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업데이트 : 2022년 07월 21일

캘리포니아 진판델(Zinfandel)을 마주하는 방법

지금은 아재라고 불리는 아저씨들이 30대 초중반 와인을 한창 찾던 시절이 있었다. 내게도 20년 전이니 남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20년 […]
Written by: 정 휘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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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재라고 불리는 아저씨들이 30대 초중반 와인을 한창 찾던 시절이 있었다. 내게도 20년 전이니 남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20년 전, 시장에는 칠레 와인이 서서히 소개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흔한 몬테스 알파가 정말로 초고가 와인의 대명사처럼 보였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이 와인들의 품질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당시에 생각했던 고급 이미지 보다는 보편화 된 것 같다. 30년 전 그랜저와 지금의 그랜저는 변함없이 좋은 차이지만 사람들이 바라보는 관점이 변화한 것과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당시에는 사람들이 어떤 와인들을 좋아했을까? 예나 지금이나 진하고 강한 레드 와인을 선호하게 된다. 물론 보르도 와인도 좋은 선택이었지만 뭔가 기묘하고 오묘한 맛이 와인 초심자들에게는 직설적으로 다가가지 못했던 면들도 있었다. 그래서 좀 더 직설적인 맛을 많이 강조했던 칠레 카베르네 소비뇽 계열의 와인들이 각광 받았고, 당시에도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을 많이 찾았다. 약간 거친 면이 있기는 하나 그에 걸맞는 힘과 보디감, 오래 남는 피니시에 이르기 까지 아재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 카베르네 소비뇽은 제격이었다. 

그러나 사실 아재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포도 품종은 이보다 더 힘 좋은 진판델을 꼽을 수 있다. 힘으로 강조하자니 좀 애매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내 머릿속 이미지에 진판델은 아놀드 슈워제네거 같은 각진 남성형 보다는 드웨인 존슨 같은 묘하게 섬세하고 둥그스름한 남성형이 떠오른다. 매우 피상적인 표현이지만, 진판델 와인을 처음 접하게 된다면 이런 생각을 갖게 되리라 추측한다. 진판델은 이탈리아 남부 프리미티보의 클론이라는 말도 과거에 많았으나 지금은 다른 품종이라고 밝혀졌다. 뜨거운 곳을 좋아하는 품종으로 알코올의 기본 출발점은 14도나 된다. 

캘리포니아 롬바우어 빈야드의 진판델 포도

기본적으로 시장에 나와 있는 진판델 와인은 대부분 알코올 15도를 넘는 것이 부지기수다. 진판델의 명가 세게지오(Seghesio)나 롬바우어(Rombauer)의 진판델은 모두 15도를 넘는다. 그렇다고 알코올이 높기만 하다면 이 품종의 명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아주 강인하지만 맛깔스런 과실의 풍미, 그리고 힘 있는 산미, 입 안을 가득 채워주면서도 오래 유지되는 보디감 등 모든 면에 있어서 “내가 와인은 잘 모르지만 이 와인은 정말 맛있다”라는 느낌을 주는 데 손색이 없을 것이다. 

국내 수입되는 대표적인 캘리포니아 진판델 와인들

재미있는 것은 진판델의 경우 미국에서만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일부 시험 재배될 수는 있겠지만, 여러 국가별 특징적인 품종(예를 들어 이탈리아의 네비올로, 수수마니엘로, 네렐로 마스카레세 등등)을 꼽자면 캘리포니아의 경우 진판델을 들 수 있겠다. 아재들에게 덜 알려진 와인 품종이니 아재들이 많이 골라도 좋겠지만, 가족 모임이나 지인들과의 모임, 연인들과 와인을 즐기기에도 정말로 우아한 맛을 선사하니 훌륭한 품종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힘을 잠시 빌려서 즙만 짜낸 뒤 가볍게 만들어낸 화이트 진판델도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으니 와인 애호가들에게 로제와 레드의 두 맛을 모두 선사하는 훌륭한 포도라 하겠다. 

진판델 품종은 이처럼 풍성하고 힘 있는 과실 터치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향이 강한 불고기, 숯불고기, 스테이크, 미국식 바비큐(생각만 해도 침이 넘어간다)랑 함께 한다면 정말로 멋진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레드 와인에 고기라는 공식은 이럴 때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게다가 숙성을 좀 해도 좋으나 1~2년 숙성때 아주 좋은 맛과 풍성한 과실향을 보여주니 불이 있는 와인 자리에 간다면 반드시 진판델을 한 번 선택해보기 바란다. 오늘 저녁 술자리가 있는가, 찾아보자, 진판델 품종의 와인을. 

정휘웅 와인 칼럼니스트 / 사진 제공 WS통상, 와인투유코리아

온라인 닉네임 '웅가'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11,000건에 가까운 자체 작성 시음노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세 권의 책을 출간하였다. 김준철와인스쿨에서 마스터 과정과 양조학 과정을 수료하였다. IT 분야 전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와인 분야 저술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2013년부터 연초에 한국수입와인시장분석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행하고 있으며, 2022년 현재 열 번째 버전을 무료로 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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