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미식·영화계 전문가들이 모였다! ‘최고의 순간을 선사한 추석 와인’ 이야기

Edited by와인인 에디터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마주하는 명절, 추석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모처럼의 자리인 만큼 추석에는 평생 기억에 남을 에피소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연휴에 다정히 영화를 보며 나눠 마셨던, 글라스 밖으로 올라오는 와인의 향. 추석 음식과 매치를 숙고해 와인을 대접했을 때,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감탄이 터졌던 순간들. 와인을 사랑하는 이로서 이보다 강렬한 추억이 있을까. 여러 와인을 접하는 전문가들은 어떤 추석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을지, 와인·미식·영화계의 전문가 5인으로부터 추석에 마셔본 와인 중 가장 인상적인 와인 5종을 추천받아 보았다.

추석 명절, 약과나 참외와 곁들여도 좋을 남아공의 보석 – 김성현 기자

김성현 기자는 2016년 겨울, 언론사에 첫발을 내딛은 후 현재 영화 전문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보고, 듣고, 먹고, 마시고, 쓰고, 읽는 것을 진심으로 애정한다”는 그는 중앙일보에서는 미식칼럼을 연재하고 있고, 소모임 커뮤니티인 넷플연가에서 소셜 모임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인스타그램을 통해 내추럴 와인부터 파인다이닝까지 혀끝까지 짜릿하고 감칠맛 넘치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중앙일보 김성현 기자

STORY 민족 최대의 명절인 만큼,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추석에는 축하의 술인 샴페인을 주로 마셨던 것 같다. 어떠한 음식과도 페어링이 좋고 한층 더 분위기를 내는데 샴페인만 한 술이 또 있을까? 하지만 늘 비슷한 선택에서 조금은 색다른 도전을 하고 싶어 ‘뱅 드 콘스탄스(Vin de Constance)’를 추석 와인으로 선택한 적이 있다. 결과는 대성공. 꿀처럼 달콤하고 실키한 풍미와 군침을 돌게 하는 적당한 산도는 가족 모두를 만족시켰다. 특히 오손도손 둘러앉아 약과나 참외 같은 주전부리와 함께 먹거나 아이스크림에 곁들이면 '디저트' 와인의 진가와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마리아주였다.

클라인 콘스탄시아 뱅 드 콘스탄스
Klein Constantia Vin de Constance

생산지 남아공 웨스턴 케이프 품종 뮈스카 드 프론티냥(Muscat de Frontignan) 
수상 내역 2017~2018 디캔터 월드 와인 어워드, “Best in Show” 2년 연속 수상(2013, 2014 빈티지) 
2018 팀 앳킨(Tim Atkin) 98점(2015 빈티지)  

1692년부터 이어지는 양조 역사를 가진 클라인 콘스탄시아는 케이프타운 남서쪽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클라인 콘스탄시아의 달콤한 와인 '뱅 드 콘스탄스(Vin de Constance)'는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을 포함해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존 애덤스(John Adams), 토마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이 사랑한 와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영국의 대문호 제인 오스틴(Jane Austen)과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의 책에도 뱅 드 콘스탄스가 여러 번 언급될 정도로 오랜 기간 널리 사랑받은 와인이다.   

오렌지 마멀레이드, 모과, 달콤한 생강 사탕과 핵과류 과실의 뉘앙스가 우아한 복합미를 뿜어내며 빨간 사과와 꽃 향이 어우러져 향수 같은 느낌을 준다. 풀바디 와인이지만 질감은 실키하며, 달콤함과 짭조름함 그리고 신선한 산도가 균형을 이루며 매혹적인 우아함과 복합미를 선사한다. 

Recommended By 김성현 기자 @thesunflower1888  
수입사 비티스 @vitis_korea 

사촌 동생들과 ‘오징어게임’의 박진감을 느끼며 즐긴 와인 – 양윤주 소믈리에

양윤주 소믈리에는 제15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 최연소 여성 우승자이자, 국제 와인 그룹 ‘비냐 콘차이토로’의 브랜드 앰버서더이다. 2023년 캘리포니아와인협회(California Wine Institute)가 주최한 제1회 캘리포니아 와인 부트 캠프의 탑3 소믈리에 중 한 명으로, 캘리포니아 와인을 대중에게 알리는 다양한 홍보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WSA 와인아카데미에서 와인 강의를 맡고 있으며, 다양한 국가의 와인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다.

양윤주 소믈리에

STORY 소믈리에인 나 때문에, 우리 집은 명절마다 외삼촌 댁에 모여 제사를 지낸 뒤 와인을 마시며 영상을 보는 문화가 생겼다. 지난 추석에는 20살이 갓 지난 사촌 동생들과 있었기에 특별한 와인을 준비하고 싶었다. 늘상 가져갔던 클래식한 스타일 대신에, 트렌디하고 맛이 뚜렷한 와인인 파스쿠아 진 프리미티보(Pasqua ZIN Primitivo Puliga)를 가져갔다. 레이블 역시 타투를 새긴 빨간 머리의 소녀가 그려져 있어 개성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때 우리가 페어링한 영상은 바로 '오징어게임'. 명절에 가족들과 모여 보기에는 다소 자극적이었지만 한번 보면 멈출 수 없는 대단한 작품이었다. 몰입도 있는 순간에 함께 페어링한 진 프리미티보는 처음 와인을 맛보는 동생들에게 완벽하게 각인되었다. 스릴러물과 잘 어울리는 와인이다. 

파스쿠아 진 프리미티보 풀리아
Pasqua ZIN Primitivo Puliga

생산지 이탈리아 풀리아 품종 프리미티보 
수상 내역 VIVINO 4.2점 

파스쿠아(Pasqua)가 만든 농염하면서도 매혹적인 레드 와인이다. 넘치는 욕망과 'ZIN'이라는 와인 이름이 와인의 특성을 말해주고, 라벨에 그려진 타투를 한 여인이 이 와인의 도발적인 매력을 잘 보여준다. 손수확 한 포도를 탱크에서 15~20일간 저온 발효한 뒤 양조하며, 병입 전 6개월간 오크 숙성을 거친다. 적당한 산도와 함께 파워풀하면서도 부드러운 미감이 좋은 포인트를 준다. 자두, 체리, 스파이스, 바닐라, 허브, 커피 등의 복합적인 풍미가 느껴진다. 

Recommended By 양윤주 소믈리에 @yangwatchsomm 
수입사 에이엘와인 @pasquawines.korea 

미쉐린 레스토랑 출신 총괄 셰프는 어떤 와인을 선택할까? – 윤병준 셰프 

윤병준 셰프는 와인전문기업 아영 FBC가 작년 오픈한 레스토랑 르몽뒤뱅의 총괄 셰프를 맡고 있다. 싱가폴 5성급 호텔, 프렌치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을 거쳐, 한국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과 미쉐린 가이드 레스토랑에서 수셰프를 역임했다. 30살 나이에 쎄이종이라는 작은 레스토랑을 운영하다가 르몽뒤뱅에 합류하게 되었다. 와인전문기업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인 만큼 르몽뒤뱅은 와이너리 행사나 와인 관련 시음 행사를 자주 열고 있다.

윤병준 셰프

STORY 추석에는 기름지거나 육류 위주의 음식을 많이 접하게 된다. 와인을 고를 때도 이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추석을 위한 와인은 칠레 에라주리즈(Errazuriz)의 돈 막시미아노이다. 지난 5월 한국에서 열린 베를린 테이스팅에서 선보인 와인으로, 최근에는 대한항공 1등석 와인으로 너무나 유명하고 잘 알려져 있는 와인이다. 퀄리티도 남다르지만 무엇보다 명절 음식과의 페어링을 이유로 이 와인을 선택했다. 육전, 고기산적, 양념갈비와 매치했을 때 가장 뛰어난 페어링을 보여준다. 또 하나의 장점은 추석에 뵙게 될 어르신들께 선물하기가 좋다는 점이다. ‘대한항공 1등석 와인’이라고 넌지시 말씀드렸을 때 반응이 너무나 좋았다.

에라주리즈 돈 막시미아노 파운더스 리저브
Errazuriz Don Maximiano Founder’s Reserve

생산지 칠레 아콩카구아 밸리 
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69%, 말벡 12%, 프티 베르도 8%, 카르미네르 8%, 카베르네 프랑 3% (2016빈티지) 
수상내역 2024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 97점 (2021 빈티지), 2024 팀 앳킨(Tim Atkin) 96점 (2021 빈티지), 2024 데스콜차도스((Descorchados) 98점 (2021 빈티지)   

비냐 에라주리즈(Viña Errazuriz)의 창립자 돈 막시미아노(1832~1890)를 기리기 위한 와인이자, 에라주리즈의 아이콘 와인인 ‘돈 막시미아노 파운더스 리저브(Don Maximiano Founder’s Reserve)’. ‘월드 베스트 소믈리에' 챔피언인 마크 알머트(Marc Almert)가 900여 종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2023년 돈 막시미아노 2016 빈티지를 대한항공 1등석 와인으로 선정했다. 또한 돈 막시미아노 2021 빈티지는 데스콜차도스(Descorchados) 98점과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 97점, 팀 앳킨(Tim Atkin) 96점 등 역대 돈 막시미아노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점수를 경신하기도 했다. 

루비 빛이 감도는 아름다운 자주색 컬러와 검은 과실, 카시스와 사랑스러운 허브의 향이 조화를 이루면서 뛰어난 밸런스와 매력적인 복합미를 보여준다. 블루베리, 신선한 딸기, 블랙베리 등의 과일 아로마와 넛맥, 캬라멜, 바닐라의 부드러운 향이 조화롭게 어울린다. 팔렛에서는 잘 익은 블루베리, 비터 초콜릿, 블랙 체리, 담배, 로즈마리, 약간의 감초 향이 드러나며, 세련된 타닌이 감싸며 섬세함과 긴 여운의 피니쉬를 준다.  

Recommended By 윤병준 셰프 @yoon__byungjun  
수입사 아영FBC @ayoungfbc

연휴를 함께한 레스토랑 동료들과 나눈 상쾌한 부르고뉴 와인 – 류태환 셰프

류니끄는 미쉐린 가이드 2024에 신규 등재되며, 혁신적인 파인다이닝을 선보이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다. 류니끄의 오너, 류태환 셰프는 2011년 신사동 가로수길 한적한 골목에서 요리계 커리어를 시작하여 일본, 호주, 영국에서 8년여간 수행을 하고 돌아와 한국에서 ‘하이브리드 퀴진’의 개념을 세웠다. 한국의 로컬 식재료를 사용하여 일본 요리와 프렌치 테크닉을 혼용하는 새로운 퀴진을 선보이고 있다. “사람은 환경에 영향을 받듯, 작게는 재료의 본질에서 크게는 지역의 유산까지 배우며 로컬 식재료 여행에 오랜 시간 매진해 왔다. 진정한 퓨전이란 탄탄한 기본과 기본이 만나 나오는 하나의 새로운 결과물이다”라며 그 만의 미식세계를 소개했다.

류태환 셰프

STORY 레스토랑은 연휴에도 바쁘다. 기상 변화로 추석에도 아직은 더운 시기, 함께 고생한 동료들과 차갑게 칠링한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을 나누며 좋은 기운을 전하고 싶었다. 다들 사는게 척박한 요즘, 맛있는 와인 한잔의 여유를 가지면서 공동 목표를 다시 한번 새기는 시간은 소중하다. 이날 선택한 와인은 ‘도멘 샤펠 에 피스(Domaine Chapelle & Fils)’의 ‘상트네 프리미에 크뤼(Santenay 1er Cru)’였다. 상트네가 최고급 샤르도네 생산지인 만큼 이날 마신 와인의 퀄리티도 좋았다. 시트러스를 중심으로 향이 풍성하고 산도가 좋아, 약간 기름기가 있는 동태전이나 나물과의 페어링도 뛰어나다.

도멘 샤펠 에 피스 상트네 프리미에 크뤼 레 그라비에르 블랑
Domaine Chapelle et Fils Santenay 1er Cru Les Gravieres Blanc

생산지 프랑스 부르고뉴 상트네 품종 샤르도네 100% 

도멘 샤펠 에 피스의 와인은 테루아의 특성이 분명하게 표현되며 집중도 있는 아로마가 특징적이다. 2009년 심어진 묘목에서 자란 포도로 만들어진 이 와인은 프랑스 오크통에서 12개월간 숙성했다. 개나리 황금빛을 뿜어내며, 바닐라, 배 그리고 사과의 복합적인 뉘앙스로 시작하여 높은 산도와 미네랄리티가 훌륭한 조화를 이루며 산뜻한 피니쉬를 선사한다. 

Recommended By 류태환 셰프 @chef_ryutaehwan
수입사 비티스 @vitis_korea 

높은 완성도에 즐거움 이상의 감동, 연륜과 지혜가 담긴 선택 – 이지희 와인 강사

시각 디자이너 경력이 있는 이지희 와인 강사는 와인과 사랑에 빠져 경희대학교 관광대학원 와인소믈리에 학과에서 석사학위, 동 대학에서 조리외식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유니베르시테 뒤 뱅(Univertite du Vin)'과 '에콜 뒤 뱅(Ecole du Vin)', 이탈리아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scuola)'에서 와인 연수를 받았으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다수의 와이너리 투어를 다녀오기도 했다. 현재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부회장이며, 보르도와인협회(CIVB) 인증 강사이다. 경희대학교 와인·워터·티 마스터소믈리에 전문가 과정을 포함하여, 연평균 100회의 와인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저서 『화가가 사랑한 와인』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펼쳐진 예술과 와인의 향연을 그려냈다.

이지희 와인 강사

STORY 사람에겐 서로 다른 운명이 존재한다. 평소 소원했던 가족들과 한자리에 모여 풍성한 음식을 즐기며 그간의 삶을 풀어 놓을 수 있는 추석과 명절을 학수고대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일찍이 부모형제들을 천국에 보내고는 홀로 조용히 보내는 이들도 있다. 외로움과 고독에 휩싸였던 시기도 있었지만, 세월이 흐르고 연륜이 쌓이면서 책과 와인, 그리고 미리 준비해 둔 음식으로 그 시간을 나름대로 잘 보내고 있다. 물론 추석 다음 날 찾아와주는 지인이 싸 온 음식과 함께하며 오붓한 시간도 보내지만 말이다. 와인만 마셔도 높은 완성도에 즐거움 이상의 감동을 주며, 다양한 한식과 잘 어울리는 이상적인 와인, '샤토 드 보카스텔(Château de Beaucastel)'의 샤토뇌프-뒤-파프 루즈를 추천한다.

샤토 드 보카스텔 샤토뇌프-뒤-파프 루즈
Château de Beaucastel Châteauneuf-du-Pape Rouge

생산지 프랑스 남부론 샤토뇌프-뒤-파프  
품종 무르베드르 30%, 그르나슈 30%, 시라 15%, 꾸누와즈 10%, 쌩소 5% 외 

수상내역 Wine Spectator 100대 와인 7위 (2019 빈티지), 2015 대한민국 주류대상 '구대륙 레드 와인부문 대상' 수상, 2020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 97점, 2020 와인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97점,
2019 디캔터(Decanter) 96점 

프랑스 남부 론 지방의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 샤토 드 보카스텔을 소유하고 있는 페랑(Perrin) 가문은 100년이 넘도록 가족 경영을 이어오고 있는 와인 명가다. 샤토 드 보카스텔은 남부 론을 대표하는 샤토뇌프-뒤-파프 생산자다. 자연 존중을 철학으로 가진 페랑 가문은 고집스럽게 전통적인 포도 품종을 모두 재배한다. 또한 1951년부터 유기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산화방지제를 넣지 않고 와인을 양조하는 이곳만의 방법을 개발해 특허를 내기도 했다. 진하고 깊은 석류 빛 루비색에 블랙 체리, 라즈베리, 달콤한 야생 검은 과일과 제비꽃의 향, 후추, 연기, 감초, 타르의 이국적인 향신료, 삼나무, 담배, 커피, 훈연 향과 미네랄 향이 복합적이고 고급스럽다. 신선한 붉은 과일잼 맛에 은근한 송로버섯과 동물 가죽, 야생조류 부케가 독특하다. 정교한 타닌과 섬세한 산도, 균형감 좋은 탄탄한 구조, 기품과 특유의 매끈함이 근사한 긴 여운의 드라이 풀 바디 와인이다. 따뜻한 품종에서 나온 온화한 화려함이 탁월하다. 10년쯤 순화되어 공기처럼 가뿐한 완벽한 순간도 기대한다. 

Recommended By 이지희 와인 강사 @jiheeogb
수입사 신동와인 @shindongwine 

글 각 인터뷰이 정리 이새미 자료 제공 각 수입사

  •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기사 공개일 : 2024년 09월 13일
c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