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마무리하려는 그대에게, 램지 와인

Written by박 지현

하루의 끝, 와인 한 병이 나를 기다려준다는 건 생각보다 든든하다. 유난히 길었던 오늘을 다독이는 첫 모금, 단순한 알코올이 아니라 하루의 균형을 다시 세우는 여유다. 새롭게 런칭한 램지 와인(Ramsay Wine)은 그런 순간을 위해 만들어졌다. 과하지 않게, 그러나 단정하게. 한 모금의 조화로 하루의 긴장이 풀린다.

지난달 24일, 램지 와인은 트렌디한 와인바, 탭샵바에서 시그니처 메뉴와 페어링을 통해 매력을 드러냈다. 특히 689 셀러(689 Cellars)의 제너럴 매니저 바비 코너(Bobby Conner, 위 사진)가 방한하여 와인을 소개하며 참석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약속해! 천재 와인메이커의 메시지

‘으뜸’, ‘최고’를 뜻하는 엄지 지문을 레이블로 사용한 램지 와인. 그 상징은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라, 카르네로스 피노 누아의 선구자 켄트 라스무센(Kent Rasmussen, 이하 라스무센)이 남긴 약속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도 최고의 품질을 즐길 수 있다”라는 그의 신념은 지금도 램지 와인에 녹아 있다.

샌프란시스코 출신의 라스무센은 일찍이 와인에 매료된 꿈나무였다. UC 데이비스에서 양조학을 전공한 뒤,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와 도멘 샹동 등 이름난 와이너리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러던 중 그는 피노 누아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리고 누구도 시도하지 않던 1970년대의 카르네로스(Carneros) 지역에 피노 누아를 심었다. 그 시절만 해도, 카르네로스가 훗날 세계적인 피노 누아 산지가 될 거라 믿는 이는 없었다. 라스무센을 제외하곤. 그의 시도는 무모하기 짝이 없었지만, 결과는 장밋빛. 오늘날 카르네로스는 그 이름만으로도 신뢰를 주는 명산지로 자리잡았고, 그의 혜안을 기리듯 그의 이름을 딴 피노 누아 클론까지 생겨났다.

커티스 맥브라이드(Curtis McBride/좌)와 켄트 라스무센(Kent Rasmussen/우)

1989년, 라스무센은 아내 이름(Celia Ramsay)을 따서 램지 와인을 만들었다. 그의 양조철학은 단순했다. 과장되지 않는 정직함과 품질의 일관성. 그래서 캘리포니아의 주요 프리미엄 산지에서 최적의 포도를 선별해 양조했다. ‘일관성’이란 가치는 브랜드의 중심이 되었다. 그래서 램지 와인은 화려하거나 엄숙한 와인이 아니다.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고품질 테이블 와인이다. 게다가 어떤 음식과도 좋은 궁합을 보여주며 레스토랑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현재 램지 와인은 689 셀러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소개되고 있다. 창업자 커티스 맥브라이드(Curtis McBride)는 오랫동안 나파와 소노마의 대표 와인을 세계 시장에 소개했고 이후 친구이자 동료인 라스무센과 손잡고 689 셀러를 시작했다. “누구나 어디서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이란 689 셀러의 모토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의 철학은 완벽히 닮아 있다. 689 셀러는 대중의 미각에 맞춰 과일 풍미 중심으로 부담없는 와인을 생산, 유통한다. 또한 689 셀러는 효율적인 물과 에너지 관리, 친환경 해충방제, 야생서식지 보호 등 지속가능한 와인 생산에 힘쓰고 있으며, 그 결과 캘리포니아 지속가능 와이너리(CCSW) 인증을 획득했다.

스타일과 품질의 일관성, 선택의 이유

세상은 불확실하다. 내일의 날씨도, 일상의 흐름도, 사람의 마음도 쉽게 변한다. 그렇기에 예측 가능한 무언가가 주는 신뢰는 언제나 값지다. 와인도 다르지 않다. 공산품이 아닌 이상, 늘 같은 품질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램지 와인은 포도 선별과 블렌딩, 숙성 과정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설계해 왔다. 소비자가 병을 따는 순간, ‘익숙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우연이 아니라 의도된 결과다. 램지 와인이 쌓아온 일관성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브랜드의 품격이자 정체성이다.

램지 와인에 페어링된 탭샵바의 그릴드 오이스터(좌)와 루꼴라 로제 떡볶이(우)

램지 와인의 라인업은 샤르도네, 피노 누아,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 인수지애스트(이하 WE)에서 전품목이 ‘BEST BUY’로 선정되며(90~91점대) 놀라운 품질을 인정받았다. 한편, 램지 와인은 음식과의 궁합에서도 특별한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건 빼놓을 수 없다. 소시지와 감자튀김, 치즈 떡볶이, 순대튀김 등 탭샵바의 인기 메뉴와도 잘 어울렸던 램지 와인의 테이스팅 노트는 다음과 같다.

램지 샤르도네 2023 Ramsay Chardonnay 2023

샤르도네 100% ⠂프랑스산 뉴 오크 20% ⠂WE 90점

산뜻함과 풍부함이 극적으로 어우러진 와인. 사과, 배, 구운 오크, 버터의 향이 퍼지면서 미디엄 바디로 마무리된다. 입안에선 오크와 버터 터치가 과하지 않게 감돌고 황도와 오렌지 껍질, 미네랄이 섞여 산뜻한 여운을 느낄 수 있다. 오븐에 살짝 익힌 그릴드 오이스터는 그야말로 전통적인 페어링의 정수를 보여줬다.

램지 피노 누아 2022 Ramsay Pinot Noir 2022

피노 누아 100% ⠂프랑스산 뉴 오크 25% ⠂WE 91점

켄트 라스무센이 말한 “순수하고 시적인 피노 누아”를 그대로 담았다. 라즈베리와 체리, 딸기잼 향을 따라 클로브와 바닐라가 겹겹이 쌓인다. 산도는 깨끗하고 타닌은 부드러워 목 넘김이 매끄럽다. 그릴드 소시지와 감자튀김, 엔초비 파스타, 순대튀김, 항정살 구이까지 무난하게 좋은 궁합을 이룬다. 피노 누아를 선호한다는 바비 코너는 “항정살의 기름진 풍미를 피노 누아가 절묘하게 잡아준다”며 이날 최고의 매칭으로 꼽았다.

램지 메를로 2022 Ramsay Merlot 2022

메를로 100% ⠂프랑스산 뉴 오크 20% ⠂WE 92점

호불호 없는 캘리포니아 메를로의 전형. 검은 체리와 자두, 바닐라, 베이킹 스파이스의 향이 은은하게 이어진다. 타닌은 벨벳처럼 부드럽고, 여운에선 미묘한 감미가 깃든다. 산도가 적절해 지루할 틈 없이 끝까지 즐길 수 있다. 라스무센의 실력을 짐작하게 하는 가성비의 끝판 왕. 그릴드 소시지와 감자튀김, 루꼴라 치즈 떡볶이와 페어링 모두 뛰어난 음식 친화력을 발휘했다.

램지 카베르네 소비뇽 2022 Ramsay Cabernet Sauvignon 2022

카베르네 소비뇽, 프티 시라 ⠂프랑스산 뉴 오크 25% ⠂WE 90점

캘리포니아 카베르네 소비뇽의 교과서라고나 할까? 블랙베리와 블루베리 같은 검붉은 과일 향에 삼나무와 구운 오크, 초콜릿의 풍미가 층층이 겹친다. 부드러운 타닌 덕분에 마시기 부담없고, 산미 또한 조화롭다. 순대튀김, 항정살 구이를 페어링했는데, 바비 코너는 순대튀김과의 조화가 의외로 훌륭했다고 언급했다. 그 밖에도 불고기 피자, 볼로네제 파스타 등 좋은 매칭을 기대할 수 있다.

탭샵바에 자리한 램지 와인

누군가에겐 여유의 시작이, 또 다른 이에겐 작은 위로가 되는 와인. 램지 와인은 그 경계 위에서 하루의 피로를 무겁게 누르지 않는, 확실한 선택으로 자리한다. 오래 머무는 맛, 익숙해서 더 안심되는 한 잔. 그래서 오늘도, 그 한 병이 기다려진다.

 수입사 (주)와이넬
▶홈페이지 winell.co.kr
▶인스타그램 @winell.co.kr
▶Tel. 02-325-3008

 박지현 사진·자료 제공 (주)와이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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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개일 : 2025년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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