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고급 와인 소비자 고찰

Written by: 정 휘웅

한국에서 고급 와인의 기준점은 어느 정도로 보아야 할까? 이전 글에서도 살펴본 바와 같이 5만 원 정도 이상, 샴페인 시장 이상의 환경으로 보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와인 애호가라면 5만 원이라는 가격이 아주 높은 와인으로 생각이 안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일상으로 돌려 생각해 보자. 일반적으로 라면 다섯 개들이 한 봉지가 5천 원 안팎이다. 즉 라면 50개 가격이 와인 1병이다. 3캔 9천 원 행사를 하는 맥주를 보더라도 그렇다. 5만 원이면 맥주가 15캔(45,000원) 이후 5천 원이 남는다. 외식을 한다면 5만 원은 큰돈이 아닐 수 있다. 지인들과 삼겹살을 먹어도 5만 원은 쉽게 소비된다. 그러나 우리 일상을 본다면 5만원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와인을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금액 단위에 대해 무뎌지게 된다. 사람의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이런 심리적 무뎌짐이 상당히 영향을 많이 주기 때문이다. 은퇴한 직장인들이 퇴직 이후에 씀씀이를 줄이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기인한다. 모든 자연현상에는 관성이 있기 마련인데, 씀씀이 역시 관성이 있어서 줄이려면 꽤나 많은 고통이 따른다. 그래서 5만 원이 고급 와인이라는 의견에 혹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있으나 시장 데이터를 살펴보면 일반 소비자들의 와인 구매 패턴은 여전히 1만 원대에도 여러 번 와인을 들었다가 놓았다가 할 수밖에 없다.

많은 와인 업계 전문가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과거에 비해서는 금액적으로 많이 올라서 이전에 1만 원대 와인이 주력이었다면 지금은 2~3만 원대가 주력이라고 이야기를 자주 한다. 그만큼 물가가 올라갔고 소득 수준도 높아지기는 했으나, 대중의 주머니 사정 등을 고려할 때 2~3만 원대도 큰마음 먹고 잡는다는 것이 합리적인 해석일 것이다. 그러니 5만 원은 꽤나 높은 금액대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사회 구조의 변화(고령화, 소득 양극화)는 와인 소비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 어떤 영향이 있을지는 시장 수치가 보여줄 것이고 그 이전에 와인 소비자들의 유형을 분석하는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하겠다. 국내에서 현재 수익을 내기 적절한 분야인 고급 와인 분야를 좀 더 자세히 보는 것은 더 의미 있는 일이라 본다. 그렇다면 해외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소비자 분류에 대해서 하나의 기사를 살펴보면 해외에서도 일련의 설문조사를 통하여 구매자를 그룹으로 나누고 분석한 사례를 볼 수 있다. 해당 기사에서도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여섯 가지 정도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다.

다음은 내가 생각하는 고급 와인 분야에 국한된 소비자 그룹의 구분이다. 특정 설문조사를 한 것은 아니고 경험치에 의한 것임을 미리 밝힌다. 앞으로 시간과 예산이 뒤따른다면 각 범위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초고가 와인 소비자군: 일반적으로 알려진 와인은 잘 찾지 않는다. 컬트 와인이나 그랑 크뤼 중에서도 3등급 이상, 올빈 와인 등을 집중적으로 마신다. 집에 셀러를 보유하고 있으며 와인샵의 세일 정도 등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자신만의 와인 유통 채널이 있다. 고급 와인 시장 내에서도 초고가 와인 시장의 핵심을 차지한다.
고소득 소비자군: 와인에 대해 깊은 지식은 없으나 건강에 대한 고려, 주변의 인맥 관리 및 사회적 평판 등을 위하여 와인을 의도적으로 소비하는 경우로 정의할 수 있다. 일부 직구 등으로 와인을 구매할 수 있다. 고급 와인의 핵심 영역이 된다.
안정적 와인 애호가군: 아마도 내가 여기에 포함될 것 같다. 오랫동안 와인을 마셨고 와인 지식도 상당히 있다. 해외 직구도 종종 하며, 샵의 세일 정보, 커뮤니티 활동도 활발하게 한다. 주변 애호가들과 모여서 고급 와인들을 소비할 수 있다.
와인 애호가 진입군: 열정적으로 고급 와인에 대한 호기심은 있으나 여러 가지 제반 여건으로 인해 곧바로 고급 와인을 소비할 수는 없다. 커뮤니티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며, 여러 와인 시음회에 참여한다. 와인 시음 자체에 목적이 있고 고급 와인을 소유하고자 하는 의지는 있으나 경제적 사정에 따라서 상이하다. 제한적으로 고급 와인을 구매할 수 있다.
일시적 호기심 소비자군: 데일리 와인 급에서 소비를 하며, 선물을 해야 하거나 접대를 해야 하는 경우 제한적으로 고급 와인을 구매할 수 있으나 빈도는 애호가에 비해서 월등하게 낮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제시한 그룹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지금 사회 구조와 소비 패턴, 시장의 흐름은 상기와 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시장에서 고급 와인 시장 규모가 어떻게 성장 혹은 감소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르겠으나 향후에 좀 더 깊은 고찰이 필요하겠다.

정휘웅

온라인 닉네임 '웅가'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11,000건에 가까운 자체 작성 시음노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세 권의 책을 출간하였다. 김준철와인스쿨에서 마스터 과정과 양조학 과정을 수료하였다. IT 분야 전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와인 분야 저술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2013년부터 연초에 한국수입와인시장분석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행하고 있으며, 2022년 현재 열 번째 버전을 무료로 발간하였다.

  •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기사 공개일 : 2024년 01월 23일
c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