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캘리포니아, 남호주 와인을 만나다
‘남호주 와인’이라는 카테고리가 생소할지도 모르겠다. 남호주는 빅토리아, 뉴사우즈웨일즈, 태스매니아, 퀸즈랜드, 서호주와 함께 호주의 6개 주(州) 중 하나로, 호주 와인 산업의 중심부라 불리는 곳이다. 바로사 밸리, 이든 밸리, 아들레이드 힐, 맥라렌 베일, 쿠나와라 등 굵직한 와인 산지가 대거 포진해 있으며, 호주 와인 전체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책임지는 곳이다. 미국 와인 산업에 캘리포니아가 있다면 호주 와인 산업엔 남호주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바로 이 남호주 와인만을 소개하는 남호주 와인 그랜드 테이스팅 2021이 지난 5월 열렸다.
장소는 밀레니엄 힐튼 서울 그랜드 볼룸.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볼 수 없었던 국제 규모의 와인 시음회로 남호주 주정부가 주최하고 와인인이 주관하였다. 행사장은 참가자 간 충분한 거리두기가 가능하도록 시간대를 나누어 사전 참가 신청을 한 제한된 인원을 대상으로 운영되었다. 많은 참가자들은 “붐비지 않고 차분하게 시음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라며 시음회 운영에 대한 만족감을 보였다. 평소 같으면 와이너리 관계자가 방한하여 직접 와인을 소개했겠지만 이번에는 와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10명의 가이드가 이를 대신하였다.
더 좋아진 품질과 새로운 스타일을 입은 남호주 와인
작년부터 호황을 맞고 있는 국내 와인 시장을 반영하듯 이번 행사에는 총 33개의 미수입 와이너리가 한국 파트너를 찾아 나섰다. 여기에는 남호주 와인의 역사를 함께 써온 오랜 전통의 와이너리부터 최신 트렌드를 선도하는 비교적 젊은 와이너리까지 다양하게 포함되었다. 또한 제임스 할리데이 등의 와인 전문가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와이너리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미수입 와이너리뿐만 아니라 14개의 수입사도 참여해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대표 남호주 와인을 선보였다.
이번 시음회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으로 와인 스타일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과거 남호주 와인은 폭발적인 과실미와 진한 풍미, 높은 알코올 도수로 요약되었고, 때로는 잼과 같은 들큼한 풍미로 저평가의 대상이 되곤 했다. 하지만 이미 몇 년 전부터 남호주 와이너리들은 과감한 변화를 시도해왔다. 그리고 이번 시음회를 통해 그 시도가 성공 궤도에 올랐음이 검증되었다. 이는 “예전보다 섬세하고 신선한 스타일의 와인이 많아졌다”라고 입을 모은 여러 참가자의 반응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와인 스타일의 변화는 남호주의 와인 생산 트렌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시음회에 참여한 많은 와이너리가 포도 재배 시 지속 가능한 농법, 혹은 유기농법을 사용하고, 양조 시에는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한 환경에서 자란 포도로 깨끗한 와인을 만들고 있는 남호주 와인 산업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남호주 와인, 국내 소비자들에게 성큼 다가오다
오랜만에 열린 큰 규모의 대면 행사인 만큼 참가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시음 세션 중 일부 시간대는 행사 한 달 전부터 참가 신청이 마감되었으며, 참가 문의는 행사 당일까지 이어졌다. 한 참가자는 “힘든 시기이지만 거리두기 등 행사장 운영이 잘된 것 같다. 남호주 와인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인원 제한으로 인해 시음장 내 분위기는 사뭇 여유로워 보였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뜨거운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그 배경에는 신규 론칭할 브랜드를 찾는 수입사 관계자들이 있었는데, 시음회가 진행되는 도중에 수입이 확정되는 미수입 와이너리가 속속 생겨나기도 했다. 또한 참가자들이 제출한 설문지에 따르면 수입사 여러 곳의 러브콜을 한 번에 받는 와이너리도 적지 않았다. 이번 시음회를 통해 다수의 남호주 미수입 와이너리가 국내 시장에 진입하게 된 것이다. 새로운 스타일과 다양성, 그리고 더욱 좋아진 품질로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유혹할 남호주 와인의 앞으로가 기대된다.
글 신윤정, 사진/자료 제공 남호주 주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