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철학의 본질을 와인에 담아낸 브라이언트 에스테이트

Written by천 혜림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이 열광하는 나파 컬트 와인 ‘브라이언트 에스테이트’

현재 미국 나파에서 가장 찬사받는 컬트 와인을 만들고 있는 브라이언트 에스테이트(Bryant Estate). 소량 생산(2500- 3000 케이스)되는 와인은 전 세계 30개국에 수출이 되기 때문에, 희소성이 아주 높은 고가 와인이다. 왜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은 ‘브라이언트 에스테이트’ 와인에 열광을 하는 것일까?”

이 와인이 한국 시장에 처음 소개된 건 국순당이 2016년 빈티지를 수입하면서다. 이번 베티나 10주년 와인을 기념하여 처음 방한한 와이너리의 오너 베티나 브라이언트(Bettina Bryant)와 와인 디렉터 토니 맥클렁(Tony McClung)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예술에 조예가 깊은 돈, 베티나 브라이언트는 1986년 프리차드 힐(Pritchard Hill)에 토지를 구입했다. 그리고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현대적인 방식으로 포도밭 관리를 하며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당대 컬트 와인으로 유명해진 대부분의 나파 와인들은 보르도 블렌드였는데, 브라이언트 에스테이트의 플래그쉽 와인인 브라이언트 패밀리 빈야드(Bryant Family Vineyard)는 까베르네 소비뇽 단일 품종으로 만들었고, 1992년 첫 빈티지를 출시하며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브라이언트 에스테이트의 오너 베티나 브라이언트(Bettina Bryant)와 와인 디렉터 토니 맥클렁(Tony McClung)

“보르도 스타일이 아닌, 우리는 ‘나파 와인’을 만든다” 베티나 브라이언트

2000년 어느 날, 당대 와인 스타일과 판매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던 와인 비평가 로버트 파커가 돈 브라이언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브라이언트의 플래그쉽 와인 1997 빈티지를 테이스팅해 보고 싶다고 했고, 이후 이 와인은 파커 포인트 100점을 받게 된다. 이는 와인에 엄청난 명성을 더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 컬트 와인으로 칭해지며 엄청난 팔로워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후 돈 브라이언트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와인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고민하며, 와인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꼼꼼하게 컨트롤하기 시작했다.

출처 브라이언트 에스테이트 홈페이지 (https://bryant.estate/)

용암이 분출했던 산맥의 축복받은 땅, 프리차드 힐

“떼루아는 항상 위대한 와인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나에게는 떼루아의 등급은 항상 존재한다” - 브라이언트 에스테이트 와인 컨설턴트인 ‘미쉘 롤랑’

캘리포니아 최고의 포도밭(First growth)라고 불리는 프리차드 힐에 대해 베티나 여사는 특별한 와인을 만드는 데 있어 포도밭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이에 아주 큰 자부심을 보였다. 이어 와인 디렉터 토니는 “와인의 품질은 이미 포도의 품질에서 결정되어 있다”라며 프리차드 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프리차드 힐은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서 20마일 정도 떨어진 세인트 헬레나 산 밑, 해발 274미터, 헤네시 호수를 바라보는 곳에 위치해 있다. 토니는 미세기후(Microclimate), 비옥한 토양과 다양한 지질학적 특징을 가져 세계 최고 품질의 와인을 생산해 내기에 최적합한 장소라고 자부했다. 토양이 복잡한 재질일수록 더 복합적인 아로마를 풍기는 와인을 만들 수가 있다며, 와인의 품질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에 이유를 더했다.

나파에서 유일하게 특별한 세 가지 토양이 섞여 있는 프리차드 힐. 용암을 분출했던 산맥에 있는 프리차드 힐은 용암이 흘러서 굳어 철분 함량이 아주 높은 귀낙(Guenoc), 묵직하고 뜨거운 용암이 일반 땅을 밀어내면서 나온 햄브라이트(Hambright)와 소브란트 (Sobrante) 토양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까베르네 소비뇽을 재배하는 데 완벽한 토양이라고 덧붙였다.

천재들의 합작

나파 밸리 컬트와인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 ‘데이비드 아부르(David Abreu)’. 그는 나파밸리 최고의 와이너리들을 관리하는 포도원 매니저이다. 왜 데이비드 아부르를 고용했냐는 질문에 바로 “그는 최고니까요!(He is just the best!)”라고 답한 베티나. 떼루아에 대한 지식과 완벽한 농작기술, 뛰어난 미각을 자랑하는 그는 브라이언트 에스테이트 패밀리에서 아주 중요한 인재이다.

좌측부터 데이비드 아부르, 캐서린 케더러즈, 미쉘 롤랑
출처 브라이언트 에스테이트 홈페이지 (https://bryant.estate/)

브라이언트 에스테이트의 중심인 와인메이커 캐서린 케러더즈(KK, Kathryn Carothers). 베티나는 와인메이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캐서린의 섬세함과 완벽함이 와인을 완성한다고 말했다. “피할 수 없는 빈티지 차(Vintage Variation)을 극복해 나가면서 최고의 블렌딩을 만들어 나간다”라는 그녀는 와인을 정기적으로 시음하면서 와인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하며, 빈티지 표현력을 더 강화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브라이언트 와인메이킹의 중요한 일원으로서, 10년 이상 컨설팅을 하고 있는 보르도 블렌딩의 대가이자 양조학자, 미쉘 롤랑.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컨설턴트로 명성을 누리는 그는 블렌딩에 큰 도움을 주어, 브라이언트 에스테이트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자연의 숨결을 그대로 와인에 담아내는, 바이오다이나믹 와인메이킹

“우리는 인간과 자연이 얼마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음을 인식하고 땅과 주변의 모든 유기체에 대한 깊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 베티나 브라이언트

와인 디렉터 토니는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은 좋은 품질의 와인을 만드는 데 있어 최고의 방법이라 하며, 포도재배에 있어 가장 중요한 토양의 본질을 이해하고 고민하며, 살아있는 유기체로 여겨 그에 상응하는 자연적인 요소를 첨가한다고 한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와인” 베티나 10주년 기념 와인: 전설적인 팝 아티스트 에드루샤 Ed Ruscha의 감각적인 레이블

“예술은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Art is an agent of positive change)”

미술품 수집가이자 발레리나로 살아온 베티나에게 예술이란 삶의 지표 같은 존재임을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배우게 되었다. 빛, 색, 질감 등을 관찰하고 오감으로 느끼는 경험의 중요함을 강조하며 소개한 베티나 브라이언트 10주년 기념 와인. 본래 이 와인은 베티나 여사의 남편인 돈 브라이언트가 아내에게 바치는 헌정 와인이다. 2019년 빈티지는 그들의 결혼과 더불어 베티나 와인의 10주년을 기념하는 와인으로 특별히 전설적인 팝 아티스트 에드 루샤(Ed Ruscha)와 협업하여, 감각적이고 특별한 레이블을 만들었다. 많은 와인, 미술 수입가들의 와인창고의 센터피스가 되었다고 전한 베티나. 예술에 조예가 깊은 그녀는 앞으로도 세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본능적인 예술적 가치를 녹여낸 와인을 만들기 위해, 아트시리즈를 계속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트 레이블에 쓰여진 ‘NOW’는 “현재에 집중하자(Being Present)”라는 의미라고 베티나는 설명했다. 현재에 감사하고 함께 있는 사람과 좋은 대화를 하며 와인을 즐기자는 메시지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마력 같은 와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생동감 넘치는 2019년 빈티지

2012년부터 지속되어온 나파 밸리의 심각한 가뭄은 와인메이킹에 있어 가장 걱정이 되는 자연적 요소인데, 역시나 2019년에도 심한 가뭄을 겪었다. 기후는 전반적으로 좋았다. 수확 직전 따뜻해진 온도는 포도 당분을 높여주어 와인에 신선한 생동감을 더했다. 2019년 빈티지는 둥글둥글한 탄닌에 신선한 과실향이 매력이다.

*2020년 빈티지는 아쉽게도 출시될 수 없다고 한다. 2020년 캘리포니아 산불과 연기가 와이너리를 뒤덮어 와인포도 씨앗에 훈연향이 베어있어 좋은 품질의 와인을 만들 수가 없다고 한다. 그리하여 최상의 품질 와인만을 자랑하는 브라이언트는 2020년 와인을 출시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와인메이킹

브라이언트 에스테이트의 거의 모든 와인은 미디엄 토스트 된 프렌치 오크배럴에서 숙성되며, 미국 오크배럴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콘크리트 탱크와 암포라에도 소량 숙성하고 있는데, 특히 암포라는 프리차드 힐에 있는 흙을 추출하여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지역 장인에게 보내 암포라를 제작하여 현재 브라이언트 와이너리에서 사용된다.

시음한 와인들

브라이언트 에스테이트 DBR 2019 Bryant Estate DB4 2019
DB는 소유주인 돈 브라이언트(Don Bryant)의 약자이며 숫자 4는 4가지 포도(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까베르네 프랑, 쁘띠 베르도)를 블렌딩한 것을 의미한다. 이 와인은 브라이언트 에스테이트와 데이비드 아브르 빈야드의 3개 포도밭의 포도로 양조하고 블렌딩하여 만든 와인이다. 레드커런트, 크랜베리, 블루베리, 베리의 진한 풍미와 함께 은은하게 퍼지는 바닐라, 초콜릿, 커피향은 와인에 복합적인 풍미를 더하며, 생동감 넘치며 즐겁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다.

브라이언트 에스테이트 베티나 2019 Bryant Estate Bettina 2019
10주년 기념으로 출시된 이 와인은 보르도 블렌딩으로, 65% 까베르네 소비뇽, 15% 까베르네 프랑(whole cluster), 13% 쁘띠 베르도, 7% 메를로가 블렌딩되었다. 이 빈티지에는 특별히 플래그쉽 와인인 브라이언트 와인이 약간 블렌딩되었다. 베티나는 “A little kiss of Bryant”라고 표현했는데, 그만큼 그녀에게 특별한 와인임을 알 수 있다. 다른 빈티지보다 5개월 많은 26개월을 숙성한 후 출시되었다. 336케이스로 소량 생산하여, 이 와인의 희소가치는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역시나 생동감 넘치는 베티나 2019는 카시스, 건포도, 레드커런트의 풍부한 과실 아로마가 지배적이며, 풍부한 미네랄감 그리고 복합적인 견고한 탄닌 구조는 지금 즐겨도 완벽하다. 숙성미가 궁금하다면 10년 ~ 15년 후에 더 부드러워진 탄닌과 숙성 아로마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브라이언트 패밀리 빈야드 까베르네 소비뇽 2019 Bryant Family Vineyard Carbernet Sauvignon 2019
브라이언트 에스테이트 프리차드 힐의 100% 까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들어진 플래그쉽 와인은 와이너리 최고의 와인답게 엄청난 풍미를 자랑했다. 카시스, 블랙체리, 블랙베리의 향과 함께 섬세하고 은은하게 퍼지는 피라진, 블랙커런트 잎, 클로브, 넛메그, 시나몬, 담배잎, 가죽향. 복합적인 향들이 잘 어우러져 실크 같이 부드러운 탄닌과 좋은 산도와 함께 아주 긴 풍미의 여운을 주었다. 완벽하게 부드러운 탄닌으로 지금 마셔도 아주 훌륭하지만, 숙성미가 궁금하다면 10년 ~ 15년 후 어떻게 더 복합적으로 숙성되었을 지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수입사 국순당
▶인스타그램 @ksd_wines

사진 제공 국순당, 글/사진 천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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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개일 : 2022년 10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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