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축소판 '퍼시픽 플레이스' 혜자스러우면서 품격 있는 한 끼 '만호 레스토랑' 도시재생의 결정판 '센트럴마켓' 핫플 속의 핫플 '핑퐁129'
오는 11월 11일(목)부터 한 달간 홍콩관광청(HKTB) 주관으로 ‘홍콩 와인 앤 다인 페스티벌(Hong Kong Wine & Dine Festival)’이 홍콩 전역을 무대로 펼쳐진다.
앞서 지난 2일 온라인으로 공개된 ‘2021 홍콩 와인 앤 다인 페스티벌 - 버추얼 투어’에서는 각국의 여행자들이 화면으로나마 홍콩의 F&B 현장을 구석구석 누비는 시간을 가졌다. 수많은 바와 레스토랑, 재래시장은 이전 못지않은 활기로 홍콩이 성공적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했음을 증명했다.
이번 축제에 즈음에 홍콩 명사 클럽에 참여하고 있는 ‘요리를통한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자, KBS미디어 이욱정 PD는 “경험 많고 숙련된 요리사와, 젊고 창의적인 셰프들이 나란히 미식 시장을 끌고 가는 홍콩은 신구의 조화가 매력 포인트”라며 “감미로운 와인과, 홍콩미식의 조화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다시 간다면 홍콩! 새롭게 뜨는 홍콩의 핫플레이스는 어디일까? ‘홍콩 와인 앤 다인 페스티벌’ 버추얼 투어를 통해 최적의 여행루트를 만들어보자.
가본 사람이 또 가는 '퍼시픽 플레이스'
“PP에 간다!” 이 말은 홍콩 현지인에게 ‘기분전환 하러 간다’는 뜻이다. 현지에서 PP라는 애칭으로 통하는 퍼시픽 플레이스(Pacific Place)는 영국의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이 설계한 아름다운 외관에, 최고급 브랜드와 갤러리 등이 입점해 있어 홍콩여행의 첫 방문지로 추천된다.
애드미럴티역에서 다이렉트로 연결되는 퍼시픽 플레이스는 다시 4개의 5성급 호텔로 동선이 이어진다. 호텔 체크인 하러 가는 시간까지 여행의 일부가 되는 셈.
홍콩의 축소판이라고 할 만큼 아이템이 다양해, 짧은 일정이라면 PP를 벗어나지 않고 쇼핑과 미식, 엔터테인먼트를 한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다. 윈도우 쇼핑만으로도 행복이 밀려오는 곳.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가성비 런치를
홍콩은 두 집 건너 한 집이 식당이다. 유서 깊은 맛집, 미슐랭 식당까지 흔하다 보니 오히려 선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기 십상이다. 너무 비싸지 않으면서 참신하고 품격있는 한 끼를 원한다면 퍼시픽 플레이스 내 메리어트호텔의 ‘만호 중식당(Man Ho Chinese Restaurant)’이 제격이다.
‘만호’는 ‘매리어트’의 한자 표기로 ‘만 명의 부자’라는 뜻도 지니고 있다. ‘만호 레스토랑’의 수장은 34세에 미슐랭 원스타를 받은 젊은 셰프 제이슨 탕(Jason Tang).
독창적이고 현대적인 광동요리로 큰 명성을 얻고 있는 제이슨 세프는 이번 버추얼 투어에서 나무, 불, 흙, 금속, 물의 ‘5원소’를 바탕으로 하는 획기적인 요리작품을 선보였다.
서양의 5원소(Five elements)는 동양철학에서 오행(五行)으로 구현되므로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테마이다. 진정한 혁신은 국적 불명의 잡탕 요리가 아니라 오행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런 독특한 요리작품이 아닐까.
만호 레스토랑의 시그니처 디쉬 가운데 하나인 ‘골드피시 딤섬’은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은 금붕어 형태의 외형이 특징이다. 젓가락을 들기 전에 눈이 먼저 행복해지는 이 딤섬은 고급 식재료인 석반어(Garoupa Fish)와 게살, 고수가 주재료이다.
딤섬의 특징은 담백함이다. 딤섬은 향신료나 소스에 기대기보다 재료 본연의 맛으로 먹는다. 와인의 맛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딤섬만한 와인푸드도 드물다. 럭셔리 ‘만호’ 레스토랑에서 밥만 먹기 아깝다면 ‘딤섬 + 와인’으로 낮술 타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상징성은 그대로, 내용은 새것으로! 센트럴마켓
에드미럴티의 세련된 쇼핑문화와 미식을 충분히 즐겼다면 올드타운으로 이동해 전통의 향기를 음미해보자. 홍콩섬에서 꼭 가보아야 할 곳을 한 곳만 꼽는다면 단연 소호다.
소호의 명물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일대에는 전통의 맛집과 볼거리가 다수 포진해 있다. 특히 12년이라는 긴 준비기간을 마치고 지난 8월 재개장한 센트럴마켓은 ‘홍콩의 유서 깊은 신상 여행지’라는 독특한 타이틀을 갖고 있다.
180년이라는 역사적 상징성은 훼손하지 않은 상태에서 산뜻하고 친환경적인 문화예술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이곳은 도시재생의 결정판으로 꼽힌다.
대개의 시장이 그렇듯 센트럴마켓도 처음에는 노점에서 출발했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4층 건물이 들어선 것은 1939년의 일. 센트럴마켓의 홍콩식 명칭은 중환까이시(中環街市)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적 사용하던 ‘중앙시장(中央市場)’ 현판도 버리지 않고 한쪽에 걸어두고 있다. 과거의 아픔까지 수용할 만큼 ‘보존의 가치’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홍콩인이다.
센트럴마켓의 역사를 요약 정리한 2층 전시실과 친환경 식음료점, 업사이클 팬시용품점, 그리고 중정의 보태니컬 가든은 꼭 들러보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쏟아지는 중정 테라스에 앉아 밀크티 한 잔을 기울이노라면 “이런 게 여행이지!” 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도시재생에 관심이 있다면 인근 ‘타이퀀’을 방문목록에 추가할 수 있다. 타이퀀은 1850년대 영국군이 건설한 경찰서와 감옥을 최근에 리모델링하여 문화공간으로 꾸민 곳이다. 홍콩 역사상 가장 큰 프로젝트가 실행된 곳으로 센트럴마켓과 함께 문화재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다 가는 데 나만 안 갈 수 없잖아
이번 ‘홍콩 와인 앤 다인 페스티벌’의 키워드는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경험(new experience), 새로워진 홍콩(New Hong Kong)이다. 온라인 버추얼 투어로 만난 홍콩은 확실히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전부 새로워진 느낌이었다.
타이퀀에서 멀지 않은 페니실린 바(Penicillin Bar)는 자원의 순환, 풀리 유틸리티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탐색한다. ‘쓰레기 하루 5kg 미만 배출’이라는 목표 아래 레몬껍질로 손세정제로 만드는가 하면, 아보카도 씨앗을 얼음 큐브로 사용하는 창의성을 발휘하는 중이다.
태풍에 쓰러진 나무를 재활용한 탁자 역시 빛나는 아이디어. 홍콩을 방문한다면 페니실린 바를 찾아 탄소 발자국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배워오면 좋을 듯하다.
한편 와인앤다인 페스티벌 기간인 11월 14일(일) 오후 3시, 홍콩관광청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지속가능한 칵테일 마스터 클래스’에 참여할 수 있다.
홍콩 여행의 대미를 장식할 만한 곳으로 ‘핑퐁129’는 어떨까. ‘홍콩 와인 앤 다인 페스티벌’ 버추얼 투어의 현장이기도 한 이곳은 홍콩섬 서쪽 사이잉푼에 자리 잡고 있다.
애드미럴티가 ‘확장된 센트럴’이라면 사이잉푼은 ‘확장된 소호’라고 할 수 있다. 핫플 속 핫플이라는 점에서 ‘핑퐁129’를 빼놓는 것은 매우 서운한 일이다. 그동안 탁구장인 줄 알고 무심히 지나쳤다고? 하늘길이 열리면 핑퐁 129의 빨간색 출입문을 밀치고 들어가 시그니처 진토닉 한 잔을 시켜볼 일이다.
글 임요희 여행작가 / 자료제공 홍콩관광청