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의 경사와 90%의 리슬링 그리고 100%의 열정으로 와인을 만드는 독일의 와인 생산자 마르쿠스 몰리터(Markus Molitor). 8세대째 포도밭 작농을 해온 가문의 자제였던 그는 20세가 되던 1984년 1.5헥타르의 포도밭으로 자신만의 와인을 양조하기 시작했다. 로버트 파커 포인트 100점만 19회로, 독일 최다 100점 수상 와이너리인 마르쿠스 몰리터는 최고의 프레디카츠바인(Pradikatswein) 와인 생산자로 알려져 있다. 지난 10월 12일(수), 마르쿠스 몰리터의 아시아 수출 이사인 다니엘 키오스키(Daniel Kiowski)가 직접 방한해 국순당 와인이 수입하는 다채로운 리슬링 와인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독자적인 포도 분류법, 컬러코드
와인은 크게 그 원료가 되는 포도의 품종과 지역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독일에서는 똑같은 리슬링이라도 수확시기별로 달라지는 포도의 숙성정도를 구분하는 분류법이 있는데, 이것을 프레디카츠바인이라고 한다. 최대한 익은 포도송이인 카비넷(Kabinett)부터 늦게 수확한 슈페트레제(Spatlese), 늦게 수확한 선별된 포도송이 아우스레제(Auslese), 늦게 수확한 선별된 포도알 베렌아우스레제(Beerenauslese), 마지막으로 늦게 수확하여 선별·건조한 포도알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Trockenbeerenauslese)까지 크게 다섯단계로 구분하는데 각각의 잔류당도와 풍미, 귀부의 영향 등이 달라 같은 포도밭에서 만들어진 리슬링이라도 개성이 명확히 구분된다.
마르쿠스 몰리터는 여기에 자신의 독자적이고 직관적인 분류법을 추가하는데 이게 바로 화이트, 그린, 골드의 와인 보틀 탭으로 잘 알려진 컬러코드다. 마르쿠스 몰리터의 리슬링 와인들은 이 세 가지 컬러의 보틀 캡을 달고 출시되는데, 화이트는 드라이, 그린은 오프 드라이, 골드는 스윗으로 와인 보틀을 보는 순간 레이블을 보지 않아도 해당 와인의 지배적인 뉘앙스를 짐작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우스레제로 만든 리슬링이라 하면 포도의 잔류당도를 생각할 때 달콤한 와인을 떠올리기 쉬운데, 보틀 캡의 컬러가 화이트라면 달콤함이 절제된 드라이 와인이 담겨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같은 아우스레제 중에서도 수확시기에 따라 귀부의 영향을 받은 포도송이와 받지 않은 포도송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읽기 어렵고 복잡한 독일어 레이블에 섣불리 손을 내밀기 어려웠던 사람도 이 컬러코드로 보다 쉽게 취향에 맞는 리슬링을 만나볼 수 있다.
페트롤 향은 리슬링 와인의 특징일까?
이날 취재 현장에서 선보인 마르쿠스 몰리터의 리슬링은 총 6종류로, 카비넷과 아우스레제로 만든 와인이었다. 드라이한 와인부터 달콤한 와인까지 컬러코드별로 두 가지씩이었는데, 자리에 있던 모두가 놀랐던 부분은 6가지 리슬링 모두 페트롤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많이 접해왔던 알자스 지역의 리슬링과는 달리 모젤 지역은 지반이 편암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기후가 더 서늘해서 포도 수확시기와 관계없이 페트롤 향을 거의 느낄 수 없다. 마치 휘발유의 향과 비슷한 페트롤 향에 대한 거부감으로 리슬링을 멀리했던 이들이라면 마르쿠스 몰리터가 생산하는 모젤의 리슬링에서 큰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소피텔 뱅 아 라티튜드 X 마르쿠스 몰리터
인터뷰 후,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32층의 라티튜드32로 자리를 옮겨 공식적으로 마르쿠스 몰리터의 와인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뱅 아 라티튜드가 진행되었다. 석양이 물들어 갈 무렵부터 아름다운 야경이 창밖으로 수놓아지는 밤시간까지 훌륭한 모젤 리슬링 와인들과 수입 예정인 두종류의 피노 누아, 그리고 멋지게 마리아주를 만들어 내는 소피텔의 음식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국이 첫 방문이었던 마르쿠스 몰리터의 다니엘은 이미 전날 저녁으로 먹어본 한국의 김치와 삼겹살에 어울리는 와인으로 옥페너 보크슈타인 리슬링 카비넷(Ockfener Bockstein Riesling Kabinett)과 젤팅거 힘멜라이히 리슬링 아우스레제(Zeltinger Himmelreich Riesling Auslese)를 꼽았고, 달콤한 골드 캡슐의 리슬링들도 당도만큼 산도가 균형을 잘 이루고 있어 디저트 와인보다 식사와의 페어링을 추천했다. 실제로 이날 뱅 아 라티튜드의 참석자 대부분이 굉장히 다양한 모젤 와인 라인업의 매력에 심취했고 골드 캡슐의 리슬링들과 음식의 페어링에도 감탄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마르쿠스 몰리터는 8세대를 거쳐오며 긴 시간 포도밭을 일궈온 가문의 후손이다. 취재를 하기 전, 어째서 8세대를 거쳐오는 동안 세간에 드러나지 않았던 와이너리가 스무살의 어린 나이에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 마르쿠스 몰리터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인지 몹시 궁금했었다. 그 해답은 어린시절 교통사고로 오른팔을 잃은 아버지의 곁에서 그의 오른팔 역할을 하며 와이너리의 일을 속속들이 경험해왔기 때문이었다. 마르쿠스 몰리터는 어린 나이에도 이미 십수년을 와이너리에서 일해온 이들만큼의 경험치가 있었고, 와인메이커로서 탁월한 경영감각까지 가져 1.5헥타르의 포도밭에서 반경 100KM 의 광활한 와이너리로 키워낼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오랜 연습생 시절을 거친 준비된 인재의 약속된 아이돌 데뷔 같은 느낌이랄까. 이제 한국에 그 진면목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지금까지 우리가 알아왔던 리슬링에 대한 견해는 크게 바뀌어 갈 것이다.
끝으로 아시아 담당 수출 이사인 다니엘의 말을 빌려 그들의 리슬링을 한 줄로 정의하자면, “마르쿠스 몰리터의 와인은 Warm Core”다. 그것은 “달콤함과 산도, 가벼움의 완벽에 가까운 밸런스”라 할 수 있다.
국순당 와인의 마르쿠스 몰리터 라인업
White Capsule (Dry)
벨레너 클로스터베흐 리슬링 카비넷 Wehlener Klosterberg Riesling Kabinett
킨헤임 후베투스라이 리슬링 아우스레제 Kinheimer Hubertuslay Riesling Auslese
Green Capsule (Off-Dry)
옥페너 보크슈타인 리슬링 카비넷 Ockfener Bockstein Riesling Kabinett
젤팅거 힘멜라이히 리슬링 아우스레제 Zeltinger Himmelreich Auslese
Gold Capsule (Sweet)
위르지거 뷔르츠가르텐 리슬링 카비넷 Urziger Wurzgarten Riesling Kabinett
자부르거 라우쉬 리슬링 아우스레제 Saarburger Rausch Riesling Auslese
수입사 국순당
인스타그램 @ksd_wines
글 푸달크, 사진 제공 국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