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토스카나 와인’을 정의하다 : 까스텔라레

Written by: 신 윤정

지난 11월 초,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의 그레이트 와인즈 오브 이태리(Great Wines of Italy) 행사를 위해 유수의 이탈리아 와이너리들이 앞다퉈 한국을 찾았다. DCC(Domini Castellare di Castellina) 그룹에서도 제임스 서클링으로부터 고득점 받은 와인들을 선보이기 위해 수출 매니저 니콜레타 파온(Nicoleta Paun)이 방한했고, 그녀를 인터뷰할 기회를 가졌다. 토스카나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부터 마렘마, 시칠리아를 아울러 네 개의 와이너리를 보유한 DCC 그룹. 하지만 이날의 만남에선 토스카나 특히 키안티 클라시코 위주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보기로 했다. 지난 수십 년간 와인 생산 법규가 수차례 바뀌어 온 토스카나에서 까스텔라레가 걸어온 길은 어떠한 가치를 지니는지, 그리고 이 ‘정통파’ 와이너리에서 꾀하는 혁신이 궁극적으로는 어떻게 정통과 맞닿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 까스텔라레 키안티 클라시코(Castellare Chianti Classico) 2020과 이 소디 디 산 니콜로(I Sodi di S. Niccolo) 2018을 점심 식사에 곁들이며, 빠른 듯 느리게 흘러간 니콜레타 파온과의 대화를 통해 소개한다.

까스텔라레의 수출 매니저 니콜레타 파온(Nicoleta Paun)

젊은 저널리스트의 당찬 도전, 그리고 영원한 현역

와이너리의 풀네임은 까스텔라레 디 까스텔리나(Castellare di Castellina)(이하 ‘까스텔라레’). 1970년대에 이탈리아에서 꽤 유명했던 젊은 저널리스트 파올로 파네라이(Paolo Panerai)가 설립했다. 플로렌스 출신의 이 와인 러버는 당시 밀라노에 회사가 있었지만, 토스카나에서 자신의 와인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포도밭을 찾아 나선다. 그리하여 발견한 땅이 키안티 클라시코의 중심부에 있는 까스텔리나(Castellina). 4명의 오너가 분할하여 소유하고 있던 땅이었지만, 1977년 파올로 파네라이가 와이너리를 열며 까스텔라레 디 까스텔리나라는 이름으로 통합하게 된다. 그때 그의 나이는 30세. 시간이 흘러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에서 자리를 잡은 그는 새로운 도전을 이어간다. 2007년 도멘 바론 드 로쉴드(Domaine Baron de Rothschild)와의 조인트 벤처로 토스카나 남부의 마렘마 지역에 로카 디 프라시넬로(Rocca di Frassinello) 와이너리를 오픈한 것.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활동 반경을 시칠리로 넓혀 페우디 델 피시오토(Feudi del Piciotto)와 구라 디 마레(Gurra di Mare)라는 두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이렇게 하여 ‘From Tuscany to Sicily : Four Wineries One Passion’이라는 슬로건으로 DCC 그룹은 네 개의 와이너리를 보유하게 되었다. 양조는 이탈리아의 위대한 와인메이커 자코모 타키스(Giacomo Tachis)의 제자인 알레산드로 체라이(Alessandro Cellai)가 맡고 있다. 30세에 와인에 대한 애정만으로 와이너리를 설립했던 파올로 파네라이는 올해로 77세를 맞았다. 니콜레타에 의하면 “요즘도 와인 생산 및 마케팅에 직접 관여”한다고. 월~금은 밀라노에 있고 주말은 까스텔리나에 머무른다는 오너. 까스텔라레 와인을 대표하는 레이블에 넣을 새 그림까지 직접 고른다는 파올로 파네라이는 77세에도 여전한 현역으로 상징성을 가진다.

까스텔라레 디 까스텔리나(Castellare di Castellina)의 오너 파올로 파네라이(Paolo Panerai)

진정한 토종 산지오베제 클론을 위하여

와이너리 설립 초창기부터 파올로 파네라이는 ‘토스카나 정통’을 추구했다. 타지역 산지오베제 클론에 오염되지 않은, 진정한 토스카나 정통 산지오베제 클론으로 와인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실험실은 까스텔라레의 포도밭이었다. 밀라노 대학 그리고 플로렌스 대학과 협업하여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 최초의 실험적 포도밭(Experimental Vineyard)을 만들고, 여기서 산지오베토(Sangioveto)라는 정통 토스카나 산지오베제 클론을 과학적으로 선별해냈다. 그리고 이 혁신으로 탄생한 와인이 플래그쉽 와인인 이 소디 디 산 니콜로 1977 빈티지이다.

이 소디 디 산 니콜로를 이해하기 위해선 1970년대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의 분위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키안티 클라시코의 이름을 걸고 와인을 출시하려면 와인의 접근성을 위해 화이트 품종을 5% 넣어야 했다. 와인 생산자들 사이에선 더 나은 품질을 위해 이 규제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하나둘 생겨났고, ‘수퍼 투스칸‘이라는 독자적인 길을 걷는 와인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까스텔라레 역시 이 물결에 동참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메를로와 같은 보르도 품종을 활용하여 만든 보통의 수퍼 투스칸이 아닌, 토스카나 정통 품종으로만 만든 수퍼 투스칸이라는 것. 산지오베토 85%에 말바지아 네라를 15% 블렌딩하여 만든 이 와인은 1987년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1985 빈티지로 6위를 차지했다. 와인 스펙테이터 탑100에 든 첫 번째 이탈리아 와인이었다. 이후 90년대를 거쳐오며 키안티 클라시코의 규정이 완화되고 화이트 와인을 첨가해야 한다는 조항도 없어졌지만, 이 소디 디 산 니콜로는 원형을 살려 IGT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정통 토스카나 산지오베제 클론을 위한 까르텔라레의 실험적 혁신은 산지오베토라는 클론으로 까스텔라레의 모든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키안티 클라시코의 전통주의자

까스텔라레의 ‘정통’을 향한 집념은 산지오베토 클론에서 그치지 않는다. 1970년대에 토스카나 지역에서 타닌이 많고 다소 거친 산지오베제 품종을 다루는 방법은 크게 둘 중 하나였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와 같이 숙성 기간을 길게 가져가든, 메를로나 카베르네 소비뇽과 같은 국제 품종을 블렌딩하여 접근성을 좋게 하든. 파올로 파네라이가 선택한 방법은 둘 중 무엇도 아니었다. 키안티 클라시코에 국제 품종을 섞고 싶지 않았던 그는 와인을 프렌치 오크통에서 숙성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에서는 큰 슬라보니안 캐스크에 와인을 숙성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까스텔라레는 토스카나 토착 품종만 사용하는 대신 프렌치 오크통을 사용했다. 두께가 비교적 얇아 미세 산화로 인해 와인이 부드러워지고 접근성이 좋아지는 프렌치 오크통의 이점을 노린 것이다. 니콜레타는 “지금도 키안티 클라시코에 프렌치 오크를 사용하지만, 물론 전략적으로 사용한다. 새 프렌치 오크보다는 한 번 사용한 프렌치 오크를 선호한다”라고 덧붙인다. 키안티 클라시코에 토스카나 토종 품종만을 사용하겠다는 이 고집, 까스텔라레를 진정한 전통주의자라 부르는 이유일 테다.

빈산토용 포도를 건조하는 빈산타이아 룸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에선 ‘토종 토스카나 품종’에 기준을 두고 전통을 지켜 나가는 한편, ‘토스카나의 전통적인 양조법’을 지키기 위한 특별한 와인들도 있다. 발효가 끝난 와인에 건조한 산지오베제 포도를 넣어 재발효시킨 고베르노 디 까스텔라레(Governo di Castellare)가 그 첫 번째로, 우아하면서도 이지 드링킹 스타일의 와인으로 만들어진다. 두 번째 와인은 빈 산토 산 니콜로(Vin Santo S. Niccolo). 말바지아 비앙카와 트레비아노 포도를 빈산타이아(Vinsantaia)라고 불리는 특별한 룸에 3달간 매달아 건조한 후 압착하여 발효한 와인이다. 3달간 포도의 수분이 증발한 만큼 발효가 끝나면 달콤한 와인이 얻어지는데, 이후 채스넛 배럴에서 5년의 숙성을 거치며 매우 적은 양의 진한 빈산토 와인이 결과물로 남는다. 까스텔라레의 고베르노와 빈산토는 국내 수입되진 않지만, 까다롭고 수고스러운 양조 과정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이 와인들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전통주의자적 면모를 한껏 엿볼 수 있다.

새가 돌아오고 있다

해마다 다른 새의 그림이 들어가는 까스텔라레의 와인 레이블.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이 작은 생명체를 담은 레이블은 토스카나 지역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새들에 대한 존중을 표현한 것으로, 까스텔라레의 유기농 철학을 보여준다. 1977년 첫 빈티지부터 지금까지 19세기 영국 조류학자이자 예술가인 존 굴드(John Gould)의 조류도감 책에서 새 그림을 차용해 왔다. 레이블에 넣을 새는 매년 여름 오너인 파올로 파네라이가 직접 고른다고. 그는 와이너리 설립 초기부터 이 지역 동식물에 대한 존중을 주요한 와인 생산 철학으로 내세웠다. 단 한 번도 포도밭에 합성 화합물을 사용한 적이 없으며, 유기농법으로 경작해 온 것이다. 환경을 고려한 지속 가능한 와인 생산은 21세기에 와서 대부분의 와인 생산지가 중요시하는 부분이지만, 한발 앞서 대처했던 토스카나에선 청신호가 들려오고 있음을 니콜레타는 부연한다. “지난 20~30년간 환경이 어려워지며 전체 키안티 클라시코 DOCG 내 약 60%의 와인 생산자가 유기농법으로 전환했다. 최근에는 이 지역에서 멸종된 것으로 여겨졌던 새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니콜레타는 까스텔라레의 와인 스타일을 신선함, 우아함, 쉬운 접근성 세 단어로 요약했다. 이러한 결과물을 위해 양조 방식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포도가 나오는 테루아가 바탕에 깔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거의 100헥타르에 달하는 까스텔라레 와이너리의 땅은 전체가 키안티 클라시코 DOCG 지역에 속한다. 하지만 실제 포도밭은 33헥타르밖에 되지 않는데, 나머지는 숲을 그대로 보존하거나 올리브 나무를 위한 땅으로 남겨 두었다. 포도밭은 해발고도 260m부터 520m까지 다양한 위치에 남동향으로 조성되어 있다. 그만큼 입지에 따른 미세 기후가 다르게 형성되는데, 덕분에 각기 다른 구획에서 나온 와인들을 블렌딩하여 복합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이 니콜레타의 설명이다. 또 까스텔라레 포도밭은 유난히 공기 순환이 잘되는데, 이는 포도밭 인근에 있는 발델사 밸리(Valdelsa Valley)로부터 선선한 공기가 유입되기 때문이다. 올해 여름만 해도 토스카나에는 비가 무척 많이 왔지만, 통풍이 잘된 덕분에 까스텔라레는 인근의 다른 와이너리들에 비해 손실율이 적었다 한다. 포도밭의 토양은 주로 자갈이 많은 석회암-이회토와 약간의 점토층으로 구성된다. 플래그쉽 와인인 이 소디 디 산 니콜로의 와인명에는 포도밭에 특히 암석이 많아 작업하기가 힘들다는 사연이 숨어 있다. ‘소디(Sodi)’가 의미하는 바가 바로 ‘일하기 힘든 땅‘이라는 것. 그럼에도 까스텔라레의 전체 포도밭을 통틀어 품질이 가장 좋은 포도가 생산되는 이곳을 포기할 수 없었던 파올로 파네라이는, 여기에서 생산된 와인에 이 소디 디 산 니콜로라는 이름을 붙였다. 자 그럼, 정통 토스카나 DNA를 지녔으며 신선하고 우아하고 접근성이 좋을 까스텔라레의 대표 와인 2종을 만나보자.

까스텔라레 키안티 클라시코 2020 Castellare Chianti Classico 2020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메를로 없이, 오직 토종 산지오베제 클론인 산지오베토 95%에 까나이올로 5%를 블렌딩한 기본급 키안티 클라시코이다. 2020년은 완벽한 개화기에 이어 적당한 기온과 일교차를 보여 토스카나에선 좋은 빈티지라 평가받는다. 포도밭에서 손으로 포도를 바로 선별해 가며 수확하여 생산량이 적은 편이다.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7개월의 숙성을 거쳤다.

작은 레드 베리류와 체리의 과일 아로마, 바이올렛, 로즈마리와 같은 지중해 허브 향이 신선하게 코로 올라오고, 좋은 산미와 부드럽고 촘촘한 타닌, 달콤한 감초 노트에 붉은 과일 캐릭터가 더해지며 맛깔스러운 피니쉬를 보이는 와인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키안티 클라시코임에도 투박하지 않고 술술 넘어간다는 점에서 니콜레타가 강조한 좋은 접근성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 수 있는 와인이었다.

까스텔라레 이 소디 디 산 니콜로 2018 Castellare I Sodi di S. Niccolo 2018
첫 빈티지인 1977년부터 산지오베토 85%와 말바지아 네라 15%의 레시피를 유지하고 있는 플래그쉽 와인. 산 니콜로 교회를 둘러싼 싱글 빈야드에서 생산된다. 2018년에는 비가 많이 왔는데, 최상의 포도만 선별하는 방식으로 생산량을 줄이고 품질을 유지했다. 작년 4월에 출시된 영 빈티지로, 30개월간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숙성을 거쳤다.

강렬하면서도 복합적인 향. 블랙베리와 체리의 과일 아로마에 스윗 스파이스와 페퍼, 훈연, 토바코, 감초, 클로브 등의 향이 겹겹이 이어진다. 아름다운 산미와 도톰한 질감, 집중도가 매우 좋은 와인. 프렌치 오크의 옷을 입은 검붉은 과일과 야생 허브의 캐릭터가 파마산 치즈 같은 감칠맛과 부드러운 미감으로 마무리된다.

까스텔라레 와이너리에 몸 담은 지 어언 2년째라는 니콜레타. 이탈리아 와인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은 그녀의 끝인사로 글을 마무리한다. “까스텔라레는 토스카나 전통주의자이지만 배우고 연구하는 것을 멈추지 않아 왔다. 항상 새롭게 배우고 다른 지역을 공부하며, 한편으로는 아직 보여주고 싶은 게 많다. 한국 소비자들이 까스텔라레를 포함하여 이탈리아 와인에 계속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수입사 신동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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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신윤정 사진·자료 제공 신동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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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개일 : 2023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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