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럭셔리라는 단어는 오래되었다. 2016년인가 내가 디저트 회사에 잠시 자문을 해준 적이 있는데, 그 당시 핵심 키워드가 '스몰 럭셔리'였다. 비싼 것을 구매할 수는 없지만 일상의 한두 가지는 제대로 투자해서 자신만의 만족감을 이끄는 경험 가치 투자 경향을 설명하는 키워드였다. 예를 들어 샤넬 가방은 부담되어도 샤넬 향수는 구매하여 상대적인 만족감을 얻는 식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부분이 경험성과 맞물려서 소위 MZ라고 하는 젊은 소비층의 구매 성향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물론 와인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와인은 코로나 이전만 하더라도 특별한 날 마시는, 특별한 의식에 있어야 하는 구성요소로 간주되었다. 예를 들어 약혼하거나 청혼할 때는 샴페인이 있어야 한다는 공식이다.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에는 고급 레드 와인이 곁들여져야 한다는 것도 고정 관념이지만 와인 마케팅에는 중요한 요소였다. 이는 와인이 경험 관점이 아니라 어떤 필요 요소로서 간주되었고, 필요 요소로 사용되면 그다음은 의미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마트나 편의점에서도 일상 주류로서의 역할보다 특별한 시점에 필요로 하는 알코올음료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와인은 일상에서 고를 수 있는 주류의 한 종류로 확장되었다. 와인을 고르는 데 있어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는 지금에 와서 많이 줄어들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왜 와인 시장은 늘지 않을까? 아마도 가격, 개봉하면 다 마셔야 하는 구조, 상대적으로 여는 데 불편한 코르크라는 존재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와인을 대하는 소비자들의 경향은 과거에 비해 훨씬 개방적으로 바뀌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와인에 대한 접근성은 좋아졌으나 주머니 사정은 좋지 않은 것이 지금의 소비자들이다. 호기심이라는 관점은 사람의 본능이니 줄어들 리는 없기에 내가 보는 것은 분명 고급 와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경험 중심 접근법은 앞으로 늘 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다음의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면 어떨까 한다.
- 경험성의 중시: 분명한 것은 소비자들이 과거에 비해 경험을 더 중요시 한다는 것이다. 고급 제품에 대한 정보는 과거에 경험할 수 없었으나 요즘은 유튜브 등을 통하여 쉽게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제품은 시각적 관점에서 보상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새로운 전자제품의 언박싱이나 내부 구조를 살펴보는 과정, 특정 제품의 사용 후기, 여행지를 돌아보는 것 등 여러 가지 경험성 대리 만족이 가능하다. 그러나 와인의 경우에는 한계점이 명확하다. “왜 저 와인은 저렇게 비쌀까”에 대한 호기심은 레이블만 보아서는 충족되지 않는다. 반드시 마셔보아야 한다. 저가 와인은 지금 주머니 사정으로도 경험할 수 있기에 타깃은 좀 더 중고가에서 이름이 알려진 와인, 화제성이 있는 와인으로 집중될 확률이 높다.
- 나만의 것을 추구하는 경향: 동일한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지 않다. 어느 자리에 가서도 내가 경험한 것이 돋보이지 않으면 굳이 드러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나만이 경험할 수 있는 것이라면 알려지지 않았지만 내가 뽐낼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선상에서 스몰 럭셔리는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과거에는 누구나 경험할 수 있지만 비싼 것에 집중되었다면 이제는 희소성에 더 집중한다. 백화점의 한정 상품 팝업 상점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 역시 이런 맥락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나만의 것을 추구하는 데 있어 와인만한 것이 없다. 경험성과 희소성 모두를 만족하는 것은 이러한 면을 포함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시각적인 측면의 중요성: 일반적으로 고급 와인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은 기본적인 가격대가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파인다이닝, 미슐랭 레스토랑 등). 그러나 경계선상에 있는 공간 중에서도 고급 와인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은 충분히 제공될 수 있다. 특히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고 고급 와인을 즐길 수 있다면, 특히 사진을 촬영하거나 동영상을 만들었을 때, 시각적인 경험성을 줄 수 있는 공간이라면 누구나 경험성 관점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 세 가지 관점에서 본다면 고급 와인 – 중고가 레스토랑 혹은 호텔 – 와인메이커 디너 등 몇 가지 요인들의 패키지화가 중요하다고 볼수 있다. 물론 여기에 또다시 고급 문화의 계층화는 지금 다시 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전에 5성급 호텔은 이제 보편적 수준에 머물고, 완전하게 독립된 가격대와 완전히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 체인들이 등장하는 것도 이러한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는 과거에 비해 경험성에 대해서 투자할 준비가 더 되어 있다는 것이 명확하다. 스몰 럭셔리 관점이 과거에는 하나의 상품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복합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라 보아야 한다. 음식, 사람, 장소 등 모든 것이 어우러지게 구성이 된다면 소비자들은 이 것에 대해서 명확하게 지갑을 열 것이라 생각한다.
글 정휘웅

온라인 닉네임 '웅가'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11,000건에 가까운 자체 작성 시음노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세 권의 책을 출간하였다. 김준철와인스쿨에서 마스터 과정과 양조학 과정을 수료하였다. IT 분야 전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와인 분야 저술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2013년부터 연초에 한국수입와인시장분석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행하고 있으며, 2022년 현재 열 번째 버전을 무료로 발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