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소 로블스의 중심에서 피어난 두 와인메이커의 뜨거운 우정에 영감을 받아, 우리는 협력의 정신으로 와인을 빚는다.” - 부커 빈야드(Booker Vineyard)

와인세계에서 ‘좋은 이웃’을 둔다는 것은 와인의 가치를 설명하는 하나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포도밭들이 같은 토양과 바람, 일조량 등 테루아를 공유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른바 그랑 크뤼급 포도밭에 인접한 밭들이 비슷한 성격을 띠는 이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위대한 와인은 자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땅의 가능성을 읽고 해석하는 ‘사람의 지혜’가 더해질 때 비로소 병 속의 작품이 탄생한다. 어쩌면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이웃 와인메이커가 건네는 조언과 아낌없는 호의는, 그 어떤 데이터로도 설명할 수 없는 ‘우정의 테루아’가 되어 와인의 한 부분을 채운다.
부커 빈야드(Booker Vineyard)의 '마이 페이버릿 네이버 까베르네 소비뇽(My Favorite Neighbor Cabernet Sauvignon)'은 바로 이 지점에서 태어났다. 와인메이커, 에릭 젠슨(Eric Jensen)은 파소 로블스의 거장이자 스승인 스테판 아쎄오(Stephan Asseo)에 대한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이 한 병에 고스란히 담았다. 좋은 이웃, 동료, 친구가 우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하게 만든다는 진실이, 이 와인 속에도 담겨 있다.

흙먼지 나는 포도밭을 선택한 이유
1990년대 후반 부동산과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분야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은 에릭 젠슨은 와인에 매료되어 2001년 파소 로블스 서쪽 언덕의 부커 빈야드를 매입했다. 처음엔 단순히 포도를 재배해 인근 와이너리에 판매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웃’들이 그의 운명을 바꾸었다. 싹섬(Saxum)의 저스틴 스미스(Justin Smith)가 만드는 놀라운 와인을 보며 그는 질문을 던졌다. “우리 땅에도 이런 와인이 가능할까?” 그는 즉시 성공한 사업가의 슈트를 벗어 던졌다. 싹섬 포도밭에서 땀 흘리며 답을 찾았고, 자신의 첫 빈티지 와인(2005년)을 선보였다. 당시 무명이나 다름없는 그의 와인은 평론가들의 극찬을 이끌어내며 순수한 열정의 보답을 받았다.
고래 뼈가 묻힌 하얀 언덕의 비밀
부커 빈야드가 입은 ‘이웃의 축복’은 지질학적으로도 입증된다. 이곳은 파소 로블스에서도 최상의 테루아를 자랑하는 윌로우 크릭(Willow Creek)에 위치한다. 과거 해저였던 지층이 융기하며 형성된 곳으로, 석회질 토양이 핵심이다. 실제로 땅을 파보면 조개껍데기와 고래 뼈 화석이 무수히 발견된다. 칼슘 함량이 높기 때문에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산도 유지는 문제없다. 스펀지처럼 수분을 머금는 하얀 석회석층 덕분에 가뭄 속에서도 응축된 풍미를 얻을 수 있다. 윌로우 크릭 와인 특유의 농밀함과 신선함의 균형은 바로 이 토양에서 비롯된다. 에릭 젠슨은 이웃 선구자들이 척박한 땅에서 어떻게 보석 같은 풍미를 이끌어내는지 지켜보며, 부커 빈야드의 DNA를 해석해냈다.

나침반이 되어준 사람들
에릭 젠슨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인물은 라방튀르(L'Aventure)의 스테판 아쎄오였다. 그는 와인계의 이방인이었던 에릭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프랑스식 블렌딩 감각과 절제된 스타일을 공유했다. 그가 “스테판은 나의 모든 질문에 귀찮아하지 않고 답해준 유일한 사람”이라고 할 만큼 두 사람의 신뢰는 두터웠다. 싹섬의 저스틴 스미스 역시 초기부터 실질적인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이 보여준 ‘오픈 마인드’는 파소 로블스를 단순한 생산지를 넘어 서로 이끌고 손을 보태는 하나의 공동체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스테판 아쎄오 보르도 전통을 파소 로블스에 이식한 인물. 보르도 품종과 론 품종을 블렌딩하는, 전통을 벗어난 와인으로 유명하다.
*저스틴 스미스 지역 최초로 와인 스펙테이터 1위를 차지하며(2007 James Berry Vineyard) 파소 로블스 와인의 고품질을 전 세계에 알린 생산자다.

평단이 주목한 이름
열정과 헌신 그리고 테루아의 결합은 강력한 팬덤으로 이어졌다.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는 그를 “파소 로블스에서 가장 창의적인 양조가”라고 평하며 높은 점수를 아끼지 않았다. 부커 빈야드의 '우블리에(Oublié)'가 2017년 와인 스펙테이터 올해의 와인 TOP 10에 오르며 전세계 애호가들의 ‘머스트 헤브 와인 리스트’에 입성했다. 평론가 젭 던넉(Jeb Dunnuck) 역시 '마이 페이버릿 네이버 까베르네 소비뇽'을 두고 “나파 밸리의 고가 와인들을 위협할 정도의 품질과 가치”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로써 파소 로블스가 론 블렌딩의 성지뿐만 아니라 차세대 까베르네 소비뇽의 산지란 걸 알리게 되었다.

마이 페이버릿 네이버 까베르네 소비뇽(My Favorite Neighbor Cabernet Sauvignon)
품종 까베르네 소비뇽 83%, 프티 베르도 7%, 말벡 7%, 프티 시라 2%, 시라 1%
숙성 55% 새 프렌치 오크(225L), 45% 중성 프렌치 오크(225L)에서 18개월
짙은 보라색을 띠고 블랙 체리, 카시스, 따뜻한 향신료(넛맥, 정향)의 향이 풍부하다. 부드럽게 녹아든 타닌과 균형잡힌 산미가 조화를 이루며 입안을 가득 채우는 풀 바디와 긴 여운을 남긴다. 젭 던넉 97점(2015), 와인 애드버킷 96점(2019), 제임스 서클링 94점(2021) 등 세계적인 평론가들이 "파소 로블스 까베르네 소비뇽이 도달할 수 있는 정점"이라고 입을 모으는 와인이다. 페어링 추천은 스테이크, 바베큐, 양고기, 버섯, 하드 치즈, 피자 등 다양하다.
수입사 (주)와이넬
▶홈페이지 winell.co.kr
▶인스타그램 @winell.co.kr
▶Tel. 02-325-3008
글 박지현 사진·자료 제공 와이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