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메이킹계의 완성형 아이돌, 에라주리즈 수석 와인메이커 '토마스 무노즈'를 만나다

Written by뽀노애미

칠레의 명품 파인 와인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에라주리즈

에라주리즈 와이너리

비녜도스 파밀리아 채드윅(Viñedos Familia Chadwick)은 2004년 베를린 테이스팅을 통해 사람들의 머릿속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칠레 와인은 가성비 와인”이라는 편견을 깨뜨리고, 칠레의 명품 파인 와인(Fine Wine)의 퀄리티를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세계에 증명해 나가고 있는 칠레 와인의 선구자이다. 비녜도스 파밀리아 채드윅의 수장인 에두아르도 채드윅(Eduardo Chadwick) 회장은 2004년의 베를린 테이스팅을 기점으로 삼아 2013년까지 세계의 가장 중요한 수도에서 21개의 유사한 시음회를 열었고, 그의 와인은 놀라울 정도로 일관되게 상위에 랭크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파리의 심판’과 '베를린 테이스팅'을 이끌었던 故 스티븐 스퍼리어(Steven Spurrier, 영국 와인 전문가(1941~2021))는 그의 노력을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이러한 시음회와 기타 시음회는 총 15개국 이상에서 진행되었으며, 1,400명 이상의 와인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칠레 와인은 총 22개의 행사 중에 20개 행사에서 상위 3위 안에 들었고, 전체 선호도에서는 90%라는 놀라운 성공률을 달성했다. 10년의 기간에 걸쳐, 다양한 빈티지의 와인들에서 이러한 일관성을 보여줬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이에 “와인 퀄리티의 일관성”이라는 핵심을 담당한, 아직은 많지 않은 나이에 천재적인 양조 능력으로 비녜도스 파밀리아 채드윅의 에라주리즈(Errazuriz) 수석 와인메이커가 된 토마스 무노즈(Tomás Muñoz)를 만나 그가 만들어갈 새로운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에라주리즈의 수석 와인 메이커 토마스 무노즈(Tomás Muñoz)

Q. 1990년 생으로 알고 있다. 젊은 나이에 칠레의 국가대표급 와인 브랜드인 에라주리즈의 수석 와인메이커가 된 스토리가 궁금하다.

A. 2021년 에라주리즈 수석 와인메이커로 첫 빈티지를 내놓았다. 사실 전공이 농업 공학인데, 이 과정에서 와인 메이킹은 필수로 배우는 학문이었을 뿐 “와인메이커가 되자”라고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화학을 좋아해서 공부하던 중 화학이 지속 가능한 농법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재미있어서 와인 메이킹에 더욱 빠져들었다. 대학을 졸업하고는 '젊은 와인메이커'로서 어드밴티지를 받고 5년 동안 북반구, 남반구에서 교차로 한 해에 두 번의 수확을 경험하면서, 칠레의 비냐 콘차 이 토로(Viña Concha y Toro), 미국 캘리포니아의 펫저 빈야드(Fetzer Vineyards), 뉴질랜드의 킴 크로포드(Kim Crawford)에서 일하며 새로운 기술과 양조 지식을 쌓았다. 그리고 3년 전에 에라주리즈에 합류하게 되었다.

Q. 그렇다면 와인메이커로서는 승승장구한 것 같은데, 한 번의 좌절이나 실패는 없었는지? 혹시 천재인가?

A. 하하(웃음), 첫 몇 해는 다른 젊은 와인메이커처럼 어려웠다. 와인메이커가 되기 위해서는 처음에 셀러 워커로 일을 하는데, 이때 와인에 대해서 이해하고 배우는 것이 굉장히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수년 동안 커리어를 쌓아야 하는데 그게 가장 힘든 여정이다. 경험을 쌓는 기회를 갖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다. 유독 열심히 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운이 정말 좋았다. 와인 메이킹은 팀워크가 중요한데, 속해 있던 팀 리더들의 서포트로 인해서 많은 기회를 얻은 덕분에 오늘날 와인메이커가 된 것 같다.

에라주리즈의 와인들

Q. 150년 역사의 에라주리즈와 젊은 와인메이커의 결합이 흥미롭다. 요즘 말하는 'MZ'세대에 속하는 와인메이커로서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최고의 와인을 만들고 있는데, 노하우가 있다면?

A. 언급한 바와 같이 150년 역사의 칠레 명품 와인과 그것이 가지는 사회적 위치를 이해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하지만, 와인을 좋아하는 데 있어서 꼭 와인 지식이 있어야만 와인을 마시고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맥주나 초콜릿 또는 커피를 마실 때 우리가 그것의 테루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아도 “좋아하는가, 좋아하지 않는가?”로 단순하게 구분하지 않나? 때문에 와인 장벽을 낮춰 평균적인 젊은 세대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와인을 심플하고 "빠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Q. 에라주리즈는 지난 몇 년간 칠레의 프리미엄 와인으로서 브랜드를 알리고 그 퀄리티를 증명해 나가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에라주리즈의 경쟁력은 무엇인지 그리고 한국 와인 소비자에게 가장 어필하고 싶은 부분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

A. 에라주리즈 와이너리가 위치한 아콩카과 밸리(Aconcagua Valley)에 주목하고 싶다.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따뜻한 곳의 적포도 품종을 더욱 신선하게 만들어주고 산도와 아로마를 발전시켜 준다. 그래서 레드 와인이 다른 곳에 비하여 좀 더 매력적이고 한식과 페어링했을 때 좀 더 가스트로노믹한 것을 느낄 수 있다. 한국에 몇 번 올 기회가 있어서 한식과 에라주리즈 와인을 마셨는데, 아콩카과 밸리의 DNA와 한식의 매콤한 맛이 환상적인 궁합을 이루었다.

Q. 와인메이커로서 에라주리즈에 합류하여 만든 첫 돈 막시미아노 2021이 에라주리즈 역사에 있어 또 한 번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최고의 와인을 만든 비법 중 한 가지만 공개한다면?

A. 비법은 바로 환상적인 팀워크다. 빈야드 팀과 셀러 팀의 동료들이 경험과 지식이 풍부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또, 에두아르도 채드윅 회장의 아낌없는 서포트로 1983년부터 2020년 빈티지의 와인을 모두 맛보았다. 그렇기에 에라주리즈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더욱이 2021년 빈티지는 쿨 빈티지로 와인에서 플로럴한 레이어를 증진할 수 있었다. 복합미에 더한 플로럴한 레이어 그리고 섬세한 피네스가 좋은 평점을 받을 수 있는 핵심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Q. 아콩카과 밸리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 이곳의 포도밭에만 있는, 혹시 다른 와인메이커와는 공유할 수 없는 '특별한 비밀' 같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A. 비밀이 있다면, 당연히 공유할 수가 없다. 하하(웃음) 포도밭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어떤 비밀이나 비법은 따로 없다. 우리의 테루아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포도밭이 좋아하는 것을 제공해 주고 있다. 지속 가능한 농법에 핵심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건강한 포도밭에서 건강한 포도가 생산되고 또 그것이 좋은 품질의 와인을 만든다. 이를 위해서는 포도나무가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긴 시간에 걸쳐서 정해진 블록의 생산량을 유지하려고 한다. 너무 적게나 혹은 너무 많이 생산하려고 하지 않게 항상성을 유지하며, 한 블록에서 포도나무가 고사하면 빠르게 교체를 해서 포도나무의 수를 균일하게 유지하여 환경의 변화를 최대한 적게 만들어 주려고 노력한다.

Q. 지난 5월 베를린 테이스팅 20주년 기념 이벤트에서 돈 막시미아노와 카이를 선보였다. 물론 각 와인의 블렌딩 비율이나 사용한 포도 품종은 다르지만, 에라주리즈의 수석 와인메이커로서 돈 막시미아노와 카이를 양조할 때 강조하는 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돈 막시미아노는 에라주리즈 역사의 유산으로 아이콘 와인을 대표하는 시그니처 와인이다. 1983년부터 40년간 40개의 빈티지를 만들어 내 칠레 와인의 역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한 예로 칠레의 군사 독재 시절(1973년~1990)에는 프렌치 오크나 스테인리스 스틸이 수입되지 않아서 칠레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오크를 사용하여 숙성한 와인을 만들었니다. 그리고 양조 기술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다. 와인을 통해서 선대 와인메이커가 어떻게 와인을 만들었는지 알 수 있는 칠레 역사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카이는 카르미네르를 주품종으로 한다. 카르미네르는 1854년 필록세라로 멸종이 되었지만 1994년 칠레에서 다시 재발견되었다. 이제는 카르미네르 하면 칠레를 떠올리기도 할 만큼 칠레 와인과는 뗄 수 없는데, 이로서 2005년에 탄생한 카이는 “칠레 카르미네르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5월 한국에서 열린 베를린 테이스팅 20주년 기념 이벤트에서 선보인 카이 2010

Q. 앞으로의 행보가 너무나 기대된다. 와인메이커로서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 또는 이상에 대해서 알려달라.

A. 현재로서는 말하기가 정말 힘들다. 오랜 시간 아주 열심히 일해왔고 어린 나이에 수석 와인메이커로서 쉽지 않지만 에라주리즈라는 큰 와이너리에서 우리의 유산을 이어 나가야 한다. 그중에서도 에라주리즈의 와인은 지금까지 100점을 10번이나 받았는데, 그 점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칠레라는 국가가 테루아만 좋을 뿐만 아니라 와인에 대해서도 열정적인, 칠레에서도 명품 파인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증명해 나가기 위해서 선대 와인메이커만큼 솔선수범해 나가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목표다.

Q. 미래에 대중들에게 어떤 와인메이커로 기억 되길 바라나? 예를 들어 꼬쉬 뒤리는 “샤르도네의 신", 쥴 쇼베는 “내추럴 와인의 아버지”라고 하는 것처럼.

A. 나는 지속 가능한 것에 주목한다. 이것은 농업에서는 큰 노력이 드는 일이다. 와인메이커로서 포도밭에 많은 영향을 주지 않고, 그것을 소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포도밭이 필요하는 것을 제공하고 도와서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우리 경작지 옆에는 사용하지 않는 토지가 3/4 정도 자연적인 숲으로 남아있는데, 물론 그것을 포도밭으로 만들거나 팔면 더 많은 이익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자연적으로 생긴 숲이 포도밭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기 때문에 그냥 두고 있다. 이런 지속 가능한 농법이 인간과 커뮤니티에 유익한 결과를 가져 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 세대가 당면한 지구 온난화라는 큰 문제 안에서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들고 포도를 재배하는 와인메이커”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문의 아영FBC
▶홈페이지 winenara.com
▶인스타그램 @ayoungfbc

뽀노애미 사진·자료 제공 아영F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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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개일 : 2024년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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