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와인의 인기가 고공 행진 중이다. 상큼한 과실미와 청량감 가득한 소비뇽 블랑이 그만의 쉬운 접근성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 하지만 한편에선 ‘뉴질랜드 와인=소비뇽 블랑’으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게 못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24 뉴질랜드 와인 탑 100(Top 100 Wines of New Zealand 2024)’에서 노스 캔터버리산 샤르도네가 1위를 차지했고, 이어지는 상위권 와인 대다수가 프리미엄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라는 사실에서도 우리가 뉴질랜드 와인의 육각형 매력 중 한 면만 보고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에 뉴질랜드 와인의 또 다른 매력을 탐험해 보고자 신뢰도 만점의 와인 전문가 네 명에게 와인을 추천받았다. 소비뇽 블랑 너머에 있는 프리미엄 뉴질랜드 와인의 세계로 떠나보자.
뉴질랜드 대사관 만찬에서 첫 눈에 반한 싱글 빈야드 피노 누아 – 윤효정 소믈리에
현장에서 17년째 활동을 이어온 윤효정 소믈리에는 현재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에서 근무하고 있다. 2008년 프랑스 보르도의 와인 학교인 카파 포르마시옹(CAFA Formations)을 졸업하고, 프랑스 국가공인 소믈리에 자격증인 ‘MC(Mention Complémentaire de Sommellerie)’를 획득했다. CMS 인증, ASI 디플로마 실버 자격도 보유하고 있다. 재작년인 2023년 제22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장본인이기도 하다.
크레기 레인지 테 무나 로드 피노 누아
Craggy Range Te Muna Road Pinot Noir
품종 피노 누아 지역 뉴질랜드 북섬 마틴보로
수상내역 와인 인수지애스트(Wine Enthusaiast) 95점 (2019 빈티지)
추천 코멘트 크래기 레인지(Craggy Range)의 모든 와인은 혹스베이(Hawkes Bay)와 마틴보로(Martinborough)의 단일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를 사용해, 각각의 싱글 빈야드 테루아가 갖춘 독특한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그 중 ‘테 무나 로드 빈야드(Te Muna Road Vineyard)’에서 탄생한 피노 누아는 2023년 뉴질랜드 대사관의 초청 만찬에서 마셔보고 한눈에 반했던 와인이다. 와인을 이제 막 입문한 초보자나 오랫동안 취미로 삼은 와인 애호가 모두에게 적극적으로 권할 만큼 월등한 퀄리티를 가졌다.
페일 루비 컬러가 영롱하고, 사워 체리, 크랜베리, 라즈베리 등 붉은 과실의 풍미가 주를 이룬다. 장미 꽃잎, 레드 플라워, 감초, 젖은 낙엽, 숲 바닥 등 복합적인 아로마가 피어올라 코를 기분 좋게 감싸준다. 입안을 가득 채우는 갓 딴 산딸기의 과즙을 느낄 수 있고 상쾌한 산도와 실키한 타닌이 밸런스를 잡아준다. 한 모금을 넘기고 나면 우아하고 섬세한 아로마가 여운을 지속시켜 준다. 청사의 해인 2025년,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여 즐기기에 충분한 와인이다. Bonne Annee!
Recommended by 윤효정 소믈리에 @hyojung.yoon
와인 수입사 금양인터내셔날 @keumyang.wine
뉴질랜드 현지 와이너리에서 발견한 와이파라 샤르도네 – 배정환 소믈리에
하우스 오브 신세계 와인 셀라의 배정환 소믈리에는 경희대학교 관광대학원 와인 소믈리에학과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ASI 디플로마 실버 메달을 획득한 정통파이다.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여, 부상으로 뉴질랜드 전역의 와이너리를 방문하는 투어에도 참여했다.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의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며 반가운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레이스톤 에린스 샤르도네
Grerystone Erin's Chardonnay
품종 샤르도네 100% 지역 뉴질랜드 남섬 캔터버리, 와이파라 밸리
수상내역 마스터 소믈리에 밥 캠벨(Bob Campbell)MS 95점, 와인 오빗(Wine Orbit) 5스타, 마스터 소믈리에 카메론 더글라스(Cameron Douglas) MS 96점
추천 코멘트 그레이스톤(Greystone) 와이너리는 뉴질랜드의 숨겨진 보석 같은 와인 산지인 캔터버리(Canterbury)의 대자연을 와인에 담아낸다. 그레이스톤 에린스 샤르도네는 섬세한 손 수확을 거쳐 좋은 포도송이만 선별하여, 야생 효모 발효 후 버건디 오크통에서 숙성을 거쳐 탄생한다. 캔터버리 내의 소구역인 ‘와이파라 밸리(Waipara Valley)’의 테루아를 그대로 담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수한 밸런스를 갖추고 있다.
뉴질랜드 투어 당시, 그레이스톤 와이너리 테이스팅 룸에서 대자연에 양 떼가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서 테이스팅했던 와인이다. 처음은 상큼한 시트러스 캐릭터로 시작해서 시간의 흐름에 와인을 맡기고 나면, 달짝지근한 잘 익은 살구, 하얀 복숭아, 천도복숭아의 캐릭터가 코와 입을 매료시킨다. 오크 숙성에서 발현되는 헤이즐넛, 바닐라, 스위트 스파이시의 풍미가 어우러져 굉장히 복합적인 피니쉬로 마무리된다.
뉴질랜드에서 와인을 테이스팅하며 한국 음식이 애달프게 생각났는데, 특히 삼겹살이 많이 떠올랐다. 상큼한 산미가 기름진 맛을 개운하게 씻어주면서, 가볍지 않으면서 복합적인 와인의 풍미가 삼겹살의 쫀득한 식감과 함께 훌륭한 맛의 밸런스를 보여준다. 와인의 감칠맛은 ‘삼겹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쌈장과도 먹음직스럽게 어우러진다. 식사가 이어질수록 다음 고기 한입, 와인 한 모금에 대한 기대감이 드는 페어링이다.
Recommended by 배정환 소믈리에 @baejeonghwan977
와인 수입사 와미 @wami_international
부르고뉴의 퀄리티를 뉴질랜드 피노 누아에서 느끼다 – 엄신길 소믈리에
SG 다인힐의 총괄 소믈리에인 엄신길 소믈리에는 WSET 어드밴스드 자격을 포함하여, FWS(French Wine Scholar), IWS(Italian Wine Scholar), SWS(Spanish Wine Scholar) 인증을 보유한 국내 와인업계의 실력파 터줏대감이다. SG 다인힐 소속 F&B 브랜드의 와인은 그의 손길을 거쳐 리스팅된다. 국내 와인 수입사를 비롯하여 ‘위라위라(Wirra Wirra)’ 등 해외 와이너리와 협업하여 동시 통역 및 이벤트 디렉션을 맡기도 했다.
발리 벤녹번 빈야드 피노 누아
Valli Bannockburn Vineyard Pinot Noir
품종 피노 누아 지역 뉴질랜드 남섬 센트럴 오타고
수상 내역 와인 애드보케이드(Wine Advocate) 97점, 더 리얼 리뷰(The Real Review) 97점(밥 캠벨MS), 뉴질랜드 인터내셔널 와인 쇼(New Zealand International Wine Show) 실버 메달
추천 코멘트 솔직히 인정하자면, 처음에는 뉴질랜드 피노 누아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이 정도면 부르고뉴 피노 누아를 마시지 않을까?’ 싶은 가격에 궁금해하다가 결국 직접 구매해 마셔보았다. 그리고 ‘뉴질랜드도 부르고뉴와 같은 퀄리티를 구현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그때 실감했다. 신선한 그린 노트를 선두로 은은한 말린 꽃 향이 코와 입안을 채웠고, 그 뒤로 과즙이 많은 붉은 과실, 체리와 딸기향이 올라왔다. 여운에서 남는 가죽 향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센트럴 오타고는 대륙성 기후와 고도로 인한 서늘함을 갖춰, 피노 누아가 성장하기 좋은 이상적인 기후를 가졌다. 발리(Valli)가 소유한 벤녹번 빈야드(Bannockburn Vineyard)에서 생산된 와인으로, 신선한 허브향과 꽃 향을 필두로 과실미, 섬세한 양조에서 나오는 복합미까지 더해져 세련된 캐릭터를 보여준다.
Recommended by 엄신길 소믈리에 @shingil_eom90_jason
와인 수입사 와인투유코리아 @wine2ukorea_official
차원이 다른 우아함과 깊이를 간직한 보르도 블렌드 – 윤이나 뉴질랜드 와인 전문가
뉴질랜드 교포 와인 전문가인 윤이나는 뉴질랜드 현지를 중심으로 활동 중이며, 한국 및 해외 와인 애호가들과 소통하며 뉴질랜드의 프리미엄 와인에 대해 널리 알리고 있다. ‘뉴질랜드 와인 부티크’라는 뉴질랜드 & 호주 프리미엄 와인 전문 몰을 운영하고 있으며, '뉴질랜드 와인 생산자 연합(New Zealand Wine Growers)'이 개최한 '더 블라인드 테이스팅(The Blind Tasting)'과 '아오테아로아 내셔널 와인 어워드(Aotearoa National Wine Awards)' 등 뉴질랜드의 저명한 와인 품평회에서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또한 뉴질랜드의 대표 와인 교육 기관인 ‘New Zealand School of Wines and Spirits’에서 WSET 인증 강사로서 한국어 WSET 교육을 맡고 있다. WSET level 4 디플로마 보유자이며, 2023년 세계적인 와인 장학재단인 ‘제라르 바셋 재단(Gerard Basset Foundation)’으로부터 장학금을 수여받아 국내에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테 마타 에스테이트 콜레인 2022
Te Mata Estate Coleraine 2022
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84%, 메를로 13%, 카베르네 프랑 3% 지역 뉴질랜드 북섬 혹스베이
수상 내역 제임스 서클링 ‘2024 뉴질랜드 와인 탑 100’ 30위(96점), 와인 애드보케이트 97+점
추천 코멘트 테 마타(Te Mata)는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와이너리 중 하나로, 북섬 동북부의 혹스베이에 있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따뜻한 와인 생산지 중 하나인 혹스베이는 보르도 품종이 자라기에 이상적인 환경을 가졌다. 콜레인(Coleraine)은 테 마타 와이너리의 아이코닉 와인이자 뉴질랜드 프리미엄 와인의 가능성을 증명한 와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카베르네 소비뇽이 80% 이상 포함된 보르도 좌안 스타일의 프리미엄 레드 블렌드 와인으로, 뉴질랜드의 비교적 서늘한 기후 덕분에 산도가 높아 신선함이 돋보이며, 검은 과실 중심의 깊고 풍부한 풍미와 섬세하게 사용된 오크 풍미가 단단한 구조감과 복합미를 자아낸다. 장기 숙성에 뛰어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어, 지금 마셔도 훌륭하지만 10~20년의 숙성을 거친다면 또 다른 차원의 깊이와 우아함을 선사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셀러에서 빈티지별로 몇 병을 숙성 중이다.
Recommended by 윤이나 뉴질랜드 와인 전문가 @wineina_nz
와인 수입사 에노테카 코리아 @enoteca_kr
글·프로필 사진 각 인터뷰이 와인 자료 제공 각 수입사 썸네일 사진 제공 New Zealand Winegrow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