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을 한 잔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맛있는 서섹스 와인을 한 잔 하시겠습니까? 저는 라피니 와인을 추천합니다.(Would you like a glass of champagne or a delicious glass of Sussex, I can recommend Rathfinny)”
라피니 와인 에스테이트(Rathfinny* Wine Estate)의 오너, 사라 & 마크 드라이버(Sarah & Mark Driver) 부부는 앞으로 20년 안에 영국 스파클링 와인 산업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2010년, 아름다운 영국 남부 해안 사우스 다운스 국립공원(South Downs National Park)에 와이너리를 설립하였다. 2018년에는 라피니의 와인메이킹이 이루어지는 건물 '더 셀러(The Cellar)'의 오프닝을 축하하기 위해 영국 왕실의 앤 공주(Anne, Princess Royal)가 직접 방문하기도 했는데, 이는 라피니 에스테이트가 영국 와인 산업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단순한 와인 생산을 넘어, 지속 가능한 농업과 혁신적인 와인메이킹 기법을 통해 영국 와인 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라피니를 지난 6월 중순에 직접 방문했다. 와이너리 매니저인 토니 밀라노스키*(Tony Milanowski)와 와인메이커 미겔 시밍턴* (Miguel Symington)과 함께 나눈 라피니 에스테이트와 영국 스파클링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한다.
*Rathfinny 와이너리 이름의 유래: Rath는 둥근 모양의 강한 흙벽으로 이루어진 울타리로, 부족장의 거주와 요새로 사용했었다. Finny는 Rathfinny의 시초가 되는 지역의 농장을 샀던 농부의 이름이다. 두 단어를 조합해 '라피니(Rathfinny)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다.
*토니 밀라노스키 2019년부터 라피니 와이너리의 와인 제조 및 생산팀을 이끌고 있다. 호주 출신으로 애들레이드 대학교에서 포도주 양조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호주, 이탈리아 아부르쪼에서 경력을 쌓은 후 영국 플럼튼 컬리지에서 12년간 양조학 교수로 지낸 경험이 있다.
*미겔 시밍턴 포르투갈의 포트 와인 가문 출신으로, 뉴질랜드, 프랑스, 미국 등에서 수확과 와인양조 경험을 쌓은 후 영국 플럼튼 컬리지 졸업 후 라피니에서 와인메이커로 현재 일하고 있다.
백악질 토양이 만든 프리미엄 스파클링 와인
오랜 기간 차와 맥주로 유명했던 영국에서 와인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기후 변화로 인해 영국의 여름이 따뜻해지면서 포도 재배에 적합한 환경이 조성되었고, 영국 와인 산업은 급성장하여 2024년 7월 기준으로 1,000개가 넘는 와이너리를 보유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눈여겨봐야 할 와이너리 중 하나가 바로 서섹스(Sussex) 주에 위치한 라피니 에스테이트이다. 2018년 첫 와인 출시 이래 계속해서 뛰어난 품질로 인정받고 있는 라피니 에스테이트 와인의 비결은 바로 이곳의 특별한 지리적 위치, 백악질 토양, 그리고 서섹스 지역의 고유한 기후에 있다.
런던에서 남쪽으로 약 120km 떨어진 서섹스의 가파른 남쪽 경사면에 위치한 라피니는 영국 최대의 국립공원인 사우스 다운스 안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관광객들 사이에서 하얀 절벽으로 유명한 세븐 시스터스 클리프(Seven Sisters Cliff)와 영국 해협에서 불과 5km 떨어져 있어 해풍의 영향을 받으며, 남향 경사면으로 인해 일조량이 풍부하여 포도 재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1억 년 전 해양 생물체의 퇴적물이 쌓여 형성된 백악 지대는 지각 변동을 통해 솟아올라 사우스 다운스를 이루었다. 이는 북부 프랑스를 거쳐 영국 남부까지 이어지는 파리 분지의 일부로, 알프스산맥과 동시대에 형성된 지질학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특히 백악 토양은 뛰어난 배수성과 함께 풍부한 석회질을 함유하고 있어 포도 재배에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백악 토양은 저장소 역할을 하여(1m³당 약 300~400리터의 물 저장) 가장 건조한 여름에도 포도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균형 잡힌 숙성을 돕는다. 이는 포도의 숙성도, 산도, 그리고 풍미를 조화롭게 발달시켜 고품질 와인 생산에 기여한다. 라피니 에스테이트는 현재 총 93헥타르의 대지에 380,000그루의 포도나무를 재배하고 있다.
서섹스 PDO의 싱글 에스테이트 와인, 라피니 에스테이트
라피니 에스테이트의 스파클링 와인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영국 스파클링 와인만의 독특한 매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포도 품종을 사용하더라도 영국 스파클링 와인은 샴페인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는데, 토니는 영국 스파클링 와인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다. “영국 스파클링 와인은 대체로 샴페인보다 상대적으로 가볍고, 찌르는 산도와 꽃 향기가 더욱 두드러져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신선한 와인이다.”
"영국 와인 PDO는 넓은 지역을 포괄하여 다양한 와인 스타일을 생산하지만, 서섹스 PDO는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단일 포도밭의 특성을 살린 와인을 만들기에 더욱 적합하다. 영국은 동서 지역 간 기후 차이가 뚜렷한데, 서쪽으로 갈수록 비가 많고 동쪽으로 갈수록 상대적으로 건조하다. 서섹스는 남해안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비교적 건조하고 온화한 기후를 보인다. 특히 영국 해협(English Channel)의 영향으로 해양성 기후의 특징을 나타내며, 서섹스를 포함한 남동부 지역인 켄트(Kent)와 햄프셔(Hampshire)는 석회암 지층이 풍부하여 토양 특성 또한 독특하다. 이러한 지리적, 기후적, 토양적 특성은 서섹스 와인에 고유한 개성을 부여한다. 서섹스 PDO는 영국 PDO에 비해 품질 기준이 엄격하여, 더욱 높은 품질의 스파클링 와인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영국 PDO가 점차 다양한 와인 스타일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개정되고 있지만, 서섹스의 스파클링 와인은 전통적인 방식(Traditional Method)을 고수하며 지역 특성을 살린 스파클링 와인 생산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그는 “특히 라피니는 서섹스 PDO 지역 중에서도 프리미엄 와인 지역에 속한다. 이곳은 최적의 장소다. 바다와 가까운 지리적 이점 덕분에 여름엔 조금 더 시원하고, 석회암 지대에 위치하며 고도도 낮아 서리가 내리지 않는다. 또한 포도 생장 기간이 다른 지역보다 좀 더 길다."
서섹스는 영국에서 가장 건조하고 따뜻한 지역 중 하나이다. 연간 강수량은 평균 600~850mm 정도로 비교적 적으며, 특히 4월부터 10월까지의 재배 기간의 유효적산온도(GDD: Growing Degree Days)는 970으로, 일조량이 풍부하여 포도 재배에 적합한 기후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서섹스 일부 지역은 영국에서 가장 긴 일조 시간을 기록하기도 한다. 이러한 기후적 특성은 포도의 성장과 숙성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고품질 와인 생산에 기여한다.
와인메이커가 이야기하는 라피니 와인
“우리는 논 빈티지 와인을 만들지 않는다. 매해 다른 특징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와인을 매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해의 독특한 특성을 모두 담아내려고 노력한다"라며 와인에 대한 자부심을 보인 미겔. 전 세계에서 만들어지는 스파클링 중 85~90%가 논 빈티지 또는 멀티 빈티지인 점을 감안하면, 빈티지 스파클링을 만드는 것 자체가 도전적인 결정이다.
토니는 이어 “다른 영국 와인들에 비하면 우리 와인은 드라이한 스타일이다. 영국 와인은 보통 당분과 산도가 함께 느껴진다(sweet and sour). 라피니의 독보적인 스타일은 상대적으로 낮은 도사주에서 나온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와인을 만들 때 높은 산도에 균형감을 주기 위해 당분을 첨가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적은 당분으로도 균형감 있는 산도를 잡아낼 수 있다. 그리고 매년 최적의 맛을 내기 위해 도사주 양을 조금씩 조절하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와인의 숙성 기간이다. 일반적으로 소규모 와이너리들은 와인을 만들고 출시하는 주기가 짧다. 그래서 와인의 숙성 기간이 12, 18, 20개월 정도다. 숙성 기간이 짧으면 효모 침전물에서 오는 풍미가 상대적으로 적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당류를 조금 더 첨가하는 경우가 있다. 현재 영국 스파클링 와인 도사주는 9g 정도 되는데, 우리는 매년 같지는 않지만 3.5g~5g 정도 레인지의 도사주를 하며, 최근 출시된 2019 빈티지는 36개월을 숙성했다.”
“우리 와이너리에서 부엌은 필요 없다(We don’t add kitchen sink in the winery).” - 미구엘 시밍턴(Miguel Symington)
빈티지 스파클링 와인만을 고집하는 라피니는 포도밭 고유의 개성을 그대로 담아내며, 와인 양조 과정에서 불필요한 간섭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포도가 가진 순수한 맛을 그대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어 토니는 라피니 에스테이트 와인의 품질에 기여하는 요소를 설명했다. “라피니에서는 와인을 만들 때 와인 이스트를 사용하여 발효한다. 포도 품종의 다양한 클론을 활용하면, 각 포도가 지닌 고유한 풍미와 특징을 더욱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데, 특히 포도밭 내에서 자라는 환경에 따라 클론의 특성이 달라져 다양한 위치에서 수확한 포도를 블렌딩하여 더욱 복합적인 와인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라피니에서 사용하는 10가지 피노누아 클론 샹프누아 클론(Champoinoir - 높은 수확량을 자랑하여 샴페인 지역에서 널리 사용), 버건디 클론 667, 777은 수확량은 적지만 견고하게 숙성하며 품질이 우수, 독일 클론은 포도송이가 느슨해 병충해에 대한 저항성이 강하며 과실향이 풍부하다.
와인 컬렉터를 위한 라피니 스파클링
라피니에서는 빈티지 스파클링 와인만 생산하기 때문에, 매년 다른 기후가 어떻게 와인에 보여지는 가를 보는 것도 아주 흥미롭다. 또한 라피니 와인은 뛰어난 숙성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와이너리의 철저한 품질 관리와 정교한 양조 과정 덕분이다. "우리는 아주 좋은 퀄리티의 와이너리와 와인을 만드는 뛰어난 팀원들이 있다. 품질을 위해 우리는 값싼 코르크나 산화를 유발하는 장비를 사용하지 않는다. 병입 과정에서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결과가 와인에 그대로 드러나며 매우 우아하게 숙성된다"라고 토니는 전했다.
미겔은 “라피니 와이너리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기존에 생산된 와인들의 숙성 결과를 통해 향후 와인들의 잠재력을 기대할 수 있다. 2019 빈티지의 10년 후가 굉장히 기대된다. 아주 아름답게 숙성이 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숙성 잠재력이 매력적인 라피니 와인은 마시는 즐거움을 넘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그 진가가 발휘되는 투자 가치가 높은 와인이 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윤리적이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발걸음, 비콥 인증
라피니 에스테이트는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의 상징인 비콥(B Corp) 인증을 획득하며, 영국을 대표하는 1,600여 개 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영국 와이너리로는 세 번째 비콥 인증 기업이다. 사회적 책임, 환경 보호, 투명성이라는 높은 기준을 충족하며 와인 산업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사우스 다운즈 국립공원의 야생식물들이 와이너리 입구를 따라 펼쳐져 있고, 효율적으로 설계된 와이너리 건물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라피니의 자연 친화적인 노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1,400개의 태양광 패널과 친환경 양조 시스템과 재활용 패키징은 환경 보호에 기여를 하고, 포도밭은 꿀벌, 나비, 새 등의 다양한 생물의 터전이 되어 생태계의 균형을 이룬다. 또한, 내추럴 잉글랜드, 내셔널 트러스트와 같은 단체들과 협력하여 자연 석회 초원 복원, 생태 통로 조성 등 다양한 환경 보호 활동을 펼치며 지역 생태계 보전에 앞장서고 있다. 라피니는 단순히 와인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자연과 공존하는 가치를 추구한다. 지역 주민들에게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비콥(B Corp)에서 'B'는 ‘Benefits for all(모두를 위한 이익)’을 의미한다.
왜 우리는 라피니 스파클링을 마셔야 하는가?
조금 민감한 질문이지만 일반적인 소비자와 와인 업계 종사자들 모두 궁금해할 질문. 샴페인과 가격이 비슷한 영국 스파클링 와인을 '굳이 선택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이다. 이에 토니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영국 스파클링 와인은 샴페인과 비교할 때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고 생각한다. 슈퍼 프리미엄급의 그랜드 마크 샴페인(Grand Marque Champagne*), 가격이 중간 정도인 영국 스파클링 와인, 그리고 저렴한 가격대의 협동조합이나 일반적인 스파클링 와인이다. 저렴한 스파클링 와인은 가격 대비 매력적이지 않고, 고가의 그랜드 마크 샴페인은 가격 부담이 크다. 영국 스파클링 와인은 이 두 가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다. 또한, 최근 샴페인의 스타일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보다 더 풍성하고 무거운 스타일로 변하고 있는데, 영국 스파클링 와인은 이와는 달리 우아하고 세련된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영국 스파클링 와인은 저렴한 스파클링 와인과 고가의 샴페인 사이에서 독특한 매력을 지닌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다. 또 많은 샴페인 하우스와는 다르게 우리는 포도를 우리가 직접 재배하고 와인을 만드는, 싱글 에스테이트인 점도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Grand Marque Champagne 샴페인 시장을 주도하는 세계적인 브랜드 인지도와 명성, 그리고 충성도 높은 고객 기반을 가진 유명 샴페인 하우스를 말한다. 총 24개 하우스가 그랜드 마크 샴페인에 속하며, 전체 샴페인 생산량의 70%, 수출량의 90%를 차지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모엣 샹동(Moët & Chandon)과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 가 있다.
와인메이커와의 라피니 와인 테이스팅
'Friendly' 클래식 퀴베 2019(Classic Cuvée 2019)
토니는 '클래식 퀴베 2019'를 편안하게 매일 즐길 수 있는 와인이라며 "친근한/편안한(Friendly)"이라는 형용사를 붙여 와인을 소개했다. 함께 테이스팅을 했던 미겔은 “붉은 사과와 녹색 사과의 향이 느껴지며, 라즈베리와 허니서클, 꽃 향기가 더해진다. 가볍고 산뜻한 와인으로, 코끝보다는 입안에서 더욱 풍부한 과실미를 느낄 수 있다. 오토리시스(효모 숙성)의 영향이 강하지 않아 깔끔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며, 음식과 잘 어울린다. 부드러운 질감 덕분에 매우 친근하게 다가오는 와인이며, 산도가 살아있어 과실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 와인은 우리 포도밭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피노 누아가 주를 이루며, 샤르도네와 피노 뫼니에가 더해져 꽃향기를 강화시켰다. 클래식 퀴베 2019는 빈티지의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으며, 피노 누아가 강세였던 해의 와인임을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클래식 퀴베 2019 빈티지는 피노 누아 44%, 샤르도네 41%, 피노 뫼니에 15%를 블렌드해 만든 와인으로 36개월 병 숙성 후 출시되었으며, 도사주는 4.5g/L이다. 브랜드 앰버서더로 활동 중인 아비게일 토마스(Abigail Thomas)는 이 와인이 레스토랑에서 식전주로 많이 쓰이고 있으며, 라피니 와인 스타일을 소개하기 아주 좋은 와인이라 전했다.
'Fun & Fruity' 로제 2019(Rose 2019)
와인메이커 미겔이 가장 좋아하는 와인이라며 소개한 라피니 로제 2019. 그는 “라피니 스타일을 아주 잘 보여주는 로제로, 음식과 아주 잘 어울린다. 적포도 품종 때문에 타닌감이 조금 더 느껴지는데, 이 때문에 입안에서의 질감과 바디감이 조금 더 풍성해졌다. 과실 향이 조금 더 강해졌고, 라즈베리와 딸기 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클래식한 딸기 크림 같은 느낌이다. 크리미한 질감이 느껴지며, 균형감이 훌륭하다”라고 소개했다.
로제 2019 빈티지에는 피노 누아 60%, 샤르도네 22%, 피노 뫼니에 18%가 블렌드 되었다. 클래식 퀴베와 마찬가지로 36개월 동안 병 숙성 후 출시되었으며, 도사주는 5g/L다.
'The Elegant' 블랑 드 블랑 2019(Blanc de Blancs 2019)
블랑 드 블랑 2019는 현지 해산물 요리와의 뛰어난 마리아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특히 신선한 굴과의 페어링은 미식가들 사이에서 호평 받고 있는데, 이에 아비게일은 “이 와인의 짠맛(Salinity)은 해양성 기후에서 자란 포도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토니는 "샤르도네 품종의 숙성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복합적인 풍미를 선사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100% 샤르도네로 만들어진 블랑 드 블랑은 최소 36개월 병 숙성 후 출시된다. 도사주는 3g/L로 아주 낮은 편이다. 은은한 열대과일 향과 허브(타임) 아로마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입안 가득 퍼지는 레몬과 자몽 껍질의 쌉싸름한 맛이 매력적이다. 섬세한 기포가 톡톡 터지며 산뜻한 미감을 더해주어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와인이다.
'Powerful Structure' 블랑 드 누아 2019(Blanc de Noir 2019)
현재 영국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의 소믈리에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블랑 드 누아. 피노 누아 85%, 피노 뫼니에 15%로 블렌드 된 이 와인은 최소 36개월 병 숙성 후 출시되며 도사주는 3.5g/L이다. 라피니의 시그니처 와인이라고도 불리는 블랑 드 누아는 진한 꽃향기, 아몬드 향과 함께 탄탄한 구조감, 균형잡힌 산도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테이스팅을 마치며 미겔은 본인의 와인메이킹 철학에 대해서 한마디 덧붙였다. “나는 직접 와인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는 걸 좋아하는 와인메이커이다. 와인을 직접 만지는 것, 탱크에서 나는 향기를 맡는 것, 이런 작업들을 즐긴다. 포도즙이 들어오는 수확철부터 와인이 완성되는 6월, 7월까지의 변화 과정을 지켜보는 게 정말 재미있다. 다양한 와인을 블렌딩하기 위해 각각의 특징을 비교하는 작업도 즐긴다. 단순히 숫자만 보는 와인메이커가 아니라, 모든 과정에서 와인을 직접 맛보며 작업하는 스타일이다.”
English Wine PDO & Sussex Wine PDO
현재 영국 와인 제조는 서섹스, 켄트, 서리 세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햄프셔, 동 잉글랜드, 남서부 잉글랜드 등 세 지역은 신흥 와인 산지로 여겨지고 있다. 영국의 와인 분류 시스템은 원산지 명칭 보호(PDO) 시스템으로 품질보다는 스타일을 기준으로 와인을 분류한다고 한다.
2011년 12월에 영국 와인 PDO(English Wine PDO)가 제정되고 11년 후인 2022년 7월, 서섹스는 영국에서 와인분야 최초의 지역 PDO(원산지 명칭 보호)를 획득했다. 서섹스 와인 PDO가 제정된 것이다. 영국 와인 PDO는 영국에서 생산되는 스틸 와인과 스파클링 와인 모두에 적용되지만 서섹스 와인 PDO는 서섹스 지역으로 제한된다. 현재 영국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25%를 담당하는 서섹스 지역에는 138개의 포도밭이 존재한다.
아래는 영국 와인 PDO와 서섹스 와인 PDO를 한눈에 쉽게 비교해 볼 수 있는 표이다.
*2023년 영국 와인 산업은 역대급 성장을 기록하였다. 포도 수확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무려 2천만 병의 와인 생산이 예상되며, 이는 2018년 대비 50%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포도밭 면적이 74%나 확대되면서 영국은 명실상부한 와인 생산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특히 2022년에는 영국산 스파클링 와인 생산량이 830만 병을 돌파하며 약 16조 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기도 했다.
글·사진 천혜림 사진·자료 제공 라피니 에스테이트·까브드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