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와인의 핵심 강점은 서늘한 기후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뉴욕 와인이 가격 경쟁력이 좋다는 사실도 나쁘지 않습니다. 제 나이 또래의 사람들이 꼬똥 샤를르마뉴(Corton Charlemagne)를 매주 비빔밥과 함께 마실 순 없지만, 핑거 레이크(Finger Lake)의 훌륭한 리슬링 한 병을 죄책감을 느끼지도 통장잔고를 털지 않고도 마실 수 있거든요. 그리고 이 와인이 정확히 어디서 왔는지도 알 수 있고, 비교적 소량 생산되어 신선도와 미네랄이 풍부하며 깨끗한 피니쉬가 오래 지속되죠. 예전에는 “다르다”라는 것이 많은 뉴욕 와인 생산자에게 불안감을 줬지만, 지금은 자랑스럽게, 대담하게(Boldly) 우리의 와인이 고유하고 독특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중순에 국내 최초로 열린 뉴욕 와인 마스터 클래스 & B2B 테이스팅 이벤트에서 뉴욕와인생산자협회 아시아 대표인 매튜 C. 맥펫트릿지(Matthew C. McFetridge)가 마스터 클래스의 진행자로 나섰다. ‘Boldly NY’의 슬로건 답게 ‘대담’하고 ‘과감’함을 내세운 뉴욕 와인을 소개하기 위해, 그는 유쾌하고 시원시원한 진행으로 지루할 틈 없이 2시간을 꽉 채웠다. 이 젊고 지적이면서 훈남(!)이기까지 한 뉴욕 와인 전문가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 싶어 인터뷰를 청했다. 뉴욕와인생산자협회 아시아 대표가 되기까지의 이야기와 뉴욕 와인, 한국 시장에 대한 생각을 물었고, 그는 역시나 기분 좋은 유쾌함으로 솔직한 답변을 보내왔다.
Q1. 지난 6/15(수)에 한국에서 최초로 열린 뉴욕 와인 B2B 이벤트에서 마스터 클래스를 직접 진행했고, 참가자들의 반응이 아주 뜨거웠습니다. 마지막까지 흥미로운 질의응답이 이어졌는데요. 한국의 와인업계 관계자들을 만난 소감이 궁금합니다.
마스터 클래스의 참석자들로부터 진심으로 따뜻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특히 이른 아침 시간에 많은 사람이 참석해준 것에 대해 정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참석자들 모두 열띤 관심을 보여, 제가 함께 의견을 주고받는 것에 더욱 큰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뉴욕 와인에 대해 몇 시간이고 얘기할 수 있고, 또한 한국의 열렬한 팬으로서 이번 행사는 정말 좋은 기회였지만 안타깝게도 화상으로 진행해야 했습니다.
Q2. 이번 마스터 클래스는 명쾌하고 쉬운 설명으로 참가자들의 집중도가 최고였습니다. 뉴욕 와인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설명이 완벽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뉴욕에서 성장해 와인업계에 처음 발을 들인 계기가 무엇인지, 그리고 뉴욕와인생산자협회 아시아 대표(New York Wine & Grape Foundation Asia-Pacific Market Representative)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확실히 뉴욕 와인에 관해서 얘기하고 홍보하는 것에 매우 열정적입니다. 사실 제가 이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어요. 재밌게도 10대 시절 삼촌이 운영하는 와이너리에서 일하게 된 게 저의 첫 번째 일이었습니다. 사실 13세 아이에겐 힘든 일이긴 했어요. 당시 수영장에서 휴식을 취하며 좀 여유로운 여름을 즐기고 싶었는데, 부모님께서 제 생각과는 전혀 다른 일정을 만드셨던 거죠. 두 해에 걸친 여름 동안 저는 일찍 일어나 포도밭에 가서 잘 익지 않은 싹들을 찾아 없애고, 게뷔르츠트라미너와 까베르네 프랑을 새로 심을 수 있도록 도왔어요. 트랙터도 몰면서 돌을 걸러내기도 하고, 포도덩굴이 트렐리에 잘 묶여 있는지 확인하는 일도 했었죠. 지금은 마치 휴가를 만끽하는 일처럼 보이지만, 13~14세 소년에게는 그다지 반가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절대 농부가 되지 않을 거라고 맹세했을 정도니까요.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저는 석사 2년쨰(동남아 연구) 생활을 하느라 런던에 있었고 이후 박사(PhD) 학위 합격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제가 공부를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큰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특히 학자가 되겠다는 제 꿈을 부모님께서 지원해 주셨기 때문에, 저는 미래를 어떻게 꾸려갈 건지 답을 찾아야만 했지요. 그래서 저는 아이튠즈(iTunes)에서 다큐멘터리들을 보기 시작했고, 레드 옵세션(Red Obsession)이란 프로를 접했어요. 중국의 보르도(와인)에 대한 갈망과 신흥 와인시장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프로였죠.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중국에서 살았기에 저는 중국에 돌아가고 싶었고, 어쩌면 고향의 와인을 홍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핑거 레이크 와인을 중국으로 수출하는 데 주목적을 두고, 아시아의 와인 수입사들을 대상으로 핑거 레이크 와인의 네고시앙이 되고자 하는 열망과 함께 작은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당시 국제 와인시장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기에 석사 학위를 마친 직후인 2016년, 상하이로 넘어가 와인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고 갓 대학원을 졸업했던 저를 써줄 만한 사람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온-트레이드 세일즈를 담당하며 마켓 매니저가 되었고, 크리스마스나 여름에 고향을 방문할 때마다 뉴욕 와인을 캐리어에 한가득 채워 왔습니다.
2018년에 저는 뉴욕 와인을 수입하기 시작했고, 뉴욕와인생산자협회도 상하이에 설립됩니다. 제가 수입한 몇몇 와이너리들과 함께 시음회를 열었고, 굉장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2018년 5월에는 비넥스포 홍콩으로 향하던 도중 한 명이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저에게 와인 따르는 것을 도와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고, 기꺼이 참여한 그 쇼에서 우리는 20개 이상의 브랜드를 홍보했습니다. 뉴욕 와인은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심지어 제임스 서클링도 방문해 인사를 했습니다. 그 후 협회에서 저에게 더 많은 홍보일을 함께하자고 제안해 왔고 지금까지 우리는 마케팅 프로그램을 성장시킴과 동시에, 다른 아시아 마켓으로의 확장을 고려함에 따라 작년부터 한국과 베트남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습니다.
질문에 대해 꽤 긴 답변이었는데요. 기회를 잡고, 네트워크를 쌓으면서, 뉴욕 와인에 대한 저의 열정을 멈추지 않았던 게 전부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Q3. 뉴욕의 와인 생산지는 흔히 알고 있는 뉴욕 시티가 아니라, 차를 타고 5시간쯤 뉴욕주 깊숙이 들어가면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뉴욕 토박이로서 어린 시절과 비교하여 지금의 뉴욕 와인 산지는 어떻게, 얼마만큼 변화했다고 느껴지나요?
굉장히 좋은 질문입니다. 저도 자주 생각하는 부분이거든요. 2015년 여름 제가 고향에 돌아왔을 때, 당시 만들어지고 있던 와인 일부를 맛보기 위해 와이너리 한 곳을 방문했습니다. 밖에 나가 포도밭과 케우카 호수 (Keuka Lake)를 바라보면서 “와! 여기가 얼마나 특별한 곳인지 깨닫는 데 25년이나 걸렸다는 게 믿기 힘드네요!”라고 말했죠. 약간 과장된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입니다. 자라면서 우리는 와인을 마시지 않고 부모님도 역시 와인을 자주 마시지 않았어요. 그래서 전 와인을 마시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고 도시에서 놀러 오는 여름 관광객들 때문에 생기는 교통체증과 씨름해야 했죠.
하지만 돌이켜보면 사람들이 이곳을 인식하는 방식에 큰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제가 자라 온 곳을 경험하기 위해 이곳에 옵니다. 그리고 이렇게 관광객들의 방문이 늘면서 다른 사업 분야에도 좋은 기회를 가져다주었고, 이는 새로운 사고방식과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가져왔습니다. 캘리포니아의 나파(Napa)나, 독일, 프랑스 등지에서 이 지역의 훌륭한 천연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이곳에 오는데, 저는 마침내 진정으로 뉴욕이 인정받고 마땅히 받아야 할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수십 년 동안 이 지역의 명성을 앞장서서 개척해온 포도밭들의 위대한 증거이기도 합니다. 저는 제 고향이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Q4. 95%의 와인이 뉴욕주 내에서 소비되었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에는 미국 내 다양한 지역으로 판로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리고 한국뿐만 아니라 홍콩, 도쿄, 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에서도 열심히 홍보 활동을 하고 있지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뉴욕 와인의 최고 강점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확실히 “뉴욕”이라는 브랜드가 도움이 되긴 합니다.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진 않지만, 뉴욕 시티의 낭만을 떠올리게 하죠. 물론 뉴욕 시티와 뉴욕 와인 지역은 다른 곳이라는 걸 사람들에게 인식시켜야 합니다. 하지만 뭐 어떤가요? 마케팅적으로 도움이 되니 안 쓸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뉴욕 와인의 핵심 강점은 서늘한 기후라고 생각합니다. 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다양하고 복잡한 요리들의 본고장입니다. 어느 방향이든 두 시간 정도만 날아가면 나파의 까베르네나 바로사의 쉬라즈보다 서늘한 기후대에서 생산되어 알코올 도수가 낮은 와인과 잘 어울리는 다양한 요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식감, 맛, 향, 풍미 등 모든 면에서 말이죠. 아시아의 소비자들은 맛과 음식이 문화의 핵심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누구의 엄마가 최고의 김치를 만드는지, 누가 최고의 국수 가게를 아는지, 가장 신선한 바비큐를 먹으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등 음식이 그들의 정체성과 깊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전 이 부분이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뉴욕의 와이너리들은 보통 가족 경영으로 운영되기에, 그들이 만든 것을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과 나누고 공유한다는 점에서 매우 강력한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또한 우리의 와인이 가격 경쟁력이 좋다는 사실도 나쁘지 않습니다. 제 나이 또래의 사람들이 꼬똥 샤를르마뉴(Corton Charlemagne)를 매주 비빔밥과 함께 마실 순 없지만, 핑거 레이크의 훌륭한 리슬링 한 병을 죄책감을 느끼지도 통장잔고를 털지 않고도 마실 수 있거든요. 그리고 이 와인이 정확히 어디서 왔는지도 알 수 있고, 비교적 소량 생산되어 신선도와 미네랄이 풍부하며 깨끗한 피니쉬가 오래 지속되죠. 예전에는 “다르다”라는 것이 많은 뉴욕 와인 생산자에게 불안감을 줬지만, 지금은 자랑스럽게, 대담하게(Boldly) 우리의 와인이 고유하고 독특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Q5. 하이브리드 품종으로 만든 뉴욕 와인에 대한 반응이 ‘흥미롭다’와 ‘낯설다’로 양분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서늘한 기후로 인해 와인 양조용 포도 종인 비티스 비니페라가 잘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비교적 잘 익는 하이브리드 품종이 우세하게 되었다고 이해되는데요. 과거보다 평균 기온이 올라 비티스 비니페라 종도 잘 익을 수 있게 된 지금도 하이브리드 종의 와인을 생산하고, 또 새로운 품종을 계속해서 실험하고 있는 이유가 있을까요?
매우 적절한 질문이네요. 대부분의 사람에게 하이브리드 품종은 겨울이 너무 춥거나 포도밭이 완벽하지 않을 때, 걱정없이 친숙한 맛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을 제공합니다. 게다가, 이런 하이브리드 품종을 이해하는 건 비니페라의 특성에 대해 더 깊은 연구를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애정하는 리슬링은 무엇인가요? 훌륭한 피노 누아는 어떻게 그토록 숙성이 잘될까요? 우리는 이러한 구성요소들과 이 특징들이 어떻게 하이브리드 품종으로 옮겨지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하이브리드 품종을 사용하는 것은 기후변화와 같은 더 크고 실존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답을 줍니다. 마지막으로, 뿌리줄기(rootstocks)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와인산업의 중추로 뿌리줄기를 이해하는 것은 농부들이 포도밭을 확장하거나 여러가지 다른 품종으로 작업할 때 유용하게 할 수 있는 핵심입니다. 결국 우리가 원하는 것은 맛있는 와인이고, 생산 방법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와인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Q6. 뉴욕와인생산자협회의 아시아 대표로서 한국 시장을 어떻게 보는지와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와인 애호가들과 와인업계 관계자들에게도 마지막으로 인사를 전해주세요.
저는 이번 6월에 열린 행사 덕분에 매우 힘이 납니다. 내년에는 몇몇 와이너리 대표들을 한국으로 데려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이 저만큼 한국 시장에 빠져들고, 뉴욕 와인을 처음 접할지도 모르는 화려하고 호기심 많고 모험적인 한국 소비자들을(물론 세련되기까지 한!) 직접 만나기를 바랍니다. 생산자들에게 사람들을 직접 만날 기회를 주고 싶기도 하고, 농담이 아니라 정말 드라이 리슬링과 김치의 조합이 궁금하거든요! 미래에 대한 그림을 그려 나가며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당연히 와인인은 우리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이고 우리와 함께 할 것입니다.
환상적인 한국 와인 애호가 여려분, 여러분들을 다시 만날 날이 너무 기다려집니다. 인스타그램 글들을 보니까 다들 기술력이 뛰어난 것 같아요. 아마도 다음번에 우리가 같이 셀카를 찍으면 제가 더 잘생겨 보일 수 있게 찍을 수 있을 거 같아요.(^_*) 그리고 뉴욕 와인을 마셔본 분들의 음식 추천을 환영합니다. 저는 먹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데 제 배가 그것을 증명을 하죠!
Q7. 자신에 대한 이야기나, 혹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추가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제가 전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분의 관심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두려울 수 있어요. 우리는 우리가 생산하고 제공하는 것에 대해 매우 자랑스러워 하지만, 우리의 와인을 새로운 소비자에게 가져가는 것은 항상 두려운 부분이니까요. “만약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어떡하지?” “아무도 와인을 좋아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등 생각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참석자분들의 열정적인 반응과 그들이 던지는 훌륭한 질문들, 그리고 그들의 진지한 모습에 완전히 감동했습니다. 제가 뭘 더 바랄 수 있겠어요? 저는 오랫동안 한국을 사랑했고, 심지어 가족 중에도 한국인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기억할 수 있는 한, 한국은 제 마음속에 특별한 곳입니다. 언젠간 전국의 와인샵과 가게에서 뉴욕 와인이 진열된 걸 보게 된다면 정말 꿈이 이루어진 거 같을 거에요. 이태원으로, 제가 가겠습니다. 뉴욕 와인 가족들이 여러분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번역/정리 와인인 편집팀, 사진 뉴욕와인생산자협회 & Matthew C. McFetrid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