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과 사랑에 빠지기에 올해만큼 좋은 시기가 있을까. 지난 7월 12일, 13년만에 뮤지컬 ‘위키드(Wicked)’의 내한 공연이 시작됐다. ‘노트르담 드 파리(Notre Dame de Paris)’도 무려 20년의 공백을 깨고 올해 9월 내한 공연에 돌입할 예정이다. 각각의 매력으로 관객을 빠져들게 하는 뮤지컬 넘버 4곡에 와인을 매치해 본다면? 도파민 최고조의 뮤지컬 탐방에 매혹적인 아로마를 더해줄 것이다.
난쟁이들 #확인해와 ‘프린스 블랑 드 누아’
국내 창작 뮤지컬인 '난쟁이들'은 어른들을 위한 코미디 뮤지컬이다. 위트 있는 장면과 넘버들로 국내 뮤지컬 팬은 물론이고 SNS, 유튜브에서 바이럴되며 마지막 공연까지 매진 기록을 세웠다. 인어공주, 백설공주, 신데렐라 등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 속 공주들이 결혼하고 난 이후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이야기는 난쟁이인 찰리와 빅을 따라가며, ‘왕자’가 되어 동화 속 주인공이 되고 싶은 찰리의 여정을 그린다. 그 도중에 만나는 공주들은 현실적인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시니컬하면서도 유쾌하게 관객을 이끈다.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매력 넘치는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고, 회차마다 애드리브, 특별 출연으로 변주를 주어 다시 보아도 즐거운 웰메이드 뮤지컬이다. '확인해'는 공주들의 품었던 환상과 현실의 차이를 말하는 넘버다. 시원시원한 음성으로 남자는 '확인하고' 만나라는 공주들을 보며,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프린스 블랑 드 누아(Princes Blanc de Noirs)'를 떠올려본다.

샴페인 드 브노쥬 프린스 블랑 드 누아
Champagne de Venoge Princes Blanc de Noirs
품종 피노 누아 100% 생산지 프랑스 샹파뉴
1837년에 시작된 샴페인 드 브노쥬(Champagne de Venoge)는 180년을 넘게 이어온 명망 높은 샴페인 하우스이다. ‘프린스’는 1864년 조셉 드 브노쥬(Joseph de Venoge)가 오랑쥬 공국의 왕자를 위해 만든 ‘신화적인 샴페인’을 재현한 퀴베이다. 몽타뉴 드 랭스(Montagne de Reims) 지역의 프리미에 크뤼와 그랑 크뤼의 포도를 사용했고, 여기에 레 리세(Les Riceys)의 엄선된 포도를 블렌딩해 완성했다. 밝고 선명한 황금색 컬러와 장기 숙성에서 오는 섬세한 버블이 즐거우며, 신선한 과일 아로마가 풍성하다. 입안에서 신선한 붉은 과일, 블랙 커런트가 우아한 밸런스를 보여준다.
와인 수입사 와이넬
뮤지컬 제작사 주식회사 랑
위키드 #비극의시작(No Good Deed)과 연대의 뜻을 담은 ‘미구엘 토레스’
뮤지컬 '위키드'는 고전 ‘오즈의 마법사’를 다른 시각으로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베스트셀러를 뮤지컬로 옮긴 작품이다. 작년 말 영화로도 개봉되며 역대 뮤지컬을 영화화한 작품 중,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최고 기록을 세웠다. 내한 공연으로 돌아온 뮤지컬 위키드의 '비극의 시작(No Good Deed)’를 들어본다.

주인공인 엘파바는 오즈에서 심각한 차별을 받는 동물의 자유를 위해, 최고 권력인 마법사가 제안하는 장밋빛 미래를 박차고 세상에 나온다. 그녀의 '에메랄드빛 초록 피부'에 쏟아지는 편견, 저항에 대한 보복, 미디어의 마녀사냥 등 많은 억압 속에도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의 선행은 예상치 못한 최악의 결과를 부르게 된다. '비극의 시작’은 연인인 피에로를 구하려는 절박한 마법 주문으로 시작하며, "오즈의 모두가 원하는 대로 '사악한 마녀'가 되어 주겠다"는 선언으로 마무리된다. 고뇌와 절망을 넘어서며 느껴지는 짜릿한 해방감과 동시에, 그녀를 향한 연민으로 울컥한 감정이 든다. 오즈의 가장 낮은 곳에서 차별받는 이들의 편에 선 엘파바를 기리며, 연대의 뜻을 담은 따스한 와인을 떠올려본다. 바로 ‘미구엘 토레스(Miguel Torres)’의 ‘에스텔라도(Estelado)’이다.

미구엘 토레스 에스텔라도
Miguel Torres Estelado
품종 파이스(Pais) 100% 생산지 칠레 쿠리코 밸리(Curico Valley)
미구엘 토레스는 스페인 파밀리아 토레스(Familia Torres)의 4대손 미구엘 토레스가 칠레에 진출해 설립한 와이너리다. 1979년 설립 초기부터 당시 생소한 개념이었던 ‘공정무역’에 앞장섰다. 2012년 설립된 칠레 공정무역협회(Asociación Chilena por el Comercio Justo, CHAJ)의 창립 파트너로서 활동하고 있다. ‘에스텔라도(Estelado)’는 칠레에서 가장 오래된 토착품종인 파이스(Pais)를 사용한 로제 스파클링 와인이다. 섬세한 버블이 지속력 있게 이어지며, 붉은 과일과 감귤류의 향이 싱그럽다. 파이스 품종 특유의 신선함과 생동감이 순수하게 표현되었다. 비건 프렌들리(Vegan Friendly) 인증과 ‘공정무역(Fair for Life)’ 인증을 받았다.
와인 수입사 신동와인
뮤지컬 제작사 에스앤코 주식회사
식스 더 뮤지컬 #Don't Lose Ur Head와 ‘19 크라임스’
식스 더 뮤지컬은 6번이나 결혼을 한 영국 국왕 헨리 8세의 아내들을 이야기한다. 여섯 왕비 각각의 보컬은 미국 팝의 아이코닉한 인물들을 연상시켜, 보고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중 가장 매력적인 인물을 꼽자면 바로 앤 불린(Anne Boleyn), 그녀의 캐릭터는 획기적이다. 만사 대충이고 흥이 넘치며 여성으로는 보기 드문 '광대'다. 솔로곡 'Don't Lose Ur Head'에서 격의 없이 관객을 웃길 줄 알고, 자유롭고 발칙한 에너지로 무대를 고조시킨다.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한 앤 불린이 부활해 말한다, "머리 조심해(웃음)!" 여기에 그녀만큼이나 도발적인 와인을 떠올려본다. 과거 영국에서 범죄자로 낙인찍혀, 호주로 쫓겨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19 크라임스(19 Crimes)’는 어떨까?

19크라임스 하드 샤르도네
19 Crimes Hard Chardonnay
품종 샤르도네 100% 생산지 호주
타인이 훔친 베이컨과 치즈를 받은 죄로 추방된 제인 캐스팅스(Jane Castings)가 그려져 있다. 그녀는 10대 소년들을 이용해 물건을 훔치게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골드 빛의 와인은 묵직하고 강한 캐릭터를 보여주며, 핵과류, 꿀, 버터스카치의 부드러운 아로마가 풍긴다. 크리미한 질감의 힘 있는 풀바디 와인으로, 피니쉬에서 감도는 바닐라와 버터 풍미가 매력적이다.
와인 수입사 비케이 트레이딩
뮤지컬 제작사 아이엠컬처
노트르담 드 파리 #파멸의 길로 나를(Tu vas me détruire)과 ‘랑게 샤르도네’
노트르담 드 파리! 누구나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유명 뮤지컬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대성당의 시대(Le Temps Des Cathedrals)'라는 넘버가 매스컴에 많이 등장했다. 올해 20주년을 맞아 내한 공연이 예정된 작품이다.

오늘은 에스메랄다에게 빠져버린 악역 '프롤로 신부'에 주목해본다. 구시대의 권력을 상징하는 인물로, 시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혈색 없는 분장에 성마르고 매서운 톤의 음색을 보여준다. 이 벽창호가 어느 날 찾아온 연정에 화들짝 놀라 무너지는 장면이 '파멸의 길로 나를(Tu vas me détruire)'이다. 스스로 '강철같은 마음'이라 자부하는 인물이 몽글몽글한 감정에 혼란스러워하며, 수치심에 못 이겨 애꿎은 에스메랄다를 탓한다. 바늘 하나 안 들어갈 얼굴이 당황하는 모습에서 반전 매력이 느껴진다. 단정하고 정갈한 외견과 달리 화려한 꽃향기로 가득한, ‘마로네 랑게 샤르도네 메문디스(Marrone Langhe Chardonnay Memundis)’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마로네 랑게 샤르도네 메문디스
Marrone Langhe Chardonnay Memundis
품종 샤르도네 100% 생산지 이탈리아 피에몬테
1883년 설립된 마로네(Marrone)는 바롤로의 핵심지역인 랑게(Langhe) 언덕에 위치한 소규모 가족 경영 와이너리다. 랑게 샤르도네 메문디스는 2021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화이트 부문 ‘베스트 오브 베스트(Best of Best)’를 수상했다. 초록빛 띠를 두르고 있는 노란 컬러에, 바닐라의 뉘앙스와 함께 아카시아꽃과 사과 등의 과일 향이 화사하게 올라온다. 고급스러운 오크 터치와 신선한 과실미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와인 수입사 국순당
뮤지컬 제작사 ㈜마스트인터내셔널
글·정리 이새미 사진·자료 제공 각 수입사 및 뮤지컬 제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