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보틀벙커 광주상무점 원상훈 소믈리에 인터뷰

Edited by신 윤정

지난달 광주를 다녀올 일이 있었다. 보틀벙커 광주상무점에서 와인 클래스를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금요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가득 채운 참석자들은 대부분 20대~30대였고, 그들은 집중해서 강의를 듣는 한편 호기심과 즐거움 가득한 얼굴로 와인잔을 비워냈다. 자유 시음회나 와인 파티도 아니고, 와인 클래스에서 느껴지는 금요일 밤의 열기라니! 광주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 보였다. 그 ‘뭔가’가 뭔지, 보틀벙커 광주상무점 원상훈 소믈리에와의 대화를 통해 알아보자.


보틀벙커 광주상무점 원상훈 소믈리에

Q. 원래 서울에서 활동하다 보틀벙커 광주상무점이 오픈하며 광주로 내려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소믈리에로서 어떤 길을 걸어왔나요?   

A. 저는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특1급 호텔인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식음료 부서에서 10년간 호텔리어로 근무했습니다. 룸서비스,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등 다양한 식음료 부서의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2017년 리뉴얼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322 소월로 테판’의 와인 관리자로 일하게 되었죠. 그곳에서 저는 와인 재고 관리, 페어링 메뉴 개발, 와인 리스트 관리, 와인 교육을 담당했습니다.

호텔 레스토랑의 소믈리에로서 와인에 대한 기술 및 지식을 얻고자 경희대학교 관광대학원의 ‘와인 마스터 소믈리에 전문가 과정’을 수료하고, WSET LEVEL 3, CMS Certified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이와 더불어,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외식경영학 석사를 졸업하고 호스피탈리티학 박사를 수료하며 와인 마케팅과 관련한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와인 분야의 학술 논문도 세 편이 있죠.

Q. 서울에 있었던 만큼 지역별 와인 문화의 차이점이 피부로 생생하게 와 닿았을 것 같은데요, 광주 지역의 와인 문화에 대한 첫인상이 궁금합니다.

A. 광주로 내려온 지는 2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사실 제 고향이 전북 정읍시예요. 어릴 적에는 무조건 서울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에 서울에서 취직을 했고 10년 넘게 지냈습니다. 호텔에서 와인 관리자로 근무하며 다양한 와인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는데요, 와인 시음회나 수입사의 와인 디너 등 다양했죠.

서울에서 근무할 때는 제가 경험하고 즐기는 와인 교육과 문화에 있어 지역적 차이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Covid-19 팬데믹 이후 행사가 줄고, 정부 정책으로 호텔 및 외식업계가 많이 위축된 상황에서 유튜브와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와인이 유행하기 시작했죠. 홈술 문화가 발달함에 따라 유통업계는 와인 전문점을 확장하게 되었고, 많은 와인 전문가가 외식업계에서 유통업계로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이 시기에 국내 최고의 유통기업인 롯데에서 저의 고향인 호남 지역에 대형 와인 매장을 오픈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고향의 와인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광주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광주에 처음 내려와서 느낀 와인 문화는 확실히 서울과 많이 달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틀벙커 광주상무점

Q.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하면 무엇이 있을까요?

A. 우선 광주는 맛의 고장이지만 와인 페어링 메뉴를 운영하는 호텔이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 많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는 특급 호텔 레스토랑, 미쉐린 레스토랑과 같은 많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페어링 메뉴를 즐기며 다양한 국가의 음식과 와인의 미식 문화를 경험할 수 있지만, 광주에서는 페어링 메뉴를 운영하는 식당이 많지 않았어요. 이러한 문화를 광주에서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한 적이 있는데요, 내려온 첫해(2022년)에 유탑호텔과 협업하여 와인 디너(일식&페어링)를 기획한 것이죠. 하지만 참가 신청자가 적어 개최할 순 없었습니다. “왜 광주에서는 와인 디너가 어려울까요?”라고 와인 동호회 회원분들에게 물어보니 “광주는 호텔 레스토랑보다 저렴하고 푸짐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많아서, 페어링 메뉴가 있는 레스토랑을 가는 것보다는 단골식당에 와인을 가져가서 마시는 경우가 많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 광주는 콜키지 문화가 발달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2022년 당시엔 식당 사장님들이 콜키지 개념을 잘 모르던 때라 와인을 가져가면 “그냥 마셔요~”라고 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광주에는 대부분의 식당이 맛집(푸짐하고 가격도 호텔보다 저렴한)이고, 와인도 그냥 마셔도 되니 “이런 게 광주의 문화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죠.

‘음식과 와인의 조화 마리아주’를 중시하는 게 서울의 와인 문화라고 한다면, ‘맛의 고장 광주의 음식문화에 정(=와인)이 더해진’ 것이 광주의 와인 문화라고 느껴졌습니다. 요즘은 와인바도 많이 생기고, 와인을 가져가서 마시는 사람도 많아지면서 콜키지 비용을 받는 식당도 많아지고 있어요. 하지만 서울보다는 훨씬 저렴합니다.

Q. 롯데마트 문화센터를 통해 직접 와인 강의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클래스 등 와인 행사를 진행하는 입장에서도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

A. 물론이죠. 서울에서는 흔한 와인 교육, 와인 시음회가 광주에서는 많지 않았습니다. 우선 광주에는 전문적인 와인 아카데미가 없어요. 시음회도 자주 열리지 않는 것 같고요. 그래서 메가와인 큐레이션샵 보틀벙커를 광주에 오픈하며 와인 교육 및 시음회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클래스를 진행하고 시음회를 개최했을 때는 참석자들이 와인을 경험하기 위해 온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서울에서는 와인 지식을 갖춘 전문가, 식음종사자 등이 교육기관이나 시음회를 많이 찾는 반면, 광주는 와인에 관심이 있는 입문자들이 이러한 행사를 찾는 것 같아요. 이것도 와인 문화의 차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요즘에는 와인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이나 시음회보다는 즐겁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교육, 시음회를 통해 참여자들에게 와인에 대한 경험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원상훈 소믈리에가 진행한 와인 클래스

점차적으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기도 한데요. 보틀벙커 상무점이 처음 오픈했을 땐 문화센터와의 협업을 통해 이벤트 강좌인 기초와인교육(스파클링, 화이트, 레드, 디저트 편)과 정규 강좌인 와인 시음 클래스를 진행했고, 최근에는 광주 지역 롯데마트 네 개점의 문화센터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 같은 와인’ 클래스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보틀벙커 상무점 내에서는 올해 들어 다양한 주제의 와인 교육을 진행해 왔는데요, 4월에는 그루포 페냐플로(Grupo Peñaflor)의 서지은 브랜드 매니저가 아르헨티나 ‘엘 에스테코(El Esteco)’ 클래스를 열었고, 5월에는 제가 미국 최북단 와인 산지인 ‘워싱턴 와인’ 클래스를 열었죠. 지난 달인 6월에는 WSA와인아카데미의 박수진 원장께서 직접 ‘남호주의 데일리 와인’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보틀벙커 상무점에서는 이러한 특정한 국가 및 지역 그리고 브랜드에 대한 와인 클래스를 앞으로도 계속 선보일 예정입니다. 와인을 즐기는 입문자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이분들의 긍정적인 입소문을 통해 와인을 즐기는 분들이 증가하는, 즉 광주 와인 산업의 파이가 커지는 데 중심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전국에 단 네 개의 매장이 있는 보틀벙커가 광주에 있다는 건 그만큼 광주가 중요한 와인 도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됩니다. 보틀벙커 광주상무점의 고객층과 주로 판매되는 와인의 종류, 스타일이 궁금합니다.

A. 광주에서는 대부분 가정에서 와인이 소비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와인바와 레스토랑에서도 와인을 즐기는 분이 많지만, 요즘은 가계 경제가 좋지 않아서 외식보다는 집에서 와인을 즐기는 분이 많은 것 같아요. 그에 따라 집에서 마시기 좋은 데일리 와인의 판매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이러한 데일리 와인들은 계절이나 날씨, 그리고 행사에 따라서 다른데요, 요즘은 여름이고 날씨가 더워서 ‘집 나간 입맛도 돌아오게 만드는’ 상큼하고 가볍게 마실 수 있는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이 많이 판매되는 것 같습니다.

저희 매장이 상업지구인 상무지구에 자리하기에 고객층은 20대부터 40대가 많은 편입니다. 특히, 와인의 다양성이 강점인 보틀벙커 상무점은 큐레이션, 와인 추천, 행사 등의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젊은 소비자들이 재방문하고 싶은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지난 6월 보틀벙커 광주상무점에서 진행된 '남호주의 데일리 와인' 마스터 클래스

Q. 특히 지난달 열린 ‘남호주의 데일리 와인’ 마스터 클래스는 금요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분이 많이 참석했고, 강의를 듣는 모습이나 와인 테이스팅에 있어서도 유난히 후끈했던 열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금요일 저녁에 20~30대분들의 발길을 사로잡은 비결이 무엇일까요?

A. 와인 클래스에 젊은 층이 많은 이유는 ‘즐겁고 편안하고 가볍게 즐기는 와인 클래스를 이어가고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이전부터 와인 클래스나 시음회는 금요일 저녁, 토요일 오후에 진행되었습니다. 와인 행사에 참여하는 분들의 대부분이 직장인이기 때문에 퇴근 시간이나 휴일이 적합하다고 생각해서죠. 특히, 상무지구는 금요일 밤을 즐기기 위해 젊은 분이 많이 모이는 지역인데요. 그에 따라 와인 교육 및 시음회 문화 확장을 목표로, “금요일은 보틀벙커에서 와인 마시고 불금을 시작하세요!”라는 홍보 문구로 ‘금요와인시음회’ 클래스를 홍보해 왔습니다. 감사하게도 매 클래스는 성공적이었죠.

Q. 클래스를 들으러 온 고객들과의 관계가 꽤 친밀해 보였는데요.

A. 평소 외부 강사가 있는 클래스 외 대부분의 클래스를 제가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 칭찬을 하는 건 아니지만, 저는 수업을 굉장히 쉽고 재미있고 유쾌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입니다. 특히 클래스 종료 후에도 조금의 여유 시간을 갖고 참석자들이 소통할 수 있게 자리를 만들어 드리죠. 실제로 5월 워싱턴 와인 클래스에 왔다가 친해져서 6월 남호주 와인 클래스에 함께 온 여성분들도 있었습니다. 보틀벙커가 와인바나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이러한 기회로 커뮤니티를 형성하면 광주의 와인 문화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거라 생각합니다.

지난 달 '남호주의 데일리 와인' 마스터 클래스 후 고객들에게 추가로 테이스팅을 준비해 주는 원상훈 소믈리에

Q. 그렇다면 보틀벙커 외에도 이미 형성된 와인 커뮤니티가 있을까요? 호남 지방 최대 도시인 만큼 비교적 잘 구축되어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A. 광주는 와인바와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와인 커뮤니티가 잘 운영되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광주 첨단지구 와인바 ‘투바틀’에서 와인 시음회를 주기적으로 운영해서 와인 애호가들의 커뮤니티가 잘 형성되어 있어요. 제가 근무하는 보틀벙커 상무점과는 거리가 조금 있어 자주는 못 가지만, 종종 방문할 때마다 항상 와인을 마시는 분들이 계세요. 몇몇 분은 광주에서 열린 와인 행사에서 뵌 분들인데 투바틀에만 가면 계셔서 지박령이냐고 물을 정도였어요(웃음). 그리고 투바틀에서 진행하는 '와인을 마시며 책에 대한 담소를 나누는 모임'인 '소담소담'의 활동도 무척 기대됩니다.

Q. 와인바 얘기가 나왔으니, 광주를 간다면 꼭 방문해야 할 와인 맛집이 있을까요?

A. 제가 처음 광주에 와서 대접받은 음식이 육전이었어요. 광주는 육전이 유명한데요, 상무지구에서는 ‘한옥’, ‘육전명가’를 추천합니다. 이 두 곳은 제가 처음 방문했을 때만 해도 콜키지 프리(그냥 마셔!)였지만, 요즘은 일정 금액의 콜키지 비용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도 육전과 와인은 매칭이 아주 좋아요. 모든 와인이 다 잘 어울리지만 특히 육전의 기름진 맛을 완화하고 다양한 야채와 소스랑 같이 조화롭게 먹을 수 있는 독일의 리슬링 카비넷을 추천합니다.

와인바는 우선, 분위기로 와인을 마실 수 있는 분위기 깡패 ‘비비(빅브레이크)’를 추천합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투바틀도 꼭 가 보셔야 해요. 서래마을 유명 레스토랑에서 오랫동안 요리를 해 온 셰프와 그의 아내이자 광주 최고의 여성 소믈리에가 운영하는 첨단지구 투바틀은 최고의 맛집입니다. “마리아주가 뭐예요?”라고 물으신다면 꼭 투바틀에서 알콩달콩한 부부가 내어 주는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맛보길 바랍니다.

광주 와인바 '투바틀'

Interviewee·사진 제공 원상훈 소믈리에 정리 신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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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개일 : 2024년 07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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