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와인의 매력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단연 ‘보르사비니(Borsa Vini)’다. '와인 거래소(Wine Exchange)'라는 의미 그대로, 이 행사는 단순한 시음회를 넘어 이탈리아 와인 업계의 현재와 미래를 한국의 와인 플레이어들과 연결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이다.

이탈리아 무역공사(ITA)가 주최하고 서울 하이스트리트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보르사비니’는 매년 이탈리아 전역의 와이너리들이 참여해 한국 시장에 다채로운 와인을 소개하는 행사다. 팬데믹 종료 후 2023년부터 재개된 이래, 참여 와이너리 수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보르사비니는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와이너리를 발굴하고, 이들을 한국 시장과 연결하는 데 그 핵심 가치를 둔다. 단순히 유명 브랜드를 반복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탈리아 전 지역의 유니크한 품종과 스타일을 통해 국내 시장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한다. 수입사, 유통사, 소믈리에, 미디어 등 참가자들의 목적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이탈리아 와인의 ‘넥스트 게임체인저’를 가장 먼저 발견하고자 하는 공통된 기대를 품고 있다.
보르사비니 2025의 주최자인 이탈리아 무역공사 서울사무소의 페르디난도 구엘리(Ferdinando Gueli) 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20년 이상 이탈리아 무역공사에서 활약해 온 페르디난도 구엘리 관장은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이탈리아 브랜드와 제조업 홍보 경험을 쌓은 이탈리아 무역 전문가다. 현재는 이탈리아 무역공사 서울사무소를 이끌며 한국 시장에 이탈리아 산업과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Q. 이번 ‘보르사비니 2025’는 이전 행사들과 어떤 점에서 차별화되고 핵심 목표는 무엇인가?
A. 보르사비니는 단순한 수출 촉진 행사를 넘어, 이탈리아의 국가 브랜드를 소개하는 중요한 플랫폼이다. 팬데믹 이후 다시 시작된 보르사비니는 올해로 3회차를 맞이했다. 첫해보다 참가 와이너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올해는 70여 개 브랜드를 대표하는 41개 와이너리가 참여했다. 특히 올해 참가한 와이너리의 80%는 한국 시장에 처음 소개되는 브랜드다. 새로운 생산자와 품종을 소개하고, 한국 수입사 및 전문가들과의 연결을 통해 양국 간의 교류를 확대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수입사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 향후에도 지속적인 확장을 기대한다. 또한 올해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서 마스터 클래스, 미디어 네트워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해 전문성과 실질적인 연결을 강화하고자 했다.
Q. 참가 와이너리 선정 기준은
A. 무역공사는 국가기관으로서 가능한 많은 와인을 소개하려 노력한다. 별도의 엄격한 선정 기준보다는, 새로운 와이너리와 품질 보장이 가능한 생산자를 중심으로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시칠리아부터 피에몬테까지 이탈리아 전역의 모든 주에서 온 와이너리들이 이번에 참가하여 이탈리아 와인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다.

Q. 지난 10년간 이탈리아 와인의 한국 수입액이 약 143% 증가했는데
A.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의 143% 성장률은 정말 유의미한 수치이다. 이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한국 소비자들이 이탈리아 와인의 매력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이탈리아 와인은 다른 나라와는 다른 독특한 특장점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한국 시장에 꾸준히 알린 결과라고 본다.
Q. 한국 시장 진출을 원하는 와인 생산자들을 위해 무역공사 차원에서 지원하는 활동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A. 와인 수입사와 생산자 간의 연결을 돕는 것이 우리의 핵심 역할이다. 품종, 스타일, 페어링 등 수입사가 알기 어려운 한국 소비자의 니즈를 분석하고 매칭시켜 주는 B2B뿐 아니라, 소믈리에 교육, 유통사 연결을 하는 비바 일 비노(Viva il Vino) 프로젝트와 같은 B2C 프로그램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이탈리아 와인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지원하고자 한다.

Q. 현재 한국 소비자와 업계 전문가들이 이탈리아 와인에 대해 갖는 인식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A.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은 호기심이 많고 개방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어, 이탈리아 와인의 다양성과 스토리에 대한 수용도가 높다. 특히 키안티, 바롤로 외에도 이탈리아에는 방대한 토착 품종이 있는데(웃음), 그러한 다양한 품종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우리는 이탈리아 와인에 대한 '발견(Discovery)'과 '경험(Experience)'를 통해 그 기쁨을 전하고자 한다.
Q. 이탈리아 와인을 홍보하고 양국 간 무역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특별한 계획이 있다면?
A. 물론, 이탈리아는 여러 좋은 제품이 있지만 지금 우리가 가장 집중하는 품목은 와인이다. 올해도 다양한 세미나, 마스터 클래스, 소비자 체험 행사를 준비 중이며,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단기적 효과뿐만 아니라 장기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앞으로도 더 정교하고 커스텀된 지원을 통해 수입업체와 생산자 간의 파트너십을 강화할 예정이다.

Q. 보르사비니는 와인업계를 대상으로 열리는 행사다. 반면 작년 9월에는 B2C 채널을 통해 비바 일 비노라는 프로모션도 진행했다.
A. '비바 일 비노'는 소비자들이 이탈리아 와인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 가깝게 경험할 수 있는 행사였다. 단순한 시음이 아닌, 와인을 통해 이탈리아의 문화를 만나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마치 여행하듯, 와인을 통해 새로운 지역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전하는 것이 목표였다.
물론 올해도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행사를 기획 중이다. 아직 상세한 프로그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더 풍성한 체험과 학습이 가능한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 소비자와 이탈리아 와인 간의 거리를 좁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Q. 마지막으로, 한국 와인 업계와 소비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자유롭게 남겨달라.
A. 이탈리아 와인을 마신다는 건 단순히 한 잔을 즐기는 것을 넘어, 새로운 세계를 여행하는 경험이다. 한국 소비자들이 그런 설렘과 즐거움을 느끼며 이탈리아 와인을 접했으면 한다. 우리 무역공사는 앞으로도 더 많은 이탈리아 와인을 소개하고, 양국간의 문화적·무역과 경제적 교류를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글 뽀노애미 사진 이탈리아 무역공사·뽀노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