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만난 와인, 토레스 셀레스테 크리안자

Written by박 지현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내게 이 도시는 동서남북으로 넓고 복잡할 뿐, 매력을 1도 찾아볼 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난생처음 서울에 발딛은 외국인의 여행 프로그램을 보고 난 후 서울이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역시 타인의 시선을 빌리면 어제와 변함없던 풍경도 새롭게 보일 수 있다. 매년 일본 모리기념재단 도시전략연구소가 발표하는 '세계도시종합순위'에서 서울은 7위를 차지했다(2023년 기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서울의 글로벌 파워를 짐작할 수 있다.

스페인 페네데스의 유서 깊은 와인 생산 가문이자 업계의 선두 주자인 파밀리아 토레스(Familia Torres, 이하 토레스)는 육백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글로벌 거대 도시 서울의 모습을 담은 특별 에디션 셀레스테 크리안자(Celeste Crianza)를 완성했다. 지난 15일, 토레스의 오랜 파트너인 신동와인이 주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토레스의 지역 매니저 길 세라(Gil Serra, 아래 사진)는 토레스와 서울 에디션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토레스의 지역 매니저 길 세라(Gil Serra)

토레스가 찾은 키워드, Back to Basic!

토레스의 공식 설립 연도는 1870년이다. 현재 5대째 가족 경영을 통해 오랜 전통을 유지하며 지역 사회와 환경을 보호하는 지속 가능한 경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와인인에서 다룬 기획 기사 <미래에서 온 와인, 토레스의 기후 대응 스토리>에서 알 수 있듯이, 토레스는 4대 미구엘 A. 토레스(Miguel Agustín. Torres Riera) 회장의 주도로 와인 생산을 둘러싼 환경과 순수한 자연의 수호자 역할을 자처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활발하게 실천하고 있다. 더 나아가 IWCA(International Wineries for Climate Action)의 창립 회원으로, 전 세계 와이너리와 연대하며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기후 위기의 주된 원인은 이산화탄소, 메탄가스 등을 포함한 온실가스다. 토레스는 재생에너지 적극 사용, 탄소 포집, 자생 나무숲 조성, 재생 포도 재배 등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또한 토레스는 잊혀졌던 고대의 토착 품종을 기후 위기 탈출의 열쇠로 여겼다. 그 이유는 일부 고대 품종이 고온과 가뭄에 강하기 때문. 카탈루냐 전역에서 발견한 이름도 모를 50개 이상의 포도나무 샘플의 유전자를 분석하고 실험하여 현재 8개 품종을 상업화에 성공했다.

냉정한 와인 시장에서 고대 품종 와인들의 성적표는 어떨까? 길 세라는 "와인 애호가들이 새로운 와인을 탐험하는 데 열려 있고, 진정성을 추구하는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트렌드의 영향으로 반응은 호의적이다. 잘 모르는 품종이고 발음조차 어려워 홍보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새로운 고대 품종을 맛보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이 찾고 있다"라고 답했다.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이는 새롭고도 와인 메이커와 테루아의 진정성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토레스의 가치 있는 선택이었다.

또한 길 세라는 "토레스는 와인의 품질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 와인에 고대 품종을 블렌딩하고 있다. 기후 위기에 유리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토레스의 주요 와인에 고대 품종과의 자연스러운 결합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라고 말하며, 환경과 지속 가능성을 위한 장기 계획으로 추진될 것임을 강조했다.

식탁을 점령한 와인

잘 알다시피 스페인은 매우 더운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토레스의 프리미엄 와인들이 높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포도밭의 해발 고도'와 '신중한 오크 숙성'에 있다. 이러한 특징은 실제 시음을 통해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샴페인도, 까바도 아닌 또 다른 '꾸베 에스플렌도르 드 바든 케넷 2014(Cuvée Esplendor de Vardon Kennet 2014)'

품종 피노 누아 65%, 샤르도네 30%, 샤렐로 5%

"까바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와인"이라 소개된 고급 스파클링 와인(2013년 첫 빈티지)을 마셔보니, 정말 그 말에 동의하게 되었다. 해발 950미터와 550미터에 위치한 두 개의 포도밭에서 나온 포도로 만들어 아주 깔끔하고 강렬한 산미를 느낄 수 있었다. 품종 구성은 샴페인의 주요 품종인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의 비중이 높고, 카탈루냐의 전통을 잇기 위해 샤렐로를 블렌딩했다. 전통 방식을 따르는 이 와인은 프랑스산 오크에서 17% 발효, 45% 유산 발효, 38개월의 병 숙성을 거친다. 어느 한 과정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것은 마셔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오랜 숙성을 거치며 얻어지는 토스트와 이스트의 향, 그리고 신선한 과일 향, 특히 사과와 핵과일의 향이 훌륭하게 어우러진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산도는 꽤 강렬하면서도 깨끗하다. 여운에는 빵의 풍미가 지속되며, 시간이 흐를수록 크리미한 맛이 더해진다. 단순히 식전에 홀짝이기보다는 음식과 함께 오래 음미하며 즐기고 싶은, 매력 넘치는 와인이다.

스페인 샤르도네의 백미, '밀만다 2020(Milmanda 2020)'

품종 사르도네 100%

샤르도네의 고향인 부르고뉴에서 온 시토회 수도사를 기리는 의미로 1980년대 중반부터 생산되었다. 밀만다(Milmanda)는 1174년 포블렛 수도원의 소유가 된 밀만다 성을 뜻하는데, 이베리아반도에서 약 800년간 지속된 재정복 전쟁(레콩키스타) 시기에 중요한 피난처였다. 와인은 이 특별한 장소의 역사적 유산을 계승하고 있다. 밀만다 성 기슭에 자리한 15헥타르 포도밭에 40년 넘게 샤르도네만을 지속적으로 재배해 왔다. 해발 500미터의 이 포도밭은 석회가 풍부한 점토 토양으로, 샤르도네와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테루아를 갖추고 있다.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Felipe VI)의 결혼식과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전 미국 대통령의 스페인 방문 시 만찬주로 선보였을 정도로 격이 높은 와인이다. 밀만다 2020의 경우, 와인 제조 과정은 300리터 배럴(80%)과 1,500리터 푸드르(20%)에서 2~3주간 발효했으며, 유산 발효는 하지 않았다. 새 프랑스산 오크통의 비율은 50%이며, 12개월간 리 숙성을 통해 풍부한 맛을 이끌어냈다.

"마스 라 플라나(Mas La Plana)가 레드 와인의 플래그십 와인이라면, 화이트 와인의 플래그십 와인은 바로 밀만다"라는 소개처럼, 샤블리에서 느껴지는 생동감 넘치는 산미와 은은한 오크 터치가 인상적이다. 사과, 배, 레몬 껍질, 파인애플의 풍성한 향미는 절로 미소 짓게 한다. 베이킹 스파이스와 활기찬 산미가 와인에 깊이를 더하며, 마무리는 부드럽고 우아하다. 중간 무게감으로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긴 여운을 가진 인상적인 와인이다.

서울의 밤 하늘, '셀레스테 크리안자 서울 에디션 2021(Celeste Crianza Seoul Edition 2021)'

품종 템프라니요 100%

2025년 1월 출시를 앞둔 셀레스테 크리안자 서울 에디션(한정판)은 전 세계에서 단 8개 도시를 선정해 만든 와인으로, 아시아 최초이자 유일한 에디션이다. "이번 서울 에디션은 토레스와 신동와인이 협력해서 만들었으며, 한국 시장을 향한 신뢰와 투자 가치를 증명하는 와인"이라고 설명했다.

셀레스테 크리안자는 리베라 델 두에로에서 생산되며, 와이너리는 이 지역에서 가장 높은 해발 895미터의 폼페드라사(Fompedraza)에 자리 잡고 있다. '셀레스테'는 본래 '하늘의'이란 의미로, 포도밭에서 바라본 밤하늘의 은하수에 매료된 미구엘 A. 토레스 회장이 지은 이름이다. 레이블 역시 밤하늘의 별자리로 디자인해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현대적인 스타일로 오크 풍미보다 신선한 과일의 느낌이 더 강조된 와인으로, 최소 12개월 동안 55%는 프랑스산 오크에서, 45%는 미국산 오크(새 오크 비율 17%)에서 숙성한다. 앞서 시음한 스파클링 와인과 화이트 와인에서도 확인했듯이 오크 사용이 매우 세심해 모든 와인이 우아하고 세련되었다. 셀레스테를 생산하는 와이너리의 설비는 모든 과정이 중력에 의해 이루어지게 설계되었다. 보통 와이너리에서 하는 펀칭 다운이나 펌핑 오버를 전혀 하지 않아 와인에 부담을 덜 준다고.

검은 체리 색상을 띠며, 블루베리 잼과 말린 자두, 블랙베리, 바닐라, 후추의 풍성한 향미가 특징이다. 입 안에서 느껴지는 가볍고 부드러운 타닌은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다. 과일 풍미와 오크에서 온 토스티한 풍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와인은 내년에 정식 출시된다면 딱 마시기 좋은 시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토레스의 셀레스테 크리안자 서울 에디션은 ‘서울’이란 글로벌 도시의 역동성과 토레스의 전통이 만나 탄생한 와인이다. 단순한 와인을 넘어 한국 시장에 대한 토레스의 신뢰와 존중의 메시지를 전하는 또 하나의 작품으로, 한국 시장에서 성공적인 출발을 기대하게 된다.

수입사 신동와인
▶홈페이지 shindongwine.com
▶인스타그램 @shindongwine

박지현 사진·자료 제공 신동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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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개일 : 2024년 12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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