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책 속으로 떠나는 가을, 전국의 책 읽는 와인바

Written by와인인 에디터

학창 시절을 가득 채웠던 작가들의 이름이 하나둘 떠오르는 가을이 찾아왔다. 그 때는 알 수 없었던 색다른 즐거움이 있으니, 바로 와인과 함께 보내는 독서 시간이다. 코끝에서 맴도는 풍부한 아로마를 즐기며, 활자와 활자 사이를 눈으로 쫓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차분해지고 마음은 가을처럼 풍요로워진다. 책과 함께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전국의 와인바 3곳을 소개한다.

Ⅰ. 테이블오브콘텐츠 / 성남시 분당

분당에 위치한 테이블오브콘텐츠는 '집 밖의 내 서재', '창작자의 아지트'를 모토로 탄생했다. 사람은 모두 자기 삶의 작가인 만큼, 방문하는 이에게 영감을 북돋워 줄 책과 와인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무엇보다 매장을 채운 사람들의 분위기, 공간의 조도, 그리고 잔잔한 재즈 음악이 참 괜찮은 순간들을 선사한다. "물론 그 분위기는 여러분이 존재함으로써 완성됩니다"라고 주인장은 말한다.

테이블오브콘텐츠가 추천하는 ‘와인과 도서’ 페어링

가을엔 웬만한 책은 모두 잘 어울리지만, 굳이 꼽자면 노년의 에세이스트가 쓴 산문집은 어떨까? 가을이 깊어 가는 것처럼 우리도 천천히 익어간다는 기분으로 읽어 가면 좋을 것 같다. 대신 여기엔 포르투갈 비뉴 베르데(Vinho Verde), 즉 그린 와인을 곁들이면 좋겠다. 어린 포도로 만들어 산뜻하고 청량한 와인 말이다. 모쪼록 둘 사이의 조화, 혹은 대비에서 오는 개성이 좋은 자극으로 전달되었으면 한다.

테이블오브콘텐츠 (*10월 29일까지 임시 휴무)
▶인스타그램 @tableofcontents.kr

Ⅱ. 사건의 장소 / 경남 진주시

경남 진주시에 위치한 사건의 장소는 작은 서점을 겸하고 있는 와인바다. 외부와 단절된 조용한 지하 공간에 자리 잡고 있다. 오픈 시간인 해 질 무렵부터 자정을 넘길 때까지, 바에 혼자 앉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읽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두서너 명이 자리 잡는 테이블에서는 조용하고 긴 대화가 이어진다. ‘사건의 장소’라는 이름에서 ‘사건’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사유와 감정을 얻는 순간을 의미한다.

‘사건의 장소’가 추천하는 ‘와인과 도서’ 페어링

<밤 끝으로의 여행>은 세계를 뒤덮은 전쟁과 제국주의를 가장 낮은 곳에서 목격했던 작가의 경험이 녹아든 소설이다. 하지만 너무 철학적이거나 정치적인 주제를 내세우지는 않는다. 그저 보잘것없는 한 개인의 구체적 삶을 현장감 있게 담아낸다. 마른 이파리들이 떨어져 나가고 있는 나무들처럼, 철저하게 허무주의적이지만 그 속에서는 처절한 생의 욕구가 약동한다. 

이처럼 다소 고된 독서에는 레드 와인이 어울린다. 책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할 정도로 거칠지 않아야 하고, 두세 시간이 흘러도 떫은맛과 신맛, 향의 밸런스는 깨지지 않아야 한다. 오크통에서 적당히 숙성된 바롤로(Barolo) 또는 리오하(Rioja)의 템프라니요(Tempranillo) 제품들과 잘 맞는다. 

사건의 장소
▶인스타그램 @seinzumangst

Ⅲ. 오운 / 경기 화성시

동탄 반송동에 위치한 오운은 브런치 & 북 카페이자 와인바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자연 풍경이 환하게 보이는 통창 뷰를 즐기며 신선한 재료와 소스까지 모두 직접 만든 브런치 메뉴를 즐길 수 있고, 5시 이후로는 감각과 취향이 묻어 나는 블랙 & 우드 톤의 차분한 무드 속에서 주인장이 선정한 와인과 디너 메뉴, 간단한 안주류를 즐길 수 있다. 또한 와인 시음회와 재즈 공연 등 다양한 시도도 기획 중이다. 오운에는 ‘개인적인 사색과 여유를 누리는 공간’, ‘소중한 사람과 언제든 가볍게 들르고 싶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주인장의 꿈과 바람이 담겨있다.

오운이 추천하는 ‘와인과 도서’ 페어링

추천하고 싶은 책은 너무 많지만, 가을은 딱 시의 계절이다. 박준 시인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를 추천한다. 표지부터 가을 느낌이 나는 시집을 읽으면서, 바디감이 좋고 맛과 향이 풍부한 진한 레드 와인을 곁들여 보기 바란다. 캘리포니아의 ‘보글 쁘띠 시라(Bogle Petite Sirah)’를 추천하는데, 선명하고 진한 색감에 바디감도 있고 풍부한 맛과 과일 향도 좋아서 누구나 맛있게 즐길 수 있을 와인이다.

오운
▶인스타그램 @own_book_bar

인터뷰·사진 제공 각 업장, 정리 이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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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개일 : 2023년 10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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