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하거나 클래식하거나, 피렌체 근교 토스카나 와이너리 투어

Written by와인인 에디터

이탈리아 피렌체는 한 달 살기하고 싶은 매력적인 도시이다. 이번 여행도 짧은 일정이라 아쉬웠지만 근교 와이너리 투어를 포기할 수 없었다. 와인 애호가라면 주목! 피렌체의 도시 여행과 더불어 토스카나 근교의 아름답고 전원적인 풍경의 전혀 다른 캐릭터를 가진 모던 와이너리와 전통 와이너리 두 곳을 추천한다. 현대적인 호텔 속 비비 그라츠 vs 고성 속 프레스코발디, 당신의 선택은?

비비그라츠 와이너리에서 바라본 피렌체 두오모 성당 풍경

호텔에 와이너리가 있다고? 비비 그라츠!

피렌체에서 차로 20분 거리인 비비 그라츠(Bibi Graetz). 피렌체 북동쪽 언덕, 피에졸레(Fiesole) 지역에 올라가면 피렌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비비 그라츠의 호텔형 와이너리

이곳에 가면 호텔이었던 곳을 와이너리로 변신시킨 탁월한 아이디어의 괴짜 슈퍼 투스칸 와이너리 비비 그라츠를 발견할 수 있다. 나는 토스카나 여러 곳을 둘러볼 계획이라 차를 피렌체에서 렌트했지만, 당일 일정으로 다녀올 예정이라면 비비 그라츠 와이너리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어 편리한 버스를 추천한다.

피에졸레 뮤지엄에서 바라본 비비 그라츠 포도밭의 일부

한적한 작은 언덕 위의 고대 도시로 로마의 유적을 볼 수 있으며, 비비 그라츠의 일부 포도밭들도 멀리서 감상할 수 있다.

비비 그라츠는 2000년부터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 비교적 최근에 시작된 와이너리인데, 그 당시 토스카나에서 유행한 국제 품종의 슈퍼 투스칸과는 차별화되는 산지오베제, 카나이올로, 콜로리노와 같은 토착 품종을 활용했고, 와인메이커가 올드바인에 매료가 되어 프리미엄 와인 ‘테스타마타(Testamatta)’와 ‘꼴로레(Colere)’를 탄생시켰다. 와인메이킹 초기에는 강렬하고 파워풀한 스타일의 올드바인 포도로 만들었는데, 비가 많이 왔던 2009년 빈티지를 계기로 지금은 아주 투명하고 우아한 와인을 만들고 있다. 2020년은 비비 그라츠가 극적으로 달라진 해이다. 이전에는 가장 좋은 포도밭의 포도는 꼴로레에 사용하고 그다음은 테스타마타에 사용하는 식이었는데, 2020년부터는 어린 포도밭의 포도로 테스타마타를 만들고 반면 오래된 포도밭의 포도로 꼴로레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만약 어린 포도와 오래된 포도의 차이를 비교하고 싶다면 ‘테스타마타’와 ‘꼴로레’ 두 가지 와인을 비교 테이스팅 하는 것을 추천한다.

비비 그라츠 와이너리에 도착했을 때, 운이 좋게 첫 수확을 하고 포도를 분류하고 있었다. 여름 동안 멈춰 있던 기계들이 수확기가 되니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열심히 포도를 분류하는 작업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멀리서 비비 그라츠의 빈야드들을 눈으로 확인한 다음 호텔 속 와이너리 투어를 하였다. 높은 언덕 위에 지어진 호텔을 개조한 와이너리라 입구는 계단을 내려가면 있었다. '경사가 있어 와인과 오크통을 옮기는 데 애로사항이 있진 않을까?',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겠구나'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입구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이곳이 뮤지엄인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예술 작품들과 오래된 근사한 피아노가 나를 반겼고, 정면에는 호텔 방을 개조한 룸 셀러가 있었다. 예술과 와인을 하나로 연결한 그의 철학이 그대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와인메이커이자 오너가 직접 그린 컬러풀한 그림과 그 옆엔 오크통들이 쌓여 있었다. 예전 호텔 객실을 하나하나 와인 셀러로 개조했다고 한다. '정말 괴짜 와인메이커의 와이너리가 맞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복도에도 예술 작품들이 멋지게 진열되어 있었고, 작은 오크통들이 호텔 방마다 쌓여 있었다. 그리고 그의 와인이 비쌀 수밖에 없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작은 호텔의 방을 오크통으로 채운 모습을 보고 소량 생산하는 고급 와인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한층 아래로 내려가니 재미있는 곳을 발견했다. 지하 발효하는 공간은 예전에 호텔의 클럽이었다고 한다. 아직도 미러볼이 양조장 천정에 걸려 있었다. "낮에는 와인을 만들고 밤에는 클럽으로 변신하나요?"라는 질문에 한바탕 웃음이 터진 후, 우리는 테이스팅룸으로 향했다.

날씨가 기가 막히게 화창했던 날이라 룸이 아닌 테라스에서의 테이스팅을 준비해 주셨다. 피렌체가 한눈에 내다보이는 피에졸레 언덕에서의 비비 그라츠 와인 시음은 감동의 순간이었다. 아름답게 펼쳐진 그늘 아래 등나무 테이블에서 바람 소리를 들으며 테스타마타, 꼴로레 2022 빈티지 와인을 테이스팅하였다.

2022 빈티지는 2021 빈티지에 비해 좀 더 가볍고 과실의 신선함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특히나 꼴로레의 올드바인 와인은 꽃향기, 레드베리, 블랙베리의 응축미와 복합성을 지닌 와인이었고, 우아하고 밸런스 좋으며 목 넘김이 실키했다.

꼴로레 2022 빈티지는 이전 빈티지에 비해 평균 기온이 낮았으나, 여름에 훨씬 더 높은 열 피크가 있었다. 그러나 높은 고도 덕분에 포도의 숙성 기간은 더 오래 걸렸고, 산도도 적당하고 균형 잡힌 매우 우아한 와인이 탄생했다. 산지오베제 96%, 카나이올로 3%, 콜로리노 1%가 블렌딩되었는데, 80년이 넘는 오래된 포도나무의 깊고 농밀하며 복합미를 지닌 와인이었다. 꽃 향기와 블랙베리의 아로마와 밸런스와 구조감이 좋아 목넘김이 아주 편했다.

테스타마타 2022 빈티지는 산지오베제 100% 와인으로, 가장 높은 고도, 가장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의 포도밭에서 와인을 만들었다. 2022년에는 레드베리, 딸기, 체리, 라즈베리, 놀라운 신선도와 주목할 만한 산미를 강조했다. 비비 그라츠는 이 포도밭에만 집중하도록 생산량을 줄이기로 결정했고, 테스타마타 2022의 특별함을 강조했다. 언제나 맛있었지만 2022 빈티지 또한 비비 그라츠 와인들을 기대해도 좋다. 점점 더 우아해지는 비비의 와인을 발견할 것이다.

비비 그라츠의 색다른 호텔형 와이너리에서 모던하고 추상적인 현대 미술 작품들과 남들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예지력, 그리고 자신만의 색을 가진 비비 그라츠의 와인들에 감동 받고, 다음 목적지인 니포짜노 캐슬로 향했다. 이탈리아 역사와 함께 만들어 온 프레스코발디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다. 피렌체에서 차로는 40분 거리. 참고로 나의 여행 일정은 다음과 같았다. <피렌체 – 비비 그라츠 - 키안티 시골 한 바퀴 - 더몰 아울렛 - 니포짜노 캐슬> 루트로 일정을 짜서 이탈리아의 역사, 와인, 패션까지 모두 경험하는 1석 3조의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니포짜노 캐슬 속 낭만적인 프레스코발디 와이너리

포도원과 올리브 나무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진 한복판에 우뚝 서 있는 고성 와이너리 체험. 상상만 해도 낭만적이지 않은가? 여기에서 맛있는 와인은 물론이고 숙박, 고성 투어, 프라이빗 런치, 디너, 스파까지 이탈리아 귀족들이 즐겼던 모든 것을 해볼 수 있다.

피렌체 메디치 가문과 미켈란젤로, 도나텔로 등 르네상스 예술이 꽃 피었던 때. 예술 거장들이 즐겨 마셨고, 그들의 그림과 교환까지 했던 프레스코발디 와인이 있는 1000년 역사의 니포짜노 캐슬에 도착했다. 와이너리의 스테파니아 모렐로(Stefania Morello)로부터 가문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먼저 근사한 고성의 거실과 다이닝 룸으로 향했다. 세월의 숨결도 느낄 수 있었고, 정말 잘 보존되어 있어서 놀랐다. 프레스코발디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에서 1308년부터 와인을 만들어 오고 있다. 현재 1,200헥타르 규모의 방대한 포도밭을 가지고 있으며, 토스카나 여러 곳에 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있다. 유명한 카스텔지오콘도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Castelgiocondo Brunello di Montalcino), 미국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와 합작하여 만든 루체(Luce) 등 많은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와이너리이기도 하다.

프레스코발디 와인들 중에 가족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니포짜노 성과 그 주위의 포도밭에서 만드는 니포짜노 키안티 루피나 리제르바(Nipozzano Chianti Rufina Riserva) 와인이 있다. 성의 지하 셀러에는 니포짜노 키안티 와인의 가족 모두의 생일 빈티지는 물론이고, 각 빈티지 별로 보관되어 있었다.

셀러를 둘러본 후 우리는 프라이빗 다이닝 룸에서 직접 재배한 농작물로만 만든 신선하고 자연의 재료로 만든 웰빙 런치코스와 프레스코발디 와인들을 테이스팅했다.

샤르도네와 피노 비앙코를 블렌딩한 프레시한 과실향이 좋았던 포미노 비앙코(Pomino Bianco), 밸런스가 좋아 목넘김이 좋았던 산지오베제 품종의 몬테소디(Montesodi), 토착 품종 건포도로 만든 농밀함과 깊은 맛을 지닌 빈산토(Vin Santo) 스위트 와인과 함께 페어링을 즐겼다.

그리고 옆 화로 룸에서 본격적이고 집중적인 와인 테이스팅이 이어졌다. 니포짜노 모모레토(Nipozzano Mormoreto) 2021, 테누타 카스틸리오니 지라몬테(Tenuta Castiglioni Giramonte) 2021, 카스텔지오콘도 리페 알 콘벤토 BDM 리제르바(Castelgiocondo Ripe Al Convento BDM Riserva) 2018. 하이퀄리티 와인 3종 테이스팅! 아주 전통적이고 구조감이 좋았던 와인들이었다. 가문의 역사와 전통이 고스란히 와인에 스며들어 있었다. 현대의 각박한 삶처럼 너무 빠르지 않은, 천천히 캐릭터를 보여주는 고급 와인 3가지를 소개한다.

니포짜노 모모레토 2021은 카베르네 소비뇽 60%, 카베르네 프랑 20%, 산지오베제 15%, 프티 베르도 5% 블렌딩으로 강렬한 루비 컬러를 띠고 있으며 블루베리, 라즈베리의 아로마와 블랙 자스민차의 향이 구운 커피빈, 약간의 바닐라 향과 어우러진다. 벨벳 같은 타닌에 복합적이고 균형 잡힌, 긴 피니쉬를 보여주는 우아한 와인이다.

테누타 카스틸리오니 지라몬테 2021은 메를로, 산지오베제 블랜딩의 슈퍼 투스칸 와인이다. 강렬한 밝은 루비 컬러를 띠고 블랙베리, 블루베리와 자두향이 지중해의 우아한 스파이스 향과 함께 느껴진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커피, 코코아, 헤이즐넛의 향이 올라온다. 입안에서는 복합적이면서 신선한 지라몬테는 우수한 숙성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카스텔지오콘도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리제르바 2018은 밝은 루비 컬러를 띠고 있으며 체리, 라즈베리, 야생 산딸기의 향이 먼저 느껴지며 이후 후추, 정향, 카다멈 향이 와인의 우아함을 나타내 준다. 조화롭고 구조감 있는 타닌감이 입에서 느껴지며 향과 잘 어우러진다.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발효되며 이후 오크통에서 숙성 과정을 거치는데, 포도 수확으로부터 6년의 시간이 걸릴 정도로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한 와인이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니포짜노 캐슬의 마지막 밤은 인생에서 잊을 수가 없는 추억이 되었다. 2주간의 여정에서 좋은 와인을 많이 마셨지만, 마지막 밤 이 곳에의 경험과 분위기에 심취해 마신 가장 저렴했던 2유로짜리 니포짜노 키안티 루피나 리제르바 2020은 정말 꿀맛이었다. 꽃 향기, 블랙 과실의 향, 적당히 좋은 산미와 밸런스가 느껴졌다. 어느 순간 한 병이 사라졌던 마법의 추억이 된 와인. 심지어 아무런 안주 없이 와인을 마셨지만, 동행자와 함께 와인 여행 이야기가 멋진 와인 안줏거리였다. 내가 와이너리에 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와인의 철학, 스토리, 직간접 체험 등 현지에서 느끼는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본인이 좋아하는 와인이 만들어지는 곳이라면, 최고의 와이너리 투어가 될 것이다. 프레스코발디의 니포자노 캐슬을 방문한다면, 아그리투리스모에서 머물며 투어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숙소 예약은 프레스코발디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내가 토스카나를 좋아하는 이유는 와인 가격이 다른 지역에 비해 비싸지 않기 때문이다. 부담 없는 여행이 가능하다. 숙소는 저렴하든 고급이든 어떤 곳에서도 감동 받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단, 피렌체 두오모 근처에 있는 숙소는 가격이 사악하지만 밤에 골목골목 둘러볼 수 있는 장점이 있긴 하다. 피렌체에 있다 니포짜노 성에 도착해서 룸 컨디션을 보는 순간, 아늑하고 넓은 룸은 말할 것도 없이 조금 과장해서 욕실이 피렌체 호텔 룸 만했다. 아늑한 거실도 여행자들과 함께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키친에서 스텝들이 정성껏 만들어주는 아침 식사까지. 마지막 토스카나 여행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고성의 아그리투리스모는 정말 기억에 남는다. 니포짜노 캐슬에서 시간이 거꾸로 가는 듯, 잠시 현실에서 벗어난 힐링을 느낄 수 있었다.

글·사진 와인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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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개일 : 2025년 01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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