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북동부, 베네토(Veneto)주의 도시 베로나(Verona) 북쪽에는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진 와인 산지 발폴리첼라(Valpolicella)가 있다. 단어 그 자체가 ‘Valley of Many Cellars’라는 뜻을 담고 있고, 6세기에 이미 이 지역 전통적인 양조 방식인 ‘포도를 건조시켜’ 와인을 만든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닌 와인 산지다. 사랑의 도시 베로나에 붙어 있는 만큼 발폴리첼라 와인에는 로맨틱함이 깃들어 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두 주인공이 사랑을 속삭이며 마신 와인도 분명 발폴리첼라였을 거고,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에서 할머니의 오래된 사랑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나눈 와인도 발폴리첼라였을 거다. 체리와 붉은 베리류 과일 아로마가 생기 넘치는 발폴리첼라부터 이탈리아 와인의 삼대천왕으로 꼽히는 아마로네, 그리고 발폴리첼라에 아마로네의 숨결을 더해 만든 독특한 리파소와 달콤한 레치오토까지, 발폴리첼라는 생산지와 포도 품종들은 동일하나 양조 방식에 따라 네 가지 스타일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도 특별하다. 오는 10월 21일(월), 주한 이탈리아 상공회의소(ITCCK)와 발폴리첼라 컨소시엄(Consorzio Valpolicella)의 주최로 ‘발폴리첼라 와인 인 서울(Valpolicella Wines in Seoul)’ 행사가 호텔신라 영빈관에서 열린다. 총 10개 와인 생산자를 통해 발폴리첼라의 특별함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을 예정. 그에 앞서 발폴리첼라 와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발폴리첼라와 사랑에 빠질 준비를 해보자.
‘발폴리첼라 컨소시엄’은 어떤 곳인가
발폴리첼라 DOC는 프로세코(Prosecco) DOC에 이어 베네토에서 헥타르당 총생산 가치가 가장 높은 와인 산지다. 레드 와인만 놓고 봤을 때는 엄연히 베네토에서 가장 중요한 산지이며, DOC 면적은 300제곱 킬로미터에 이른다. 포도밭 면적은 점점 넓어지는 추세인데, 지난 20년간 두 배로 늘어 2023년 기준 8,616헥타르에 달한다고 한다.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뜻. 빠른 성장에도 발폴리첼라 와인이 한결같은 품질을 유지하는 데는 발폴리첼라 컨소시엄의 역할이 크다. 1925년에 공식 설립되어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발폴리첼라 컨소시엄은 현재 베로나 지역의 약 316개 포도 재배자와 와인 생산자, 병입 회사를 대표한다. 발폴리첼라 와인을 출시하는 와인 생산자의 80% 이상이 멤버로 가입되어 있고, 베로나의 19개 소지역을 아울러 6개의 협동조합 와이너리와 2,200여 개의 포도 재배 농가를 포함한 공급망을 감독하는 곳이 바로 발폴리첼라 컨소시엄이다. 이들은 발폴리첼라 DOC 원산지 명칭을 보호하는 활동뿐만 아니라, 발폴리첼라 와인을 홍보하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활동을 한다. 한국에서 열릴 이번 행사도 그 일환. 또한 혁신적인 포도밭 기술과 사회적 지속 가능성 및 자연 보전을 통해 환경 보호를 장려하는 SQNPI(Sistema di Qualità Nazionale Produzione Integrata)라는 자발적 인증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발폴리첼라 지역의 지속 가능한 와인 생산을 위한 활동에도 앞장선다.
가르다 호수와 레시니산맥 사이에서
베로나 도시 위로 레시니산맥(Lessini Mountains)을 향해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진 발폴리첼라 와인 산지에는 산맥에서 내려오는 여러 계곡이 발달해 있다. 11개의 지정된 계곡과 19개 소지역을 포괄하는 이 광범위한 산지는 지리적 특징에 따라 크게 세 지역으로 나뉜다. 먼저 ‘원조 발폴리첼라’라 불리는 ‘발폴리첼라 DOC 클라시코(Valpolicella DOC Classico)’가 있는데, 발폴리첼라의 가장 왼쪽에 자리한다. 서쪽의 가르다 호수와의 사이에 바르돌리노(Bardolino) DOC를 두고 있으며, 레시니산맥의 산기슭에 계산식으로 포도밭이 형성되어 있다. 이곳의 와인이 명성을 얻자 그 폭발적인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1968년 발폴리첼라의 경계가 동쪽으로 확장되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지역이 ‘발폴리첼라 DOC 발판테나(Valpolicella DOC Valpantena)’다. 베로나와 인접한 지역부터 레시니산맥의 고도가 높은 지역까지 포함하는 곳으로, 계곡을 통해 공기가 순환하며 포도 재배에 이상적인 환경이 조성된다. 마지막으로 발폴리첼라 동부 일대와 나머지 지역을 포괄하는 발폴리첼라 DOC(Valpolicella DOC)가 있다. 동쪽으로 소아베(Soave) DOC를 면해 있으며 몇몇 전설적인 아마로네 생산자를 비롯하여 발폴리첼라의 역동성을 대표하는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륙성 기후로 분류되는 이탈리아 북동부에 있지만, 발폴리첼라는 레시니산맥에서 내려오는 계곡들의 영향으로 다양한 미세 기후가 형성된다. 또한 가르다 호수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서쪽 지역은 지중해성 기후와 대륙성 기후의 사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호수인 만큼 가르다 호수의 풍부한 수원은 인근 지역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데, 특히 발폴리첼라 서부는 더운 여름에도 온도 상승이 확연히 덜하여 포도가 신선함을 머금은 채로 완숙한다.
이탈리아 와인 산지 중에는 국제 품종을 많이 받아들인 곳도 있으나, 발폴리첼라는 여전히 토착 품종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전체 포도 생산량 중 토착 품종의 비율은 무려 97%.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은 코르비나(Corvina)인데 포도 생산량의 56%를 담당한다. 발폴리첼라 블렌딩의 뼈대라 할 수 있으며 와인에 구조감과 아로마, 부드러운 텍스처를 부여하는 품종. 다음으로 생산량의 19%를 차지하는 론디넬라(Rondinella)가 있다. 병해와 기상 악화를 잘 버텨내는 강인한 품종으로, 와인에 컬러와 독특한 풍미를 더한다. 포도 생산량의 18%를 차지하는 코르비노네(Corvinone)는 블랙 체리와 향신료와 같은 아로마들로 복합미와 구조감을 더한다. 마지막으로 포도 자체가 매우 옅은 색을 지녔으며 와인에 신선함과 독특한 향을 부여하는 몰리나라(Molinara)가 있다. 이 네 품종은 발폴리첼라 와인 생산 규정에 따라 블렌딩 비율이 엄격하게 통제된다. 주품종이라 할 수 있는 코르비나는 코르비노네와 함께 (혹은 단독으로) 최소 45%를 반드시 사용해야 하고 최대 95%까지 사용할 수 있다. 론디넬라의 경우 최소 5%, 최대 30%까지 블렌딩할 수 있고, 최소 블렌딩 규정이 없는 몰리나라는 최대 10%까지만 사용 가능하다. 이 동일한 품종과 규정으로 양조 방식을 달리하여 네 가지 스타일의 와인이 생산되는 것은 발폴리첼라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독특한 매력점이다. 발폴리첼라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 네 스타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발폴리체라의 네 가지 매력
발폴리첼라 DOC
발폴리첼라 품종으로 발효하여 짧은 숙성을 거친 가장 기본적인 레드 와인이다. 체리와 장미의 신선한 아로마와 기분 좋은 산미에서 생동감이 전해지고, 쌉싸래한 아몬드와 같은 적당한 타닌감이 부드러운 목넘김으로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레드 와인이지만 가볍게 마시기 좋은 발폴리첼라는 애피타이저와도 잘 어울린다. 닭고기와 같은 흰살 고기요리나 샐러드에 곁들이기 좋다.
만약 ‘발폴리첼라 DOC 수페리오레(Valpolicella DOC Superiore)’라고 표기되어 있다면 조금 더 높은 품질이 보장된다고 할 수 있다. 최상의 재배지에서 엄선된 포도로 만들어 최소 1년의 숙성을 거쳤기 때문. 일반 발폴리첼라보다 좀 더 잘 익은 체리와 미묘한 오크 터치, 그리고 벨벳 같은 질감을 즐길 수 있다. 포도를 살짝 건조하여 알코올 도수와 구조감을 더 좋게 만들기도 한다. 붉은 육류나 살짝 시즈닝된 치즈와 잘 어울린다.
발폴리첼라 리파소 DOC
아마로네나 레치오토를 발효하고 와인을 분리해 낸 후, 남은 포도 찌꺼기를 기본 발폴리첼라 와인에 넣어 15~20일간 재발효시키고 최소 1년의 오크 숙성을 거친 와인을 발폴리첼라 리파소(Valpolicella Ripasso) DOC라 한다. 아마로네와 레치오토 자체가 건조한 포도로 만들기 때문에 일반 발폴리첼라 와인보다 알코올과 페놀 화합물이 많아지고 구조감과 숙성력이 좋은 것이 특징이다. 발폴리첼라 리파소는 일반적으로 체리와 같은 베리류 과일과 달콤한 향신료, 발사믹, 바닐라의 향이 조화로운 드라이 와인이며, 미디엄 이상의 바디감과 부드러운 벨벳 텍스처를 보여준다. 따뜻한 붉은 육류 요리나 콜드 컷, 시즈닝된 치즈와 마시면 좋다.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DOCG
피에몬테의 바롤로, 토스카나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와 함께 이탈리아 와인의 왕이라 불리는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Amarone della Valpolicella) DOCG. 수확한 포도를 100~120일간 프루타이오(Fruttaio)라 부르는 다락실에서 건조시킨 후 발효한 와인이다. 수분이 날아가는 과정에서 포도는 당분과 폴리페놀을 더 머금게 되고, 겨우내 천천히 발효하여 알코올 함량이 높은 드라이 와인이 생산되는 것이다. 이후 오랜 오크 숙성을 통해 독특한 구조와 개성이 더해진 와인은 이탈리아에서 숙성 잠재력이 가장 높은 와인 중 하나인 아마로네로 탄생된다. 건조한 포도를 끝까지 발효한 만큼 아마로네는 강렬한 풍미를 지닌다. 말린 과일과 토바코, 발사믹, 향신료의 복합적인 부케와 따뜻한 질감을 느낄 수 있는 풀바디 와인이며, 20년 이상도 숙성 가능한 힘이 있다. 육류 요리나 숙성 치즈와 잘 어울리는 한편, 와인 그 자체로 깊은 사색에 빠지기 좋은 ‘명상을 위한 와인(Meditation Wine)’이기도 하다.
레치오토 델라 발폴리첼라 DOCG
레치오토 델라 발폴리첼라(Recioto della Valpolicella) DOCG는 아마로네의 조상이자 발폴리첼라 와인의 가장 오래된 원형으로 불린다. 아마로네와 마찬가지로 100~120일간 프루타이오에서 포도를 건조하는데, 포도의 수분이 증발하여 무게가 절반 이상 감소하면 레치오토에 적합한 당분이 형성되어 발효를 시작한다. 드라이한 아마로네와 달리 발효를 중간에 멈추는 레치오토 와인은 천연 당분을 지니게 된다. 레치오토는 보통 체리 절임과 말린 과일, 졸인 발사믹, 바닐라의 진한 향에 부드러운 질감과 좋은 산미, 탄탄한 구조감을 지닌 스위트 와인이다. 초콜릿으로 만든 디저트류와 특히 잘 어울리며 치즈에 곁들이기도 좋다.
‘발폴리첼라 와인 인 서울’에서 만나볼 와인리스트
오는 10월 21일 월요일에 열릴 ‘발폴리첼라 와인 인 서울’ 행사에는 총 10개의 미수입 발폴리첼라 와이너리가 참여하여 47종의 와인을 선보인다.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진행될 마스터 클래스에서는 ‘아마로네 DOCG’를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오후 12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 진행될 시음회에서는 더 다양한 발폴리첼라 와인을 선보일 예정이다. 다음날인 10월 22일 화요일에는 고급 요리와 프리미엄 발폴리첼라 와인의 완벽한 조화를 경험할 수 있는 만찬 행사가 열린다. 서울의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하우스인 Hue 135에서 특별 초대된 와인 전문가와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발폴리첼라 와인 인 서울’ 행사에 참여하는 10개 와이너리와 시음회에 나올 와인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Cantine Di Verona
Amarone Della Valpolicella DOCG Riserva 2013 “Brolo Dei Giusti”
Valpolicella DOC Superiore 2015 “Brolo Dei Giusti”
https://www.cantinediverona.it/en/winery/brolo-dei-giusti
Valpolicella Ripasso DOC Superiore Torre Del Falasco 2020 “Cantina Valpantena”
Amarone Della Valpolicella DOCG Torre Del Falasco 2019 “Cantina Valpantena” *Master Class Only
https://www.cantinediverona.it/en/winery/cantina-valpantena
Corte Figaretto
Valpolicella Ripasso DOC Valpantena Superiore Acini Ameni 2022
Valpolicella DOC Altarol 2023
Valpolicella DOC Superiore Alte Quare 2021
Amarone Della Valpolicella DOCG Valpantena Brolo Del Figaretto 2020
Amarone Della Valpolicella DOCG Valpantena Musa Del Figaretto 2019 *Master Class Only
https://www.cortefigaretto.it/
Montezovo
Valpolicella Ripasso DOC Superiore 2021
Valpolicella DOC Superiore 2022
Amarone Della Valpolicella DOCG 2019 *Master Class
Amarone Della Valpolicella DOCG Sa' Solin 2021
https://www.montezovo.com/
Sartori Di Verona
Amarone Della Valpolicella DOCG Le Corti 2020
Valpolicella DOC Superiore Radole 2022
Valpolicella Ripasso DOC Valdimezzo 2021
Valpolicella DOC 2023
Amarone Della Valpolicella DOCG Le Corti 2020 *Master Class
https://www.sartoridiverona.us/
Tenute Falezza
Amarone Della Valpolicella DOCG 2019 *Master Class
Amarone Della Valpolicella DOCG Riserva 2017
Valpolicella DOC Superiore 2021
Valpolicella Ripasso DOC Superiore 2020
https://tenutefalezza.com/
Terre Di Leone
Valpolicella DOC Classico Superiore 2017
Valpolicella DOC Classico Il Re Pazzo 2023
Amarone Della Valpolicella DOCG Classico 2013 *Master Class
https://www.terredileone.it/
Torre Di Terzolan
Valpolicella DOC Superiore 2019
Amarone Della Valpolicella DOCG 2017 *Master Class
https://www.torrediterzolan.it/
Vantorosso
Valpolicella Ripasso DOC Classico Superiore 2020
Valpolicella DOC Classico 2022
Amarone Della Valpolicella DOCG Classico 2018
Amarone Della Valpolicella DOCG Classico Riserva 2017 *Master Class
https://www.vantorosso.it/en/wines
Zeni
Amarone Della Valpolicella DOCG Barriques 2017 *Master Class
Valpolicella DOC Superiore Vignealte 2022
Amarone Della Valpolicella DOCG Classico Vignealte 2018
Valpolicella DOC Superiore Vignealte 2022
Valpolicella Ripasso DOC Superiore Marogne 2021
https://www.zeni.it/it/
Zýmē
Valpolicella DOC Reverie 2022
Amarone Della Valpolicella DOCG Classico 2018 *Master Class
Valpolicella DOC Classico Superiore 2019
https://www.zyme.it/
▶'발폴리첼라 와인 인 서울' 참가 신청하기 (Link)
문의 주한 이탈리아 상공회의소 (ITCCK)
▶E-Mail itcckseoul2@gmail.com
▶Phone 02-556-4379
글 신윤정
사진·자료 제공 주한 이탈리아 상공회의소(ITCCK)·발폴리첼라 컨소시엄(Consorzio Valpolicell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