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마스코트, 나의 첫 컬트 와인 경험의 문을 열다

Written by양 진원

작년 이맘때쯤 할란 에스테이트(Harlan Estate)의 와인을 버티컬 테이스팅할 기회가 있었다. 그 후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이 할란 에스테이트는 어땠냐고 질문을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세상에는 할란 에스테이트보다 더 고가의 와인도 많고 많은데 왜 이 와인에 유독 관심이 많을까? 진입 장벽이 상당한 가격대이기도 하지만 컬트 와인이라는 속성 때문에 구하기가 어려운 것이 더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생각을 바꾸어 먼저 그의 자녀를 한번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더 마스코트(The Mascot)'의 레이블

오프닝 더 도어, 나의 첫 컬트 와인 경험의 문을 여는 더 마스코트

와인의 세계에서는 무엇보다 나의 테이스팅, 경험이 중요하다. 놀랍게도 그 경험에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할란 에스테이트 뿐 아니라 본드(Bond), 프로몬토리(Promontory)를 모두 소유하고 있는 도멘 에이치 윌리엄 할란(Domain H. William Harlan, 이하 도메인 H.W.H)은 이 세 가지 와인을 생산하는 포도밭에 식재된 영바인으로 더 마스코트(The Mascot)를 만들어내고 있다. 어린 포도나무들의 구획은 따로 있지 않고 올드 바인들 사이에 섞여 있으며 매해 약 2~2.5%의 묘목을 새로 심으며 관찰하고 있다.

도메인 H.W.H의 총괄 이사, 베니스 챙(Bernice CHENG)

보르도 그랑 크뤼 체계를 학습한 결과로 영바인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 출시한 와인은 세컨드 레이블로 여길 수 있지만 더 마스코트의 개념은 그것과는 좀 다르다. 실제로 어떤 포도 나무 수령은 20년 이상 되는 것도 있어 상대적으로 영바인일 뿐 이미 좋은 와인을 만들기에 충분한 면모를 갖추었다. 인터뷰했던 날은 전 세계적으로 2020년 빈티지가 처음으로 마켓에 릴리즈 된 지 이틀째 되는 날로 아시아에서는 처음 이 와인을 맛본 날이었다. 도메인 H.W.H의 총괄 이사인 베니스 챙(Bernice CHENG)은 2020년 빈티지를 2024년 가을에 런칭하는데 이런 개념은 세컨드, 써드 와인에는 있지 않다며 강조했다. 통상적으로 그랑 크뤼 체계에서 세컨드 와인은 현금 흐름을 위해 그랑 크뤼 와인보다는 짧게 숙성해 일찍 출시하는 와인이고 이렇게 오랜 시간을 공들여서 만드는 세컨드 와인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 각각의 와인들이 좀 더 에이징된다면 할란 에스테이트, 본드, 프로몬토리의 모습을 좀 더 면밀히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마치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내 얼굴에서 부모님의 얼굴이 오버랩 되는 경험을 하듯.

시음 와인

더 마스코트 2020, 2019, 2018 빈티지 정보

더 마스코트 2020

2020년은 아주 기억에 남을 빈티지다. 코비드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던 때였고, 나파에는 산불이 있어 아주 소수의 생산자만 와인을 출시했다. 수확기인 9월에 산불이 나 많은 생산자가 스모크 테인트(smoke taint) 이슈를 우려로 와인을 출시하기 꺼렸다. 하지만 더 마스코트의 경우 아주 운이 좋았다. 불이 나기 약 2주 전에 수확을 마쳐 산불의 영향에서 완전하게 벗어났기 때문. 특히 2020년에는 평년보다도 좀 더 일찍 수확을 할 수 있었는데 베니스는 그 이유를 드라이 파밍을 시행한 것에서 찾는다. 도메인 H.W.H은 물이라는 자원이 무한한 것이 아님을 깨닫고 2008년부터 드라이 파밍을 시도했다. 그 덕에 상대적으로 포도 껍질의 완숙 단계와 당-산의 밸런스 정점이 좀 더 일찍 이르게 된다고 설명한다.

더 마스코트 2020년 빈티지는 8월 중~하순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다. 수확기에는 참여 인원이 자정 정도에 모여 가장 시원하고 수분 함량이 좋은 타이밍에 맞추어 밤새 포도 수확을 한다. 서로 다른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는 당연히 제각각 발효하며 숙성 배럴 또한 원산지가 다른 것을 선택한다. 에이징을 한 이후 가족이 모두 모여 테이스팅을 하고 최종 블렌딩에 합의점을 찾아내 와인 메이킹을 완성하게 된다. 2020년 빈티지는 카베르네 소비뇽이 98% 사용된 와인. 나머지 2%는 카베르네 프랑, 말벡과 프띠 베르도가 블렌딩되었다.

중상 이상의 컬러 강도와 강렬한 아로마 강도를 보여주며 레드 체리와 체리 리퀴어와 같은 붉은 과실미가 돋보인다. 감초와 스모키한 이미지, 오렌지 필과 블랙 체리 등의 플레이버와 함께 고우면서도 가득 찬 중상 이상의 타닌감과 바디감을 선사한다. 아직 어린 와인이지만 밸런스가 훌륭하면서도 무척 우아한 와인.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들었지만 레드 베리 뉘앙스가 강렬하게 느껴지는 특별함이 있어 기름진 생선과 놀라운 페어링을 보여준다. 약간 스파이시하면서도 달콤한 뉘앙스가 담겨있는 장어구이와 함께 이 와인을 함께 페어링 해 본 건, 할란 에스테이트나 본드를 테이스팅 해 본 것 이상의 놀라운 경험으로 영원히 간직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 앞으로 이 와인을 만나는 분들 또한 경험해 보시길 강력히 추천해 본다.

더 마스코트 2020년 빈티지와 장어 페어링

더 마스코트 2019

2020년과는 달리 2019년에는 비가 내렸던 아주 다른 빈티지. 첫 4개월간 약 30인치에 달하는 비가 내렸으며 5월 초까지도 계속되었다. 그 결과로 포도나무의 성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2020년과 비교하자면 상대적으로 블랙 프룻과 세이보리한 캐릭터가 특징적으로 더 많이 발견되는데 베니스는 2011년 빈티지와도 흡사한 캐릭터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한다. 중간 이상의 색의 강도에 강렬한 아로마, 블루베리와 흑연, 민트와 로즈마리, 라벤더와 같은 허브 뉘앙스가 강하게 펼쳐진다. 풍만하면서도 유연한 타닌과 바디감, 스파이시하면서도 긴 여운을 선사한다. 미드팔렛에 짭짤하게 다가오는 세이보리함과 숲속에 있는 듯한 아로마의 향연에서 할란 에스테이트를 만났던 경험 또한 떠오른 빈티지.

더 마스코트 2018

2018년 나파 빈티지는 ‘와인메이커의 빈티지’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생장 기간이 길어 포도가 완숙에 이르는 시간 또한 길어졌고 복합미가 증진되었다. 텍스쳐 또한 아주 훌륭하며 볼드하고 풀바디한 스타일. 같은 포도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지만 2020년 빈티지는 좀 더 레드 프룻에, 2019년 빈티지는 좀 더 블랙 프룻에 가깝다면 2018년 빈티지는 이 둘의 아로마를 모두 찾아볼 수 있다. 입안에서는 아주 파워플하기 때문에 디너에 서브된다면 시음 시작 3시간 전, 더블 디켄팅을 할 것을 권고한다. 시간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디켄팅을 통해 와인의 세부적인 레이어를 자세히 엿볼 수 있기 때문. 인터뷰 장소에서는 테이스팅 40분 전에 오픈, 더블 디켄팅을 거친 와인을 테이스팅 했다. 강렬한 아로마, 블랙 체리와 가죽, 붉은 열매와 블랙티, 파워플한 타닌과 거침없이 돌진하는 마우스 필이 인상적이다. 오늘도 완벽하지만 앞으로가 더 좋을 와인. 카베르네 소비뇽하면 가장 먼저 생각날 양고기나 소고기 등심 구이와 함께 할 고급 와인을 찾는다면 단연 이 빈티지를 가장 추천한다.

더 마스코트가 생산되는 할란 에스테이트, 본드, 프로몬토리의 포도밭 위치

할란 에스테이트, 본드, 프로몬토리의 거울 더 마스코트

더 마스코트의 경우 할란 에스테이트나 본드, 프로몬토리처럼 정확한 블렌딩 비율을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모든 와인은 테루아의 번역판으로 와인 자체로 받아들이기를 원하기 때문.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으며 모두가 악기 하나하나를 분석하지 않듯,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하모니를 감각적으로 느끼기를 원한다고 베니스는 덧붙였다.

더 마스코트의 레이블을 장식하고 있는 개는 '프린스'라는 이름의 잉글리시 불 테리어. 프린스는 피츠버그 농민 은행(Farmers' Deposit National Bank of Pittsburgh)의 은행장이 기르던 개였는데 항상 주인과 함께 출근해 집무실 앞에서 은행 직원들과 손님들을 반겼다. 할란 에스테이트와 본드 등을 만든 빌 할란(Bill Harlan)의 미술 컬렉션에서 이 작품을 발견한 아들인 윌 할란(Will Harlan)이 더 마스코트의 '혈통'을 잘 드러내는 작품이라고 생각해 레이블로 선택했다. 더 마스코트의 연간 생산량은 빈티지에 따라 약 5,000~8,000 케이스.

더 마스코트의 부모격인 와인의 정체성에 관해 이야기해 본다면 240에이커의 밭에서 단 40에이커만을 포도밭으로 사용하고 있는 할란 에스테이트의 키워드는 ‘숲’. 와인에서도 정말 숲과 같은 편안한 아로마가 느껴지는 것이 특징. 본드는 나파 최고의 토양 셀렉션을 자랑하는 보르도 그랑 크뤼에 비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프로몬토리는 와일드한 야생성을 품고 있다. 테이스팅 한 마스코트의 세 빈티지 와인을 혈통(pedigree)이 분명한 각각의 와인에 비추어 본다면 2020 빈티지는 본드에, 2019 빈티지는 할란 에스테이트에, 2018년 빈티지는 프로몬토리의 이미지에 좀 더 가깝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물론 각각의 자녀들은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까지도 모두 닮아있겠지만.

수입사 신동와인
▶홈페이지 shindongwine.com
▶인스타그램 @shindongwine

글·사진 양진원 푸드 & 와인 칼럼니스트 자료 제공 신동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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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개일 : 2024년 09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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