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영감에서 태어난 아얄라 콜렉션 넘버 식스틴

Written by박 지현

“아얄라(Ayala)의 콜렉션 시리즈는 셀러 마스터가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펼쳐놓은 놀이터에서 태어난다.”

지난 5월 23일, 샴페인 하우스 아얄라의 수출 담당 매니저인 로렌스 알라마노스(Laurence Alamanos)는 신동와인이 마련한 자리에서 새롭게 출시된 콜렉션 넘버 식스틴을 설명하며 “셀러 마스터의 전문성과 혁신을 기반으로 탄생한 샴페인”임을 강조했다. 요즘 말로 하자면 ‘하고 싶은 거 다 해’란 게 아닌가. 로제나 블랑 드 블랑 모두 상관없다. 정해진 규칙 하나도 없이 셀러 마스터의 아이디어와 설계가 콜렉션의 기준이 되어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한다. 그는 “셀러 마스터가 선별한 테루아를 빈티지별로 조명함으로써, 각각의 테루아가 지닌 개성과 다양성을 세심하게 보여준다는 것이 이 콜렉션 시리즈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유쾌했던 알라마노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대범하고 자신감 넘치는 아얄라에 대해 하나씩 풀어보았다.

샴페인 아얄라의 수출 담당 매니저 로렌스 알라마노스(Laurence Alamanos)

오뜨 꾸뛰르 샴페인의 반짝이는 여정

1860년, 에드몽 드 아얄라(Edmond de Ayala)가 그랑 크뤼 마을 아이(Aÿ)에 설립한 아얄라는 160년이 넘도록 가족 경영 체제를 유지하며 ‘순수와 균형의 미학’이란 양조 철학을 고수해왔다. 특히 샴페인의 잔당을 결정하는 도사쥬(Dosage) 비율을 낮춰 1865년에 새로운 샴페인을 출시해 로우 도사쥬(Low Dosage) 스타일(드라이 샴페인)을 선도했다. “당시 샴페인의 도사주는 리터당 80~300g이었지만 아얄라는 20g으로 낮춰 시장에서 성공했고 현재 최대 6g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로우 도사쥬는 아얄라의 DNA 그 자체다”라는 설명에서 아얄라가 얼마나 세련된 감각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 2007년에 제로 도사쥬 샴페인(브뤼 나뛰르, Brut nature)을 선보였고 이는 샴페인의 최신 트렌드로 연결된다.

1800년대 드라이 샴페인을 셀링 포인트로 광고하는 아얄라의 포스터

아얄라는 1882년 최상위 샴페인 하우스 연합(Grandes Marques de Champagne)의 창립 멤버였으며, 1908년 보기 드물게 영국과 스페인 두 왕실의 공식 공급업체로 지정되면서 명성을 떨쳤다. 1920년대 연간 백만 병을 생산하며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수출하는 샴페인 중 하나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후 찾아온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 등의 어려움을 겪으며 아얄라의 샴페인은 오랫동안 터지지 않았다. 2005년에 아얄라는 이웃인 볼렝저(Bollinger) 가문에 인수되면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다. 두 하우스는 공통의 가치를 함께하지만 뚜렷한 철학과 전통을 갖고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얄라’답게 만드는 시작과 끝, 샤르도네

아얄라는 오래전부터 추구해 온 ‘순수와 균형의 미학’을 샤르도네으로 구현해 왔고 아얄라 스타일의 핵심이 되었다. 전체 포도밭은 120헥타르에 달하고 샹파뉴 아펠라시옹 내 70개 크뤼 중 50개에서 샤르도네를 재배한다. 피노 누아와 피노 뮈니에는 샤르도네를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테루아의 순수한 특성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오크 사용을 최소화하고, 5~200헥토리터의 다양한 용량의 스테인리스 스틸 배트(120개)에서 구획별로 나눠 양조를 진행한다. 모든 아얄라 샴페인은 최소 50%의 샤르도네를 블렌딩하여 샤르도네 고유의 깨끗한 산도와 순수한 과일 풍미를 강조한다. 로우 도사쥬는 샤르도네의 이런 특징을 더욱 부각시키며, 장기간(3~12년 또는 그 이상)의 리 숙성과 소용량 탱크에서의 리저브 와인 보관을 통해 샴페인의 복합성을 더하고 있다.

젊은 셀러 마스터의 도전

젊고 유능한 셀러 마스터를 영입하여 혁신과 미래를 추구하는 아얄라는 2022년에 2018년부터 부셀러 마스터였던 줄리안 고트(Julian Gout, 35세)를 새로운 셀러 마스터로 임명했다. 셀로스(Seloss)와 떼땅져(Taittinger), 앙리 지로(Henri Giraud) 등 유명한 샴페인 하우스에서 경험을 쌓은 그는 이전 셀러 마스터, 캐롤린 라트리브(Caroline Latrive, 여성으로서 샴페인 하우스의 유리천장을 뚫은 인물)처럼 아얄라의 샤르도네 중심 철학과 완벽하게 부합하는 인재다. 그리고 환경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신념을 갖고 있는 그는 포도원 전체를 유기농으로 전환하려는 아얄라의 야심 찬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아얄라는 지속 가능한 경영 실천에도 앞장서고 있다. 기후 변화 때문에 포도 재배 환경의 변화를 인지하고, 유기농법 도입 등 친환경적인 포도 재배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미 핵심 포도원 중 7헥타르가 HEV(High Environmental Value, 높은 환경 가치)와 VDC(Sustainable Viticulture in Champagne, 샹파뉴 지속 가능한 포도 재배) 인증을 획득했고 2025년까지 전체 포도원의 유기농 인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아얄라는 포도 재배자들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보다 친환경적인 포도 재배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 병을 포함한 포장재의 100% 재활용, 반경 350km 이내 지역에서 원자재(코르크 제외)의 조달 등을 통해 탄소 발자국 감소에도 노력하고 있다.

황금빛 윤슬, 샤르도네의 우아한 속삭임

알라마노스 매니저와 함께 블랑 드 블랑 2018과 콜렉션 넘버 식스틴을 시음하는 동안, 5월의 눈부신 햇살이 부서지는 바다와 왈츠 리듬처럼 부드러운 파도소리가 연상되는 경험을 했다. 올해 출시된 두 샴페인은 각각 특별한 매력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아얄라, 블랑 드 블랑 2018(Ayala, Blanc de Blancs 2018)

빈티지 2018
품종 샤르도네 100%
도사쥬 5g/L(엑스트라 브뤼)
숙성기간 6년

22개 크뤼 중 슈이(Chouilly), 크라망(Cramant), 르 메닐-쉬르-오제(Le Mesnil-sur-Oger), 오제(Oger), 비세르일(Bisseuil), 퀴(Cuis)에서 수확한 샤르도네 100%로 만든 아얄라의 <시그니처 퀴베>. A/18로 표기하는 게 색다르다. 밝은 금색을 띠고 자잘한 거품들이 힘차게 끊임없이 솟아오른다. ‘섬세하다’란 단어가 너무 잘 맞는 샴페인으로 흰 꽃, 복숭아, 배, 자몽의 풍미가 느껴지고 입안에서 패스트리의 맛과 크리미한 질감으로 부드럽다. 신선한 산미와 긴 여운에서 자몽의 쌉싸래한 맛과 미네랄의 느낌이 난다. 조리법이 심플하지만 고급 재료로 만든 요리, 예를 들어 광어 카르파치오, 살짝 구운 관자와 아스파라거스와 잘 어울리고 갑오징어 튀김, 전복구이 등 한식 요리와 매칭해볼만 하다.

아얄라, 콜렉션 넘버 식스틴(Ayala, Collection No. 16)

빈티지 2016(7,357병 생산)
품종 샤르도네 50%, 아르반(Arbane), 프티 메슬리에(Petit Meslier), 피노 블랑 50%
도사쥬 5.4g/L
숙성기간 6년 리 숙성

빈티지가 가장 우수한 해의 그랑 크뤼와 프르미에 크뤼에서 생산된 포도로 만드는 <콜렉션 시리즈>로 넘버 16은 네 번째 작품이다. 첫 번째가 넘버 8, 두 번째가 넘버 7, 세 번째가 넘버 14로 좀 이상하다 싶지만 이 번호는 빈티지를 따른 것. 이번 넘버 16은 꼬뜨 데 블랑의 슈이, 크라망, 퀴와 몽따뉴 드 랭스의 아이, 아브네에서 나온 포도로 만든 블랑 드 블랑이다.

과거 재배하기 어려워 포기했던 샹파뉴의 토착 품종인 아르반과 프티 메슬리에를 블렌딩한 시도는 매우 참신하고 독특하다. 특히 기후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고 높은 산도와 다채로운 풍미를 가진 두 청포도 품종은 현재 샹파뉴에서 활발한 연구와 실험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반짝이는 금색을 띠고 기품의 기세가 매우 강하다. 앞선 블랑 드 블랑 2018과는 완전 다른 캐릭터로 복합적이며 파워풀하다. 흰 꽃, 아카시아꿀, 백도, 시트러스, 약간의 허브의 풍미가 드러나고 매우 날카로운 산미가 인상적이다. 소나기가 온 후의 숲속에서 느껴지는 시원하고 신선한 느낌과 매끄러운 유질감이 느껴진다. 와인이 점점 풀리면서 풍성해지며 우아한 왈츠를 추는 듯 부드럽게 넘어간다. 긴 여운에서 약간의 미네랄 느낌이 느껴지는 와인. 알라마노스 매니저가 고른 버섯을 듬뿍 올린 피자와 잘 어울렸고 크림소스를 곁들인 구운 대구같이 크리미한 요리도 좋을 것 같다. 민어전, 전복죽, 삼치구이 같은 한식 요리와 매칭도 추천한다.

아얄라는 샤르도네의 순수한 표현, 정교한 블렌딩, 다양한 테루아, 그리고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섬세하고 우아한 샴페인을 생산하며, 소비자들에게 단순한 음료를 넘어 특별한 미식의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품질 유지를 위해 연간 생산량은 100만 병으로 제한하며, 국내 시장 점유율 35%, 해외 시장 65%로 전 세계 60개국에 수출되어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홈페이지 shindongwine.com
▶인스타그램 @shindongwine

글·사진 박지현 자료 제공 신동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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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개일 : 2024년 0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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