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사전적 풀이는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이다. 유명 와인 평론가의 점수보다 개인의 취향이 더 존중받는 요즘은 그야말로 ‘취향존중시대’. 애초에 각자의 입맛이 다르고 지각하는 맛과 향이 다르므로 누구에게나 똑같이 맛있는 와인이란 건 없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내 입맛에 맞는 와인을 헤매지 않고 찾을 순 없을까? 최근 2년 내 오픈한 지방의 신생 와인 업장을 소개해 온 와인전국팔도, 그 마지막은 당신의 와인 취향을 찾아줄 와인 맛집이다.
[공통 질문]
Q1. 업장 소개를 해주세요
Q2. 업장을 오픈하게 된 계기나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Q3. 주고객층은 어떤 분들인가요?
Q4. 베스트 셀러 와인을 소개해주세요
발효포도 / 부산
1. 발효포도는 부산 연산동의 한적한 주택과 아파트 단지가 즐비한 곳에 있습니다. 봄에는 벚꽃이 아름답게 피어나고 사람 사는 이야기가 드러나는 딱 제가 좋아하는 분위기이지요. 번잡하지 않고 여유로운 곳, 산책하다 들릴 수 있는 편안한 나만의 쉼터, 아지트 같은 공간이 되었음 해서 현재 위치에 오픈했습니다. 발효포도의 서비스 컨셉은 ‘나의 와인 취향을 찾을 수 있고, 와인을 마시며 그 나라, 그 곳의 자연을 경험하는 여행’입니다.
와인리스트에는 사람과 환경을 생각한 유기농 와인, 혹은 비오디나미 농법을 사용한 와인이 주로 있습니다. 아무래도 주인장이 좋아하는 라인업이 많은데, 떼루아가 잘 드러나는 프랑스 와인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2. 발효포도를 오픈하기 전에 프렌치 레스토랑, 호텔 등에서 오랜 기간 서비스를 경험했습니다. 식음료업은 공간과 음식, 와인과 각종 음료의 조화를 보여주는 복합 문화 예술이라 생각합니다. 목표를 향해 경력을 쌓아가던 중, 작년에 건강상의 이유로 한동안 일을 쉬게 되었습니다. 회복기에 접어들고, 다시 서비스가 너무 하고 싶어 저만의 작은 공간을 설계했습니다. 가구 디자인을 전공하고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남자친구의 주관으로 제가 원했던 따뜻한 공간이 잘 나온 것 같습니다.
3. 30대~50대의 동네 주민들이 주로 방문하십니다. 산책 도중에나 지나가는 중에 들러서 와인 한잔하시거나 사 가시는 분이 대부분입니다.
4. 판매 기록을 보니 두 가지 와인이 공동 1위네요. 에스꼬리우엘라 가스꽁 피노 누아 2020(Escorihuela Gascon Pinot Noir 2020), 그리고 뮤로스 안티고스 에스콜야 2020(Muros antigos Escolha 2020) 이렇게 두 와인입니다.
발효포도 부산 연제구 중앙천로43번길 1
▶인스타그램 @balhyopodo
어바웃틀 / 대구
1. 어바웃틀은 About + Bottle이 합쳐진 단어입니다. 바틀샵을 직관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한 병의 바틀’ 혹은 ‘바틀(와인)에 대한’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더 많은 분이 와인 한 병쯤 내 취향에 맞게 편하게 살 수 있는 곳, 와인에 대해 전혀 모르시는 분들도 서서히 취향을 찾아갈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 컨셉이에요. 거의 컨벤셔널 와인을 취급하며, 와인리스트의 90% 정도는 직접 고심하여 리스팅한 와인이고 10% 정도는 와인 커뮤니티나 SNS에서 유행하는 와인으로 구성했습니다.
2. 대학을 졸업하고 취준생으로 공부와 알바를 병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우연히 커피와 와인에 대한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와인 수업을 듣자마자 어떤 형태든 와인과 관련된 직업을 가져야겠다는 꿈이 생겼습니다. 2~3년 전이라 와인이 지금처럼 보편적으로 유행할 시기가 아니었는데 와인 공부부터 무작정 시작했습니다. 와인에 대해 조금 알고 나니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추천하는 유명하고 보편적인 와인들로는 취향을 100%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어요. 그래서 ‘손님들의 취향을 찾아드릴 수 있는 나만의 와인샵을 만들어보자!’라는 결심으로 창업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3.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는 주로 30~40대 고객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와인의 수요가 늘면서 20대 초반부터 50대까지 폭넓고 다양한 고객층을 갖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연령이나 남녀 구분 없이 와인을 많이 찾으시는 것 같습니다.
4. 저희 매장 시그니처 와인, 그 첫 번째는 모스카텔 100%로 만든 바칼호아(Bacalhoa)입니다. 오렌지꽃, 설탕에 절인 과일, 건포도의 노트와 산뜻한 느낌을 가진 스위트 와인으로, 일반 와인보다 도수는 높지만 부드럽고 가벼워 제가 애정하는 와인입니다. 첫입에 반해서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고객들도 다들 만족하신답니다. 특히 꾸덕한 치즈 케이크와 함께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두 번째는 레볼리 람부르스코(Lebolli Lambrusco)에요. 람부르스코 품종의 스파클링 와인으로, 집에서 만든 포도주 맛에 맥주 같은 청량한 탄산감을 가진 와인입니다. 단맛이 강하지는 않지만, 입안에 남는 은은한 잔당감이 좋아 다들 만족하신답니다. 기름진 음식이나 짭조름한 음식과 굉장히 잘 어울려요. 특히 피자와 먹으면 최고의 궁합을 보여줍니다.
어바웃틀 대구 달서구 신당로 21
▶인스타그램 @a.bouttle
취향상점 / 세종
1. 취향상점은 ‘취하고 향 맡는’ 와인상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고, ‘당신의 와인 취향을 찾아드립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모토입니다. 브랜딩 디자이너인 본업을 살려서 기획부터 디자인, 인테리어까지 한땀 한땀 정성을 다해서 직접 브랜딩했습니다. 보유한 와인은 내추럴과 컨벤셔널이 5:5 정도의 비율로, 보통 3~8만 원대의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판매할 와인을 선택하는 기준은 크게 2가지인데, 우선 품종 고유의 맛을 잘 드러낸 와인이어야 합니다. 품종의 개성을 잘 살리면서 고유의 매력을 가진 와인말이죠. 두 번째 기준은 예쁜 레이블입니다. 와인병은 단순한 음료를 담는 병이 아니라 생산자의 개성을 잘 표현하고 미적 효과까지 더하는 중요한 요소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 브랜딩 디자이너로서 본인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멋진 사장님들을 만나며, ‘언제가는 나의 브랜드를 하겠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지인의 와인 모임에서 소개받은 교수님 덕분에 소믈리에 공부를 하게 되었죠. 그리고 나만의 브랜드를 와인바로 해야겠다고 정했습니다. 직업 특성상 서울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긴 했지만, 이미 와인을 접할 수 있는 곳이 많은 서울보다는 이런 공간이 없는 곳에 매장을 차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정한 곳이 가족이 있는 세종시였고, 고객들과의 진솔한 대화를 위해 번화가에서 살짝 떨어진 곳에 매장을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로고부터 진열대, 싱크대까지 하나하나 다 직접 디자인하면서 온전한 나의 공간을 만드는 작업은 힘들긴 해도 매력적인 일이었습니다.
취향상점의 로고는 다람쥐인데요, 로마네 꽁띠에서 이름을 따서 ‘꽁띠’라고 명명했습니다. 다람쥐가 와인을 들고 있는 모양은 다람쥐가 도토리를 아주 소중하게 모으듯이 저도 맛있고 좋은 와인들을 하나씩 모아서 선보인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3. 주 고객층은 2030 여성분들입니다. 연인과의 데이트, 혹은 친구들과 파티 분위기를 내기 위해 많이 방문하는 편이에요. 와인에 대해서 알아가기 위해 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런 분들을 위해 저희 나름의 와인 분류 가이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와인을 총 9가지 타입으로 분류하고, 각각의 컬러를 부여해서 와인과 레이블에 컬러 스티커를 붙여둡니다. 처음 보는 분들도 쉽게 와인을 고를 수 있도록 말이죠. 물론 와인에 관한 질문에는 언제든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4. 일단 내추럴 와인으로는 선즈 오브 와인(Sons of Wine)이 입고되는 족족 판매되는 편입니다. GW나 퍼셉션은 저도 좋아하지만, 워낙 소량을 받기에 마지막 한 병까지도 고객에게 드리고 있습니다. 컨벤셔널 와인은 발 델레 로제 베르멘티노(Val delle Rose Vermentino)가 인기 많습니다.
취향상정 세종 나성로 38 세종가로수길 B동 108호
▶인스타그램 @tastingshop_sejong
와인전국팔도는 지방의 와인 소식을 전하는 코너입니다. 6월부터 4달간 최근 2년 내 오픈한 지방의 신생 와인 업장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방의 와인 문화 트렌드를 알아보고, 새로 생긴 와인 업장들과 상생하기 위해 별도의 홍보 비용 없이 순수하고 좋은 뜻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