엄 브랜드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한국의 경우 8년 전만 해도 프리미엄 와인이 10%도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90% 이상이 프리미엄 와인입니다. 한국 시장도 그렇고, 이엔제이 갤로 와이너리의 포트폴리오나 와이너리의 색깔도 소비자의 변화에서 영향을 받아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디지털 마케팅의 활성화입니다. 한국에서 시작한 갤로엔젤스 코리아를 시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시작한 지 5년 정도 되었고, 성과가 좋아 올해 초에는 나머지 아시아 주요 시장에서도 론칭했습니다. 꼭 소셜 미디어상의 인플루언서가 아니더라도, 각 나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셀레브리티들을 브랜드 앰버서더로 선정하는 콜라보레이션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나라마다 조금씩 성격에는 차이가 있지만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은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이엔제이 갤로 와이너리의 와인을 많이 선보이는 것입니다. 그동안은 사실 미슐랭 레스토랑에 들어가는 이엔제이 갤로 브랜드가 많지는 않았는데요. 이 미슐랭 프로그램을 위해 현재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브랜드가 오린 스위프트입니다. 여러 요소가 잘 맞아서 한국에서 첫 스타트를 끊게 되었습니다. 원래 목표는 매년 5개의 미슐랭 레스토랑에 오린 스위프트 와인을 넣는 것이었는데, 작년에만 8개, 올해는 벌써 13개쯤 됩니다. 한국 목표치가 33개 레스토랑인데 이 추세면 내후년에는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국을 시작으로, 일본과 중국에서도 미슐랭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관을 제가 하는 프로그램인데, 잘되어서 다른 나라로 확대되고 있으니 재미를 느낍니다.   

Q. 끝으로 와인인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나 끝인사를 부탁드립니다. 
이엔제이 갤로 와이너리는 한국 와인 시장의 초창기부터 대중적인 캘리포니아 와인 브랜드를 선보이며 함께 성장해왔습니다. 현재는 중·저가 와인뿐만 아니라 앞서 소개해드린 오린 스위프트나 루이 M 마티니와 같은 프리미엄 와인을 통해 한국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엔제이 갤로 와이너리의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함께 즐거울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많이 구상 중이니 많은 관심과 애정 부탁드립니다.  

사진제공 이엔제이 갤로 와이너리 / 글,정리 신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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