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체코 와인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작년인 2023년부터 주한체코대사관과 체코관광청 한국지사, 체코국립와인센터(National Wine Centre)가 합심하여 체코 와인을 국내에 본격적으로 알려오고 있는데, 오는 12월 17일(화)에는 ‘체코 모라비아 와인을 발견하다’ 이벤트가 열려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구성의 체코 와인들을 국내 와인업계에 소개할 예정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국내 시장의 반응이다. 아로마틱한 화이트 와인을 중심으로, 올해 체코 와인 수입량은 전년 동기간 대비 7배가량 몸집을 불렸다. 단순한 호기심 소비로 끝난 것이 아니라, 체코 와인의 진가를 알아본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흥미진진한 체코 와인 탐방을 위해, 와인 수입사 세 곳의 대표들로부터 체코 와인 비기너가 즐기기 좋은 국내 수입 중인 와인 4종을 소개받았다.
모라비아 와인 이야기 – 이현우 대표
이현우 대표는 와인 수입사 ‘모라비아 와인 이야기’ 한국의 대표이자, 체코 현지의 본사인 Moravian Wine Story의 공동대표이사다. 체코에서 무려 30년을 거주했던 그는 체코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신뢰와 믿음을 주고받던 현지 와인메이커들과 함께 ‘모라비아 와인 이야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체코 와인을 한국과 아시아에 알리는 것이 이들의 목표였다.
그 이전에도 체코 와인을 아시아 시장에 수출하려는 시도와 노력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 체코 와인이 아직 알려져 있지 않았던 시절, 이현우 대표는 ‘누군가 체코 와인의 앰버서더가 되어 한국에 상주하며 홍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영광스러운 임무를 제가 맡게 되었네요”라고 덧붙인 그는, “체코에서도 와인이 나와?”라고 생각하는 비기너에게 반드시 추천하고 싶은 와인이 있다고 한다. 바로 타야(Thaya) 와이너리의 <타야의 인사> 시리즈이다. 체코의 국립공원 관리공단에 의해 엄격하게 보호 및 관리되고 있는 ‘타야 국립공원’의 버퍼 존(buffer zone)에 위치한 빈야드에서 생산되었다. 총 14개 품종으로 구성된 <타야의 인사>의 레이블에는 풍뎅이, 잉어, 흑황새 등 보호구역에 서식하는 멸종 위기의 곤충과 동물들이 그려져 있다. 곧 15번째 와인으로 체코의 대표 품종인 ‘팔라바‘도 출시될 예정이다.
Thaya Sauvignon Blanc
타야의 인사 소비뇽 블랑
품종 소비뇽 블랑
추천 코멘트 첫 번째는 타야 와이너리의 ‘타야의 인사 소비뇽 블랑(Thaya Sauvignon Blanc)’이다. 뉴질랜드, 호주 등 남반구에서 생산된 소비뇽 블랑과 비교 테이스팅을 하면 아주 좋은 공부가 될 것 같다. 체코는 북반구에서도 북단에 위치한 나라로, 일교차가 심하고 일조량이 많지 않다. 이런 기후적 특징이 만들어내는 산미와 아로마가 너무나 좋다(물론 지역 와인메이커의 철학과 실력, 진심, 열정도 한 몫 한다). 특히 뉴질랜드와 체코의 소비뇽 블랑을 비교해서 마시면 그 차이가 확연하여 큰 재미를 준다.
Thaya Veltlínské Zelené
타야의 인사 벨틀린스케 젤레네
품종 벨틀린스케 젤레네(그뤼너 벨트리너)
추천 코멘트 ‘비기너를 위한 체코 모라비아 와인’이라는 말을 들었을때,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모라비아의 대표 화이트 와인인 ‘벨틀린스케 젤레네(Veltlínské Zelené)’를 선택했다. ‘타야의 인사 벨틀린스케 젤레네(Thaya Veltlínské Zelené)’는 모라비아 와인 이야기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시음회에서 매번 반드시 선보이는 와인이기도 하다. ‘벨틀린스케 젤레네’는 그뤼너 벨트리너(Grüner Veltliner) 품종의 체코 이름이다. 소비뇽 블랑과 리슬링과 함께, 모라비아 지역과 하위 지역인 즈노옘스코(Znojemsko)를 대표하는 ‘3대 노블 품종’이라 불린다. 점도가 좋고 진한 금빛을 띠며, 향긋한 노란 과일 향과 은은한 풀 향으로 시작하여 마지막에 감칠맛 나는 흰 후추 향의 킥이 올라오는 아주 신기한 품종이다. 옆 나라인 오스트리아에서도 많이 재배는 품종이지만, 바인피어텔(Weinviertel)이나 크렘스탈(Kremstal)에서 생산된 그뤼너 벨트리너와는 다른 느낌의 노트를 감상할 수 있다.
와인 수입사 모라비아 와인 이야기 @moravian.official
㈜와인차차 – 나기정 대표
와인 수입사 ㈜와인차차와 함께 ㈜탭샵바를 운영하고 있는 나기정 대표. 그녀는 영국왕립농업대학교(Royal Agricultural University) 와인 MBA(최고논문상 수상)를 마치고, 런던/서울에서 와인 수입 및 MD 경력을 바탕으로 와인주막차차를 비롯한 7개의 F&B 브랜드를 개발하고 운영했다. 현재는 10여 년간의 노하우이자 정수를 담은 브랜드인 탭샵바의 운영에 매진하고 있다.
탭샵바의 기본적인 모토는 ‘누구나 자주 쉽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이다. 레이블이 가진 명성과 힘보다는 와인 자체의 맛에 더 집중하는 편이다. 우연한 계기로 체코 와인을 접하게 된 나기정 대표는 신대륙 와인 같지만 실은 최초의 와인 기록이 무려 13세기부터 시작된 1,000여 년의 체코 와인 역사를 접하면서 이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특히, ㈜와인차차가 수입하고 있는 그루다우(Gurdau) 와이너리는 연간 5만 병 이하의 희소성 있는 와인을 생산하는데, 이 와인들은 대부분 체코 내수로 소비되거나 또는 미쉐린 급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 납품된다. 나기정 대표는 “탭샵바의 고객들에게 편견 없이 오직 와이너리의 테루아와 와인메이커의 정성으로 빚어진 와인의 맛을 소개하고 싶었다”며 “탭샵바의 자랑인 ‘삼배체 오이스터’ 메뉴와 환상의 페어링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Gurdau Veltliner
그루다우 벨트리너
품종 그뤼너 벨트리너
추천 코멘트 모래와 돌이 많은 점토 토양, 석회암과 롬(Loam) 토양에서 자란 그뤼너 벨트리너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다. 제조 과정과 포도밭 모두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그루다우 벨트리너(Gurdau Veltliner)는 오이스터와 완벽한 하모니를 보여준다. 그루다우 와인의 대부분이 한식과의 페어링이 좋은데, 특히 해산물이 제일 맛있어지는 이 계절, 평소보다 알이 유독 굵고 우유처럼 고소한 오이스터와 그루다우 벨트리너의 청량감, 미네랄리티, 알맞은 산도를 곁들인다면? 마리아주의 즐거움이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와인 수입사 ㈜와인차차 홈페이지
퓨어 매직 – 필립 어바우드 공동대표
퓨어 매직은 한국에서 10년 넘게 F&B 산업에 몸 담고 있는 2명의 외국인 바텐더들이 시작한 내추럴 와인 수입사이다. 공동대표인 필립 어바우드(Philip Abowd)는 텍사스 출신의 체코계 미국인으로 한국에 정착하여 바 씬(scean)을 이끌고 있는, 명성 있는 바텐더 중 한 명이다.
이들은 “칵테일과 비슷한 다양한 맛을 내는 것에 큰 매력을 느껴” 내추럴 와인을 수입하게 되었다고 한다. 필립은 “체코계 미국인으로서, 체코 지역의 우수한 와인들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많았기에 이를 한국에 소개하고 싶었다”고 한다. “체코는 다른 우수한 와인 지역만큼이나 우수한 품질과 맛의 와인을 만들어 내지만, 아직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우수한 체코 와인을 만나고 좋아해 주시기 바라는 마음에 처음 수입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수입을 결심한 배경을 밝혔다.
Krasna Hora Herr Gewürtz
크라스나 호라 헤르 게뷔르츠
품종 게뷔르츠트라미너
추천 코멘트 처음 체코 와인을 접하시는 분들이 쉽게 마실 수 있는 오렌지 와인 크라스나 호라(Krasna Hora)의 헤르 게뷔르츠(Herr Gewürtz)를 추천한다. 세 개의 게뷔르츠트라미너(Gewürtzraminer) 클론에서 수확한 포도를 100% 사용한 내추럴 와인이다. 게뷔르츠트라미너는 제대로 숙성하지 않으면 맛의 밸런스가 깨지고 풍미가 사라지는데, 이 와인은 매우 섬세하게 숙성하며 밸런스와 풍미를 모두 잡았고, 질감이 부드러워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스파이시함, 오렌지 껍질과 장미 꽃잎 향, 리치 등 꽃내음을 동반한 열대과일 향이 싱그럽다.
와인 수입사 퓨어 매직 @puremagictrading
정리 이새미 사진·자료 제공 각 와인 수입사·체코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