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첫발을 디딘 와인인(WINEIN.)이 5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와인인 미디어와 함께해 온 기자단이 한자리에 모였다. ‘Wine Inspiration’, 와인인 이름에 담긴 의미를 되새기며 예술, 사람, 장소 등 무언가에 영감을 받아 만든 와인들을 함께 만나보았다. 와인에서 영감을 받는 사람들이 만난, 영감에서 탄생한 와인을 소개한다.

샴페인 이피씨 브뤼(Champagne EPC Brut)
지역 프랑스 샹파뉴 코트 드 세잔 품종 피노 뮈니에 48%, 피노 누아 28%, 샤르도네 24%
샴페인 EPC(Champagne EPC)는 프랑스어 에피퀴리앙(Épicurien)에서 영감을 받은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젊은 샴페인 브랜드다. 에피퀴리앙은 에피쿠로스(Epicurus) 철학에 뿌리를 둔 단어로, ‘삶의 단순한 즐거움 속에서 행복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샴페인 EPC는 이름처럼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편하게 열 수 있는, 일상적이지만 맛있는 샴페인을 지향한다.
샴페인 EPC 브뤼(Champagne EPC Brut)의 레이블은 샹파뉴 지역을 하늘에서 내려다본 형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정돈된 사각형이나 원형 레이블이 익숙한 기존의 샴페인과 달리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비대칭 디자인이 샴페인을 더 자유롭게 즐기고자 하는 EPC의 태도를 보여준다.
추천 코멘트 밝고 생동감 있는 과실 향과 섬세한 버블, 산뜻한 산도가 돋보이는 브뤼 샴페인이다. 피노 뮈니에의 풍부한 과실감, 피노 누아의 구조감, 샤르도네의 우아한 미네랄이 조화를 이루며 긴 여운을 남긴다. 신선한 해산물, 굴, 버섯 리소토, 크림 파스타, 치킨이나 돈가스 등 다양한 음식과 폭넓게 어울려 일상에서 부담 없이 즐기기 좋은 샴페인이다.
Recommended by 배준원 기자
수입사 제이와인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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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타 도 에르미지오, 봉봉(Quinta do Ermizio, BONBON) 2022
지역 포르투갈 비뉴 베르데 품종 로우레이루 80%, 트라자두라 20%
‘퀸타 도 에르미지오 봉봉(Quinta do Ermizio, BONBON)’은 영국에서 ‘친친(Chin Chin)’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퀸타 도 에르미지오(Quinta do Ermizio)의 비뉴 베르데를 한국만의 이름과 레이블로 선보인 와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기획된 봉봉은 멈춰 있던 만남이 다시 이어지고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순간이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레이블은 유명 포스터 디자이너 지안루카 카니조(Gianluca Cannizzo)가 작업했다. 조선시대 풍자 소설 ‘별주부전’에서 영감을 받아, 서로 다른 계층을 대표하는 자라, 토끼, 호랑이를 캐릭터로 표현했다. 레이블 속 동물들이 한 장면 안에 어울리는 모습은, 봉봉이 전하고자 한 화합의 메시지를 보여준다.
추천 코멘트 첫인상은 무척 산뜻했다. 라임과 풋사과, 감귤류의 향이 밝게 올라오고, 뒤이어 천도복숭아의 은은한 과실감과 젖은 돌 같은 미네랄 뉘앙스가 따라온다. 입안에서는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는 듯한 미세한 기포감과 청량감, 선명한 산도가 더해져 마지막까지 생동감 넘친다. 모임 자리에서 특별한 레이블 이야기를 나누며 첫 잔으로 열기 좋은 와인이다.
Recommended by 문지민 매니저
수입사 어벤져스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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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렌바이더 MO 리슬링 (Vollenweider MO Riesling) 2024
지역 독일 모젤 품종 리슬링
폴렌바이더(Vollenweider)는 독일 모젤 지역의 대표적인 리슬링 생산자다. 창립자 다니엘 폴렌바이더(Daniel Vollenweider)는 와인과 전혀 관계없던 스위스인이었지만, 세계적인 리슬링 생산자 에곤 뮐러(Egon Müller)의 와인에 깊은 영감을 받아 독일로 이주해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가파른 모젤 슬레이트 경사면에서 80년 이상 된 올드바인으로 프리미엄 리슬링 생산에 집중해 온 폴렌바이더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독일 와인 업계에서 빠르게 주목받는 생산자로 성장했다.
MO 리슬링(MO Riesling)은 폴렌바이더의 스타일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와인이다. 정통적인 모젤 리슬링의 방향성은 유지하면서도 보다 친근하고 캐주얼한 스타일로 완성했다.
추천 코멘트 전체적인 인상은 산뜻하고 가볍다. 레몬과 라임 같은 상큼한 시트러스 향에 이어, 잘 익은 사과, 복숭아, 배, 리치의 달콤한 향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살짝 느껴지는 잔당이 산미를 부드럽게 감싸주는 게 포인트. 이 은은한 단맛 덕분에 매콤한 음식부터 가벼운 디저트까지 폭넓게 곁들일 수 있고, 그만큼 식탁 위에서 활용도가 높을 와인이다. 와인인 기자들과의 테이스팅에서 '육회 비빔국수'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의견에 공감대를 이루기도 했다. 10.5%라는 알코올 도수도 부담스럽지 않아 평일 저녁 반주로도, 특별한 약속 없이 그냥 한 잔 생각날 때도 편하게 꺼내어 마시기 좋겠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매일의 습관처럼 곁에 두고 싶은 리슬링이릴까.
Recommended by 신윤정 이사
수입사 레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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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츠 앤 크레이머 샤르도네 ‘센티멘탈 저니’(Kautz & Kramer Chardonnay ‘Sentimental Journey’) 2023
지역 미국 캘리포니아 로다이 품종 샤르도네
코츠 앤 크레이머 샤르도네 ‘센티멘탈 저니’(Kautz & Kramer Chardonnay ‘Sentimental Journey’)는 존 코츠(John Kautz)와 게일 크레이머(Gail Kramer) 부부의 결혼식 첫 댄스곡 제목에서 영감을 받아 이름 붙인 와인이다. 두 사람은 1958년 부부의 연을 맺었고, 결혼식에서 클래식 곡 ‘Sentimental Journey’에 맞춰 첫 춤을 췄다. 이후 부부는 6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로다이 지역의 프리미엄 와인용 포도 재배를 개척하며, 로다이 와인의 가치를 알려왔다. 그들의 이름과 결혼식 댄스곡을 라벨에 새긴 이 와인은 두 사람이 함께 걸어온 시간과 로다이 와인 산업에 남긴 흔적을 기념한다. 두 사람의 결합처럼, 와인 역시 두 곳의 포도밭에서 수확한 샤르도네를 블렌딩해 완성했다.
추천 코멘트 부부가 개척한 프리미엄 포도, 그 시작은 샤르도네였다. 1968년의 로다이는 조합이 지배하는 벌크 와인의 산지였다. 밭에는 진판델과 카리냥이 있었고, 그 포도는 대용량 저가 와인으로 흘러갔다. 샤르도네를 심을 이유가 없던 땅이다. 실제로 코츠가 심은 뒤로도 이 품종은 오래 변방에 머물렀다.
그 샤르도네에 부부의 이름을 붙였다. '센티멘탈 저니'는 팔기 위해 만든 와인이 아니다. 부모의 이름과 결혼식 첫 춤곡을 새긴 병이다. 대충 만들 수 있는 와인이 아니다.
잘 익은 살구와 꿀, 상큼한 라임 향이 먼저 올라온다. 뒤이어 버터 스카치와 바닐라 빈, 헤이즐넛의 고소한 풍미가 겹치며 복합미를 더한다. 질감은 둥글고 입안을 꽉 채운다. 캘리포니아의 볕이 만든 풍만함을 산도가 끝까지 받쳐, 여운이 길게 이어진다. 버터 소스를 두른 관자나 껍질째 구운 닭고기와 잘 어울릴 것이다.
와인인의 5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 한 생을 기념하는 와인이 올라왔다. 오래 함께한 사람과 기억할 만한 밤에 열기를 추천한다.
Recommended by 뽀노애미 기자
수입사 WS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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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카프먼트 쿠페 피노 누아(Escarpment, Kupe Pinot Noir) 2022
지역 뉴질랜드 마틴보로 품종 피노 누아
에스카프먼트 쿠페 피노 누아(Escarpment Kupe Pinot Noir)는 마오리 구전 역사에서 아오테아로아(Aotearoa), 즉 뉴질랜드를 최초로 발견한 전설적인 폴리네시아 탐험가 쿠페(Kupe)에게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와인이다. 에스카프먼트의 포도밭 너머로 펼쳐진 아오랑이 산맥은 쿠페의 전설이 깃든 장소로 알려져 있다. 에스카프먼트는 고원의 끝자락에 형성된 길고 가파른 경사면을 뜻하며,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마틴보로 테라스(Martinborough Terrace)의 지역적 특성을 와인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이러한 철학에 따라 에스카프먼트는 최상위 피노 누아 와인에 포도 품종명이 아닌, 포도가 재배된 빈야드의 이름을 사용한다.
추천 코멘트 에스카프먼트의 플래그십 와인답게 글라스에서 우아하게 피어오르는 라즈베리와 다크 체리, 은은한 꽃 향기, 잘 익은 검붉은 과실의 농밀함이 생기 있는 산도와 적당한 타닌과 훌륭한 밸런스를 보여준다. 영 빈티지인 2022년이지만, 지금 바로 맛있게 마실 수 있고, 몇 년 뒤에 마신다면 한층 깊어질 복합미가 기대된다. 뉴질랜드하면 소비뇽 블랑이 먼저 떠오르는 모든 이들에게 꼭 마셔보라고 권하고 싶은 마틴보로 지역의 피노 누아!
Recommended by 푸달크 기자
수입사 에노테카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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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린 떼라(Nerín Terra) 2019
지역 스페인 까탈루냐 프리오랏 품종 카리녜나 60%, 가르나차 35%, 기타 5%
네린 떼라(Nerín Terra)는 스페인 루에다(Rueda) 지역의 대표 화이트 와인 생산자 벨롱드라드(Belondrade)가 프리오랏에서 선보인 레드 와인이다. 벨롱드라드 가문이 레드 와인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친구 곤살로 코레스(Gonzalo Cores)와의 인연이었다. 그의 소개로 벨롱드라드 가문은 몬트산트 산맥이 보이는 계단식 포도밭, 클로스 데 라페이타도르(Clos de l’Afeitador)를 만나게 됐다. 이곳은 1980년대 초 가르나차와 카리녜나가 식재된 포도밭으로, 당시 반쯤 방치된 상태였다. 벨롱드라드 가문은 숲으로 둘러싸인 자연 풍경에 반해 매입과 복원에 나섰고, 2018년 첫 빈티지의 네린 떼라를 출시했다.
추천 코멘트 2019 빈티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신선한 산미에 놀랐다. 이 산미는 마지막 한모금에서도 긴장감을 잃지 않았다. 첫 모금에 크랜베리와 붉은 과일이 두드러지다가, 마실수록 무화과의 농익은 뉘앙스와 함께 우디향, 팔각 같은 이국적인 향신료가 서서히 드러난다. 입안에서 단단한 타닌과 구조감이 느껴진다. 제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와인이라, 친구 혹은 연인끼리 저녁 노을을 길게 즐기면서 마신다면 좋을 것 같다.
Recommended by 박지현 작가
수입사 엘 보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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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뷰 더 피스 쉬라즈(Longview The Piece Shiraz) 2018
지역 호주 애들레이드 힐즈 품종 쉬라즈
롱뷰 더 피스 쉬라즈(Longview The Piece Shiraz)는 호주 애들레이드 힐즈에 자리한 롱뷰(Longview)의 플래그십 와인이다. 이 와인은 2011년부터 이어온 롱뷰의 예술 프로젝트, ‘더 피스 프로젝트(The Piece Project)’의 일환으로 탄생했다. 더 피스 프로젝트는 매년 네 명의 거리 예술가를 포도밭으로 초청해, 관중 앞에서 라이브 그래피티 경연을 펼치는 예술 프로젝트다. 이 경연의 우승작은 더 피스 쉬라즈의 라벨이 된다. 롱뷰가 포도밭에서 얻은 영감을 와인으로 풀어낸다면, 아티스트는 같은 공간에서 받은 인상을 작품으로 남긴다. 매 빈티지마다 다른 옷을 입는 더 피스 쉬라즈는 와인과 예술이 함께 완성하는 롱뷰의 대표 와인이다.
추천 코멘트 와인인의 5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특히 기억에 남았던 한 병이다. 잔을 채우는 순간 블랙베리와 블랙 체리의 풍부한 과실 향이 피어나고, 후추와 감초, 은은한 다크 초콜릿, 스모키한 오크의 뉘앙스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부드럽고 깊어지는 질감과 길게 이어지는 여운이 인상적이었다. 매년 새로운 아티스트의 작품을 라벨에 담는 '더 피스 프로젝트'처럼, 이 와인도 마시는 사람마다 각자의 이야기를 남기는 것 같다. 좋은 와인은 한 잔으로 끝나지 않고 기억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와인. 특별한 날, 좋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기에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다.
Recommended by 최민아 대표
수입사 케이에스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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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라이니 레짓 토스카나 IGT(Tolaini Legit Cabernet Sauvignon, IGT Toscana) 2021
지역 이탈리아 토스카나 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톨라이니 레짓 토스카나 IGT(Tolaini Legit Cabernet Sauvignon, IGT Toscana)는 미국 재즈사에서 가장 위대한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셀로니어스 몽크(Thelonious Monk)에게 헌정한 와인이다. 톨라이니 가문의 2세대 리아 방빌 톨라이니(Lia Banville-Tolaini)는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에서 생산되는 보통의 슈퍼 투스칸과 달리, 블렌딩이 아닌 카베르네 소비뇽만으로 완성한 와인에 ‘레짓(Legit)’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리아는 이 와인의 이름을 지으며 ‘현대 음악의 천재’라 불리는 셀로니어스 몽크를 함께 떠올렸다. 독창적인 스타일과 시대를 초월한 감각을 지닌 몽크에게 바치는 라벨을 구상했고, 1961년 밀라노에서 녹음된 라이브 앨범 ‘Thelonious Monk in Italy’의 커버 사진을 라벨에 사용했다.
추천 코멘트 유연한 타닌을 따라 블랙베리와 카시스, 검은 자두의 농밀한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우고, 뒤이어 말린 잎과 담배의 뉘앙스가 차분히 이어진다. 풍성하면서도 매끄러운 전개 덕분에 첫 모금부터 분명한 즐거움을 주는 와인이다. 카베르네 소비뇽에서 기대하는 깊이와 풍미를 충실히 갖췄지만, 밝고 경쾌한 산미가 전체적인 인상을 가볍게 끌어올린다. 슈퍼 투스칸 특유의 세련된 긴장감도 바로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누구와 마셔도 실패할 가능성이 낮은, 믿음직한 디너 와인이다. 특히 불향과 기름진 풍미가 선명한 한국식 바비큐와 만나면 과실의 농도와 산미가 음식의 풍미를 자연스럽게 받쳐준다. 저녁 식탁에 올릴 한 병을 골라야 한다면, 오래 고민하지 않아도 될 만한 선택이다.
Recommended by 천혜림 기자
수입사 신세계 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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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소 카베르네 소비뇽 박선기 컬렉션(Vaso Cabernet Sauvignon BSG Collection) 2021
지역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 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96%, 메를로 2%, 말벡 1%, 프티 베르도 1%
바소 카베르네 소비뇽 박선기 컬렉션(Vaso Cabernet Sauvignon BSG Collection)은 에노테카코리아가 설립 15주년을 기념해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박선기 작가와 함께 선보인 아트 레이블 프로젝트다. 평소 바소 카베르네 소비뇽의 애호가인 박선기 작가는 이번 컬렉션을 위해 바소 2020부터 2023까지 네 개 빈티지를 직접 시음하고 각 와인에서 받은 영감을 수묵 드로잉으로 풀어냈다. 바소 박선기 컬렉션의 핵심 메시지는 '시간으로 통하는 예술과 와인'이다. 예술과 와인은 서로 다른 영역에 존재하지만 ‘시간’이라는 공통의 가치를 공유한다. 박선기 작가는 각 와인의 빈티지가 지닌 균형과 에너지를 백자 달항아리의 조형 변화로 시각화했다.
추천 코멘트 2021 바소는 현시점에서도 충분히 무르익은 와인이었다. 흠 없이 반듯하고 매끄러운 와인임은 첫 모금에 단박에 알게 되지만, 잔 바닥에 남은 얕은 와인에 깊게 코를 묻을 때 절정을 피어 올린다. 그렇게 농익은 블루베리와 레드 베리를 앞세운 다채로운 향들에 사로잡혀 있던 기억이 난다. 잘 익은 과일 향과 풍미가 꽉 차 있어서 산도를 안정적으로 품고, 어느 면에서나 균형감이 흠잡을 데 없다. 함께 마신 이 중 하나는 불고기랑 먹으면 무한대로 들어갈 것 같다 했고 또 다른 이는 이 와인에 곁들일 안주는 ‘명상’이라 했다. 무릇 파인 와인이란 모순된 언어를 공존할 수 있게 한다고 믿는 바(그로부터 영감이 나오고) 불고기와 명상을 한 상에 올릴 수 있는 와인이라면 그 자격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그나저나 이 와인에 달항아리 수묵화는 지독하게 정답이다.
Recommended by 강은영 칼럼니스트
수입사 에노테카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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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문지민 사진·자료 제공 각 수입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