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냐 콘차이토로(Viña Concha y Toro)가 9개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9개 보석과 페어링하여 ‘주얼 오브 더 뉴월드(Jewels of the New World)’를 런칭했다. 지난해 콘차이토로는 럭셔리 와인 디비젼을 개설한 바 있다. 늘 기민하게 소비 트렌드를 캐치해 온 이 글로벌 와인 그룹은 럭셔리 와인을 부각시키고, 보석 페어링이라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꽤나 고지식한 와인 시장에서 그나마 변화에 가장 유연한 아시아 시장을 타깃으로, 주얼 오브 더 뉴월드는 출발했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콘차이토로 9개 브랜드가 모두 런칭하는 최초의 나라. 오는 3월 29일에는 컬렉션 전 품목이 롯데백화점에서 단독 출시된다. 먼저 지난 3월 20일 앰버서더 서울 풀만에서 열린 주얼 오브 더 뉴월드 런칭 행사로 돌아가보자. 콘차이토로의 메시지가 촘촘했던 밤으로.
우리가 아는 콘차이토로 그 이상
주얼 오브 더 뉴월드 디너 행사 전, 비냐 콘차이토로 부사장 이사벨 길리사스티(Isabel Guilisasti)와 럭셔리 와인 부분 와인메이커 이사벨 미타라키(Isabel Mitarakis), 두 모녀가 참석한 가운데 미디어 인터뷰가 있었다. 인사를 나눈 이사벨 길리사스티의 첫 마디는 “콘차이토로를 잘 아시나요?”였고, 자리한 모두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라틴 아메리카 최대 와인 그룹이자 칠레 와인이 강세인 국내 시장에서 콘차이토로가 차지하는 지대한 존재감을 생각하면 콘차이토로는 모르기 어려운 이름이므로. 우리는 콘차이토로를 안다. 질문의 요지는 “콘차이토로를 어떻게 알고 있느냐”이지 않았을까. 가령 콘차이토로하면 이들의 메가히트 아이템 까시예로 델 디아블로(Casillero del Diablo)가 먼저 떠오를 수 있는데 콘차이토로의 얼굴은 훨씬 다양하다는 걸 그녀는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1883년 칠레에 터를 잡고 설립된 콘차이 토로는 점 차 아르헨티나와 미국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지금은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하이엔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떼루아에 대한 감각적 접근, 와인과 보석 페어링
“지난해 엔데믹 이후 전 세계 와인 시장은 격변기를 겪었다”고 이사벨 길리사스티는 말했다. 코로나 펜데믹은 와인 시장에 커다란 변곡점이었지만 엔데믹의 파급력도 만만찮았다. 그러나 요동치는 시국에도 럭셔리 시장은 지속 성장했다. <Bain & Company> 리서치 자료에 의하면, 2022년 글로벌 럭셔리 시장에서 파인 와인과 스피릿 품목은 960억 달러 규모. 럭셔리 카, 퍼스널 럭셔리 상품, 럭셔리 호스피텔리티에 이어 네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더욱이 럭셔리 와인과 스피릿은 2022년에서 2031년까지 연평균 6.2%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 럭셔리 시장에는 미래 시장의 주요 세력인 Z세대가 있다. 그리고 이 새로운 소비자들은 감각과 경험에 반응했다. 지난해 럭셔리 와인 브랜드 디비전을 런칭한 배경은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한 결과이기도 했겠으나, 넓은 층의 소비자들에게 콘차이토로가 대중적인 와인뿐 아니라 아메리카 대륙 곳곳에서 하이엔드 와인을 생산하고 있음을, 지역별 최상의 떼루아를 찾아 그곳의 정수를 담아내기 위해 애쓰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만 이야기를 푸는 방식은 기존과 다르게. 감각적이고 경험을 중시하는 새로운 세대의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춰보기로 했다. 콘차이토로 하이엔드 브랜드 9개를 아메리카 대륙에서 기원한 9개의 보석과 페어링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와인과 보석은 모두 특별한 조건의 땅에서 태어난다는 점에서 착안해 각 와인 브랜드의 본질과 각 보석이 품고 있는 의미를 연결했다.
9개 브랜드는 시장에서 이미 퀄리티가 검증된 바 있고 독자적인 정체성을 자랑하는 것으로 골랐다. 그렇게 럭셔리 컬렉션으로 이름을 올린 브랜드는 칠레의 까르민 데 페우모(Carmin de Peumo), 그라바스(Gravas), 콘차이토로 마스터 에디션(Concha y Toro Master Edition), 마르께스 데 까사 콘차 헤리티지(Marques de Casa Concha Heritage), 아멜리아(Amelia), 떼루뇨(Terrunyo), 미국 캘리포니아의 알레아 피나(Alea Fina), 본테라(Bonterra),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트리벤토 에올로(Trivento Eolo)다(각 와인 브랜드와 보석 페어링에 대해서는 뒤에서 이야기하기로 하자).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Z세대의 소비 트렌드나 감성적 접근을 논하면서도 이사벨 길리사스티는 와인메이커들의 흔한 습관대로 숨 쉬듯 ‘떼루아’를 이야기한다는 것. 이야기의 방식이 달라졌다 한들 와인메이커에게 와인은 떼루아의 선물이다.
색, 소리, 맛 감각으로 느껴보아요
“좀 더 정서적(emotional)으로 소비자들에게 와인을 소개하고 싶다”는 콘차이토로의 바람은 이날 디너 행사 곳곳에서 발현되었다. 이날 소개된 9개의 와인 뒤에는 9개의 페어링 원석만 있는 게 아니었다. 네 개의 컬러 테마와 그에 맞춰 선곡된 음악도 함께였다. 첫 번째 컬러는 블루, 태평양의 푸른 바다를 연상시키는 와인 3종(떼루뇨 소비뇽 블랑, 아멜리아 샤르도네, 본테라 싱글 빈야드 더 루스트 샤르도네)이 푸른 조명 아래 서브되었다. 음식 역시 와인의 캐릭터를 고려하여 섬세하게 페어링 되었는데, 순수한 자연 식재료를 최대한 고스란히 살리려고 애썼다. 푸른 조명이 노란색으로 바뀌며 두 번째 테마를 알렸고, 안데스산맥의 영향을 받은 와인 2종(그라바스 시라, 트리벤토 에올로)이 나왔다. 세 번째 컬러는 레드, 열정을 상징하는 와인 까르민 데 페우모 까르메네르와 콘차이토로 마스터 에디션 까베르네 소비뇽이 등장했다. 마지막 4번째 컬러는 오렌지로 콘차이토로의 오랜 역사와 헤리티지를 상징하는 의미를 담아 알레아 피나 까베르네 소비뇽과 마르께스 데 까사 콘차 헤리티지가 장식했다. 그러니까 이 디너는 콘차이토로의 토대가 되는 떼루아(태평양과 안데스), 와인메이킹에 대한 열정, 이들이 지켜나가고자 하는 헤리티지를 담은 것이다.
주얼 오브 더 뉴월드 9개의 브랜드는 콘차이토로에서 이전부터 생산해 왔던 와인들이지만, 모두 국내 수입되었던 것은 아니다. 콘차이토로 마스터 에디션, 알레아 피나, 아멜리아는 이번 런칭을 통해 처음으로 국내 소개된다. 앞서 얘기했듯 한국은 주얼 오브 더 뉴월드 9개의 브랜드가 동시에 런칭되는 최초의 나라다. 아마 그 이유는 이사벨 길리사스티의 이 대답에서 유추할 수 있을 것 같다. “와인을 생산하는 뉴월드는 올드월드에 비해 럭셔리 브랜드에 대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아시아 시장은 보다 유연하고 변화를 잘 받아들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기회의 땅이라 생각한다. 특히 한국은 아주 흥미로운 시장이다. 한국에서 콘차이토로는 대중적인 와인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크지만 하이엔드 와인도 많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9개의 와인 X 9개의 보석
와인은 언제나 페어링의 빌미를 제공하지만, 이처럼 대대적인 와인과 보석 페어링은 전례 없는 일일 것이다. 그만큼 콘차이토로에서 페어링에 심사숙고했는데, 페어링의 열쇠는 각 와인 브랜드의 상징성과 원석이 가지는 의미에서 찾았다고 한다. 주얼 오브 더 뉴월드의 9개 브랜드와 9개의 페어링 보석을 소개한다.
◇까르민 데 페우모 X 로도크로사이트
까르민 데 페우모는 칠레의 첫 아이콘 까르미네르 와인이자 로버트 파커로부터 97점을 받으며 칠레 까르미네르 역사상 최고점을 받은 와인이다. ‘부활과 환의’를 상징하는 붉은빛의 ‘로도크로사이트(Rhodochrosite)’ 원석과 페어링되었다.
◇그라바스 X 아쿠아마린
그라바스는 비냐 콘차이토로 패밀리 멤버가 소량 생산하는 와인이다. 칠레 마이포 밸리 내에서도 최고급 떼루아로 유명한 푸엔테 알토 DO에서 까베르네 소비뇽을, 알토 마이포 밸리 내 부인 DO에서 우아한 시라를 생산한다. ‘숭고함과 조화’를 상징하는 스카이 블루 컬러의 아쿠아마린(Aquamarine) 원석과 매칭했다.
◇콘차이토로 마스터 에디션 X 시트린
비냐 콘차이토로의 야심작으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오마주한 듯한 레이블이 인상적이다. 레이블에는 조개껍질에서 태어난 비너스와 그녀에게 다가가는 황소가 그려져 있는데, 스페인어로 ‘Concha’는 조개를, ‘Toro’는 황소를 의미한다. 페어링 보석은 ‘헌신과 탁월함’을 상징하는 시트린(Citrin)이다.
◇마르께스 데 까사 콘차 헤리티지 X 브라운 쿼츠
마르께스 데 까사 콘차 헤리티지는 140년 역사를 가진 비냐 콘차이토로의 상징과도 같은 와인이다. 푸엔테 알토 지역의 프리미엄 와인으로 ‘돈 멜초의 형제(같은 지역에서 생산한다)’라고도 불린다. ‘인내와 뛰어남’을 키워드로 브라운 쿼츠(Brown Quartz) 원석과 페어링된다.
◇아멜리아 X 라피즈 라주리
아멜리아는 칠레에서도 프리미엄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 산지로 유명한 리마리(Limari) 지역에서 생산된다. 영국 런던 해롯 백화점에 입점해 있고 일본 항공 퍼스트 클래스에 리스트업되어 있는 와인이다. 짙은 블루빛을 띠는 라피즈 라주리(Lapis Lazuli) 원석과 함께 ‘균형과 표현력’을 상징한다.
◇ 떼루뇨 X 오팔
떼루뇨는 칠레에서도 최적의 떼루아를 찾아 와인을 빚기 위해 빈야드를 넘어 구획(Block) 개념을 도입했다. 떼루뇨의 다채로움과 장인정신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성과 장인정신’을 키워드로 신비로운 빛의 오팔(Opal) 원석과 짝을 이뤘다.
◇ 알레아 피나 X 알렉산드라이트
미국 나파 밸리의 프리미엄 와인 산지인 루더포드 벤치에서 생산되는 알레아 피나는 세계적인 와인메이커 세바스티안 도노소(Sebastian Donoso)와 폴 홉스(Paul Hobbs)가 탄생시킨 와인이다. 페어링 보석은 ‘섬세함과 경건함’을 상징하는 보랏빛의 알렉산드라이트(Alexandrite).
◇ 본테라 X 에메랄드
본테라는 미국 No.1 유기농 와이너리이다. 품질을 넘어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는 와인 브랜드로, 초록빛의 에메랄드(Emerald) 원석과 함께 ‘자연의 신비로움과 균형’을 표현한다.
◇ 트리벤토 에올로 X 토파즈
트리벤토 에올로는 아르헨티나 멘도자에서 가장 역사 깊은 루한 데 쿠요(Lujan de Cuyo) 지역에서 100년 이상 된 올드 바인으로 만드는 와인이다. 바람의 신의 이름을 딴 에올로에는 호박색 토파즈(Topaz)를 페어링하여 ‘지혜와 시간’을 표현했다.
글 강은영 사진 제공 비냐 콘차이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