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테루아의 모든 것 #2 기후

Edited by이 새미

기후에 따라, 같은 포도 품종을 사용하더라도 전혀 다른 느낌의 와인이 탄생한다. 기후의 역할과 종류를 알아본다.

기후(Climate)

온도와 일조량, 낮과 밤의 일교차, 강우량, 고도, 바다의 영향 등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에서 기후 요인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 와인 생산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따뜻한 기온과 높은 일조량은 포도가 빠르게 숙성하도록 하여, 대체로 진하고 풍성한 과일 풍미와 높은 알코올 도수, 낮은 산도를 가진 와인이 생산되게 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서늘한 기온은 포도의 생장을 느리게 하여, 포도가 천천히 익으면서 산도를 보존하고 복합적인 아로마를 발달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해양성 기후를 지닌 캘리포니아 해안의 한 와인 산지(©2020 JAK WONDERLY PHOTOGRAPHY)

유형별 기후

해양성 기후(Maritime climate/Oceanic climate wine)

북위 30°~50°의 대륙 서쪽 해안 지역에서 해양성 기후의 와인 산지가 많이 분포한다. 해풍이 차가운 공기를 내륙으로 운반하여 낮의 열기를 식혀주며, 바다가 열을 천천히 흡수하고 방출하는 완충 장치처럼 작용한다. 일교차와 연교차가 작기 때문에,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크지 않고 서늘한 여름과 온화한 겨울이 특징적이다. 포도가 오랫동안 천천히 성숙하기 때문에, 균형적인 산미와 신선함이 두드러지는 와인이 탄생한다. 또한 해양성 기후를 가진 지역에는 연중 비가 고르게 내리는 편으로, 생산자들에게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재배 환경을 제공한다. 단, 습기로 인한 곰팡이 피해가 있을 수 있다.

걸프스트림/북대서양 해류의 영향을 받는 프랑스 보르도, 캘리포니아 해류의 영향을 받는 캘리포니아의 해안 지역, 훔볼트 해류의 영향을 받는 칠레 서해안 지역, 뉴질랜드 말보로(Marlborough), 호주 태즈메이니아(Tasmania) 등이 있다.

대륙성 기후(Continental climate)

대륙성 기후는 큰 수역이 없는 내륙 지역이나, 산맥으로 인해 바다의 영향을 받지 않는 지역에서 나타난다. 해양성 기후와 반대로 연교차가 커서 여름은 무덥고 겨울은 춥다. 포도의 재배 기간 일교차도 비교적 뚜렷하다. 낮의 열기로 포도알이 잘 익으면서도, 밤에는 찬 공기가 포도를 식혀주어 산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섬세한 과일향과 산도, 타닌이 균형을 이루는 구조적인 스타일의 와인이 만들어진다. 봄 개화기의 서리 피해 등 날씨로 인해 빈티지별로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

프랑스의 부르고뉴, 북부 론, 상세르 등이 대륙성 기후에 속하며, 이탈리아의 피에몬테, 스페인의 리베라 델 두오로도 이에 포함된다.

지중해성 기후(Mediterranean climate)

지중해성 기후는 일반적으로 온화하고 연중 기온이 안정적이다. 포도의 성장기인 여름에는 풍부한 일조량과 건조한 날씨가 나타나며, 겨울에는 온화한 날씨와 강수량이 집중되는 ‘겨울 우기’가 특징이다. 따라서 와인의 바디감이 비교적 좋으며 더 높은 알코올 함량과 풍성하고 잘 익은 과일 풍미가 두드러진다. 타닌이 잘 발달하며, 벨벳 같은 질감을 가진 풍요로운 와인이 많이 생산된다. 지역에 따라 고도나 해풍 등 냉각 요인이 있으면 산도와 신선함이 더 잘 유지되기도 한다.

지중해성 기후의 대표 산지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프랑스 남부 론,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 그리스의 대다수 지역, 남호주 바로사 밸리, 남아프리카공화국 웨스턴 케이프 등이다.

남호주 바로사 와인 산지(©South Australian Tourism Commission)

고지대성 기후(high-altitude climate)

고지대성 기후는 일반적으로 해발 500m 이상에서 두드러지며, 아르헨티나의 살타(Salta) 지역처럼 해발 3,000m 이상의 포도밭에서도 와인이 생산된다. 햇빛과 자외선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강해지는데, 이는 타닌, 색소 등 포도껍질의 페놀 성분을 축적하도록 돕는다. 또한 고도가 100미터 높아질 때마다 평균 기온은 약 0.6~0.65°C 낮아지는 경향이 있어, 포도의 성숙 속도는 완만해진다. 일교차가 큰 편으로 밤에는 기온이 떨어져, 천연 산도와 신선함을 보존하게 된다. 산악 지형이나 가파른 경사지에 포도밭이 위치할 경우 배수성이 좋기 때문에 포도나무의 가뭄 스트레스가 발생할 수 있으며, 농축된 풍미의 와인이 만들어지는 조건이 된다.

아르헨티나의 멘도사와 살타 지역, 캘리포니아의 멘도치노 릿지(Mendocino Ridge) AVA, 이탈리아 알토 아디제와 발텔리나(Valtellina), 스페인 리베라 델 두에로의 고지대 포도밭이 유명하다.

아르헨티나 멘도사의 고지대에 자리한 비냐 코보스 와이너리(사진 제공 국순당)

사막성/건조 기후(Arid climate)

사막성(건조) 기후는 강수량이 매우 적고 일조량이 높아 포도가 빠르게 익기 쉬운 환경이다. 충분한 햇빛과 높은 낮 기온은 당도와 농축감을 끌어올리지만, 수분 스트레스가 과해지면 과숙이나 일소 증상* 등의 리스크가 있다. 또한 건조한 공기와 맑은 하늘 때문에 일교차가 커지기 쉬우며, 밤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지역에서는 산도와 향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칠레 후아스코 밸리 등 아타카마 사막 변두리의 포도밭,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 인근에서도 와인이 생산된다.

*일소 증상 여름철 고온과 강한 햇빛으로 인해 포도 알이 햇볕에 데인 것처럼 갈색으로 변하거나 반점, 껍질에 반점, 괴사 등이 나타나는 현상

자료 조사·정리 이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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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개일 : 2025년 1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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