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서울공화국’이라는 말에는 수도권의 트렌드를 한국 전체의 것으로 인식하는 '편향적 사고'가 깔려 있는지도 모른다. 각 지방마다 고유의 식문화가 있는만큼 사람들의 입맛도 다르고 '와인에 대한 선호도' 역시 다를 것이 분명한데도. 발상을 전환하자면, 와인업계에 있어 ‘지방의 주요 도시’는 새로운 전략 지점이자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전국 와인샵 일곱 곳을 노크하여, 현지에서 체감하는 와인 트렌드를 물었다.
Ⅰ. 광주광역시 / 꼬뜨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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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적인 #트렌디와인 #숨겨진선호도
처음 샵을 방문하는 고객의 다수가 유명 브랜드, 트렌디한 와인이나 할인 행사 품목을 많이 찾는다. 보통은 직관적이고 풀바디에 잔당감이 있는 레드 와인이다. 그러나 고객을 많이 관찰하는 입장에서 이것이 ‘취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팬데믹 때 폭발했던 와인 수요가 좀 가라앉은 이후, 남은 소비층의 다수는 아직 유명 브랜드, 유행하는 와인의 범주 안에서 와인을 소비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 샵에서 하나둘 와인을 추천받으며, 좀 더 섬세한 스타일을 접하고 취향을 발견해 가는 손님이 많다. 선호도 확장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고가의 희귀 와인을 즐기는 매니아층도 분명 있으나 큰 시장을 봤을 때는 비중이 작다.
인터뷰이 꼬뜨도르 나인혁 대표이사
와인샵 인스타그램 @cotedor_official
Ⅱ. 인천광역시 / 비노보노 청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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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와인 #뉴질랜드소비뇽블랑 #신대륙와인강세
비노보노 청라점에서는 20~30대 고객층이 주요 소비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최근 가성비가 좋은 와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선호 가격대는 주로 2만~3만 원대에서 형성되며, 작년 후반기부터 구대륙 와인보다 신대륙의 합리적인 가격대의 와인을 찾는 수요가 특히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의 인기가 다시 거세지는 추세다. 특유의 상큼한 산미와 청량감으로 젊은 소비자층의 취향을 저격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레드 와인의 경우,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과 호주의 바디감 좋은 와인들이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으며, 특히 진한 과실미와 부드러운 타닌감을 가진 스타일이 선호되고 있다.
인터뷰이 비노보노 청라점 김무준 대표
와인샵 인스타그램 @vinobono_emmy
Ⅲ. 울산광역시 / 뱅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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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뉴피노누아 #이탈리아와인 #클래식스타일
울산은 다양한 와인들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클래식한 와인 스타일이 더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구대륙인 프랑스의 부르고뉴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 이탈리아의 바롤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DM)를 찾는 분이 많다. 같은 프랑스 와인이라도, 론(Rhône), 루아르(Loire), 쥐라(Jura) 등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지역의 와인은 선호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또한 유명 생산자의 와인에 대한 선호도 큰 편이다. 이탈리아, 프랑스 와인의 판매 비중이 신대륙 와인에 비해 압도적인데, 신대륙 와인 중에서는 15만 원 이상의 돈 멜초(Don Melchor)나, 파 니엔테(Far Niente) 샤르도네 등 유명 생산자의 와인이 주로 판매된다. 또 5만 원 이하에서 신대륙 데일리 와인만을 찾는 분도 소수 있다.
인터뷰이 뱅피크 박경태 대표
와인샵 인스타그램 @vinpeak
Ⅳ. 동해시 / 쏨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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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와인 #가성비 #해산물과어울리는와인
동해시는 바닷가 관광지이기 때문에 와인 소비에서도 특수성을 가진다. 주 고객층은 20대와 30대다. 여행지 숙소에서 해산물과 페어링할 와인을 많이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지역 주민분들도 육류보단 해산물을 즐겨 드시는 편으로 이와 잘 어울리는 와인의 수요가 높다. 여름엔 데일리로 마시기 편한 과실미 넘치는 소비뇽 블랑이 인기 있고, 겨울엔 미디엄 바디의 가벼운 안주와 즐기기 좋은 2만 원대의 데일리 레드 와인을 여러 병 구매해 쟁여놓는 경우도 많다. 한적한 바닷가 동네에서의 삶의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젊은 고객들이 우리 샵의 주 소비층이다.
인터뷰이 쏨마켓 고예지 점장
와인샵 인스타그램 @somm_market
Ⅴ. 부산광역시 / 끌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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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뉴와인 #파인와인소비층 #우아한와인
부산에는 와인의 퀼리티와 가치를 중요시하는 파인 와인 소비층이 있다. 와인샵 ‘끌리마’는 부르고뉴 지역의 다양한 끌리마(Climats)*에서 탄생한 와인을 소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로 부르고뉴 애호가들이 많이 방문하는 매장이다. 1,500여 종의 다양한 와인이 구비되어 있는데 특히 프랑스에 집중되어 있다. 온 트레이드(on-trade) 전용 수입사 ‘와이너’의 와인을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기도 하다. 부르고뉴, 샹파뉴(Champagne), 쥐라, 알자스(Alsace) 등 프랑스 여러 지역의 유니크한 와인을 경험할 수 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탄탄한 수요층이 있다는 점이 부산의 특장점일 것이다.
인터뷰이 끌리마 한준영 소믈리에/매니저
와인샵 인스타그램 @climat_wine
*끌리마(Climats) 부르고뉴의 특정 포도밭 구획을 의미
Ⅵ. 대구광역시 / 파인위크 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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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와인 #갓성비 #와인은피노누아
대구에서는 최근 ‘갓성비 와인’이 대세다. 소비층 다수는 20~40대로, 음식과 페어링하기 좋고, 호불호가 적은 화이트, 레드 와인을 많이 찾는다. 미국과 프랑스 와인에 대한 선호가 강하고 품종으로는 피노 누아와 소비뇽 블랑이 우세하다. 레이블 디자인도 선택에 영향을 주는 편이고, 2~5만 원대의 데일리 와인이 많이 판매된다. 갓성비 와인을 셀렉하는 안목이 탁월하다는 점이 파인위크의 고객에게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다. 와인을 소매가격으로 외부 음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점도 크게 한몫한다.
인터뷰이 파인위크 본점 주희령 대표
와인샵 인스타그램 @fine_week
Ⅶ. 제주시 / 와인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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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물페어링 #흑돼지페어링 #2~6만원대
제주도에서는 사계절 내내 신선한 회와 해산물을 즐길 수 있다. 해산물과 좋은 페어링을 보이는 와인이 곧 우리 샵의 스테디셀러라는 뜻이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부르고뉴의 샤블리(Chablis), 스파클링 와인들이 인기가 있다.
또한 지역 특산물인 제주 흑돼지 바베큐와 함께 즐길 와인을 원하는 경우도 많다. 미국의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이탈리아의 풀바디 와인들이 많이 판매된다. 비싸거나 이름값 있는 와인보다는 직접 테이스팅하여 선택한 가성비 좋은 와인을 추천하는 편이 호응이 좋았다. 덕분에 숨겨진 보물같은 와인을 찾기 위해 한 달에 수백 종의 신규 와인을 테이스팅하고 있다.
인터뷰이 와인창고 본점 신호진 매니저
와인샵 인스타그램 @jejuwineshop
Ⅷ. 대전광역시 / 대전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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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특화 #부르고뉴 #성심당
대전은 와인샵이 많지 않은 지역이다. 대전와인은 여러 스타일, 국가의 와인을 폭넓게 다루지만 특히 샴페인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매장이다. 시음회나 세미나를 개최해 샴페인의 매력을 대전에 알리고 있고, 유명한 생산자의 NM 샴페인*은 물론 이 지역에서 찾기 어려운 RM 샴페인*까지 다양하게 리스팅하고 있다. 매출에서도 샴페인, 부르고뉴 와인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그 외에 신대륙 와인 중에는 미국 나파 와인이 유력하다.
성심당 ‘빵지 순례’를 위해 대전에 방문한 와인 애호가들 역시 이곳을 찾아온다. 성심당의 유명 제품인 ‘시루 케이크’를 비롯해, 각종 빵과 페어링 할 와인을 찾는 분들도 있다.
인터뷰이 대전와인 권영호 총괄 매니저
와인샵 인스타그램 @daejeonwine
*NM 샴페인 자체 포도밭 외에도 다른 포도원에서 포도나 포도 원액을 구매하여 생산된 샴페인. 다수의 대형 샴페인 하우스가 여기에 속한다.
*RM 샴페인 직접 소유한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로 수확, 양조까지 전 과정을 모두 담당하여 생산한 샴페인. ‘RM 샴페인’은 샴페인 전체 판매량의 약 4%에 불과하다.
글·자료 제공 각 인터뷰이 정리 이새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