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6일, 청담의 와인 문화공간 와인소셜에서 너무나 유명한 캘리포니아의 와인메이커 밥 카브랄(Bob Cabral)과 그의 제자이자 훌륭한 여성 와인메이커 애슐리 홀랜드(Ashley Holland)가 함께하는 와인 시음회가 열렸다.
북미 와인 최초 Wine Enthusiast 피노 누아 100점, 밥 카브랄
올해로 벌써 40년이 넘게 와인 양조를 해오고 있는 캘리포니아 와인 양조의 대부 밥 카브랄. 그의 캘리포니아 피노 누아에 대한 열정은 2007년 윌리엄 셀럼(Williams Selyem)에서 그가 만든 리튼 에스테이트 피노 누아(Litton Estate Pinot Noir)가 북미 와인 최초로 ‘와인 인수지애스트(Wine Enthusiast) 100점 피노 누아’의 자리에 오르며 그 빛을 발하게 된다. 2015년 그가 쓰리 스틱스(Three Sticks) 와이너리에 합류한 이후, 쓰리 스틱스의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도 꾸준히 와인 애호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러시안 리버 밸리에서 보여주는 밥 카브랄의 와인 양조
지난 세월동안 자신이 머무른 와이너리마다 뛰어난 양조 실력을 보여 온 밥 카브랄이 이제는 자신의 이름을 건 와이너리에서 또 한번의 역사를 만들어 내려 한다. 오랫동안 애정을 갖고 와인을 만들어 온 러시안 리버 밸리(Russian River Valley)에서 최상의 포도를 가진 최고의 빈야드를 찾고, 직접 오크통 제작에 관여하며 매 해 자신의 천재성과 감각을 총 동원하고 있는 밥 카브랄. 그가 이야기하는 ‘Full-throttle Bob Cabral’ 스타일 와인 양조의 결과물들을 만나보았다.
퀴베 와일드플라워 드라이 리슬링 소노마 코스트 2018 Cuvee Wiildflower dry Riesling Sonoma Coast 2018
소노마 카운티 빈야드 곳곳에 자라난 야생화들에서 영감을 얻어 와일드 플라워라는 이름을 갖게 된 밥 카브랄의 드라이 리슬링. 그는 포도밭을 사랑하면 포도밭이 보답한다고 생각하기에 포도 재배에 약도 거의 쓰지 않는다. 앙금과 함께 45~80일의 저온발효를 통해 입안에서의 질감을 충실하게 만든다.
큐베 앤 로즈 샤르도네 소노마 코스트 2017 Cuvee Anne Rose Chardonnay Sonoma Coast 2017
아내와 딸의 이름을 딴 와인으로 그만큼 더 큰 애정과 정성이 담겨있는 와인. 내추럴 와인이나 다름없는 생산 방식으로 오직 5개 배럴만 만들고 있다. 그것도 전부 프랑스 오크를 사용하는데, 그중 20%는 뉴 오크. 모든 양조 과정에 직접 관여하는 밥 카브랄은 배럴을 만드는 과정인 쿠퍼리지도 직접 참여해서 확인하고 주문 제작하고 있다.
밥 카브랄은 숙성 과정에서의 앙금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 이날 소개한 2017 빈티지에는 숙성 과정에서 그 앙금이 섞이도록 하는 바토나주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매년 숙성 과정을 체크하며 어떤 때에는 바토나주를 하고 어떤 때에는 아예 하지 않는 식으로 감각적인 양조로 보다 완성도 높은 와인을 생산해 내고 있다.
퀴베 트루바두르 피노 누아 러시안 리버 밸리 2017 Cuvee Troubadour Pinot Noir Russian River Valley 2017
‘스토리텔러’라는 뜻을 가진 트루바두르는 러시안 밸리의 몇몇 특정한 5개 빈야드에서 포도를 선택했다. 씨와 껍질을 제외한 모든 것을 통과시켜 숙성, 유산 발효를 하는 과정에서 비가 많이 내렸던 봄과 뜨거웠던 여름, 8시간 동안 5천 가구를 불태운 산불도 있었던 2017년의 이야기를 와인 안에 담아내려 노력했다.
밥 카브랄의 수제자, 운명처럼 와인에 빠져든 애슐리 홀랜드
대학에서 수의학을 전공한 애슐리 홀랜드는 ‘International Beverage Education’ 수업에서 마주친 와인의 매력에 빠져들어 와인메이커인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미국 오클라호마 태생이었던 그녀는 이후 뉴질랜드 말보로의 투 리버즈(Two Rivers)에서 와인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다. 피노 누아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밥 카브랄의 와인과 양조 스타일에 대해서도 더 깊이 알고 싶어 하던 차에 운명처럼 캘리포니아의 쓰리 스틱스 와인즈에서 함께 와인을 만들게 되었다.
아무리 뛰어난 와인메이커라도 와인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닌 팀이 만드는 것이기에, 재능 있는 이들과 일하며 서로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은 정말 값진 기회라고 밥 카브랄과 애슐리 홀랜드는 입을 모아 말한다.
리드 홀랜드의 소중한 순간을 위한 와인들
애슐리 홀랜드가 앤더슨 밸리(Anderson Valley) 피노 누아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시작한 리드 홀랜드(Read Holland)의 와인들은 그간 갈고닦은 뛰어난 양조 실력은 물론, 와인을 대하는 정성과 사랑이 가득하다.
와일리 빈야드 리슬링 2020 Wiley Vineyard Riesling 2020
바다에 가깝고 매우 추운 지역으로, 낮 두 시간가량만 섭씨 30도 정도가 되는 앤더슨 밸리의 와일리 빈야드에서 생산된 리슬링으로 떼루아를 잘 반영하고 있다. 콘크리트 에그에 숙성하는데 숙성 시작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때가 있어서 숙성 과정 내내 세심한 주의와 관심을 쏟고 있다.
애슐리 홀랜드도 밥 카브랄 앙금과 함께 숙성시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크로스보우로 말로라틱이 진행되지 않도록 살짝 필터링을 거치고 있다.
피노 누아 딥 앤드 2017 Pinot Noir “Deep End” 2017
이곳을 넘어가면 너무 추워서, “포도를 키울 수 있는 경계지역”을 의미하는 딥 앤드. 과일향보다 블랙티, 카다멈 같은 향신료향이 더 강한 이 피노 누아는 와인에 쓰인 포도의 30% 정도를 홀 클러스터(whole cluster)로 사용한다. 포마르를 포함한 여러 클론을 사용하고 있으며, 줄기의 탄닌과 앙금의 탄닌이 함께 어우러져 전체적인 탄닌을 부드럽게 해준다.
레이트 하베스트 리슬링 2020 Late Harvest Riesling 2020
매년 같은 방식으로 경작해도 그때마다 결과물은 조금씩 달라지니 늘 자연의 섭리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는 애슐리 홀랜드. 그 우주에 대한 경외를 담아 비너스를 컨셉으로 한 레이블의 달콤한 리슬링을 만들었다. 11월 중순경에 수확한 포도로 귤, 오렌지의 달콤함과 복숭아 같은 핵과류의 풍미가 산도와 잘 어우러져 훌륭한 밸런스를 보인다.
캘리포니아 와인, 그 가능성은 아직도 무한하다
40년이 넘는 양조 인생에 아직도 매년 새로운 것을 배우고 발전해 가는 중이라는 밥 카브랄, 매년 와인을 만들 때마다 끊임없이 자신의 와인 메이킹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조언을 구하며 끝없는 애정과 정성을 쏟는 애슐리 홀랜드. 이제 이 둘은 같은 캘리포니아의 서로 다른 지역에서 동료이자 서로를 발전시켜 나가는 경쟁자로 훌륭한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기후와 땅, 사람을 뜻하는 천지인의 조화로 만들어 내는 신의 물방울이라는 와인. 자연을 존중하고 경외하며 스스로의 발전을 게을리하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앞으로 더 완벽해질 캘리포니아 와인을 상상해본다.
수입사 보틀샤크
▶홈페이지 bottleshock.kr
▶인스타그램 @bottleshock.kr
글/사진 푸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