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15세(Louis XV)가 만든 가장 의외의 업적
샴페인 드 브노쥬 ‘루이 15세’(Champagne de Venoge ‘Louis XV’)의 ‘루이 15세’라는 이름 앞에서 많은 이가 잠시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른다. 태양왕이라 불린 절대군주 루이 14세도 아니고, 마리 앙투아네트와 함께 기요틴에서 참수를 당한 루이 16세도 아니다.
그렇다면 루이 15세는 과연 어떤 왕이었을까.
그리고 왜 샴페인 드 브노쥬(Champagne de Venoge)는 수많은 역사적 인물 가운데, 굳이 그의 이름을 프레스티지 바틀에 새겼을까 하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사실 그는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을 남긴 암군으로, 혹은 화려한 여성 편력으로 회자되는 인물이다. 퐁파두르 백작 부인과 마담 뒤바리 같은 이름들이 그의 정치적 업적보다 먼저 떠오르는 왕. 그래서 루이 15세는 많은 이들에게 끝내 명확히 규정되지 않는, 모호한 존재로 남아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사치스럽고 사적인 궁정 생활 속에서 프랑스의 미식과 와인 문화는 제도와 관습의 형태로 굳어지기 시작했다. 루이 15세 시대의 베르사유 궁정은 와인이 단순히 소비되는 공간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선택되며 비교되는 무대였다. 그 과정에서 프랑스 각지의 와인이 한자리에 모였고, 산지와 스타일을 구분하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확산되며 오늘날 프랑스 와인 문화의 기본적인 틀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이 환경 위에, 결정적인 전환점이 하나 더해졌다.
1728년, 와인을 병에 담아 운송하는 것을 허용한 칙령이다. 이 조치는 샴페인을 포함한 프랑스 와인을 병 숙성과 장거리 유통이 가능한 상품으로 자리 잡게 만들었고, 와인을 단순한 즉시 소비재가 아닌 보관과 저장, 그리고 빈티지에 따른 품질 차이를 인식하는 대상으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프랑스 와인이 ‘마시는 술’에서 ‘시간을 담은 문화’로 이동한 순간이었다.
루이 15세는 개혁의 상징도, 도덕적 모범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시대는 프랑스 와인이 단순한 음료를 넘어, 규범과 취향, 그리고 시간의 개념을 갖춘 문화로 정착하는 결정적 토대를 마련했다. 그 점에서 루이 15세는, 평가가 엇갈릴지언정 프랑스 와인사에서 결코 비켜설 수 없는 이름이다.
1728년 5월 25일, 우연에 맡겼던 거품이 기술이 되다
루이 15세 이전에도 샴페인은 존재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늘날 우리가 아는 샴페인과는 분명히 달랐다. 당시 프랑스 전역의 와인은 대부분 배럴, 즉 나무통에 담겨 이동했다. 문제는 샴페인만큼은 이 방식이 치명적으로 맞지 않았다는 점이다.
샴페인의 생명은 거품이다. 그러나 배럴은 구조적으로 압력을 견디지 못한다. 나무는 숨을 쉬고, 통은 미세한 틈을 만든다. 두 번째 발효에서 생성된 이산화탄소는 통 안에 머물지 못하고 빠져나간다. 거품은 사라지고, 와인은 평범한 화이트 와인에 가까워진다. 발효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이동한 와인은 도착지에서 다시 움직였고, 통마다 맛과 상태는 제각각이었다.
이 시기의 샴페인은 아직 안정되지 않은 술이었다. 생산자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고, 소비자는 품질을 신뢰할 수 없었다. 샴페인은 아직 ‘완성’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였다.

1728년 5월 25일, 루이 15세는 샴페인을 유리병에 담아 유통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칙령을 발표하며, 샴페인 역사를 결정적으로 전환시켰다. 이 조치는 단순한 행정 명령이 아니었다. 샴페인의 거품을 보존할 수 있게 만든 최초의 제도적 장치였고, 샴페인을 ‘우연의 와인’에서 ‘의도의 와인’으로 바꾼 분기점이었다.
유리병은 압력을 견뎠고, 코르크는 내부의 가스를 붙잡았다. 병입 유통이 가능해지자, 생산자는 두 번째 발효를 병 안에서 설계할 수 있게 되었다. 설탕의 양, 효모의 선택, 숙성의 시간까지 모든 것이 조절 가능한 변수가 되었다. 샴페인은 더 이상 운에 맡겨진 술이 아니었다.
의도된 아름다움이 만들어낸 '샴페인 드 브노쥬'
루이 15세의 병입 칙령이 샴페인을 ‘의도적으로 설계 가능한 술’로 바꾼 이후, 이 새로운 구조 위에서 각자의 해석을 더한 샴페인 하우스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샴페인 드 브노쥬는 그 흐름 속에서 태어난 대표적인 하우스다.

1837년 설립된 샴페인 드 브노쥬는 “샴페인의 수도”라 불리는 에페르네를 거점으로 성장해왔다. 하우스의 본거지인 에페르네 샹파뉴가 33번지는 지금도 브랜드의 역사와 미감이 가장 응축된 장소로, 드 브노쥬가 어떤 샴페인을 만들어왔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이 하우스의 스타일을 규정하는 지리적 강점은 위치 자체보다 포도 산지에 대한 접근 방식에 있다. 에페르네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샴페인 드 브노쥬는 샹파뉴 전역으로 시야를 넓혀 왔고 그 중심에는 부르고뉴와 거리가 가까운, 가장 남부 오브(Aube) 지역의 레 리세(Les Riceys)가 있다. 샴페인 지역에서 유일하게 세 개의 AOC를 보유한 이 마을은 스파클링과 스틸 레드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독특한 테루아를 지니며, 구조감과 밀도가 뛰어난 피노 누아로 잘 알려져 있다. 균형과 구조를 중시하는 스타일은 이러한 산지 선택 위에서 형성된다.
이러한 선택은 곧 양조 방식에 대한 분명한 태도로 이어진다. 모든 샴페인을 퀴베(Cuvée, 첫 압착 주스)만으로 양조하고, 1995년 이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발효를 중심으로 한 현대적 방식을 확립했다. 이는 신선함과 정밀함을 극대화하기 위한 결정으로, 샴페인을 강렬한 인상보다 구조와 완성도로 평가하려는 방향성을 드러낸다.
또, 샴페인 드 브노쥬는 일찍부터 샴페인을 하나의 미적 언어로 바라봤다. 텍스트 위주의 라벨이 일반적이던 시절 일러스트레이션을 도입했고, 20세기 초에는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샴페인을 시각적 이미지와 태도로 확장시켰다. 1939년 프랑스 아티스트가 디자인한 코르크와 신사 모자 콘셉트의 광고는, 샴페인이 마시는 술을 넘어 ‘보여지는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드러낸 사례다. 비교적 최근에는 스트리트 아티스트 테오 카이카이와의 협업을 통해, 샴페인 병 자체를 현대 예술의 캔버스로 확장하는 시도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예술과의 교류는 이 하우스가 추구해온 미학을 형성하는 중요한 축으로 작용해왔다.

오늘날 하우스의 정점으로 꼽히는 ‘루이 15세(Louis XV)’ 라인은 이러한 역사와 태도, 예술과 기술이 가장 선명하게 만나는 프레스티지 라인이다. 18세기 궁정의 카리프에서 영감받은 디캔터 형태의 보틀은 장식이 아니라, 이 샴페인이 지닌 위상을 드러내는 상징에 가깝다. 최고의 빈티지에만 한정해 생산되는 이 라인은 드 브노쥬가 추구해 온 균형과 숙성의 방향을 가장 또렷하게 보여준다.
샴페인 드 브노쥬 루이 15세의 네 가지 퀴베, 하나의 철학
이 하우스의 프레스티지 라인은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한다.
“샴페인은 언제 가장 아름다워지는가.”
샴페인 드 브노쥬는 이 질문에 단 하나의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네 개의 ‘루이 15세’는 같은 시간에 대한 두 가지 해석과, 서로 다른 시점에서 완성된 두 가지 선택으로 구성된 한정판이다. 이 구성은 샴페인의 아름다움이 하나의 기준으로 정리될 수 없음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샴페인 드 브노쥬 루이 15세 1995(Champagne de Venoge Louis XV) 1995
품종 샤르도네 50%, 피노 누아 50%
장기 숙성에서 비롯된 무화과와 토피, 비스킷, 셰리와 뱅 존을 연상시키는 깊은 뉘앙스가 인상적이다. 섬세하면서도 집중도 높은 질감 위로 미네랄과 살구, 복숭아의 여운이 길게 이어지며, 정찬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가스트로노미 샴페인의 전형을 보여준다.
연간 약 1만 5천 병만 생산되며, 1995 빈티지는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 98점,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 97점을 기록했다.

샴페인 드 브노쥬 루이 15세 1996(Champagne de Venoge Louis XV) 1996
품종 샤르도네 50%, 피노 누아 50%
장기 숙성에서 비롯된 토피와 구운 비스킷, 말린 무화과의 뉘앙스에 셰리와 뱅 존을 연상시키는 산화적 깊이가 겹치며, 단단한 구조가 먼저 드러난다. 미네랄을 중심으로 한 선명한 중심축 위로 살구와 복숭아의 여운이 길게 이어지며, 요리의 흐름을 끊지 않는 정제된 가스트로노미 샴페인의 성격이 분명하다.
연간 약 1만 5천 병 내외만 생산되며, 1996 빈티지는 제임스 서클링 99점을 기록했다.

샴페인 드 브노쥬 루이 15세 2008(Champagne de Venoge Louis XV) 2008
품종 샤르도네 50%, 피노 누아 50%
2008 빈티지는 유산 발효를 거치지 않은 선택으로, 이 라인 중에서도 가장 선명한 산도를 전면에 드러낸다. 밝은 볏짚 빛 컬러와 섬세한 버블 위로 레몬과 흰 과실, 흰 꽃의 신선함이 먼저 펼쳐지고, 뒤이어 브리오슈와 헤이즐넛의 고소한 뉘앙스가 구조를 잡아준다. 산도가 중심을 단단히 지탱하며 우아하고 긴 여운으로 이어지는 스타일로, 장기 숙성 잠재력이 특히 돋보이는 빈티지다.
2008 빈티지는 제임스 서클링 95점, 로버트 파커 93+점을 기록했으며, 약 10,326병만 생산되었다.

샴페인 드 브노쥬 루이 도르 1995(Champagne de Venoge Louis d’Or) 1995
품종 샤르도네 50%, 피노 누아 50%
180주년 리미티드 에디션인 루이 도르 1995는 하우스 설립 180주년을 기념해 단 1,837병만 생산된 특별한 빈티지다. 긴 숙성에서 비롯된 럭셔리한 골드 컬러와 함께 브리오슈, 머쉬룸, 이스트의 복합적인 부케가 깊이 있게 펼쳐진다. 20년 이상의 시간을 거쳤음에도 구조는 놀라울 만큼 단단하고, 미네랄을 중심으로 섬세한 버블과 긴 피니쉬가 정제된 긴장감을 유지한다.
제임스 서클링 94점(2022)을 기록했으며, 트러플 요리나 캐비어를 곁들인 굴처럼 강한 풍미의 미식과 가장 빛나는 조합을 이룬다.
샴페인 드 브노쥬 루이 15세를 완성하는 단 하나의 잔
이 샴페인이 지닌 구조와 숙성의 깊이는, 어떤 잔에서 마시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그래서 샴페인 드 브노쥬는 루이15세(Louis XV)를 위해 별도의 글라스를 제안한다.
샴페인 잔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두 형태는 플루트와 쿠페다. 플루트는 좁고 긴 구조 덕분에 기포를 오래 붙잡아 샴페인의 생동감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반대로 쿠페는 넓게 열린 보울로 향을 빠르게 풀어내지만, 그만큼 버블은 쉽게 흩어진다. 하나는 지속을, 다른 하나는 개방을 택한 셈이다.

샴페인 드 브노쥬 루이 15세 글라스는 흔히 연상되는 쿠페와는 다르고, 전통적인 플루트와도 완전히 같지 않은 형태다. 상부는 보다 열려 향을 끌어올리되, 볼의 깊이와 각도를 통해 기포의 흐름은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이 글라스의 의도는 분명하다. 버블을 오래 붙잡기 위한 연출도, 향을 과도하게 퍼뜨리는 해석도 아니다. 장기 숙성에서 비롯된 아로마와 질감, 그리고 샴페인의 생동감을 동시에 놓치지 않기 위한 균형의 선택이다. 루이 15세가 가진 시간의 밀도와 미네랄의 선명함은, 이 잔에서 가장 차분하고 정확하게 읽힌다.
드 브노쥬의 잔은 새로운 형태를 주장하기보다, 샴페인을 어떻게 마셔야 하는지에 대한 태도를 드러낸다. 루이 15세를 완성하는 마지막 요소는 장식이 아니라, 이 샴페인이 의도한 리듬을 끝까지 존중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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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뽀노애미 사진·자료 제공 와이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