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술'이 아닌 '문화'로 보는 그날까지!" 님블리티 코리아 사라수경 대표

Edited by신 윤정

최근 영국 스파클링 와인인 ‘라피니(Rathfinny)’와 뉴질랜드 혹스베이의 상징적인 ‘트리니티 힐(Trinity Hill)’ 등의 와인 브랜드가 국내 론칭하며 많은 소믈리에와 와인 애호가의 시선을 모았다. 성공적인 브랜드 론칭의 배경에는 와이너리와 수입사 사이에서 확실한 가교 역할을 하는 님블리티(Nimbility) 코리아의 사라수경 대표가 있다. 오랜 해외 경험과 폭넓은 시야로 님블리티뿐만 아니라 다양한 와인 분야에서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님블리티(Nimbility) 코리아 사라수경 대표

Q. 프랑스 보르도가 고향이고 미국 워싱턴 D.C에서 정치외교를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프랑스나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와인 비즈니스를 시작한 배경이 궁금하다.

A. 한국계 프랑스인(혼혈)이며 미국에서 10년 넘게 살았다. 정치외교와 와인은 분야는 다르지만 결이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는데, 외교와 와인 모두 결국 다 인문학이고 상대방이 와 닿을 수 있는 소통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정치외교 분야에서 배운 기술과 지식을 와인 사업에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프랑스나 미국에 비해 아직 와인 문화가 성장 중인 한국에서 일하는 것에 더 매력을 느꼈다. 2017년도에 한국에 들어와 와인 스타트업 ‘수드비(SoodeVie)’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와인업계에서 일한 지 벌써 7년 차이다.

Q. 인생에서 ‘와인’은 어떤 의미가 있나?

A. 앞서 언급한 첫 스타트업 이름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프랑스어로 ‘생명의 물’을 뜻하는 ‘오드비(Eau de Vie)’에서 ‘물’을 의미하는 ‘오(Eau)’를 ‘수’로 대체해 ‘수드비’라는 이름을 지었다. 한국어로는 조금 종교적인(?) 느낌이 나긴 하는데(웃음) ‘가장 맑고 깨끗한 물’, 즉 인생에 의미와 행복을 주고 없으면 안 되는 필수 존재라고 생각한다. 와인이 없으면 살맛이 안 날 것 같다.

올해 비넥스포 아시아에 참석한 사라수경 대표

Q. 그동안 한국에서 와인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와 이벤트를 진행해 왔다.

A. 그렇다. 정말 다양한 시도를 많이 했다. 특히 한국에 다시 들어왔을 때는 완전 미국식 Entrepreneur-사업가 마인드로 업계를 바라보게 되었고 바꾸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수드비 회사를 차리고 유튜브 채널을 시작하여 수입사의 와인 마케팅에 도움 될 수 있는 영상 콘텐츠를 제작했고, 한국에선 절대 안 되는 와인 구독 서비스도 해봤다. 오가닉·내추럴 와인 어플도 만들어 봤고, 수많은 와인 행사를 기획하고 주최했다. 꽤 큰 수입사에서도 일해봤다. 와인업계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었다고 할까.

Q. 작년 초부터 님블리티 아시아(Nimbility Asia) 한국 지사장직을 맡고 있다. 아직 잘 모르는 와인 애호가들에게 님블리티 아시아를 소개해달라.

A. 작년에 한국지사를 열고 싶다며 님블리티에서 먼저 연락이 왔고 지사장직을 맡게 되었다. 님블리티는 미국 및 영국 파트너 세 분이 공동 창업한, 아시아-태평양 시장 와인 & 스피릿 전문 마케팅 에이전시다. 영어로 설명하자면 ‘brand builders’, 즉 브랜드를 키우고 육성하는 회사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분이 님블리티를 ‘에이전트’라고 생각하는데 아니다. 우리는 와이너리가 직접 채용한 팀으로, 그들의 수출을 담당하고 관리하며 수입사 파트너분들의 마케팅·세일즈를 서포트하고, 또 브랜드 앰버서더로서도 활동한다. 님블리티 본사는 홍콩에 있지만 한국 외 싱가폴, 상하이, 베트남, 태국, 인도, 호주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님블리티 아시아 팀

Q. 님블리티 아시아의 다양한 브랜드와 수입사의 매칭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

A. 수입사 매칭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수입사 포트폴리오를 잘 살펴본 뒤 ‘갭’을 찾고, 수입사에 새로운 브랜드를 소개하는 거다. 유통 채널, 영업팀 규모, 마케팅 방식 등 브랜드 피칭 전 수입사 리서치를 꽤 많이 하는 편이다. 결국은 수입사가 브랜드를 팔 자신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으니까. 님블리티 대표 이안 포드(Ian Ford)는 늘 “수입사도 아직 모르고 있는 보물을 우리가 발굴하고 소개해야 한다”라고 얘기한다. 기회는 모험이고, 모험은 성장이기에. 우리가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Q. 한국 와인 시장의 성장이 둔화된 최근 1~2년 사이에도 여러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런칭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A. 솔직히 처음 지사장직을 맡았을 때 걱정이 많았다.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치는 높은 상황이었는데 현실은 반대였으니까. KPI가 매우 중요한 회사인 만큼 긴장도 많이 되었지만, 님블리티 포트폴리오를 공부하며 라이징 스타 브랜드가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떠오르고 있는, 향후 가치가 더 상승할 것 같은 브랜드에 집중했다. 물론 운도 따랐겠지만 힘든 시기에 멋진 수입사 분들과 함께 신규 브랜드 다섯 개를 런칭할 수 있었던 이유였지 않을까 싶다.

수입사 비티스를 통해 런칭한 클레인 콘스탄시아 라인업

Q. 주요 브랜드 몇 가지만 소개한다면?

A. 먼저 남아공에서 가장 유서가 깊고 뱅 드 콘스탄스(Vin de Constance)를 만드는 ‘클레인 콘스탄시아(Klein Constantia)’, 그리고 토스카나 가이올레(Gaiole)의 라이징 스타인 ‘베르팅가(Bertinga)’는 비티스를 통해 수입된다. 세계 스파클링 시장을 휩쓸고 있는 영국 서섹스(Sussex) 지역의 ‘라피니(Rathfinny)’는 까브드뱅과, 뉴질랜드 북섬 혹스베이의 아이콘 '트리니티 힐(Trinity Hill)'은 넥스뱅과 함께 런칭하게 되었다. 논알코올 카테고리도 크고 있다. 곧 호주 논알코올 브랜드가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고, 프랑스 프로방스의 논알코올 스파클링 ‘Estoublon’은 아직 수입사를 찾는 중이다. 와인 외에 프리미엄 데킬라 및 위스키도 최근에 수입사가 확정되었다. 브랜드가 많아지는 게 매우 뿌듯하긴 하지만 혼자서 한국을 담당하고 있어 살짝 걱정도 된다.(웃음)

지난 7월 진행된 라피니 에스테이트 런칭 클래스

Q. 코로나 팬데믹 기간 젊은 층을 중심으로 국내 와인 시장이 크게 성장했으나 최근엔 주춤한 편이다. 그동안 젊은 층과 다양한 협업을 진행했던 만큼 이에 대한 인사이트가 있을 것 같다.

A. 시장은 주춤하지만 와인을 마실 사람은 계속 마실 거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와인이 훨씬 대중화된 건 사실이고, 이게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는다고 본다. 다만 와인의 접근법, 그러니까 2030세대를 대상으로 와인을 설명하는 방식이 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주세가 높아 와인이 전반적으로 비싼 건 어쩔 수 없지만, 젊은 층이 와닿을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5세대 가족경영 와이너리’와와 같은 메시지는 이제 너무 뻔하고 특별하지도 않다. 토양 얘기도 소비자들에겐 어렵기만 하고. 상황과 기분에 맞는, 그리고 푸드 페어링을 중요시하는 ‘경험적 추천’이 더욱 필요할 것 같다.

Q. 앞으로 한국 와인업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향후 계획이나 목표가 궁금하다.

A. 우선 님블리티 코리아의 확장에 집중하고 싶다. 사람도 채용하고, 대표 브랜드들이 한국에서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이전에 했던 영상 콘텐츠도 다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현재 기획 중에 있다! 성향상 한국-프랑스-미국을 계속 왔다 갔다하며 새로운 사업을 궁리할 것 같고, 떠오르는 브랜드들을 더 많이 발굴하고 싶다.

개인으로선 ‘웨이브 엔터테인먼트(Wave Entertainment)’에 소속되어 있어서, 방송 또는 와인 강연·행사를 더 많이 호스트하려고 한다. 한국분들이 와인을 ‘술’로 보지 않고 ‘문화’로 보는 날까지 열심히 달려볼 생각이다.

캐나다 오카나간 밸리의 'Mission Hill'을 방문 중인 사라수경 대표

Q. 평소에는 어떤 와인을 즐기는지? 와인인 독자들에게 여름에 마시기 좋은 와인을 추천해달라.

A. 개인적으로 기포 중독이라, 스파클링 와인을 굉장히 좋아한다. 샴페인도 좋지만 보편적으로 산도와 미네랄리티가 좋은 쿨 클라이밋(Cool Climate) 와인을 즐긴다. 요즘 꽂힌 와인은 님블리티 브랜드인 ‘Iconic Wines of British Columbia’다. 캐나다 오카나간 밸리(Okanagan Valley)의 샤르도네인데 훌륭한 복합미를 지녔다. 아직 생소한 생산지라 배울 것이 많지만, 많은 분에게 소개하고 싶은 와이너리이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올해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님블리티가 한국에서 헝가리 와인 캠페인을 주최한다. 10월 25일에 있을 오프닝 파티부터 시작해서 대전 와인 컨퍼런스 참여, 와인메이커와의 디너 및 업계분들과의 패널 토크를 기획 중에 있다. 이번 헝가리 와인 캠페인을 통해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INTERVIEWEE 님블리티 코리아 사라수경 대표
정리 신윤정 사진 제공 사라수경

  •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기사 공개일 : 2024년 08월 14일
c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