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집 건너 맛집에 레스토랑 천국인 홍콩에서 미식과 별개로 와인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해마다 11월에 열리는 ‘홍콩 와인 & 다인 페스티벌’의 타이틀만 보아도 홍콩에서의 와인과 미식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12월16일, 오후 4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된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 온라인 토크쇼는 홍콩관광청이 특별히 마련한 자리였다. 홍콩 와인 & 다인 페스티벌 2021의 연장선상에서 국내 와인 전문가 및 미디어 관계자 8명이 참가해 팬데믹 상황 속 홍콩을 비롯한 세계 와인 시장의 트랜드를 논하는 열띤 토론을 펼쳤다. 세계적인 와인 전문가 제임스 서클링의 시선을 통해 만나본 주요 Q&A를 들여다본다.
Q. 한국 와인 시장에서의 향후 활동 계획이 어떻게 되나
홍콩에서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와인바, James Suckling Wine Central을 서울에 선보일 예정이다. 팬데믹 상황이 좋아지는 대로 다이내믹한 한국 와인 시장의 일부분이 되어 발전에도 기여하고, 와인애호가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글로벌 와인 비평가로서 활동하고 싶다.
Q. 와인 시장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여러 요소 중 몇 가지를 꼽자면
와인 교육과 합리적인 시장 가격, 가성비 좋은 와인을 발굴하는 수입사의 역할, 편견 없는 개방적인 마인드 등을 꼽을 수 있다.
Q. 좋은 와인의 가격이 오르고 있다. 와인을 처음 마시는 사람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질 좋은와인을 구매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올바른 정보의 수집과 소통이 중요하다. 그리고 가성비 좋은 와인을 선택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서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Q. 팬데믹 시대에 홍콩에서의 온트레이드 시장은 어떻게 살아 남았으며 그에 따른 성공 사례가 있다면
가장 힘든 시기는 2020년이었다. 2021년에는 그나마 적응을 할 수 있었고, 살아 남기 위한 여러 시도를 하고 요령도 생겨났다. 그리고 와인 & 다인 축제와 같은 행사가 시장에 활기를 띠는데 큰 역할을 했다. 실제로 직접 운영하는 와인바 겸 레스토랑에는 11월 축제 기간 중에 1달에 500명 이상의 와인 고객이 오갔다.
Q. 내추럴 와인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의 내추럴 와인 수입사는 몇 년 전만 해도 15개 정도였지만 지금은 100개가 넘는다. 내추럴 와인 시장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규제에 관하여 이야기해 달라
화학비료 없이 유기적으로 생산되는 내추럴 와인이 환경문제에 대한 의식이 높아진 젊은 세대에게 어필한다는 점과 현재의 트랜드와 부합한다는 점, 그리고 미래 지향적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내추럴 와인의 개념은 명확하고 규제된 정의가 없기 때문에 많은 논란이 있다. 그러나 새로운 와인을 경험하고자 하는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매력적이다. 그리고 클래식한 와인을 마시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이를 선호한다. 지속 가능한 와인에 대한 좋은 인식과 인스타그래머블한 독특한 레이블 또한 매력 포인트이다.
Q. 부르고뉴 와인은 최근 한국에서 더욱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부르고뉴 와인의 가격은 공급 감소와 수요 증가로 인해 지금까지와는 또다른 수준으로 올랐다. 앞으로의 예상되는 변화와 부르고뉴 와인에 대해 간략히 언급한다면
부르고뉴 와인의 가격은 기후변화 및 수요대비 공급 부족 등의 원인으로 상승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소비자들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소규모의 훌륭한 부르고뉴 와인 생산자들의 와인을 마시는 것이다. 여전히 많이 숨어 있는 이 와이너리들을 찾는 일은 수입사들의 몫이다. 오히려 지구온난화로 인해 빌라쥬급에서도 보석 같은 레드 와인을 만드는 생산자들이 많아졌다. 이미 이름값을 올리고 있는 와인을 고수하지 않는다면 다양한 아뼬라시옹의 와인을 찾는 것도 권한다.
Q. 한국의 와인 시장이 성장하며 와인 수집가들이 늘고 있다. 이들을 비롯해, 와인을 레스토랑에 직접 들고 오는 BYOB (Bring Your Own Bottle)에 대한 견해 및 이에 대처하는 소믈리에의 역할은
레스토랑의 최전방에서 고객을 맞이하는 소믈리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전문 지식을 전달하고 와인을 추천하는 역할 및 와인서빙까지 담당하기 때문이다. 손님의 니즈에 알맞게 적절한 대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믈리에의 지나친 개입을 원하지 않을 경우도 있다. 말그대로 손님에 따라 응대 방법이 각각 다르다. BYOB는 레스토랑에서 과도한 콜키지를 부과하는 것이 적합한지에 대해, 그리고 고객이 직접 와인 가져오는 행위가 적절한지에 대해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레스토랑은 이럴 때 독창성과 현명함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와인을 들고 오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할 만한 레스토랑의 와인리스트, 적절한 가격과 콘텐츠 제공 등의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사진 제공 홍콩관광청, 글/정리 최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