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 마쌍, 역동적인 샴페인 산지 ‘꼬뜨 데 바’로부터

Written by신 윤정

샴페인 지도를 펼쳐 본다. 몽타뉴 드 랭스(Montagne de Reims)에서 시작하여 남쪽으로 발레 드 라 마른(Vallee de la Marne), 꼬뜨 데 블랑(Cote des Blancs)으로 이어지던 샴페인 산지는 꼬뜨 드 세잔(Cote de Sezanne)을 끝으로 맥이 끊긴다. 그리고 차로 2시간 거리, 샤블리로 가는 길목에 이른바 '샴페인의 흑진주'라 불리며 최근 떠오르는 꼬뜨 데 바(Cote des Bars)가 나온다. 비교적 온화한 기후 덕분에 까칠함 없는 인자한 밸런스를 지닌 샴페인이 생산되고, 변화를 즐기는 젊은 생산자들로 역동적인 이곳. 현재 많은 와인 전문가가 주목하는 꼬뜨 데 바를 샴페인 하우스 레미 마쌍(Remy Massin)을 통해 들여다본다.

샴페인 지도 : 꼬뜨 데 바는 맨 아래 오브(Aube) 구역에 있다 (출처 : 위키피디아)

왜 꼬뜨 데 바 지역이 떠오르나

꼬뜨 데 바는 사실 외로운 섬 같던 곳이다. 샴페인 산지 중 유일하게 행정구역 마른(Marne)에 속하지 않는 게 그 이유 하나, 그리고 대형 샴페인 하우스 대부분이 마른 구역 내 자리하여 상대적인 주목도가 떨어지는 게 그 이유 둘이다. 하지만 최근 꼬뜨 데 바에는 새로운 분위기가 일고 있다. 주도자는 포도 재배 가문의 젊은 세대들. 포도를 샴페인 하우스에 납품만 해 온 부모 세대를 지나 젊고 진취적인 자녀 세대들이 직접 샴페인을 만들며 RM 생산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새로 생겨나는 샴페인 하우스의 숫자로만 이곳의 역동성을 설명하기엔 아쉽다. 솔레라 방식으로 베이스 와인을 숙성하는 것처럼 샴페인 양조에 있어서도 유연한 접근 방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이 젊고 다이나믹한 에너지는 샴페인 하우스 레미 마쌍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최근의 이 변화는 차치하더라도, 스타일적으로만 봐도 꼬뜨 데 바는 다른 샴페인 생산지와 결을 달리한다. 샴페인 중심지인 랭스보다 샤블리가 더 가까울 정도로 남쪽에 있고, 토양도 샤블리 지역의 심볼인 킴메리지안이 발견된다. 남쪽인 만큼 다른 샴페인 산지보다 온화한 편에 속하는데, 그 덕분인지 레드 품종인 피노 누아가 전체 포도 식재량의 86%를 차지한다. 이 피노 누아를 베이스로 만들어진 샴페인은 풍성하고 잘 익은 과실 풍미와 신선하고 크리스피한 산미를 동시에 지닌다. 지난 3월 WSA와인아카데미에서 열린 샴페인 레미 마쌍 세미나에서 은대환 소믈리에는 "꼬뜨 데 바는 비교적 온화하여 엑스트라 브륏과 같은 당도가 없는 샴페인이더라도 날카롭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포도가 잘 익어 전반적으로 밸런스 좋고 둥글둥글한 매력이 있다"라고 소개했다. 세미나에서 맛본 레미 마쌍의 샴페인들 역시 하나같이 잘 익은 포도에서 나온 진한 과일 풍미와 신선한 산미가 조화를 잘 이루고 있었다.

지난 3월 진행된 레미 마쌍 세미나

세대 교체는 진화의 또다른 표현

앞서 젊은 세대들이 꼬뜨 데 바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다 했는데, 레미 마쌍은 그 리더격에 서는 샴페인 하우스다. 1865년 시작된 오래된 포도 재배 가문이지만 1974년 3세대인 레미 마쌍의 시대에 와서야 RM 생산자로서 직접 샴페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후 전문적인 양조를 전공한 4세대 실베르(Sylvere)가 품질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 그리고 대망의 5세대. 아비즈(Avize)에서 양조를 전공하고 캘리포니아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은 세드릭(Cedric)이 2002년 합류하며 친환경 농법을 적용하는 등 변화를 이끌었다. 이어서 2017년엔 그의 사촌이자 디종에서 양조를 전공하고 뉴질랜드에서 경험을 쌓은 마리옹이 합류하며 현재의 탄탄한 가족 경영 시스템이 완성되었다.

가족 경영으로 운영되는 레미 마쌍 (출처 : https://www.clubtresorsdechampagne.com/ )

품질을 최우선에 두고 혁신을 추구하는 경영 철학은 꼬뜨 데 바 유일의 클럽 트레조르(Club Tresors) 회원의 자리로 레미 마쌍을 이끌었다. 스페셜 클럽 샴페인을 만드는 아티장 생산자들로 구성된 클럽 트레조르는 전체 샴페인 생산지를 통틀어서도 28개 생산자가 전부다. 엄격한 기준으로 최고의 해에만 최고의 포도로 만드는 스페셜 클럽 샴페인을 만드는 생산자라니 무한 신뢰가 간다. 국내에서는 와인 수입사 비노킴즈를 통해 올 초부터 6종의 레미 마쌍 샴페인을 만나볼 수 있다. 수입을 고려하는 단계부터 관여한 은대환 소믈리에는 “소싱 당시 10종의 레미 마쌍 뀌베를 테이스팅했는데, 모두 품질이 좋아 고르기 힘들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비노킴즈와 은대환 소믈리에가 행복한 고심 끝에 선택한 레미 마쌍 샴페인 6종을 소개한다.

레미 마쌍의 샴페인들

레미 마쌍 트라디씨옹 브륏 NV Remy Massin Tradition Brut NV

엔트리급이지만 피노 누아 100%로 만든 블랑 드 누아 샴페인이다. 잘 익은 베리류, 사과 등의 과일 풍미와 생기 있는 산미가 밸런스를 잘 이루고 있고, 엘더플라워 노트가 우아한 느낌을 부여한다. 입 안에서 부드럽고 은은하게 퍼지는 미감 또한 무척 조화롭다.

레미 마쌍 랑테그랄 엑스트라 브륏 Remy Massin l’Integrale Extra Brut NV

도사주를 낮게 한 순수한 피노 누아 샴페인이다. 효모, 바닐라, 견과류의 고소한 향과 사과, 모과, 살구의 과일 아로마가 잔에서 살랑거린다. 엑스트라 브륏치고 과실미가 좋은데, 핵과류의 과일 풍미에 마카다미아와 같은 은은한 견과류 노트가 곁들여진다. 산미가 높음에도 날카롭게 다가오진 않고, 기분 좋은 쌉싸래함이 피니쉬에 남는다.

레미 마쌍 프레스티지 브륏 Remy Massin Prestige Brut NV

차분하고 조금 더 무게감이 느껴지는 레미 마쌍 샴페인이다. 복숭아와 같은 핵과류, 사과, 배, 레드 베리, 시트러스 등의 과일 아로마에 치즈, 허니서클, 견과류, 브리오슈가 더해져 복합적인 풍미를 즐길 수 있다.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가 1:1 비율로 블렌딩되었는데, 정교하고 완성도가 높은 샴페인이다.

레미 마쌍 리너텅듀 블랑 드 블랑 Remy Massin l’Inattendue Blanc de Blancs NV

샤르도네의 레모니한 캐릭터가 잘 표현된 블랑 드 블랑 샴페인이다. 투명하고 순수한 과일 풍미에 가볍고 엣지 있는 산미, 소금기를 머금은 미네랄리티가 잘 녹아들어 있다. 블랑 드 블랑 샴페인의 도도한 매력이 돋보이는 와중에 밸런스 또한 좋다.

레미 마쌍 스페셜 클럽 2015 Remy Massin Special Club 2015

베리류 과일과 허니서클, 헤이즐넛, 버터 쿠키의 아로마에 은은한 셰리향이 감돈다. 배, 블러드 오렌지, 애플 타르트, 꿀, 견과류 등의 풍만한 풍미가 입 안을 가득 채우고, 목 넘김 후로는 향긋한 봄나물이 생각나는 쌉싸래한 피니쉬가 남는다. 피노 누아 100%로, 복합적이고 신선하면서도 우아한 미감이 기분 좋게 한다.

레미 마쌍 로제 브륏 Remy Massin Rose Brut NV

피노 누아 85%에 샤르도네 15%가 블렌딩되었다. 잘 익은 라즈베리와 딸기의 강렬하고도 신선한 아로마에 바이올렛, 페퍼, 허브 노트가 섬세하게 결합되었다. 세니에 방식은 아니지만 색도 맛도 선명한 스타일의 로제 샴페인이다.

문의 비노킴즈
▶인스타그램 @vinokims

글/사진 신윤정

  •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기사 공개일 : 2023년 09월 12일
c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