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토 꼬스 데스투르넬(Chateau Cos d'Estournel)의 현재 소유주인 프랑스의 억만장자 미셸 레이비에(Michel Reubier)는 “꼬스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라고 말한다. 유럽 전역에 걸쳐 수많은 와이너리를 인수하고 5성급 이상, 팰리스(Palace)라 불리는 럭셔리 호텔들의 운영과 프라이빗 헬스 케어 사업도 운영 중인 미셸 레이비에. 그를 보고 많은 이들은 꼬스 데스투르넬도 억만장자의 유희거리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1855년 2등급 그랑 크뤼로 선정된 이후 보르도의 슈퍼 세컨 와인으로 굳건히 자리 잡기까지 미셸 레이비에가 쏟은 헌신과 노력을 통해 그가 가진 꼬스 데스투르넬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이제 2년 전에 인수한 꼬스 라보리를 통해 꼬스 데스투르넬이라는 명작을 완성시키려 한다.
보르도에서 만나는 이국적인 동양의 아름다움
메독 지역의 북쪽, 생테스테프 언덕에 위치한 꼬스 데스투르넬은 1791년 루이 가스파르 데스투르넬(Louis Gaspard d’Estournel)에 의해 설립되었다. 건축물의 외관과 인테리어, 장식 등 많은 부분에서 전형적인 보르도 스타일이 아닌 동양의 미가 한껏 느껴진다. 이는 와인 수출을 하며 인도, 터키, 마카오 등을 방문했던 루이 가스파르 데스투르넬이 동양적 미에 심취해 프랑스 건축가에게 의뢰해 완성된 결과물이다. 와인 레이블은 물론이고 와이너리의 여러 장식에서 보이는 코끼리는 힘과 지혜를 상징한다.
꼬스 데스투르넬을 특별하게 만드는 천,지,인
지롱드강 어귀의 고원에 위치한 꼬스 데스투르넬은 깊은 자갈과 점토가 깔린 완만한 지형으로 해양성 기후와 함께 극단적인 날씨로부터 보호받고 있다. 와이너리 설립 초기부터 면밀한 분석과 구획 관리를 통해 약 20가지에 달하는 서로 다른 토양을 식별하고 세세하게 관리해 복합미가 뛰어난 와인들을 생산해 내고 있다. '꼬스'란 낮은 언덕이라는 뜻인데, 그 언덕 쪽에서 생산되는 메를로 품종이 꼬스 데스투르넬의 산미와 과실미를 담당한다. 1차 세계대전 때 전쟁에 동원되지 않고 와이너리에 남아있던 여성들이 식재한 메를로가 현재는 수령이 110년에 달하는 올드 바인이 되어 와인의 킥이 되어주고 있다.
꼬스 라보리로 마침내 완성되는 샤토 꼬스 데스투르넬
미셸 레이비에가 인수하기 전 꼬스 데스투르넬은 상속인이 없어 국가에서 관리하는 중이었고, 그가 인수했을 무렵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전체 포도밭의 중간 지점에 해당하는 꼬스 라보리만 인수에서 제외되어 있었다고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토양의 다양성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2등급 그랑 크뤼로 분류되는 꼬스 데스투르넬의 포도밭에 둘러쌓인 꼬스 라보리가 5등급으로 분류되어 있었던 점도 미스터리라 할 수 있다. 와이너리 인수 이후 20여 년간 마치 호형호제하지 못하는 홍길동처럼 한 핏줄이지만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던 꼬스 라보리를 2년 전 인수하면서 이제 꼬스 데스투르넬은 설립 당시의 구획을 모두 회복한 셈. 5등급으로 평가 절하되어 있던 꼬스 데스투르넬의 형제, 꼬스 라보리의 미래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전통은 답습하되 혁신은 잊지 않는다
꼬스 데스투르넬이 꾸준히 높은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며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는 설립자였던 루이 가스파르 데스투르넬로부터 지금의 소유주인 미셸 레이비에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이어져 오는 장인정신과 최첨단 기술에 대한 망설임 없는 투자에 있다. 전통적인 재배 방식과 저장 작업에 대한 기술들은 잊지 않으면서도 와인의 완성도를 위한 새로운 기술들은 받아들이는 과감함. 2003년에는 우유 생산 공정에 사용되는 단열 처리된 원뿔형 발효조를 설치해 활용하고, 2008년에는 보르도 최초로 대형 엘리베이터 시스템을 활용한 100% 중력 흐름 방식의 저장고를 설치해 과일의 특성을 보존하고 복합미를 최대한 살려낼 수 있게 되었다.
꼬스 데스투르넬의 아시아 디렉터, 알렉시스 티에라즈와의 와인 테이스팅
지난 11월 방한한 꼬스 데스투르넬의 아시아 디렉터 알렉시스 티에라즈(Alexis Thierraz)와의 만남에서 샤토 꼬스 데스투르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와인을 테이스팅하는 시간을 가졌다. 꼬스 데스투르넬의 대표 와인 2가지와 이제 막 합류하여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꼬스 라보리를 소개한다.
G 데스투르넬(G d’Estournel) 2020
품종 메를로 90%, 카베르네 소비뇽 10%
기존 '굴레 바이 꼬스 데스투르넬(Goulée by Cos d’Estournel)'에서 'G 데스투르넬(G d’Estournel)'로 이름과 레이블 디자인이 변경되었는데 전통적인 보르도 보틀 모양에 시큐리티 QR코드를 병목에 부착하고 있다. 포도의 산지가 바다에 가깝고 테루아의 영향을 덜 받아서 매년 비슷한 퀄리티를 잘 유지하여 생산된다. 신선한 붉은 과일과 체리, 목 넘김 전에 피어나는 카카오빈과 산미가 훌륭한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어, 지금도 좋지만 10년 정도 후의 변화된 모습도 기대되는 와인이었다. 대담하고 활력이 넘치는 매력이 가득.
샤토 코스 라보리(Chateau Cos Labory) 2017
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56%, 메를로 39%, 프티 베르도 5%
꽃과 붉은 과실, 허브와 타바코의 뉘앙스. 미디움 바디에 훌륭한 밸런스라 호불호가 적고 편하게 마시기 좋은 와인이다.
샤토 꼬스 데스투르넬(Chateau Cos d’Estournel) 2012
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75%, 메를로 22%, 카베르네 프랑 2%, 프티 베르도 1%
2009년과 2016년 빈티지는 로버트 파커에게 100점을 받았고, 항상 평론가 평균 점수가 90점대를 유지하는 와인이다. 수많은 향기와 컬러, 화려한 축제를 연상시키는 팔레트가 꼬스 데스투르넬의 복합적인 테루아를 완벽하게 표현해 내고 있는 듯하다.
수입사 국순당
▶인스타그램 @ksd_wines
글·사진 푸달크 사진·자료 제공 국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