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일곱 달 전, ‘호주 와인 영 소믈리에 어워즈’라는 이름 아래 국내의 창창한 주니어 소믈리에 스무 명이 선발됐다. 호주 최대 규모의 와인 기업 아콜레이드 와인*이 주최한 것으로, 배경은 이렇다. 지난해 11월 말 아콜레이드 와인은 그룹의 신규 빈티지 와인을 소개하는 GVRP(Global Vintage Release Program) 2022를 서울에서 개최하면서, ‘Leave Your Mark’ 캠페인을 진행한다. 그룹의 대표급 브랜드인 그랜트버지에서 시작한 이 캠페인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아콜레이드 와인의 주요 지사로 전파되었고, 나라별로 이 메시지를 실현할 다양한 프로그램이 모색됐는데, 한국에서는 ‘호주 와인 영 소믈리에 어워즈’로 응답한 것이다. 재능 있는 젊은 소믈리에들을 교육하고 지원하는 이 프로그램은 지난 6월 12일 최종 우승자 2인을 가리며 대단원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꿈을 위해 도전하는 청춘들이 6개월간의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기는 사이, 아콜레이드 와인 또한 한국 와인 업계에 의미 있는 한 획을 긋고 있었다.
*1836년 설립된 호주 최대 규모의 와인 기업으로 호주를 필두로 뉴질랜드, 미국, 칠레 등지에 50여 이상의 브랜드가 있다. 대표 브랜드로 하디스(Hardys)가 있다.
‘Leave Your Mark’ 아콜레이드 와인 코리아의 해석
‘Leave Your Mark’ 메시지는 바다 건너 한국에 도착하면서, ‘당신의 꿈에 도전하세요’로 옷을 갈아입었다. 국내 와인업계의 뼈대가 될 청춘들을 응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면서다. 아콜레이드 와인의 한국 지사를 맡고 있는 오미경 지사장은 업계 시니어 소믈리에들이 종종 하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주니어 소믈리에들을 구하기도 어렵고, 키우기도 쉽지 않다”는 하소연. 그렇다면 ‘영 소믈리에들을 지원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해 보자’ 생각했다. 대상은 29세 이하, 업장에서 소믈리에로 일하는 현직 소믈리에로. 소식이 퍼지자 정원의 2배수 이상이 신청을 했고, 엄선해서 스무 명을 선발했다. 지난 11월 24일 소피텔 앰버서더 서울 호텔 라티튜드32에서 열린 ‘호주 와인 영 소믈리에 어워즈’ 런칭 행사를 시작으로, 올 초부터 6개월간 와인전문 교육기관 <와인비전>에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매달 하루씩, 여섯 번의 교육 일정 중, 총 다섯 번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포함한 와인 교육이 진행됐고, 세션이 끝날 때마다 업계에서 존경받는 소믈리에 선배들이 멘토로 나서 현실감 있는 조언을 전달했다. 수료식과 최종 우승자 발표가 있었던 마지막 6회차에는 지난 6개월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는 블라인드 테이스팅과 바로사 와인 인증과정 시험을 진행했다. 또 경민석 소믈리에가 멘토로 나서 서비스 교육 피날레를 장식했다.
나 때는 그랬을지라도
수료식이 진행되던 6월 12일, 와인비전의 컨텐츠 & 이벤트를 담당하는 구현경 매니저는 “예전에는 이런 지원 프로그램이 없었다”라며 “발품 팔아 공부하던 시절이었고, 뭐라도 하나 더 배우려면 애를 써야했다. 지금은 이런 좋은 프로그램과 좋은 교육 기회가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는데, ‘라떼(나 때)’를 소환하는 것이 그녀만은 아니었다. 소믈리에 선배들 역시 자신들의 과거를 회상하는 동시에 업계의 미래를 생각하며 기꺼이 달려왔고 진심을 다했다. 오미경 지사장도 마찬가지다. “20년 전에 와인을 배울 때 막막했던 기억이 있다”며 “젊은 소믈리에들의 시작을 돕고 싶었다”고, 그래서 어느 때보다 진심을 다했다. 아콜레이드 와인 주최의 프로그램임에도 호주 및 뉴질랜드 와인 교육을 타깃으로 정해 아콜레이드 와인 외 다른 브랜드 와인도 시음주로 구매하여 제공하기까지 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영 소믈리에들의 한결같은 소감 중 하나는 “호주 와인들이 이토록 다채로운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다”고 “그동안 몰라봐서 미안할 정도”라는 이야기였다. 아콜레이드 와인이 국내 와인 업계의 미래를 챙기면서 호주 와인의 가치를 알리는 일을 동시에 해낸 것이다. 또 많이 나온 이야기는 “또래의 소믈리에들을 만나 용기도, 자극도 얻었다”는 것. 누군가는 “소믈리에로 일하면서 현타도 오고, 그만둬야 하나 고민도 되던 시기에 호주 영 소믈리에 어워즈에 합류하면서, 또래 좋은 소믈리에들에게 많은 영감도 받으면서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고 했다.
호주 영 소믈리에 우승자는 누구
마지막 날인 6월 12일에는 와인비전에서 바로사 와인 인증 과정 시험을 치르고, 프로그램 참가 인증서 및 프로그램 우승자가 발표가 예정돼 있었다. 우승자는 프로그램 참여 성실성과 바로사 와인 인증 과정 시험 점수를 토대로 선정했다. 그리하여 선정된 2명의 위너는 오프닝의 이영현 소믈리에와 정식당의 윤두원 소믈리에다. 두 사람에게는 호주 와이너리 투어 기회가 제공될 예정이다. 이 행운의 주인공들은 어떤 인물일까.
이영현 소믈리에는 이 일을 시작한 지 1년 9개월 차다. 3개월 전 정식으로 ‘주니어 소믈리에’ 타이틀을 달게 됐다. 호주에 대한 로망이 컸던 그녀는 언젠가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날 생각을 품고 있었다. 호주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과 신대륙 와인을 좀 더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증폭되면서 ‘호주 영 소믈리에 어워즈’에 신청했는데, 우승까지 거머쥐며 호주행이 앞당겨지게 됐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매번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이라고 한다. “각각 쉬라즈와 까베르네 소비뇽 단일 품종으로 5개 와인이 블라인드로 제시되고, 어떤 와인이 까베르네 소비뇽인지 혹은 쉬라즈인지를 구분하는 테이스팅 수업이 있었다. 아주 장내를 떠들썩하게 한 테이스팅이었다. 빈티지별로 또는 밭별로 와인의 차이가 확연했는데, 의외로 두 품종 구분이 쉽지 않다는 것도 놀라웠다”고 그녀는 말했다. 와인에 대한 편견이 깨지는 매 순간 우리는 배운다. 와인에 대해. 어쩌면 와인을 통해 다름을 이해하는 방법까지도. 그녀 역시 교육을 통해 각자의 취향을 존중하는 마음을 더 깊게 새기게 됐고, 하나의 와인이 만들어지까지의 과정을 찬찬히 더듬으며 스스로 성장하는 시간이 됐다고 했다. 그녀가 일하는 오프닝 레스토랑은 프랑스 와인이 많은 편이라 이번 기회를 통해 신세계 와인으로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업장을 방문하는 손님들에게도 더 많은 선택지를 선보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호주 와인에 대해 배웠으니, 호주 와인도 잘 팔아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실제로 최근 매장에 아일린 하디스 샤르도네를 리스트업 했다.
윤두원 소믈리에는 소믈리에들 단톡방에서 호주 영 소믈리에 어워드 소식을 들었다. 치열한 선발 경쟁을 뚫고 20인에 든 만큼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이었는데, 결국 최종 우승자로 호명됐다. 원래 그는 승무원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군 전역 후 우연찮게 와인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이쯤에서 감이 오는 와인업계 클리셰대로 그렇다. 와인에 빠지게 되고 새로운 꿈을 만났다. 그 후로 6년간 소믈리에로 활동하면서,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 힘든 적이 없었다” 한다. 프로그램 참여 후 6개월의 시간이 순삭하여 돌아보니, 작년 11월 24일 런칭하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단다. “같은 뜻을 가진 스무 명의 소믈리에가 같은 곳을 바라보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순간”의 열의가. “또래 소믈리에들을 만나 좋은 시너지를 얻었다. 같은 업계에 있는 이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미래를 준비하는지 서로 공감하고 공유하며 배웠다. Leave Your Mark 메시지도 좋았다”고 그는 덧붙였다. 호주 와인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호주 와인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걸 실감했다고. 특히 “빅토리아 주 모닝턴 페닌슐라나 야라 밸리의 피노 누아나 샤르도네 와인들을 시음하며” 호주 와인의 새로운 얼굴을 마주했다.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선배 소믈리에들의 조언 또한 그의 미래에 좋은 양분이 될 것이다. 어떤 말은 메모장에 기록해 두기도 했는데, “소믈리에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와인에 대한 지식보다 서비스하는 태도”라는 것, 그래서 “유연한 마인드와 긍정적인 자세, 주변인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을 기획해 준 아콜레이드 와인에 감사하다.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는 인사를 전했다.
와인 업계 멘토링 문화가 자리 잡기를
호주 와인 영 소믈리에 어워즈 수료식 날 오미경 지사장은 “와인업계에 20년간 있으면서 가장 의미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매년은 아니더라도 호주 영 소믈리에 어워즈를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그리고 “요즘 와인업계 선배들이 후배들의 멘토가 되어주고, 그룹을 형성하여 함께 배우는 자리들이 많아지는 것 같은데, 이런 문화에 호주 영 소믈리에 어워즈가 일조했다면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콜레이드 와인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을 많이 기획하여 업계가 함께 상생하는 훈훈한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글·사진 강은영 사진 제공 아콜레이드 와인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