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좋아하는 와인 스타일

Written by정 휘웅

한국인들의 와인 사랑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덜한 편이다. 이는 소주라는 주력 술이 이미 강하게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고도주에 대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를 거치며 와인에 대한 선호도가 상당히 높아졌으며, 특히 남성 소비자들의 선호가 많이 올라왔다. 여성 소비자들의 유입도 꾸준하다. 비록 2024년 1~2월 현재 경제의 문제, 다른 주종(위스키 등)과의 경쟁에 의해서 수입이 상당히 줄어들기는 하였으나, 이제는 주변에서 와인을 마시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와인은 대중화되었다. 대중화되면 그만큼 소비자 취향은 다양해진다. 이 글에서는 지금까지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소비자들은 어떤 스타일의 와인을 선호하는지 간략하게 범주로 나누어 정리해 본다.

40대 이상 남성의 레드 사랑

(유형1, 기업가) 와인 업계에서 큰 손이라고 할 수 있고 직접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입을 보여주는 소비자층이 이 곳이라 할 수 있다. 소득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어 있으며 사회적 지위도 오르기 때문에 그에 걸맞는 와인을 마시려는 경향이 강하다. 사회적 체면이 있기 때문에 우선 이름이 있는 와인을 선호한다. 모임에 나가면 그 와인이 곧 나의 사회적 지위를 보여준다고 생각하기에 저렴한 와인보다는 고가의 유명 와인을 선호한다. 누구나 들어도 아는 와인이어야 하기 때문에 보르도 그랑 크뤼, 미국의 유명 컬트 와인을 선호한다.

(유형2, 애호가) 나만의 와인을 찾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 화이트에 대한 선호도도 있으나 일단 집에 유명 레드 와인을 어느 정도 컬렉션 한 이후다. 즉, 화이트나 샴페인을 우선 수집한 뒤 레드를 수집하는 이는 찾기 어렵다. 대부분 남들이 다 들어본 유명 레드 와인을 셀러에 보관한다. 샴페인도 유명 와인으로 보관하며, 세일 정보에 매우 민감하다. 이 층에는 부르고뉴 와인이나 최근에 유명해지는 와인, 그리고 소량 수입 와인들을 중심으로 접근하기 좋다. 다만 국내에 이 스타일의 소비층이 그렇게 충분하지는 않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유형3, 일반 소비자) 강하고 진한 계열을 좋아한다. 담배나 고도주를 즐기다 보니 입 안의 민감도가 떨어져서 달고 강한 맛의 와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맛있는 와인 하나를 발견할 경우 가격이 적절하다면 그 와인 하나만 소비하여 한 박스씩 구매하고 냉장고에 쟁여둔다. (마치 맥주나 소주를 냉장고에 쟁여두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주류에서 재미를 느끼면 와인을 버리고 언제든 다른 주류로 옮겨갈 수 있다. 여기에는 칠레 와인 중 훌륭한 가성비 와인들이 잘 맞다고 볼 수 있다.

20대의 호기심

(남성) 맥주와 위스키가 메인으로 잡혀 있기 때문에 와인의 비율이 낮다. 이벤트 등에 활용할 와인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 주요 소비 패턴은 가벼운 주머니를 고려, 프로포즈 같은 중요한 행사에 사용할 중요한 와인을 고르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예산의 제약, 일회성 이벤트의 특징이 따르기 때문에 판매자의 관점에 있어서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따른다.

(여성) 감각적으로 접근하려는 관점이 강하다. 2020~2022년 팬데믹 기간 동안 외출이 제한된 상황에서 집에서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스타일의 즐길 거리에 와인이 큰 반향을 일으켰고 20대 여성 소비자의 도움은 매우 컸다. 특히 화이트 와인,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여는 데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파자마 파티 등에서 마시기 수월한 뉴질랜드 화이트 와인에 대한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 판매 관점에서 집중적으로 분석해야 할 소비자층이라 볼 수 있다. 미래에는 와인을 소주나 맥주보다 더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복잡미묘, 30~40대 여성 소비자

(유형1, 트렌드 세터) 패션 아이템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누군가가 다 아는 와인을 고르는 경우 오히려 이는 자신의 스타일과 경향을 드러내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내추럴 와인이나 부르고뉴 와인 중에서도 희소성이 있는 와인을 소비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친구들과 모임이 있는 경우에도 서로 어떤 와인을 가지고 오는지를 보고 서로를 품평하는 경향이 강하다. 판매 전략으로 한 번 판매한 와인은 어지간한 가성비 품질/희소성이 없다면 두 번 이상 판매가 어렵기에 판매 전략 수립이 까다롭다. 일회성 판매가 많을 수 있기에 판매자 입장에서 수익성에도 한계가 따른다.

(유형2, 일반 소비자 혹은 호기심 소비) 와인을 가족 혹은 친구 등 여러 범주에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경향이 강하다. 와인 하나를 보았을 때 “아파트 부녀회에서 냈을 때 저렴한 비용으로도 나를 돋보이게 해줄까”, “이번 명절에 시댁에 가져가서 내어도 문제가 없을까” 하는 “one source multi use(하나의 종류로 다수의 목적을 달성하는)” 경향을 띤다. 그래서 저렴한 와인이라도 스타일에 맞다면 여러 병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남성 소비자에 비해서 소비 빈도가 낮고 오래 보관했다가 쓰려는 경향이 강하기에 일회성 소비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상기의 설명 이외에 명확한 예외가 하나 있으니 바로 샴페인이다. 샴페인에 대한 소비자 성향은 발포성 포도주는 모두 샴페인으로 간주할 정도로 대한민국 성인 모두에게 브랜드가 각인되어 있으며, 실제 판매에서도 시장 비중이 상당히 높다. 샴페인에 있어서는 상기 모든 유형 분류가 무색할 정도이니, 참으로 샴페인은 놀라운 범주라 하겠다.

소비자들의 성향은 분명히 각각 차이점이 있으나, 이 모든 고객층을 범주화해서 집중적으로 공략하기는 어렵다. 결국에는 “합리적 가격에 맞는 좋은 맛을 가진 와인”이 시장에서 각광 받는다는 절대적 진리는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소비자의 특성이 바뀌더라도 상품성과 품질에 집중하고, 마케팅/타깃 소비자층 선별이라는 양념을 잘 버무린다면 다양한 소비자층에 훌륭하게 접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

정휘웅

온라인 닉네임 '웅가'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11,000건에 가까운 자체 작성 시음노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세 권의 책을 출간하였다. 김준철와인스쿨에서 마스터 과정과 양조학 과정을 수료하였다. IT 분야 전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와인 분야 저술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2013년부터 연초에 한국수입와인시장분석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행하고 있으며, 2022년 현재 열 번째 버전을 무료로 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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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개일 : 2024년 0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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