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에: 캘리포니아에서 부르고뉴의 자유방임주의를 실현하다

Written by신 윤정

캘리포니아에서 ‘부르고뉴 스타일’을 지향하는 와인메이커는 꽤 있지만 뿌리부터 부르고뉴인 와인메이커는 흔치 않다. 스스로를 ‘게으른 와인메이커(lazy winemaker)’라 부르는 스테판 비비에(Stephane Vivier)는 그 흔치 않은 예의 대표적인 인물로, 부르고뉴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에서 오랫동안 하이드 드 빌렌(Hyde de Villaine)의 와인메이커로 이름을 알렸고, 현재는 자신의 와이너리 비비에(Vivier)를 운영하고 있다. 매년 평론가 점수 90점을 거뜬히 넘을 만큼 뛰어난 그의 와인이 게으름의 산물이라니, 모순적이라 보여도 실제로 그의 와인을 맛본다면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게 될 것이다. 이런 게으름이라면 적극 권장해야 한다고.

스테판 비비에(Stephane Vivier)

부르고뉴의 꼬마가 하이드 드 빌렌의 와인메이커가 되기까지

부르고뉴 오트 코트 드 본(Hautes Côtes de Beaune)의 작은 마을은 어린 스테판 비비에가 와인메이커로 성장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형과 축구를 하다 이웃의 포도밭에 빈번하게 끼친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열 살의 스테판 비비에는 포도밭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포도 재배 일을 배웠다. 생물학 전공 선생님이었던 어머니가 어린 스테판이 포도밭에서 해 본 가지치기와 같은 작업의 의미를 과학적으로 가르쳐 주며 스테판은 점점 와인메이킹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현장 학습과 실습, 이론이 모두 갖춰진 조기 교육 현장이었던 셈. 덕분에 비교적 이른 13세가 되던 해 그는 와인메이커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다. 스테판의 ‘게으른 와인메이킹’이란 양조 철학의 시작점도 그가 자란 이 마을이었다. 몇 대에 걸쳐 와인을 만들어 온 가문의 나이 많은 이웃으로부터 자유방임주의(laissez-faire) 기법을 터득한 그는 포도 재배와 양조에 있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보다는 ‘참을성’을 갖추는 방식을 추구하게 되었다. 기다림의 미학이랄까. 이후 그는 디종의 부르고뉴 대학에서 생물화학과 포도 재배 그리고 양조학 분야까지 석사 학위를 섭렵하며 전문성을 더했고, 도멘 페르낭 에 로랑 피요(Domaine Fernand et Laurent Pillot)에서 실전 감각을 익혔다. 부르고뉴 와인메이커로서 어찌 보면 엘리트 코스를 밟던 스테판은 부르고뉴를 떠나 스위스, 소노마, 뉴질랜드 등 여러 와인 산지의 다양한 환경에서 일하며 탄탄한 양조 경험을 쌓았다.

하이드 드 빌렌에서 와인메이커로 근무하던 당시의 스테판 비비에

와인메이커로서 스테판의 이력은 2002년에 큰 전환점을 맞이한다. 도멘 로마네 콩티의 오너인 오베르 드 빌렌(Aubert de Villaine)과 나파 밸리 최고의 부티크 포도밭인 하이드 빈야드(Hyde Vineyard)를 소유한 래리 하이드(Larry Hyde)의 공동 프로젝트인 하이드 드 빌렌에 와인메이커로 합류하게 된 것. 로마네 콩티 최초의 해외 프로젝트이자 ‘나파 밸리의 몽라셰’와 같은 별칭이 붙은 와인을 생산하는 하이드 드 빌렌에서 비비에는 최고의 와인메이커로 성장할 수 있었다. 오베르 드 빌렌과 래리 하이드라는 존경 받는 와인 생산자들의 수제자로서 그들의 노하우를 전수받으며, 본인의 오랜 철학인 자유방임주의 와인메이킹을 마음껏 펼쳐낸 곳이 바로 하이드 드 빌렌이었다.

게으른 와인메이커의 새로운 모험

2009년, 스테판은 새로운 모험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파 니엔테(Far Niente) 와인의 CFO이자 지금의 아내인 다나 섹스톤(Dana Sexton)의 조력으로 자신의 와인 브랜드를 생산하게 된 것이다. ‘최상의 포도와 테루아가 지니고 있는 모든 것을 와인이 스스로 표현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그의 자유방임주의 양조 철학은 이미 완성형이었다. 2009년 피노 누아를 중심으로 시작한 비비에 와인은 2018년 샤르도네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며 확장해 가고 있다.

스테판 비비에와 아내인 다나 섹스톤(Dana Sexton), 그리고 자녀들

비비에 와인의 포도밭은 주로 산 파블로만(San Pablo Bay)의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는 곳에 포도밭이 분포해 있는데, 기장 기본급인 소노마 코스트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는 시원한 바닷 바람이 안개로 가득찬 언덕을 가르고 30년 수령의 포도나무로 구성된 페탈루마 갭(Petaluma Gap)의 포도밭과 1960년대에 조성된 러시안 리버 밸리(Russian River Valley) 최초의 피노 누아 포도밭의 포도를 사용한다. 스테판은 래리 하이드와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는데, 2021 빈티지부터 생산되는 비비에 샤르도네 하이드(Vivier Chardonnay Hyde)가 그 결실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소노마 산 꼭대기에 있는 유서 깊은 포도밭에서도 특별한 와인이 만들어진다. 바로 1952년부터 현재까지 재배되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피노 누아 포도밭인 밴 더 캠프(Van der Kamp)가 그것. 해발고도 460미터에 달하는 이 포도밭에서는 단 50케이스 생산되는 샤르도네와 75케이스 생산되는 피노 누아 등 희소성 있는 뛰어난 와인이 만들어진다. 마지막으로 페탈루마 갭의 갭스 크라운(Gap’s Crown) 포도밭은 차가운 안개가 유입되는 소노마 산의 서쪽 언덕 지역인데, 비비에는 이곳에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포도를 활용하여 신선하고 우아한 와인을 생산한다.

생산량이 적어 국내에 단 70~80병, 많아야 120병 할당되는 비비에 와인들은 히든셀러를 통해 국내에 공식 수입되는 중이다. 오는 2월 27일(목)에 열릴 '캘리포니아 와인 얼라이브 테이스팅 2025'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국내 수입되는 비비에 와인들

비비에 샤르도네 소노마 코스트(Vivier Chardonnay Sonoma Coast) 2020/2021
비비에 피노 누아 소노마 코스트(Vivier Pinot Noir Sonoma Coast) 2020/2021

비비에 샤르도네 하이드 빈야드(Vivier Chardonnay Hyde Vineyard) 2021/2022

비비에 샤르도네 밴 더 캠프(Vivier Chardonnay van der Kamp) 2022
비비에 피노 누아 밴 더 캠프(Vivier Pinot Noir van der Kamp) 2021

비비에 샤르도네 갭스 크라운 빈야드(Vivier Chardonnay Gap’s Crown Vineyard) 2022
비비에 피노 누아 갭스 크라운 빈야드(Vivier Pinot Noir Gap’s Crown Vineyard) 2022

문의 히든셀러
▶인스타그램 @hidden_celler

신윤정 사진·자료 제공 히든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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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개일 : 2025년 0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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