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조화와 순환을 따르는 와인메이킹, 꼬얌

Written by: 천 혜림

1998년 어느 날, 에밀리아나(Emiliana)의 설립자인 호세 올리바레스(José Olivares)는 포도밭에서 제초제와 살충제를 뿌리는 중에 갑자기 이 약품들의 냄새가 지나치게 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마음에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우리가 만드는 와인에 화학 약품이 다 들어갈 텐데…’ 그날 이후, 에밀리아나 와이너리는 제초제와 살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기로 결심했지만, 이는 전혀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전부터 이미 땅이 화학 약품에 익숙해져 있는 상태에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땅을 관리하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 또한 그 당시에는 칠레에서 아무도 유기농 또는 바이오다이나믹 와인메이킹을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변에서 도움을 얻을 수도 없었다. 그렇게 3년 동안 땅을 자연의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한 끝에, 2001년에는 칠레 최초로 *ISO 14001 환경 경영 시스템 인증을 받을 수 있었고, 2003년에는 바이오다이나믹 와인메이킹을 실현하며 *데메테르 Demeter 인증을 받았다. 또한 현재 포도와 유기농법 시스템은 IMO Switzerland(스위스의 유기농 인증 프로그램)에 의해 인증되어 있다. 땅을 일구고, 까다로운 유기농 인증을 받는 어려운 여정을 거치면서 그의 끈기와 철학은 현재까지도 칠레 와인 산업과 세계 와인 산업에서 모범으로 인정받고 있다.

*ISO 14001은 환경경영시스템(Environmental Management System, EMS)에 대한 국제표준이다. EMS는 조직의 환경적 영향에 대한 책임을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조직의 모든 활동과 제품, 서비스에 대한 환경 영향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를 목표로 한다. 칠레에서는 최초로, 전세계에서는 7번째로 인증을 받은 아주 특별하고 의미있는 부분이다.

*데메테르 인증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유기농 인증기관인 데메테르 협동조합이 부여하는 인증 시스템으로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을 실현하는 데 자연의 순환과 조화를 존중하는 농법으로, 화학 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천연 퇴비를 사용하며, 동물과 식물, 토양이 조화를 이루도록 엄격하게 관리한다. 에밀리아나 와인너리는 칠레를 넘어 남미 최초로 데메테르 인증을 받아 와인 지/헤“Gê”를 2003년 출시했다.

와이너리에 건강한 커버 크롭(Cover Crop)이 자라는 모습(좌), 땅의 양분을 위한 동물의 배설물을 양의 뿔에 채워 넣는 모습(우) / (사진 제공: 노엘리아 오츠) 

호세 올리바레스의 철학과 정신을 이어받아 2011년부터 스페인 알리칸테 지역 출신의 노엘리아 오츠(Noelia Orts)가 자연주의 양조에 참여하고 있다. "저는 남편과 4살 된 아들과 함께 포도밭 안에 자리한 집에 살고 있어요. 매일매일 포도밭이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죠. 그리고 우리 아들은 카르미네르 포도를 가장 좋아합니다!" 가족들과 칠레 콜차구아 밸리(Colchagua Valley)에 위치한 포도밭에 거주하기 때문에 매일 땅과 포도나무의 상태를 시시각각 확인할 수 있고, 양조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 "와인은 자연이 준 선물입니다"라 전한 노엘리아. 그녀의 꼼꼼하고 세심한 포도밭 관리와 양조 덕분에 에밀리아나는 친환경적이면서도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해 내고 있다.

꼬얌이 만들어지는 로스 로블스 셀라 사진(사진 제공: 노엘리아 오츠) 

유니크한 필드 블렌드 와인, 꼬얌의 탄생

“와인메이킹으로 자연을 거스를 수는 없다” - 노엘리아 오츠, 에밀리아나의 와인메이커

한국을 방문한 노엘리아 오츠

와인메이커 노엘리아의 강력한 메시지로 꼬얌 와인의 버티컬 테이스팅(빈티지 2013, 2018, 2020)이 시작되었다. 이 와인을 한국에 소개하기 위해 직접 그녀가 한국을 방문했다. 칠레에서 한국은 비행기로 30시간 이상이 걸릴 정도로 먼 곳에 있기도 하여 쉽지 않은 방문이지만, 특히 노엘리아는 1년 내내 포도밭을 밀접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포도밭을 떠나는 일이 드문 터라 매우 소중한 자리였다.

칠레에서 고품질 레드 와인 지역으로 유명한 콜차구아 밸리는 해발 245m에 위치해 안데스산맥과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다가 특별한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지중해 레드 포도 품종이 잘 자라기로 알려져 있다. 원주민 언어인 마푸체(Mapuche)어로 “칠레의 참나무”라는 뜻을 담아 이름을 지은 와인 꼬얌(Coyam)의 와이너리는 이름 그대로 참나무로 둘러싸여 있다. 이 와인은 칠레에서 최초로 ISO14001 인증을 받은 2001년 빈티지로, 2003년 세상에 탄생했다.

사진 출처 www.emiliana.cl

다양한 포도 품종의 블렌딩으로 알려져 있는 꼬얌은 로스 로블스 에스테이트(Los Robles Estate)의 포도밭 구획을 세밀히 나눠 사이트 위치에 따라 적합한 포도 품종을 심어 재배한 후, 매년 다른 블렌딩으로 출시된다. 2020년 빈티지는 38% 시라, 37% 카르미네르, 8% 카베르네 소비뇽, 5% 카리냥, 4% 가르나차, 4% 무르베드르, 2% 프티 베르도, 1% 말벡, 1% 템프라니요가 블렌딩되었다. 가르나차는 2018년부터 블렌딩되었기 때문에, 이전 빈티지와는 와인의 스타일이 달라지기 시작한 셈이다. 마지막 1%의 말벡과 템프라니요가 와인의 맛에 얼마나 차이를 주냐는 질문에,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해보면 알 수 있을 거예요. 템프라니요 1%의 블렌딩으로도 와인의 맛이 확연히 달라집니다”라고 전한 노엘리아. 각 포도가 고유한 특징을 더하며, 우아하면서도 힘 있는 와인 스타일의 정교함과 섬세함이 돋보였다. 80%는 프렌치 오크에, 20%는 아메리칸 오크에서 숙성하기 때문에 은은하게 풍겨지는 바닐라와 초콜릿 향이 잘 익은 검붉은 과실 향들과 잘 어우러지고, 풍부하고 강렬한 풍미와 함께 단단하고 구조감 좋은 타닌과 좋은 산도를 선사한다. 특히 꼬얌 2017은 세계 최고 와인 마스터들이 참여한 2020년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세계 10대 유기농 와인으로 선정되며, 또 한 번 그의 진가를 인정받았다. 노엘리아 오츠의 손길 아래 정교하게 블렌딩되는 꼬얌 와인은 단순한 레드 와인이 아니라, 칠레 와인의 지속가능성을 정의하는 와인으로도 볼 수 있다.

“꼬얌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와인입니다.”

-노엘리아 오츠

버티컬 테이스팅 노트

꼬얌 2013
꼬얌 와인의 숙성 가능성을 자신 있게 보여주는 와인. 10년이 지나며 진하게 깊어진 숙성 향에선 오래 끓인 간장 같은 우마미가 올라오며 단단한 구조감과 주된 블렌드를 이루는 시라와 카르미네르의 검붉은 과실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산도가 강건하게 살아있어 와인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꼬얌 2018
2018년부터 가르나차를 소량 블렌딩하기 시작하여 잘 익은 검붉은 과실 향이 가미되었다. 잘 익은 포도와 18개월의 프렌치/아메리칸 오크 숙성으로 인해 깊은 맛이 발현되었지만, 자체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와인이었다. 잘 익은 블랙베리, 검은 자두의 과육, 젖은 숲, 젖은 땅, 말린 그린 허브의 향이 인상적인 와인이다.

꼬얌 2020
지중해 허브인 로즈마리, 타임 향과 함께 검붉은 과실인 자두, 블랙베리 등의 향. 그리고 오크 숙성에서 발현되는 은은한 모카 향, 카페라떼 향이 함께 올라왔다. 숙성하지 않고 바로 마셔도 충분히 풍부한 스타일의 와인을 출시하기 때문에, 풍부한 과실 향, 촘촘한 타닌, 그리고 활기찬 산도가 인상적이었다.

버티컬 테이스팅을 한 꼬얌 2013, 2018, 2020 빈티지 와인들

건강한 마실거리, 한국에서 만나볼 수 있는 에밀리아나의 와인 포트폴리오

지구의 환경 문제는 계속해서 화두로 남아있으며 그 중요성은 계속해서 더 강조되고 있다. 그 때문에 우리의 먹거리, 마실 거리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점에서 에밀리아나 와이너리의 와인은 믿고 마셔도 되는 건강한 와인이다. 거의 1,000헥타르의 포도밭이 마이포, 콜차구아, 비오비오, 카사블랑카, 이타타 등에 분포되어 있는데, 지속적인 환경 관리와 자연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기는 철학으로 와인을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2011년에는 페어 트레이드 인증을 받았으며, 2012년에는 영국 매거진 드링크스 비지니스에서 “올해의 친환경 와이너리”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진 출처 www.emiliana.cl

아말루나 유기농 스파클링 와인 Amaluna Sparkling Wine
화이트 품종으로 유명한 지역인 카사블랑카 D.O에서 만들어지는 82% 샤르도네, 18% 피노 누아 블렌드의 드라이한 스파클링 와인. 섬세한 버블과 꽃향, 시트러스 과실향, 그린 애플향이 조화롭게 이루어진다.

노바스 유기농 리슬링 Novas Riesling
산티아고에서 남쪽으로 약 500km 떨어진 쿨 클리이밋의 비오비오 밸리(Bío Bío Valley)에서 재배된 포도로 양조하는 이 와인은 균형 잡힌 구조감과 높은 산미, 5g의 잔당(Residual Sugar)으로 풍미와 텍스처를 선사한다. 시트러스 과일과 함께 약간 느껴지는 트로피컬 과실은 와인에 예쁜 향을 더해준다.

지(헤) Gê
칠레 최초로 데메테르(Demeter), 바이오다이나믹 인증을 받은 와인으로 2003년 빈티지로 2006년에 출시되었다. 2018년 빈티지는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으로부터 칠레 와인 No.1이라는 영예의 타이틀을 안겨준 아주 특별한 와인이다. 로스 로블스의 언덕에서 만들어지는 이 와인은 시라 52%, 카르미네르 34%, 카베르네 소비뇽 14%의 블렌드로 16개월 동안 콘크리트와 프렌치 오크배럴에서 숙성되어 만들어진다. 카베르네 소비뇽의 힘 있는 강건한 타닌과 검은 과실 향으로 좀 더 파워풀한 성격을 띠며, 삼나무, 말린 지중해 허브 향과 함께 어우러지는 농도 짙은 검붉은 과실 향이 인상적이다.

수입사 까브드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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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림 사진 천혜림/에밀리아나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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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개일 : 2024년 0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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